부의 기원/ 네트워크: 오!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 네트워크는 어떤 복잡 적응 시스템에서든 반드시 포함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행위자들 간의 상호 작용이 없다면 어떠한 복잡성도 없을 것이다. 생물 세계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분자들은 세포에서 상호 작용하고, 세포들은 유기체에서 상호 작용한다. 그리고 유기체들은 생태계에서 상호 작용한다. 인간의 몸은 다른 네트워크와 상호 작용하는 네트워크 내부에 또 네트워크로 구성된 고도의 복잡한 구성체다. 뇌, 신경계, 순환계, 그리고 면역체계 등을 포함한다. 인간 몸에서 이런 네트워크 구조를 다 떼어 내면 우리는 화학 물질을 담은 조그만 박스나 욕조 반 정도의 물에 불과할 것이다.
  • 경제적 세계 역시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도로, 하수도, 수계, 전기 배관망, 철로, 가스 라인, 전파, 텔레비전 신호, 광케이블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들은 경제의 개방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의 간선 도로와 부차 도록의 역할을 한다. 경제는 매우 복잡한 가상 네트워크들도 포함한다. 사람들은 기업에서 상호 작용을 하고, 기업들은 시장에서 상호 작용을 하고, 시장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상호 작용을 한다. 생물 세계에서처럼 경제 세계의 네트워크들은 네트워크 내부의 네트워크라는 계층별로 배열되어 있다.
  • 경제 활동에 미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는 최근까지도 경제학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회학자들이 수년 동안 네트워크를 연구해 왔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경제학보다는 사회정치적 관계라는 맥락에서였다. 전통 경제학은 이것이 균형이라는 패러다임과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경향을 보였다. 전통적 모델의 전형적인 가정은 행위자들은 단지 경매(또는 다른 가격 설정 메커니즘)를 통하거나 일대일 협상으로 상호 작용을 한다. 이런 가정이 도입된 것은 경매와 양자 게임의 경우 하나의 균형 시스템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보다 큰 그룹의 사람들이 복잡한 상호 작용에 관계하면 수학적으로 모델화 하기는 훨씬 더 어렵고, 많은 경우 컴퓨터 가상 실험을 필요로 한다.
  • 네트워크가 경제학에서 받은 대접과 달리 물리학에서는 수년간 관심을 끌어 왔다. 헝가리의 수학자 파울 에르되와 알프레드 레니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이 주제와 관련하여 개척자적 연구 결과를 많이 내놓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들과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물리학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과학적으로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가 크게 진전됐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입자들의 상호 작용 네트워크에 대해 말하든, 아니면 뇌에서의 신경망 혹은 하나의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든 상관없이 네트워크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수많은 일반적인 특성이 있다.
  • 네트워크의 특성을 탐색해 보기 전에 몇 가지 용어들을 정의해 본다. 종이를 꺼내 점을 몇 개 그리고 그 점들을 서로 연결하면 네트워크가 된다. 여기서 점들을 ‘노드 (node)’라 하고 이 노드를 연결하는 선을 ‘에지 (edge)’라고 한다. 노드와 에지로 구성된 네트워크 자체의 그림은 ‘그래프 (graph)’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점들을 연결할 때 선을 임의로 그었다면 당신이 그린 네트워크는 ‘랜덤 그래프 (random graph)’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그린 연결이 규칙적인 패턴을 보인다면 그런 네트워크는 ‘래티스 그래프 (lattice graph)’라고 부른다. 랜덤 그래프와 래티스 그래프는 모두 경제 현상에서 볼 수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네트워크 중 일부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이다.

