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물리적 기술: 석기에서 우주선으로

  • 스탠리 규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인원 무리들끼리 웅덩이에서 경쟁하는 장면.
    • 집단의 규모, 공격성, 집단 조직이 집단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것은 진화의 결과가 아닌데, 어느 종에서나 유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 다음 수십 만년이 지난 후에 유인원이 멧돼지를 뼈를 두드리며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
    • 이것은 진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다른 종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것은 아니다. 다른 종의 동물도 주위의 물체를 도구로 활용할 줄 안다.
  • 그 후 다시 수십 만년이 지난 후에 유인원들이 뼈와 나무막대기로 몽둥이를 만들고 있는 장면
    • 우리 조상들은 주위의 물체를 있는 그대로 도구로 사용하다가 도구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구 상의 어느 종과도 다른 진화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
    • 인류학자들은 이를 천연재를 사용하던 단계에서 가공품을 이용하는 단계로의 발전이라고 한다.
  • 이 장면에서 성인 유인원이 아이들에게 몽둥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도구를 만드는 지식이 미래 세대에게 자연적인 방법 –유전자를 통한 기억– 이 아닌 문화적인 방법으로 전달되는 것을 보여준다.
    •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문화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것 또한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어미 사자도 새끼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친다.
    •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박새는 부리로 우유병을 비틀어 여는 방법을 알았고, 다른 새들도 이를 본 떠 모든 박새들에게 확산됐다고 한다.
    • 그러나 도구를 만들고 동시에 그 제조 방법을 동료나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로 이 점 때문에 진화가 육체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 문화에 자리 잡게 된다. 이때가 바로 기술이 태동되는 순간이다.
  • 그 다음 장면에서 유인원들이 또다시 웅덩이에서 경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무기를 가진 집단이 손쉽게 상대편을 제압한다.
    • 이 영화에서 큐브릭의 의도는 명료하다. 인간이 도구를 만들고, 그 제조 기술을 문화적으로 전달하게 되면서 인간의 진화는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오늘날 우주선을 포함한 많은 현대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인간의 탄생

  • 인간이 스스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약 250만년 전이다.
    •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도구를 만든 것은 340만년 전, —(기사) 340만년전 인류 최초의 도구 발견, 기존 학설 100만년 앞당겨 — 인간의 직립이 300-400만년 전이라는 것에 의하면 —(기사) 원시인류, 다양한 갈래 직립보행 진화의 역사— 인간의 도구 사용과 직립의 시기는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손이 필요했고 그에 따라 직립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더불어 아래 보면 도구 제작 기술이라는 지식 전달에 언어의 역할이 매우 컸음이 서술되고 있는데, 도구 제작 기술을 전달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언어가 탄생한게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개인적인 믿음. 그렇지 않은 것은 진화적 법칙에 의해 존속되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 약 100만 년 전 인간이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하면서 도구들도 상당히 세련되고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도구인 불을 발견한 것도 호모 에렉투스이다.
    • 그래서 260만 년 전에서 10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물질과 에너지를 자기들의 목적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 두뇌를 쓰기 시작하였고, 이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동료와 후손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 경제는 두 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물리적 기술과 그러한 재화를 생산하고 거래를 원활히 하도록 사람들을 유인하는 사회적 기술이다.
    •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 시대에 이미 이러한 요소가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때 이미 경제 활동이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 초기 인간의 도구 제작은 초보적인 논리적 추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예컨대 강한 돌로 연한 돌을 치면, 연한 돌이 깨진다는 등의 추리를 바탕으로 강도가 다른 여러 돌을 이용하여 실험을 했을 것이다. 실험에 성공하면 “이런 종류의 돌이 도끼를 만드는데 적합하다”는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 이 법칙은 그 후 다른 사람 혹은 후대에 전수되어 다시 실험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은 기술의 사회적 확산으로 인간의 물리적 기술 능력은 발달을 가속화 시켰다.
    • 이러한 확산 과정에서 각각의 세대는 전 세대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 온 것이다.
    • 여러 고고학적 기록에 나타난 대로 도구의 발전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가속화되어 왔다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물리적 기술과 우주

  • 자동차나 이동 전화와 같은 현대 기술에서도 비슷한 진화 과정을 볼 수 있다.
    • 자동차의 경우 ‘모델 T’에서 전자 장치로 가득한 요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의 진화, 이동 전화의 경우 초기의 여행 가방만 한 크기에서 오늘날 호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소형화된 과정 등도 옛날의 기술 진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또한 각기 다른 기술 간의 관계는 종의 분화 과정과 유사하다. 예컨대 비행기와 열기구, 행글라이더 등 비행기구와의 관계가 이를 잘 설명하여 준다.
    • 어떤 기술은 없어지기도 한다. 워싱턴 한복판에는 19세기 건설된 운하가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 ‘기술의 진화란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 진화가 앞서 9장에서 설명한 진화의 일반 모형에 접합될 수 있다면 이른바 은유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물리적 기술을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 물리적 기술(PT)은 물질, 에너지 및 정보를 어떠한 목적을 위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 방법과 디자인이다.
    • 예컨대 유인원 래리가 몇 개의 돌(물질)에 약간의 힘을 들여(에너지) 조각을 내고 그것으로 동물의 뼈를 자를 수 있는 손도끼를 만든다(목적). 혹은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 전기를 연결하고(에너지) 소프트웨어 정보를 활용하여(정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목적) 비디오 게임을 만든다(디자인).
  •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물리적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어떤 기술은 유형의 제품을 만들고 어떤 기술은 서비스를 창출한다. 유형의 제품과 같이 서비스를 생산하는데도 물질과 에너지, 정보가 필요하다.
  • 물리적 기술 그 자체는 제품이 아니라 그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자 지침 혹은 방법이다. 물리적 기술은 마치 제품을 만드는 절차, 방법 등을 설명하는 지침서와 같다.
    • 예컨대 돌도끼 제조 지침서에는 완성된 도끼의 그림, 제조에 필요한 돌의 종류, 제조 방법에 대한 안내 등이 포함된다.
  • 그렇다면 앞서 ‘스미스 도서관’에서 본 것과 같이 우리는 물리적 기술에 대해서도 하나의 도식을 정의할 수 있다.
    • 자연 언어, 수학적 부호, 그림, 청사진, 제조 시범 비디오 등으로 된 도식이다.
    • 무엇이든 이론적으로 신호화 할 수 있다면 도식으로 표현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구전된 지침과 암묵적 지식도 기술 도식으로 코드화 될 수 있다. 예컨대 유인원 ‘래리’가 손도끼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도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내가 말하는 물리적 기술은 여러 측면에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술과 유사하다.
    • 전통 경제학 이론에 ‘생산 함수’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원재료, 자본, 노동을 제품 혹은 용역으로 전환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기술이란 그러한 전환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말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 그러나 전통 경제학의 경우 기술을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알 수 없는 요소로 간주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기술을 일종의 진화의 산물로 보고 그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점이 다르다.
  • 이제 상상 가능한 모든 기술에 대한 도서관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 앞서 살펴보았던 다른 도서관처럼 이 도서관도 주어진 시점에서는 유한하다. 그리고 그 규모는 보유한 기술 중 가장 길고 복잡한 도식의 길이로 정의될 수 있지만 거의 무한대에 가깝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규모는 계속 불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 따라서 이 도서관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청사진, 디자인, 지침서,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다양하게 변환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다른 도서관에서처럼 이 도서관에 있는 기술 디자인의 대부분은 아무 소용 없는 것일 수 있다.
    • 거기에 있는 디자인들이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무의미하고 실용성이 없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네모난 바퀴의 자전거, 구멍 뚫린 물병, 치즈로 만든 도끼 등 쓸데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은 그중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기술도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기술 진화는 마치 거대한 건초더미에서 쓸만한 기술인 바늘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그중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술을 찾아내는 것은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리적 기술의 식별자들

  • 앞에서 논의했던 다른 디자인 공간들처럼 물리적 기술도 도식으로서의 요건을 갖추려면 도식 식별자가 이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 따라서 물리적 기술에 담겨 있는 정보를 읽어내고 이를 물질, 에너지, 정보로 이루어지는 실제 경제 활동으로 바꾸려면 특별한 사람 또는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 즉, 설계 도면을 알아보고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여기서 도식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한다. 도식은 누구나 그것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격을 갖춘 식별자만이 그 계획을 읽고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 에컨대 자격이 있는 건설 기술자들이 건축 기술을 이용해서 주택 설계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제약 회사의 과학자들이 제약 기술을 이용하여 골다공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물리적 기술에 대한 설명 자료는 어느 특정 문건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수도 있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할 수도 있다. 중요한 원칙은 그러한 기술 설명 자료가 어떠한 형태든 기록 혹은 정리되고 식별자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결국 멘델의 도서관, 스미스의 도서관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기술에 대한 도식과 그 식별자는 상호 작용하면서 진화, 다시 말해 공진화를 한다.
    • 즉 주택 건설자의 기술과 방법이 변하면 주택의 디자인이 변하고, 주택의 디자인이 변하면 그런 주택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기술자의 요건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암묵적 지식의 경우 도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 그러나 어떠한 형태든 기술이나 지식이 표현될 수 없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 확산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지식을 기예라고 부를 것이며 우리가 말하는 기술 도서관에서 제외할 것이다. 진화가 일어나려면 지식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떤 형태로든 코드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만일 래리가 아주 멋진 도끼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술을 어떤 형태로든 코드화 하거나 전달 할 수 없다면, 그 기술은 래리와 함께 사라지고 더는 진화할 수 없을 것이다.
  • 인류 역사 초기의 물리적 기술은 단순하게 도구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일종의 경험 법칙에 불과하다.
    • 즉, 도끼를 만들려면 이 돌을 써서 각 면을 세 번씩 치고…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모방, 몸짓, 원시 언어 등을 통해 전달 되었다.
    • 그러나 이러한 비언어적 신호는 코드화하거나 전달하는 도식치고는 한계가 분명한 꽤 낮은 수준이었고 따라서 물리적 기술의 공간 규모나 복잡성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 더구나 몸짓 같은 것은 그렇게 신뢰할 만한 전달 수단이 아니다. 게다가 초기의 물리적 기술의 전달 과정에서는 오류들도 불가피하게 끼어들었을 것이다.
    • 그러나 진화가 적절하게 작동하려면 정보 전달에 최소한의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 언어의 출현은 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기술을 코드화 하고 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일들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정확하게 수행하는데 엄청난 돌파구 역할을 하였다.
  • 고고학 기록을 보면 도구 제작과 관련된 기술 혁신과 다양성 측면에서 극적인 폭발이 일어났던 시기는 구석기 시대 말이었다. 이때 여러 다양한 재료와 함께 낚싯바늘, 바느질 바늘과 같은 새로운 디자인들이 출현한다고 한다.
    • 인간의 언어 능력이 정확하게 언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도구 디자인의 갑작스러운 출현과 확산은 인간의 언어 능력 형성의 강력한 증거라는 역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물리적 기술은 스스로 자란다