네트워크의 폭발

  • 이메일, 팩스, 전화 등과 같은 상품들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용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은 이런 형태의 제품들이 왜 갑자기 불이 붙어 인기를 크게 얻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별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론 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에르되와 레니가 발전시킨 랜덤 그래프 이론이 그 답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 단단한 목재 바닥 위에 1천 개의 단추들을 이리저리 늘어놓은 그림을 그리고 당신의 손에는 몇 개의 실이 있다고 상상하자. 당신은 2개의 단추를 임의로 주워들어 이들을 실로 연결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당신이 집어 든 각 단추들이 연결이 안 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신은 계속해서 많은 단추들을 두 개씩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다른 단추에 이미 연결돼 있는 단추를 집어 들게 되고 그러면 세 번째 단추를 계속 추가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연결되지 않은 단추가 점점 적어지게 되면 3개의 단추들로 이루어진 클러스터 (cluster, 단위체)들이 더 생기고 그 다음에는 4개, 5개로 이루어진 클러스터들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다.
  • 계속해서 단추를 연결해 나가면 분리된 단추들의 클러스터가 갑자기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슈퍼 클러스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5개의 단추로 이루어진 클러스터 2개가 이어지면 10개의 단추로 이루어진 클러스터가 되고, 각각 10개의 클러스터와 4개의 클러스터가 이어지면 단추 14개의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시스템의 특성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상변화’라 부른다. 예컨대 증기를 가져다 온도를 1도씩 낮추어 100도가 되면 그 증기는 물로 변하고 다시 0도에 이르면 얼음으로 바뀐다.
  • 임의의 네트워크에서 작은 클러스터에서 거대한 클러스터로의 상 변화가 특정 시점에서 일어나느데, 그것은 바로 단추(node) 당 연결될 실(edge)의 비율이 1을 넘어설 때다. 그렇다면 1의 비율은 ‘분기점 (티핑 포인트)’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분기점은 임의의 네트워크가 드문드문 연결된 상태에서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로 갑작스럽게 바뀌는 시점을 말한다.
  • 카우프만은 네트워크 형성에서 이 분기점은 생명을 위해 필요한 화학 반응 네트워크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효과가 경제나 기술이라는 맥락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인터넷이야 말로 이를 보여 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인데 1960년대 국방부 프로젝트로 시작된 인터넷은 근 20년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는데, 주로 학계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 후반 갑자기 폭발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은 빠르고 싼 모뎀, 보다 좋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덕분에 사람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에지-노드의 비율이 1이라는 매직 넘버를 넘어서면서, 다시 말해 분기점을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사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 랜덤 그래프 이론은 그런 현상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는 부드럽고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고도로 비선형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런 네트워크를 분석하면 왜 갑자기 어떤 패션이 히트하는지, 왜 갑자기 정치적 운동이 뜰 수 있는지, 또 심지어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작은 세계

  • 1967년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는 캔자스와 네브래스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편지를 보 내쓴데, 그 내용은 이 편지는 보스턴에 있는 두 명의 수신자 중 한 명에게 보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밀그램은 단지 그 수신자의 성명, 직업, 인구 통계적 사항, 그리고 개략적인 주소만 파악한채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참가자들에게 이 편지를 성이 아닌 이름을 기준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받은 누군가는 또 이름 기준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도록 한 것이다. 이 편지는 수신자에게 도착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만일 당신이 한 참가자인데 보스턴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그 편지를 동부 해안 쪽 대학으로 간 오하이오에 있는 사촌에게 보낼 것이고, 그 사촌은 그 편지를 보스턴에 있는 대학 친구에게 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최종 수신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한 의사에게 편지를 보낼 것이고 그 의사가 최종 수신자에게 편지를 전달할 것이다. 편지 릴레이는 이런 식이다.
  • 밀그램은 이 실험에서 두 가지 놀라운 점을 알아 냈는데, 첫 번째는 대부분의 편지가 전달 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연쇄적 전달의 중앙값이 6이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6개의 상호 연결 고리 내에 있다는 개념을 말하는 이른바 ‘6단계 분리 법칙’의 토대가 되었다.
  • 컬럼비아 대학의 던컨 와츠와 코넬 대학의 스티브 스트로가츠는 6단계 분리 원칙과 관련하여 케빈 베이컨 게임을 사용한 기발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와츠에 따르면 이 게임은 윌리엄메리 대학의 남학생 사교 클럽 회원들로 이루어진 한 그룹이 발명했다. 이들은 영화광들로서 케빈 베이컨이라는 배우를 영화 세계의 중심인물이라고 결정하고 그가 임의의 배우가 케빈 베이컨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졌는지를 파악한다. 예컨대 케빈 코스트너는 케빈 베이컨과 같은 영화 —- 에 출현했기 때문에 베이컨 넘버 1을 갖는다. 반면 브루스 윌리스는 케빈 베이컨과 같은 영화에 출현한 적은 없지만 <아마겟돈>에서 패트릭 맥코맥과 출연했고, 패트릭 맥코맥이 <할로우맨>에서 베이컨과 출연했기 때문에 베이컨 넘버 2를 갖는다.
  • 이런 식으로 버지니아 대학의 브레트 차덴은 전 세계 배우들의 데이터를 정리했는데 미국 배우 아무나 생각해도 가장 높은 베이컨 넘버는 4였고 전 세계 약 57만 명의 배우 중 90%가 베이컨과 연관성을 가졌으며, 그중 최고 베이컨 넘버는 10이었다. 또한 85%는 3 이하의 베이컨 넘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과학자들, 기업 이사회 멤버들을 비롯한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 64억 명이 사는 지구의 사람들이 어떻게 6 다리만 거치면 되는 걸까? 와츠와 미시간 대학의 마크 뉴먼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답을 내놨다. 이른바 ‘좁은 세계 효과’는 네트워크 그 자체의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와츠와 뉴먼이 발견한 것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규칙성과 임의성이 매우 효율적으로 배합된 형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 미국의 지도를 놓고 인구가 10만 명이 넘는 도시들을 표시해 보자. 그리고 각 도시와 그 도시에 가장 가까운 4개의 이웃 도시들을 선으로 이어 보면 ‘래티스 네트워크’ 형태의 모습이 나타난다. 4개의 가장 가까운 이웃을 연결하는 규칙이 의미하는 것은 이 네트워크가 규칙성과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규칙성의 불리한 측면은 이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동하려면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스턴과 샌디에고를 연결하려면 20-30번이나 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래티스 그래프가 ‘높은 정도의 분리 단계들’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 가장 가까운 이웃을 연결하는 규칙 대신 도시마다 임의로 4개의 도시를 잇는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어떤 선은 매우 짧을 것이고, 어떤 선은 매우 길 것이다. 모든 선은 임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짧은 거리, 중간 거리, 긴 거리의 연결선들의 수는 같을 것이고 어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단계의 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두 도시를 적절히 연결하기 위해 단, 중, 장거리 여행을 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티스 그래프에서 랜덤 그래프로 옮겨가면 분리된 단계의 정도가 확 줄어든다.

우연히 안 친구의 가치

  • 사회적 네트워크는 래티스 그래프와 비슷하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질서와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친구들은 같이 자란 사람, 같은 학교 사람, 같은 직장 사람 등일 것이다. 이것은 당신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당신의 친구들이 서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평균이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회적 네트워크들을 보면 너무도 식별이 가능한 클러스터들 또는 배타적 파벌들이 있다. 예컨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치과의사들은 서로 이미 알고 있기 쉽다. 이런 클러스터의 존재는 네트워크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질서와 구조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그러나 사회적 네트워크가 구조화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연히 알게 된 몇 명의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정규적인 사회적 서클 내부에 속해 있지 않거나 그 외부에 있지만 어떻게 만나 친해진 사람들이다. 예컨대 휴가지에서 만나거나 병원 대기실에서 만났을 수도 있다. 정규적인 클러스터에 해당되지 않는 이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 밖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를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에 연결해 준다. 만약 우리가 근사한 구조를 가진 래티스 그래프에다 몇몇 임의적인 견결 고리들을 집어 넣으면 양쪽 세계의 이익을 모두 얻게 된다. 예컨대 당신의 친구들이 세인트루이스의 치과의사들이지만 당신이 한때 할리우드에서 일했던 친구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곧 마돈나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게 된다. 이런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은 샬럿에서 샌디에고까지 급행 항공 여행과 같은 것이다.
  • 뉴먼과 와츠는 이 효과를 계량화 했다. 각자 10명의 친구를 가진 1천 명의 집단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치구들은 전혀 없다고 하자. 그러니까 친구들은 모두 각자가 속한 엄격히 규정된 단체 출신들이다. 여기서 평균 분리 단계는 50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임의로 선정된 한 사람에게서 출발해 또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려면 50 단계가 걸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각자 친구들의 25%가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이라고 하면, 평균 분리 단계는 3.6으로 떨어진다.
  • 흥미롭게도 우연히 알게 된 친구라는 아이디어는 무엇이 좋은 네트워크인지에 대한 우리의 사고에 반직관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특정한 세계를 매우 잘 알면 그 사람을 연결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와츠와 뉴먼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연결이 좋은 사람들은 접촉하는 그룹이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고 모든 계층과 환경에서 친구들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연결이 잘 돼 있는 사람들이다.
  • 사회적 네트워크 구조는 개인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조직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구성원들이 엄격한 경력 단계별로 올라가야 하고 격납고나 저장고 형태의 사업 단위 내지 부서들을 가진 그런 조직체라면 사회적 네트워크는 임의성이 충분하지 않은 과도하게 구조화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면 정보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위한 단계들의 연결 체인이 길어진다. 부족한 소통, 느린 의사결정이 초래된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떤 조직들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여러 기능과 업무를 거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회사 내에서 보다 다양한 연결성을 갖도록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든다. 사람들이 너무 자주 바뀌면 그 사회적 네트워크가 엉망이 될 수도 있지만 적당히 하면 조직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네트워크는 컴퓨터다