  • 인간이 만든 물리적 기술이 가진 놀라운 특성은 바로 그 스스로가 새로운 발명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내연 엔진의 개발이 자동차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였고, 자동차의 확산으로 고무 타이어, 와이퍼, 아스팔트 포장, 모텔, 패스트푸드, 고속도로 요금소, 심지어 라스베이거스의 드라이브-인 예식장 등의 관련 기술과 제품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 발명은 새로운 발명의 가능성을 열어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발명에 사용된 부품 소재 또한 새로운 재발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 자동차 같은 경우 그러한 기술 효과가 엄청난 반면 어떤 경우에는 그 영향이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카우프만은 그 규모가 거듭제곱의 법칙을 따른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발명이든 작더라도 리플(ripple) 효과 –파급효과– 는 있기 마련이다.
    • 어찌하여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스스로 급증하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기술은 어떻게 스스로 성장하는가?
  • 물리적 기술도 다른 도식들과 마찬가지로 앞서 살펴보았듯이 모듈화된 빌딩 블록의 특성을 갖고 있다.
    • 모든 물리적 기술은 요소(components)와 구조(architecture)인 전체적 디자인, 이 두 가지를 코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주택은 방, 배관, 창문 등으로 되어 있고,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집 모양 –예컨대 튜더 양식 등– 을 갖추게 된다.
  • 손도끼와 같이 원시적인 물리 기술도 마찬가지다.
    • 돌도끼는 기본적으로 돌을 다른 돌로 깎아 날을 세워 만든 것이다. 따라서 돌도끼의 경우 요소는 깎는 돌과 도끼로 깎인 돌로 구분할 수 있다.
    • 그리고 이 경우 구조는 전체적인 디자인 그 자체다. 따라서 요소들과 구조를 다양하게 결합하면 다양한 디자인들의 수가 결정된다.
    • 예컨대 도끼의 손잡이를 어떠한 모양으로 하느냐에 따라 손바닥으로 움켜쥐는 원형 도끼와 손가락으로 싸고 쥐는 나팔 모양 도끼로 나누어진다. 도끼의 날의 경우에도 돌 한쪽만 깨어 만든 것과 양쪽을 깎아 만든 것이 있다. 전체적인 구조 측면에서도 소형 도끼, 대형 도끼, 화강석 도끼, 부싯돌 도끼 등으로 나누어진다.
    • 이것만 가지고도 16개의 다른 도끼들로 분류할 수 있다.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제품도 이런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이러한 요소와 구조의 결합적 특성 때문에 물리적 기술들의 공간은 우주보다도 큰 규모를 갖게 된다.
    • 이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 물리적 기술 공간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 손도끼를 만드는데 양날 만들기와 홑날 만들기 같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자. 어느날 유인원 ‘해리’가 도끼날을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을 개발했다고 하자. 또한 이 새로운 방법이라는 것이 조그만 돌을 이용해 돌을 조금씩 더 정말하게 깨어서 더욱 날카로운 도끼날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하자.
    • 이 기술의 개발로 우리는 세가지 형태 –양날, 홑날과 지금 만들어진– 의 도끼날을 갖게 된다. 이 하나의 기술 혁신으로 가능한 손도끼 종류의 수가 16에서 24로 늘었다.
    • 1장에서 살펴본 상품 다양성의 척도에 따르면 이 경우 하나의 기술 혁신의 결과로서 물리적 기술 공간에서 찾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SKUs 수는 8개 늘어나게, 다시 말해 50% 증가하게 된다. 같은 시긍로 인텔이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 때마다 컴퓨터 시장에서 가능한 SKUs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 제품 구조에서의 기술 혁신 또한 SKUs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 해리가 대형 나팔형 손도끼를 쥐고 도끼날을 세우는게 아니라 오히려 도끼날을 갈아 무디게 만들었다고 하자. 이건 언뜻 생각하기에 요소에 대한 사소한 기술 혁신 같지만, 사실 전혀 새로운 제품 구조의 혁신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약간의 변화로 손도끼를 견과류, 곡류 등을 찧는 전혀 다른 용도의 도구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 이것으로 해리는 석기 시장에 4개의 새로운 잠재적 SKUs를 추가하는 셈이 된다.
  • 기술 혁신은 제품의 복잡도에 따라 SKUs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 요소가 2개 뿐인 제품의 경우 만약 각 요소별로 2개의 변종이 있다면 SKUs의 수는 4개가 된다. 제품이 3개의 요소로 되어 있고 각 요소별로 변종이 3개가 있다면 SKUs는 27개, 4개의 요소로 되어 있고 각 요소별 변종이 4개가 있다면 SKUs의 수는 256개가 된다.
  • 제품 구조의 혁신이 새로운 요소 혁신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 예컨대 개인용 컴퓨터의 발명은 그 구성 요소의 디자인에 광범위한 혁신을 몰고 왔다.
    • 결론적으로 각 혁신은 물리적 기술 공간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치고, 그때마다 컴퓨터 시장에서의 SKUs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그러나 무한한 SKUs 중 실제로 상용화되거나 실용화를 위한 실험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 현재 개발 가능한 개인용 컴퓨터가 수천, 수십만 종에 달하겠지만 실제 생산되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컴퓨터의 종류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애플사가 파워 PC 프로세서를 장착한 반투명 오렌지색 컴퓨터를 출시하고, 델사는 펜티엄 프로세서를 장착한 검정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았다고 하자. 이때까지 아무도 팬티엄 프로세서를 장착한 반투명 오렌지색 컴퓨터를 내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이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 아직 물리적 기술 공간에서 실현된 SKU는 아니다.
    • 따라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는 경제적으로 시장에 새로운 SKUs를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SKUs들로 이루어지는 공간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각 발명은 새로운 발명의 가능성을 넓혀주고, 이에 따라 물리적 기술의 공간은 손도끼로부터 지구둘레를 회전하는 우주선으로까지 확대된다.