  • 오랜 기간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네트워크는 컴퓨터다’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했는데, 이는 흔히 볼 수 없는 통찰력 있는 구호이다. 왜냐하면 이는 네트워크와 컴퓨터 두 가지 모두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진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사실상 네트워크이고 네트워크는 현실에서 컴퓨터다. 컴퓨터는 개별 트랜지스터에서 동력을 얻는게 아니라 이것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동력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개별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 주면 보다 강력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슈퍼컴퓨터가 그 예이다.
  • 0 아니면 1의 상태에 있는 노드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이를 처음 만들어 낸 수학자 조지 불의 이름을 따 ‘불리언 네트워크(Boolean Network)’라고 부른다. 불리언 네크워크에서 노드들의 0 또는 1 상태는 일련의 규칙들로 결정된다.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켜졌다 꺼졌다 하는 일련의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이것을 설명한다.
  • 세 개의 전구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편의상 이 전구들을 A, B, C라 하고 전구의 켜짐과 꺼짐은 1 또는 0으로 표현한다고 하자. 각 전구는 자신의 양쪽에 있는 두 전구로부터 그것들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알 수 있는 투입 자료를 받는다. 전구는 다른 두 전구로부터 받은 투입 자료에 따라 그 다음 기간에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규칙을 따른다. 예컨대 전구 A는 전구 B와 C가 1이면 1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0이 된다는 규칙을 따를 수 있다. 이를 ‘불리언 AND 규칙(Boolean AND rule)’이라 한다.
  • 만일 A와 B가 0이면 C도 0이고, 그 외의 다른 모든 상황에서는 1이라는 규칙이 있다고 하면 이는 ‘불리언 OR 규칙(Boolean OR rule)’이라 한다. 우리가 전구에 부여하는 규칙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전구가 깜박거리는 형태가 결정된다. 네트워크는 각 상태에 따라 클릭을 계속해 나간다. 다른 두 전구의 투입 자료와 규칙을 보고 다음 기간에 켜질지 꺼질지를 결정한다. 이런 규칙에 따라 한 기간에서 다음 기간으로 네트워크의 상태를 연결할 수 있다.
  • 불리언 네트워크는 컴퓨터 칩 상의 트랜지스터에서 화학 반응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우리의 뇌가 컴퓨터의 0과 1 논리를 사용하여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개별적인 신경 단위(neuron)는 수학적으로 그렇게 표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뉴런의 덩어리인 뇌가 불리언 네트워크의 한 형태라고 믿고 있다(물론 압도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지만). 우리가 경제도 뇌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경제도 하나의 불리언 네크워크다(이는 훨씬 더 압도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다).
  • 30년이 넘는 불리언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 덕분에 그 특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제 이해하는 수준이 되었다. 불리언 네트워크는 WWW를 형성하고, 당신의 몸을 가꾸며, 정신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산물이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변수가 이 네트워크의 행태를 이끈다. 첫째, 네트워크에 있는 노드의 수다. 둘째, 각 노드가 얼마나 많은 다른 노드들에 연결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노드의 행태를 이끄는 규칙들과 관련한 ‘치우침(bias)’의 정도다.

큰 것이 아름답다: 정보의 규모

  • 불리언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첫 번째로 중요한 사실은 네트워크가 처할 수 있는 상태의 수가 노드의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2개의 노드를 가진 네트워크는 4가지, 즉 22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3개의 노드를 가진 네트워크는 8(23)개의 상태를 보일 수 있다. 정확히 100개의 노드를 가진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우리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속도로 네트워크가 처할 수 있는 가능한 각 상태들을 하나하나 클릭해 들어간다고 하면 모든 상태를 탐색하는데 5억 6,800만 년이 걸린다. 5개의 노드를 더해 노드가 105개가 되면 우주의 수명을 넘는 기간이 걸릴 것이다.
  • 우리가 이들 작은 네트워크들을 전부 탐색할 수 없다면, 극도로 작은 부분만 탐색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만 이것이 취할 수 있는 정보량 또는 이것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 생물학은 네트워크 성장의 ‘파워’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인간 게놈은 유전자를 켰다, 껐다 하는 거대하게 복잡한 화학적 네트워크로 생각할 수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출범하기 전에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이 약 10만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을까 추정했었다. 과학자들은 막상 지도가 완성 됐을 때 인간이 약 3만 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비교 하자면 이렇다. 미천한 회충은 1만 9천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인간 유전자 수의 2/3이다. 인간은 회충보다 33% 더 복잡하다는 얘기다. 어떻게 찬란할 정도로 복잡한 호모 사피엔스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선충류보다 단지 33% 더 많은 유전자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다른 데 있다. 유전자는 불리언 네트워크에서 우리 몸의 성장을 조절한다. 그런데 이 1만 개 남짓한 유전자가 더 있으면 인간 유전 네트워크는 회충 네트워크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한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 가능한 모든 상태의 가지 수 측면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일어나면 정보를 처리하는 단위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에서는 강력한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비용과 수량에 관련된 함수로 대개 생각해 왔다. 예컨대 생산된 상품의 수량이 증가하면 상품당 비용이 내려간다는 그런 의미다. 그러나 불리언 네트워크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게 한다. 불리언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만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10개의 노드를 가진 불리언 네트워크는 210개의 가능한 상태의 수를 갖는다. 그리고 100개의 노드를 가지면 상태의 수는 2100이다. 여기서 100개의 노드를 갖는 네트워크의 가능한 상태들을 모아 놓은 공간은 10개의 노드를 갖는 네트워크의 그것보다 단순히 10배 더 큰 게 아니다. 차이를 따지면 1030만큼이나 된다.
  • 커피숍에서 일하는 10명의 사람이 보잉에서 일하는 18만 명으로 증가하면 근로자 수 측면에서는 단지 104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카페라떼를 만드는 것에서 점보 제트기를 만드는 것으로 그 복잡성이 증가한 것으로 치면 그보다 엄청나게 더 큰 차이가 난다. 인간이 회충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한 것처럼 말이다. 또 보잉의 조직 규모는 내재적으로 미래 혁신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갖고 있다. 보잉 조직 네트워크에서 가능한 상태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은 보잉이 조그만 구석의 커피숍보다 생존하기 위한 방법들이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가 경제 성장 역사와 항상 같이했다면 우리는 200만 년 전에 석기를 만들었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싸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조직을 불리언 네트워크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물론 단순히 켜지거나 꺼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태들을 가진 네트워크지만– 조직이 규모면에서 증가함에 따라 가능한 혁신들의 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 인간의 경제 조직은 실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면에서 증가해 왔다. 특히 조직의 점프가 일어난 것은 기술 변화에 일치했다. 정착 농업의 발전으로 그전 조직 단위로 볼 수 있는 수렵, 채집민 시절보다 확실히 큰 마을의 형성이 가능해졌다. 마찬가지로 산업 혁명은 대규모 공장의 설립과 산업 도시의 형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정보 혁명은 거대한 글로벌 회사들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선순환 고리가 생겨났다. 다시 말해, 기술 변화는 보다 큰 단위의 경제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경제 협력 단위는 큰 정보 규모를 활용, 미래의 혁신을 위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 그러나 불리언 네트워크의 수학은 우리를 난처한 입장에 빠뜨린다. 작은 조직이 큰 조직을 혁신에서 압도하는 비즈니스 신화들이 유효한 이유는 무엇이고, 실리콘 밸리에 있는 친구들이 큰 골리앗 같은 기업들을 이기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큰 것은 나쁘다: 복잡성의 불행

  • 뉴먼의 이론은 규모가 커짐에 따라 또 다른 면, 보다 어두운 측면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불리언 네트워크의 두 번째 변수, ‘연결의 정도’에 의해 발생하는 중요한 규모의 불경제가 있다. 매우 듬성듬성하게 연결된, 예컨대 크리스마스 전구 줄처럼 각 노드가 자신의 양쪽에 있는 한 노드에만 연결되는 그런 네트워크를 상상해 보라. 또는 이와 대조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가령 수천 개의 노드들이 있고 각 노드가 다른 모든 노드들에 연결되는 그런 네트워크를 상상해 보라. 노드당 연결의 수는 네트워크 행태에 중요한 효과를 갖는다. 카우프만과 그의 동료들은 산타페 연구소에서 이 관계를 기핑 연구했다. 이들이 발견한 핵심적 내용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관찰로부터 나온다. 즉, 어떤 네트워크가 노드당 평균적으로 한 개가 넘는 연결을 갖는다면 노드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연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네트워크에서 상호 의존의 수는 네트워크 그 자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 네트워크의 다른 부분에 그 효과를 미칠 사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러한 파급 효과 (spill over,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했을 때 그것이 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나 환경에 미치는 2차적인 또 간접적인 효과)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 당신이 단지 두 개의 담당 부서 밖에 없는 조그만 기업의 공동창업자라고 하자. 당신이 제품 개발을 담당하면서 신제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이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위해 미팅을 열고 마케팅 부서에서 동의하고 나서면 준비는 끝난다. 너무나 간단하다. 당신이 생각해 낸 신제품은 성공하고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당신은 금융과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여 조직의 부서가 네 개로 증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기 기업들이 그렇듯 당신 기업도 조직적으로 아직은 좀 엉성하다. 새 그룹의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신이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 모두 당신에게는 말한다. 당신은 또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3개의 부서들과 모두 회의를 갖는다. 모든 부서들이 이 새로운 제안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놓기 위해서다. 전체 미팅 수는 처음에 한 번 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엔 세 번으로 늘었다. 회의가 많아지는 등 전보다 좀 복잡해졌지긴 했지만 아직 나쁜 상황은 아니다.
  •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소통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꼈고 각 부서장들에게 직접 이야기 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각 부서장들은 다른 부서장들과 정기적으로 미팅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조정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곧 이메일이 날아다니고 회의실은 미팅으로 가득 찬다. 소통을 높이려는 당신의 조치는 성공이다.
  • 당신의 이제 세 번째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고 마케팅부서와 회의를 연다. 그러나 바로 OK 하기 전에 마케팅 관리자는 금융 부서로부터 이미 승인이 난 자신들의 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 부서 친구들은 고객 서비스 부서로부터 추가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비용들에 대한 추정치를 받아 보기 전에는 당신의 프로젝트를 승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 부서는 이 신제품 계획이 회사의 브랜드와 가격 전략과 일치하는지 마케팅 부서와 함께 따져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세 번의 미팅이면 충분하던 것이 열 번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조직의 규모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소통 연결의 밀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예컨대 각자는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규칙을 적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만약 당신이 법률부서를 추가하면 미팅의 수는 25번으로 증가할 것이다. 사실 당신이 하고 싶어 했던 것은 더 좋은 소통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당신 회사는 관료주의적인 수렁에 빠져들고 만다.
  • 당신은 이 미팅 수의 폭발적 증가에 대해 신기한 다른 무엇을 발견한다. 각 미팅에서 이루어지는 의사 결정은 서로에게 상호 연결됨으로써 조직의 한 부분에서 조그만 변화가 일어나면 네트워크를 통하여 일련의 단계적 변화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당신의 신제품 계획이 마케팅 부서로 하여금 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금융 부서는 고객 서비스로부터 자료를 받고 예산을 채택한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 부서는 당신이 지원을 용이하게 하려면 제품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요구를 당신 신제품 계획에 집어 넣는다. 그 결과 이는 다시 돌아가 마케팅에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고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마찬가지로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 지체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교통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
  • 네트워크에서 이런 종류의 상호 의존은 카우프만이 말한 ‘복잡성의 불행’을 야기한다. 이런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이렇다. 네트워크가 규모면에서 발전하고,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확률이 노드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밀도 있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유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 이런 복잡성의 불행은 관료주의가 잡초처럼 강인하게 자라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많은 기업들이 관료주의를 없애는 문제와 싸우지만 몇 년 후 다시 조직이 관료주의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발견하고 만다. 그 어느 누구도 관료주의 문제를 고의적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담당 영역만을 최적화하려고 하면서 관료주의가 튀어나온다. 즉, 금융부서는 수치들이 증가하는지를 확실히 하려고 하고, 법률 부서는 우리가 소송을 안 당하기를 원한다. 마케팅 부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노력한다. 문제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나쁜 의도에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네트워크 성장이 상호 의존을 가져오고, 이 상호 의존으로 인해 제약 조건들이 상충하는 일이 일어난다. 상충적인 제약 조건들로 인해 의사 결정은 느려지고 궁극적으로 관료주의적 정체로 이어진다.