연역적 추론에 의한 기술의 진화

  • 진화의 시스템과 관련된 환경, 즉 적합도 지형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울퉁불퉁한 지형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산봉우리 하나로 질서정연하게 모아지는 단순한 지형도 아닌, 그 중간에 해당하는, 다시 말해 산봉우리와 고원 계곡 등으로 구성된 개략적으로 상호 연관된 그런 지형이다. 따라서 진화의 환경은 지형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으로 알프스 산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물리적 기술 공간의 경우에도 진화의 환경, 즉 적합도 지형이 그와 같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진화가 물리적 기술의 탐색에 가장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직관적으로 물리적 기술 공간의 지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 즉, 이 공간에서 서로 비슷한 물리적 기술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적합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예컨대 스파크 플러그만 조금 다를 뿐 디자인은 똑같은 엔진의 경우 완벽하게 같지는 않더라도 그 성능은 서로 비슷할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상관관계는 완벽한 것이 아니다. 스파크 플러그의 디자인이 아주 미세하게 다르다면 몰라도 그 차이가 어느 정도가 되면 엔진 자체의 성능도 현격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물리적 기술 공간의 적합도 지형 역시 서로 가까이 위치하는 경향이 있는 높은 정점들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고원도 있고, 움푹 파인 곳도 있는 그런 지형과 같을 것이다.
  • 물리적 기술 공간이 알프스 산맥과 같은 그런 적합도 지형이란느 가설을 지지하는 추가적인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존재의 증명이 될 것이다.
    •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진화는 그와 같은 지형을 추적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식이며, 또한 진화의 과정은 그러한 지형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 그러므로 만약 사람들의 물리저거 기술에 관한 혁신 과정이 진화적인 탐색 과정과 괕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다면, 물리적 기술의 공간도 그와 같은 지형, 즉 알프스 산과 같은 적합도 지형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 물리적 기술 혁신이 진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하면 당장 “진화는 맹목적이고 임의적인 과정인데 반해 기술 혁신은 인간의 이성과 의도에 의한 것이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 그러나 진화 알고리즘의 특성상 반드시 의도성이나 합리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을 뿐더러 진화가 반드시 임의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도 없다.
    • 기본적으로 진화는 실험과 선택, 그리고 –선택된 것의– 확산의 반복적 과정이다.
    • 생물적 진화 과정에서 임의적인 부분은 선택이 작동하기 위한 변종들의 창출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조차 완전히 임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돌연변이는 임의적일 수 있지만, 양성 생물의 재조합은 그렇지 않다. 짝짓기를 위한 경쟁의 원리상 적합도 점수가 높은 것들끼리 맺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이제 유일한 필요조건은 알고리즘에서 선택을 위한 실험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형적으로 설명하자면, 실험은 최소한 진화의 알고리즘이 정점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적합도 지형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알고리즘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떻게 그와 같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물리적 기술 공간을 추적하는 인간의 경우 연역적 추론(deductive-tinkering)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 내가 말하는 연역적 추론은 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의 아이디어들과 허버트 사이먼의 ‘의도적 적응 (purposeful adptation)’이라는 개념을 빌려 혼합한 것이다.
    • 기본적으로 인간은 발명에서 두 가지의 인식 과정을 거치게 된다.
  • 하나는 연역적인 논리적 사고다.