가능성의 정도 대 자유의 정도

  • 조직에는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힘이 작용한다. 노드 증가에서 오는 정보, 즉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그리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의 증가로 인한 ‘규모의 불경제 (diseconomy of scale)’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힘은 큰 것이 왜 아름답기도 하면서 나쁘기도 한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조직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가능성의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자유의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큰 조직은 작은 조직들에 비해 내재적으로 보다 많은 매력적인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 큰 조직은 이론적으로는 작은 조직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그들이 못하는 것도 한다. 그러나 그런 미래의 기회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충 관계에 직면한다. 조직의 네트워크가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면 될수록 이런 상충 관계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조직 내 특정 부서에 고통스럽다는 이유 때문에 조직이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어떤 새로운 상태로 옮겨 가지 못하고 마는 일종의 조직 정치학이란 것도 생겨난다.
  • 수십 년 동안 IBM은 컴퓨터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글로벌 규모로 키워서 1980년대 세계 PC 산업에서 가장 좋은 몫을 차지했지만, 19세의 마이클 델이 우표 거래를 통해 저축한 단돈 1천 달러로 가지고 만든 회사에 밀려 PC 사업에서 손을 떼기에 이른다. 1990년대 초 델이 IBM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IBM 내부에선 컴퓨터를 메일을 통해 파는 것에 대한 논의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또한 IBM의 그일에 할만한 역량이 충분했지만 IBM은 델이 시장 점유율에서 IBM을 앞지른 뒤 7년이 지나고서야 고객에게 직접 컴퓨터 파는 일을 시작한다. 이는 IBM이 ‘복잡성의 불행’의 희생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 상호 의존성과 적응성 사이의 긴장은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특징으로 여러 형태의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프트웨어 설계자는 프로그램이 너무 복잡해져서 무엇을 개선하거나 버그를 고치면 새로운 5개의 버그가 일어나는 때가 언젠인지를 살핀다. 건축가는 고객이 벽을 30cm만 옮겨 달라고 부탁하고 그 결과 그로 인한 간접적인 여파로 프로젝트 비용이 매우 높아지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안다. 스튜어트 카우프만 같은 일부 생물학자들은 이런 긴장이 유기체의 복잡성에 상한선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경제 조직에서는 규모의 이익과 복잡성으로 인한 조정 비용 및 제약 조건 사이의 상충 관계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계층 구조에 대한 두 찬사

  • 네크워크 이론은 조직들이 두 가지 조치를 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연결의 밀도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 결정의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다.
  • 만약 네트워크를 계층적 구조로 배열하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3명의 근로자들은 하나의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3명의 관리자들은 하나의 경영자에 보고하는 그런 구조를 상상해 보자. 이 네트워크는 그전과 다른 모습으로 밀도가 높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혼합체 이다. 카우프만은 조직의 적응성을 높이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을 피해 나가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조직을 쪼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계층적 구조로 바꾸면 연결의 밀도를 줄임으로써 네트워크의 상호 의존성을 감소시킨다. 계층 구조는 규모의 불경제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네트워크가 더 큰 규모에 이를 수 있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은 자연 세계와 컴퓨터 세계에서 그렇게 많은 네트워크들이 네트워크 안에 네트워크로 구조화 되는 이유다.
  • 조직적 관점에서 볼 때 계층적 구조는 적응성을 줄이는 관료주의의 한 특징이라는 게 전통적인 생각이다. 관리자들은 계층을 없애는 등 조직을 되도록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반직관적으로 계층적 구조는 상호 의존성을 낮추고 조직 전체가 자리 잡기 전에 조직이 더 큰 규모에 이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적응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계층 구조가 없는 40개의 노드는 의사 결정을 위해 1,600번의 미팅을 필요로 하지만 계층을 이루면 전체적으로 13번의 미팅이면 충분하다.

  • 물론 계층 구조는 문제점들이 있다. 예컨대 정보가 체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변질될 수 있고, 최고 경영자가 일선 현장과 유리될 수 있으며, 위 단계에서 누군가 일을 잘못 수행하면 많은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계층적 구조는 원래 나쁘다고 가정해 버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상호 의존성을 줄이는 계층 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놓치는 것이 된다.
  • 이와 관련하여 나타난 한 움직임은 계층적 구조 내의 조직 단위들에 보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알프레드 슬로안의 위대한 통찰 중 하나로, 그는 자율적인 부서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그는 당시 GM이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슬로안은 하나의 자동차 회사 안에 본질적으로 5개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이들 회사는 각자 고유의 브랜드와 함께 높은 독립성을 가졌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많은 회사들이 독자적인 손익 책임성을 갖는 보다 자율적인 조직 단위로 옮겨 간 것은 대부분 조직 확대에 따른 복잡성 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다.
  • 최종적으로는 조직을 스핀오프(spin-off, 조직의 재편성 방법으로 자회사 등의 형태로 모회사에서 분리 독립 시키는 것) 하거나 회사를 분리함으로써 궁극적인 자율성을 조직에 부여하는 것이 설득력 있을 것이다.

지루함이 더 낫다

  • 카우프만과 그 동료들이 맨 처음 연구를 수행했을 때 비계층적 네트워크들은 각 노드당 평균 1-2개의 연결을 갖는 자연 발생적인 질서를 보여 주지만, 노드당 4개의 연결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카오스에 빠진다. 뒤이어 파리의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의 두 물리학자 베르나르 데리다와 제라드 바이스부흐가 국면 전환(phase transition)이 일어나는 지점을 결정하는 모수(parameter)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치우침(bias)이다.
  • 앞서 전구 이야기에서 각 전구 내부에는 이웃한 전구들로부터 받은 투입 자료를 산출로 바꾼다는 규칙이 있다고 한 것을 상기해 보자. 그런데 이번에는 각 전구 내부의 규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자. 각 전구는 하나의 블랙박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구마다 투입 자료를 넣어보고 그 산출이 무엇인지 관찰함으로써 개별 전구의 행태를 연구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전구를 하나 선택해 임의로 1과 0을 집어 넣어본다. 투입 스트림(input stream)은 대략 50%의 1과 50%의 0일 것이다. 산출 스트림(output stream) 또한 50:50으로 1과 0이면 산출은 치우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산출의 90%가 1이면 이것은 1쪽으로 치우쳤다고 하고, 90%가 0이면 이것은 0쪽으로 치우쳤다고 한다. 전구들의 산출은 투입이 정해지면 여기에는 결정론적인 규칙이 적용돼 계산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결과가 치우침이 작다고 해서(예컨대 50:50) 전구가 임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비로운 의사결정 규칙이 똑같이 1과 0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규칙이 무엇인지 모르는 3자 입장에서 보면 치우침이 낮은 노드의 행태는 예측하기 어렵고, 반면 치우침이 높은 노드는 예측하기 쉽다.
  • 데리다와 바이스부흐는 치우침이 높을수록 네트워크는 카오스로 이행하기 전에 노드당 더 많은 연결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균 치우침이 50:50이라면 카오스로의 이행은 노드당 2개와 4개의 연결 사이 범위에서 발생한다. 카우프만 연구에서도 그랬다. 만약 평균 치우침이 75%라면 카오스로의 이행은 노드당 연결이 4개를 넘어설 때 일어난다. 치우침이 더 높은 수준이면 네트워크가 카오스로 빠져들기 전에 노드 당 6개의 연결까지 가능하다. 요점은 노드의 행태에 규칙성이 많으면 많을수록 네트워크가 감내할 수 있는 연결의 밀도도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 조직적 맥락에서는 이런 치우침을 예측성의 잣대로 간주할 수 있다. 조직의 의사 결정에 예측성이 있다면, 이 조직은 더 밀도 높은 네트워크를 가지고도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 결정이 예측할 수 없다면 밀도가 덜한 연결, 보다 계층적인 구조, 보다 작은 관리 범위 등이 요구된다. 군대를 예로 들면, 군대처럼 규칙적이고 예측 간으한 행동이 중시되는 조직에서는 가량 창조적인 광고 회사보다 더 큰 조직 규모에서도 문제점들을 피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또한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요소들, 가령 사무실 내의 정치학이나 감정적인 부분들은 조직이 복잡성에 압도될 정도로까지 발전할 수 없도록 그 규모를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제 어떻게 하면 기능 장애 조직이 되는지 그 처방을 알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평평한 계층 조직, 그리고 매우 밀도 높은 상호 연결을 혼합하라. 그러면 무슨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가능성은 거의 제로일 것이다.