    • 아주 낮은 차원에서 보면 연역법은 몽둥이는 사냥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상을 하게 하는 유인원의 사고 능력과 같은 것이다.
    •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보면 연역법은 회로를 칩에 올릴 수 있는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양자 역학을 이용하는 인텔 엔지니어의 과학적 추리와도 같은 것이다.
  • 두 번째는 궁리한다는 것. 즉 무언가 한 번 실험을 해 추론하는 것이다.
    • 현대의 엔지니어들이 과학을 활용하듯이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실험해 보자”하는 것이다.
    • 우연히 중요한 발명을 하게 된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알 고 있다. 3M에서 포스트잇을 만든 예
    • 포스트잇은 연역적 과정으로 발명도니 것만은 아니다. 이 경우 궁리 끝에 나온 뜻밖의 생각도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 듀크 대학교의 헨리 페트로스키는 이를 두고 “실패를 해야 전적이 쌓이는 법이다”고 하였다.
    • 궁리를 한다는 것 자체는 무의식적인 귀납적 인식 과정, 연상 그리고 유추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는 단순히 무작위적 행동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리를 통해 연역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실험을 우리는 할 수 있다.
  • 연역적인 논리와 귀납적인 추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에 열광하는 인간의 속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1982년 트럭 운전사 래리 월터스는 어느날 시어스 백화점에서 야외용 의자를 샀다. 그는 의자 45개에 헬륨 풍선을 묶은 다음 맥주용 냉장 박스와 공기총을 싣고 1만 6천 피트 상공으로 날아갔다. 이 때문에 당시 남캘리포니아 주의 항공 교통이 마비되었다. 원래 그는 공중에 올라간 후 공기총으로 풍선을 터뜨려 착륙할 계획이었으나, 긴장한 나머지 풍선 두 개를 터뜨린 다음 공기총을 떨어뜨리고 말았고, 몇 시간 후 서서히 하강하여 땅에 닿을 무렵 그의 기구는 전선에 걸려 이 때문에 롱비치의 거의 전 지역에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 월터스는 무사히 귀환했지만, 그가 항공공학 이론을 연역적으로 실험한 것도 아니고 야외용 의자를 비행용으로 쓰기 위한 상업적 실험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그냥 한 번 날아 보고 싶었을 뿐이다.
    • 과학에 바탕을 둔 연역적 공학 기술과 잘 짜여진 귀납적 실험 등도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항상 어떤 일에 미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 비록 야외 의자로 비행하는 실험은 실패했지만, 무엇엔가 열광하는 사람들 때문에 물리적 기술 공간에서의 실험은 계속 확대되고 간혹 성공하면 기술이 출현하게 된다.

  • 연역적 추론의 효과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
    • 알프스 산과 같은 적합도 지형에 한 점이 있다고 하자. 이 점이 하나의 기술, 예컨대 마이크로 칩 디자인을 나타낸다고 가정하다.
    • 그리고 그 점을 중심으로 실험의 범위를 나타내는 등고선 같은 것을 그으면 마치 현재의 기술에서 퍼져 나가는 가지 같은 모양을 하게 된다.
  • 그 그림은 현재의 기술에서부터 마치 곤충의 촉수처럼 뻗어있는 모양인데, 그러한 가지는 연역적 실험의 영역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영역은 이론, 과학 그리고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있다고 판단되는 쪽으로 뻗어나게 되어 있다. 당연히 이론과 과학 그리고 경험과 다른 방향은 피하게 되어 있다.
    • 마이크로 칩의 경우 이러한 가지는 칩 전문가들이 치브이 디자인을 개선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그러한 방향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러한 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바로 추론을 통한 실험의 구역이다. 이 구역은 칩 디자이너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더 파격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나타낸다.
  • 그 밖에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점들이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그냥 실험을 해보는 그러한 점들을 나타낸다.
    • 적합도 지형에서 이러한 실험의 분포는 임의적인 돌연변이나 교배로 실험이 이루어졌을 때와 똑같은 모양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험이 진화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기술 지형에서의 선택