질서의 선

  • 카우프만과 그 동료드릥 연구는 직관과는 다른 통찰력을 제시한다. 델에 대한 IBM의 문제는 이 블루칩 회사가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에 너무 민감했던 데 있다. 밀도 높은 상호 연결, 혼란스러운 상호 작용을 가진 사업 시스템은 조그만 변화에도 조직전반에 거려 연쇄적 변화를 야기해 큰 문제들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래서 왜 우편으로 컴퓨터를 팔 수 없는지에 대해 수천 가지의 이유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 이것은 복잡계 이론을 단순히 은유적 차원에서 해석할 경우 위험한 이유 중의 하나를 보여 준다. 많은 경영학 책들과 논문들이 카오스의 경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질서와 혼돈의 경계선인데, 이 지점에서 자연은 가장 잘 적응하는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에 대한 통속적인 해석은 조직이 너무 질서 잡힌 체제에 깊이 박혀 버리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고, 혁신을 추가적으로 자극하려면 카오스의 요소를 좀 더 조직 안에 집어 넣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과학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실제로 이보다 더 미묘한 것이어서 이와는 다른 의미들을 제시한다.
  •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카우프만의 전구 네트워크로 돌아가보자. 카우프만의 연구에서 만약 각 전구가 다른 전구에 평균 두 번 정도의 연결만 갖고 있다면 그 네트워크의 행태는 꽤 질서가 있다. 조그만 변화가 발생한다고 해도 깜박거리는 전구의 패턴에 큰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각 전구를 4개의 다른 전구에 연결하면 그 행태는 크게 달라진다. 네트워크의 어느 한 부분에서 조그만 변화가 있으면 연쇄적 변화로 이어져 전구의 패턴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게 된다. 조직적 맥락에서 이런 연쇄적인 변화들은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로 이어진다. 전구당 2개의 연결에서 4개의 연결로 옮겨가면 네트워크가 엄격하고 변화에 둔감한 상태에서 혼돈스럽고 지나치게 변화에 민감한 상태로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이 일어난다.
  • 여러 가지 이유로 진화 시스템은 변화에 대한 중간 수준의 민감도, 다시 말해 앞에서 말한 두 상태 사이의 범위에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만약 진화 시스템이 변화에 너무 둔감해서 변화하지 못하면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과도하게 변화에 민감하면 조그만 변화라도 커다란 의미를 가지거나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과도한 민감성은 어떤 시스템이 과거에 성공적이었다면 더 이상 큰 변화가 이 조직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작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오히려 가능한 큰 변화의 대부분은 조직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 카우프만은 불리언 네트워크에 있는 각 저눅가 평균적으로 2개와 4개 사이의 연결을 가질 때 시스템은 그 중간 상태에서 고도로 적응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상태에서 시스템은 구조를 갖춘 큰 섬들로 형성되어 전체적으로 질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각 구조들의 경계선 주변에서 무질서가 꿈틀대며 조직으로 스며들고 있는 그런 네트워크다. 시스템의 연결 규칙에 조그만 변화가 있으면 일반적으로 그 결과 면에서도 조그만 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종종 조그만 변화가 보다 큰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와 때로는 전체 조직의 성과를 저하시켰고, 때로는 향상시켰다. 이 특별한 네트워크는 고도로 적응성이 높았지만 노드당 2개에서 4개의 연결은 자연과 인간 조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네트워크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듬성듬성한 그런 연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카우프만은 곤란을 겪었다.
  • 그러나 카우프만의 초기 연구 결과를 그 뒤의 계층적 구조와 치우침에 관한 연구들과 결합하면 국면 전환은 6개에서 9개의 노드 범위로 이동한다. 흥미롭게도 불리언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 이 수치들은 인간 조직에서 효과적인 워킹 그룹 (working group)의 규모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꽤 근접한 것이다. 예컨대 회사 이사회와 경영 위원회는 종종 회장이나 CEO 아래 5-8명을 두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8명의 부심과 1명의 주심을 둔다. 반면 유럽 연합의 집행위원회는 5명의 부위원장과 1명의 위원장을 둔다.
  • 어떤 인류학자는 이런 전형적인 구조와 규모는 수렵, 채집민으로서의 오랜 진화의 유산이라고 추측했다. 진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상충적 관계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데 꽤 효율적인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적인 워킹 그룹의 규모는 이것이 규모의 경제라는 점 –혼자서 사냥하는 경우보다 무리를 지을 경우 소비된 칼로리당 보다 많은 음식을 얻을 수 있다– 과 복잡성의 불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그 수준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만약 30명 정도로 구성된 집단들로 나뉘어 그날 들소를 사냥할지, 영양을 사냥할지를 의논하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면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오랜 기간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s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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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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