  • 따라서 연역적 추론은 물리적 기술의 변이를 위한 메커니즘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어떻게 적자가 결정되며, 물리적 기술 지형에서 적합도를 결정 짓는 것은 무엇인가?
  • 이 경우 생물학적인 진화와는 그 과정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 모든 물리적 기술은 목적이 있고, 어떤 기능이 있다. 휴대용 전화는 통신을 위한 것이며, 커피 잔은 커피를 담기 위한 것이다.
    • 물리적 기술을 선택하는 기준은 얼마나 그러한 목적에 적합하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목적한 바의 기능을 더 잘 수행하는 기술을 선호하는 것이다.
    • ‘더 낫다’는 것은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눈장갑을 만드는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눈 장갑이 놀이뿐 아니라 기념품으로서의 기능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진화 시스템 속에서 선택이라는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조엘 모키어가 말하는 ‘과임신’ 상태가 발생하여야 한다.
    • 즉, 주어진 환경에서 벅찰 정도로 많은 디자인들이 출현하여 이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 기술의 경우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기술의 종류가 더 많은 상황, –예컨대 관광객의 수요보다 기념품 장신구가 더 많은 경우– 인 경우 상호 경쟁적 기술이 동시에 존재하고, 또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목적에 가장 맞는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선택을 통한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모방은 가장 진심 어린 칭찬이다

  • 진화의 과정을 점검하는 마지막 단계는 복제의 과정이다.
    • 성공적인 디자인이 다른 경쟁 디자인에 비해 눈에 자주 띈다는 것은 진화의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 생물의 경우 진화의 과정은 단순 명료하다. 살아남는데 가장 필요한 유전자는 그렇지 못한 유전자에 비해 후대로 상속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적응력이 높은 유전자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 그렇다면 기술의 경우는 어떠한가? 어떻게 적응력이 높은 기술이 복제되고 확산되는가?
  • 간단히 말해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은 모방된다.
    • 예컨대 벽돌 만드는 기술은 처음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전 5,000년경에 개발 되었다. 이 기술은 그 후 널리 모방되었고 ‘연역적 추론’을 통해 여러 형태의 벽돌 기술이 이로부터 진화되었다.
    • 벽돌 만드는 기술은 사람의 두뇌에 저장되었고 벽돌 그 자체에 체화되었을 뿐 아니라 기록으로도 남겨졌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모방하였으며, 숙련 기술자는 도제들에게 가르쳤고, 또한 어떤 사람들은 벽돌 자체를 보고 어떻게 만들까 궁리하였을 것이다.
    • 이 모든 결과는 기록되어 벽돌 기술은 급속도로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된 것이다.
  • 따라서 물리적 기술은 사람의 두뇌를 통해 전파되고 그 기술을 담고 있는 제품이 모방되면서 복제된다.
    •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기록이 돌에 새겨지거나 책으로 인쇄되거나 웹 페이지에 올려지면서 복제된다. 성공적 기술은 확산되고, 그렇지 못한 기술은 쇠퇴하면서 기술의 시장 점유율이 변한다고 볼 수 있다.
    • 예컨대 빅토리아 시기 벽돌 기술은 전성기를 구가하였으나, 그후 20세기에는 유리 혹은 철강 기술에 밀려 시장에서의 위치가 크게 약화되었다. 벽돌 기술이 한동안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였으나 다른 우월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퇴조한 것이다.

기술 S커브

  • 1980년대 맥킨지의 리처드 포스터는 기술의 자연적 생명 주기에 대한 이론을 개발하여 <기술 혁신: 공격자의 이점>이라는 저서에 소개하였다.
    • 포스터의 이론은 범선으로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이르는 기술에 대한 관찰과 이들 기술에 대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 그는 개별 기술에 대한 연구와 자료를 통해 놀랍게도 일관성 있는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다.
    • 신기술의 초기에는 기술의 성과가 부진하고 발전 속도도 더디다. 그러나 투자기와 다양한 시험기가 지나면 기술의 성과가 갑자기 기하급수적인 상승 곡선을 타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연구 개발 투자가 기술의 성과를 개선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성과 곡선은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투자 수익이 체감하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 포스터는 이와 같이 투자에 따른 기술성과의 변화 패턴이 S자와 유사하다고 하여 이를 ‘S 커브’라 명명하였다.

  • 포스터의 두 번째 이론은 한 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디업가들은 다른 새로운 기술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이 단계에서도 초기의 발전 속도는 더디지만 결국 이륙 단계를 지나면,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게 되고 시장은 새로운 S커브를 타게 된다.
    • 포스터의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S커브와 새로운 S커브 간의 단절 기간이 기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취약 기간이라는 것이다.
    •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은 기존 기술로부터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대게 그러한 기업들은 과거의 성과가 장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기존 기술의 성과가 퇴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진입하는 신기술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 이러다 보면 기존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바탕을 둔 혁신 기업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iPhone 이후 노키아와 블랙베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음
  • 만약 물리적 기술의 진화를 설명하는 지형이 알프스 산과 같은 지형이라면 포스터가 관찰했던 것과 같은 S자 형태의 진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튜어트 카우프만이 얘기한 바 있듯 자전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실험적인 디자인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앞바퀴가 큰 것, 뒷 바퀴가 작은 것, 다양한 방향 조절 손잡이 등
    • 그러나 앞뒤 바퀴 크기가 같은 요즘 자전거가 등장하면서 자전거의 기본 디자인이 급속히 개선되고 성능도 크게 좋아진다.
    • 그 후 자전거 기술이 S커브의 윗부분에 이르고 더는 개선의 여지가 줄어든 채 기본 디자인이 고정된 상태에서 개선 노력이 기어, 경량화 등 부분적인 기술 변화에 국한된다.
    •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경주용, 산악용 자전거가 등장하면서 자전거 기술은 새로운 S커브를 타게 된다.
  • 그러한 과정을 진화를 설명하는 지형, 즉 적합도 지형을 이용해서 살펴보자.
    • 지형의 한 지점을 최초 자전거 디자인을 나타내는 점이라고 하자. 그 점은 또 진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일정한 고도를 가진 지점이라고 하자.

  • 이 점 주변의 지역에는 등장할 수 있는 조금씩 다른 종류의 디자인들이 잠재해 있다.
    • 이 점에 인접하여 있는 지역은 최초의 자전거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을 나타내는 반면, 멀어질수록 디자인은 점점 더 달라진다.
    • 이 자전거의 성능을 개선할 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고 디자인을 변형시켜 성능이 개선되는지 퇴보하는지 실험한다는 것은 최초의 지점으로부터 계곡이 어디인지, 정상이 어디인지를 탐색하는 것과도 같다는 얘기다.
  • 최초 자전거 디자인으로부터 시작해 변화 과정을 본다면 사실 우리가 실험해 보지도 못한 무수한 다른 디자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
    • 이중 많은 것들은 자전거의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은 그렇지 못하였을 것이다. 자전거를 만드는 나쁜 방법의 수는 좋은 방법의 수를 압도하는 까닭이다. —좋은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
    • 그러다 일단 좋은 디자인의 방향을 찾으면 –다시 말해 산의 정점으로 향하는 길을 찾으면– 그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 처음에는 이 길 저 길을 가보고 어느길이 가장 빠른 길인가 찾느라고 그 움직임이 더딜 수 있다. 정상은 항상 멀리 있고, 등산은 산자락에서 시작되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처음 얼마간 헤매다 보면 디자인을 찾게 된다. –예컨대 양바퀴가 똑같고, 후륜 구동의 자전거와 같은– 이는 등산의 원리와 비슷하다.
    • 그후 얼마간 등산은 순조롭고 속도도 빠르다. –당신의 적합도 점수의 상승이 매우 가파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정상에 이르게 한다.
    • 결국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속도는 떨어지고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전과 달리 정상으로 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의 수가 줄어든다. 처음에는 정상으로 가는 길이 수없이 많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등산로의 선택은 줄어드는 것이다.
  • 만약 물리적 기술의 진화 과정을 나타내는 적합도 지형이 완전히 임의적인 것이라면, 기수루 발전 과정에서 S커브와 같은 패턴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수익도 임의적인 것이 되고 만다. 그러한 지형에서는 움직임 자체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와는 정반대로 후지 산과 같이 하나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 단순한 지형이라면, 가장 좋은 자전거 디자인 하나만 존재할 뿐 디자인 간 경쟁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어떤 기어가 더 좋은지 논란의 여지도 없다. 또한 이 경우 하나의 S커브로부터 새로운 S커브로 옮겨 갈 일도 없을 것이고 일단 정상에 닿으면 더는 갈 곳이 없게 된다.
    • 따라서 S커브 현상은 높은 산, 낮은 산 등 여러 산이 어울려 있는 알프스 산과 같은 그런 적합도 지형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파괴적 기술

  • 하버드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은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왜 하나의 S커브에서 새로운 S커브로 옮겨가는 것이 성공적인 대기업에게조차 위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 컴퓨터 하드 디스크 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크리스텐슨은 기술의 조그만 변화도 때때로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 크리스텐슨은 기술이 파괴적이나 아니냐 하는 것은 기술 진보의 급진성보다 기술 변화가 S커브 상에서 어떠한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 만약 새로운 기술이 주어진 S커브 상에서 성과를 급속히 제고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S커브로의 환승을 초래하지 않는 한, 그 기술은 현재 기술 경쟁 관계를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 그러나 신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성과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S커브로의 환승을 요구한다면, 이 기술은 파괴적인 기술이며 산업 구조 자체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 이 상황에서의 기존의 성공적인 기업의 경우 초기 예상 수익이 높지 않은 신기술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최초의 3.5인치 디스크는 느리고 비쌀 뿐만 아니라 저장 능력도 적었다.
    • 신기술이 새로운 S커브를 타기 시작할 즈음 기존 기술을 생산하던 기업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골몰하게 되고 그러다가 망하기 십상이다.
  • 크리스텐슨이 말하는 ‘혁신 기업의 딜레마’는 알프스 산과 같은 기술 진화 지형에서 본 경우와 정확히 일치된다.
    • 하드 디스크 디자인이 14인치에서 1.8인치로 소형화 되는 과정에서 문제는 디스크의 소형화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그러한 소형화를 위해서 여러 관련 부품과 제조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상당히 많은 기계 부품을 전자 부품으로 교체해야 했다. 그러한 변화는 점진적인 것이긴 하짐나 기술 적합도 지형 관점에서는 상당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술 적합도 지형을 편의상 3차원으로 도식화하여 설명하였으나, 기술은 여러 부분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실제 기술의 진화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다차원적 현상이다.
    • 만약 한 디자인에서 5개의 구성 부품을 바꾼다면 이것만 하더라도 5차원의 그림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 기술 적합도 지형에서 ‘거리’라고 하는 것은 변화되는 구성 부품의 수와 각 구성 부품의 변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하드 디스크의 경우와 같이 여러 구성 부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기술 적합도 지형 상에는 큰 변화를 의미한다.
  • 범선에서 증기선으로의 벌전, 경주용 자전거에서 산악용 자전거로의 벌전과 같은 구조 자체의 혁신은 많은 것들이 동시에 변할 때 일어난다.
    • MIT의 레베카 핸더슨과 하버드의 킴클라크는 반도체 장비 산업 연구를 통해 산업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구조적 혁신이 부품 혁신보다 훨씬 파괴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 혁신을 기술 적합도 지형에서의 탐색으로 본다면 포스터, 크리스텐슨 그리고 헨더슨과 클라크 간의 일맥상통하는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즉, 기존 기술로 성공한 기업일수록 기술 접합도 지형에서 새로운 기술로 갈아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어떤 기업이 정상에 있을 때는 다른 정상으로 올라가기보다 밑으로 내려가기가 훨씬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정상으로의 점프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 기업가나 신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 보면 산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길도 많고 도전할 수 있는 정상도 많다.
    • 한편 계곡에서 산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정상에 이르기도 전에 깊은 계곡으로 잘못 빠져 들거나 낮은 봉우리에서 끝나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 그러나 많은 기업 중에 결국 어떤 기업은 정상으로 가는 좋은 길을 찾아내게 마련이다.

과학 혁명: 진화의 재프로그램화

  • 물리적 기술 진화의 특징은 과학적 이론 등에 근거한 연역적 탐색이 임의적인 탐색이나 실험적 추론에 비해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연역적 능력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실제로 실험하기보다– 두뇌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 인류 역사의 99.9%에 해당되는 기간만 하더라도 인간의 연역적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따라서 이 기간동안 앞서 설명했던 연역적 추론 모델은 연역보다는 단순한 실험적 추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인간이 그동안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러한 기술들이 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간의 발명은 천천히 끊임없이 계속되고 늘어났다.
  • 앞서 1장에서 보았듯이 1750년경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이때 물리적 기술 공간이 크게 확대되면서 SKUs의 수도 급증한 것이다. 그것을 촉발한 것은 과학 혁명이었다.
    • 과학 혁명은 1500년 경 이탈리아 르네상스 기간 동안 고전 지식의 부흥과 함께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싲가했다.
    • 자연 현상에 대한 관심은 다빈치, 코페르니쿠스 등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16세기에 더욱 확산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다빈치나 코페르니쿠스는 과학자라기보다는 기술자에 가깝다.
    • 17세기 베이컨의 과학적 방법론이 나오고 갈릴에이가 실험의 역할을 정립하면서 뉴턴, 보일을 포함한 과학자들에 의한 엄청난 발전이 가능하였다. 그 후 과학은 기하급수적인 곡선을 그리며 발전하였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 이러한 과학 발전의 영향으로 인간의 연역적 통찰력은 급속히 성장하였다.
    • 그러면서 ‘연역적 추론’ –연역적 논리와 실험적 추론의 혼합– 에서 앞부분인 연역적 논리 과정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론이 현실에 다 맞는다고 하는 엔지니어가 없듯이, 연역적인 과학 이론이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다.
    •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이론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면서 물리적 기술의 적합도 지형에서 진화가 새로운 정점을 찾을 수 있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 기술 진화는 단순한 은유적 비유가 아니다. 기술 진화는 물리적 기술 공간이 담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는 인간의 연역적 추론의 결과다.
    • 여기에 차별화, 선택 그리고 복제과정의 성격은 생물적 진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진화 과정이다. 이는 물리적 기술의 진화가 다른 진화의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적 진화의 법칙을 따른다는 얘기다.
    • 따라서 물리적 기술의 진화 또한 달느 경우와 같이 혁신은 또 다른 혁신을 촉진한다든지 기술 변화가 이른바 단속 균형을 나타낸다든지 하는 행태를 보인다.
    • 그러나 물리적 기술 진화의 특성은 인간 사회의 시스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서, 우리 스스로가 진화의 탐색 알고리즘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과학의 발명은 인류로 하여금 물리적 기술 공간을 매우 빠르게 탐색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이로 인한 산업 및 정보 혁명은 우리 사회와 지구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 인류의 시작에서 우주 시대에 이르는 긴 여행을 한 우리는 이제 다시 우리의 유인원인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볼 것이다. 물리적 기술이란 인류 생활의 반쪽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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