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경제적 진화: 빅맨에서 시장으로

  • 진화의 일반적 모형에서 나오는 점검표를 가지고 점검을 해보면 지금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을 갖춘 하나의 완전한 모델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즉, 경제적 진화를 위한 디자인 공간(스미스 도서관), 이런 디자인들을 코드화한 도식(사업 계획), 그러한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일단의 요소들(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식별자들(경영 팀), 진화적 경쟁이 일어나는 환경(시장) 등을 이미 정의한 바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 첫째,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 상호작용하는 주체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 생물학적 진화의 경우에는 생물 개체들이 상호작용의 주체가 된다. 생물 개체들 상호 간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생존하고 사멸하는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존과 사멸’이란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을 의미하는가?
  • 둘째,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의 단위가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 생물학적 진화의 경우, 선택은 유전자 단위에서 일어난다. 경제적 진화의 경우는 어떠한가?
  • 위 두 질문은 진화 경제학에서 오랜 논의와 토론의 대상이었다. 복잡계 경제학의 전체적인 틀과도 맞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전개해 온 진화의 관점과도 일치되는 시각을 여기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 우리의 모형이 완성되면 시장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1750년경 –산업 혁명, Industrial Revolution– 을 시작으로 대거 출현한 새로운 경제 활동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비유할 수 있음–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장에서 논의하겠지만 부 자체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은 생존과 사멸을 거듭한다.

  • 진화의 일반적인 모형에서 도식은 상호작용자의 구조를 결정한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DNA 도식은 상호작용자의 역할을 하는 유기체를 코드화 한 것이다.
    • 마찬가지로 사업 계획도 경제 시스템에서 하나의 도식으로서 사업의 구조를 코드화한 것이다. 결국 경제에서 상호작용자는 사업이고, 생존하고 사멸하는 것도 다름 아닌 사업이다.
  • 그러면 사업이란 무엇인가? 경제적 개념인 사업과 법적 실체이자 하나의 사회적 기술로 볼 수 있는 기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에 대한 정의를 원용하면 사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사업이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하나의 상태에서 또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 개인 혹은 다수가 조직화된 그룹이다.’
    • GE와 같이 다국적 회사인 경우 사업과 기업의 구분이 매우 쉽다. GE는 단일 기업 법인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조명, 미디어,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한편 소기업은 대부분 단일 업종 기업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18번가의 신문 잡지 가게’는 단일 업종의 기업이다.
    • 따라서 우리는 기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이란 한 개인 혹은 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단일 혹은 다수의 사업을 말한다.’
    • (저자는 사업을 기업이 하는 행위 개념이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는 하위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 현대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기업은 다양한 법인체로 되어 있다. 개인 기업, 합작 기업, 주식회사 등.
    • 공식적인 사회 기술적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해리는 손도끼 제조업을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그 기업의 단일 사주다.
    • 야노마모 족의 사냥꾼들은 수렵 사업을 관리하는 일종의 합작 기업이라 할 수 있다.
    • GM사가 하나의 기업인 것도 GM의 다양한 사업들이 궁긍적으로는 같은 주주에 의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본다면 진화 시스템에서 상호작용자는 기업이 아니라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그 용어가 말해 주듯 상호작용자는 진화 시스템에서 서로 간에 그리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환경의 선택 압력에 서로 다른 성공률을 보여 주는 그런 단위다.
    • 단일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기업과 사업의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기업과 사업은 사실상 동일체가 된다. 18번가 신문 잡지 가게의 사업이 망하면 그 기업도 망하는 것과 같다.
    • 반면 GE의 경우 여러 사업체가 모여진 것이기 때문에, GE 플라스틱 사업이 망한다고 해서 GE가 망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경우 GE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긴 하겠지만, GE는 다른 사업을 운영하면서 계속 살아 남을 것이다.
  • 그 다음으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업과 개별 제품 혹은 서비스와의 차이다.
    • 예컨대 GE 플라스틱 사업부가 하나의 사업이냐 아니면 그 자체가 ‘렉산’, ‘노릴’ 등과 같은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하나의 기업 같은 조직이냐 하는 논란이 가능하다.
    • 다시 말하지만 사업의 핵심적 특성은 바로 상호작용의 거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과 제품 혹은 서비스 상품을 구별할 떄는 고객, 경쟁자, 사업 지역, 관련 기술, 공급자 등 상호작용의 대상이 일치하는 가를 살펴 보아야 한다.
    • 앞선 신문 잡지 가판대를 신문 사업, 우유 사업 등을 취급하는 복합 사업 기업이 아니라 단일 사업이라고 한 것은, 대게 우유와 신문을 사는 고객은 같고 다른 가판대와 경쟁하여 시장에서의 상호작용이 제품보다는 상점 단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 반면 제약 회사는 심장약 사업, 암 치료제 사업 등을 가질 수 있는데, 이때 이들 사업들은 각기 고객, 경쟁자, 기술이 다르다.
  • 이러한 구문에는 주관성이나 모호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과 제품의 구성 요소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결국 이에 대한 구분은 경영 책임자에게 맡기는 것이 현실적이고 경험론적인 판단이 아닌가 싶다.
    • 따라서 경제적 진화에서 상호작용자는 기업이 규정하는 사업 단위라고 할 수 있다. 렉산이 사업 단위냐 제품이냐 하는 것은 GE의 경영자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접근법은 제품과 사업의 경계에 대한 동태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환경이 바뀌고 기술, 고객, 경쟁자가 변하면 이에 따라 경영자는 사업 단위를 재평가하고 사업 단위의 경계를 재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단위

  • 사업이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 적자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상호작용자라고 해서 생물계에서 진화의 선택이 생물 개체 단위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사업이 바로 진화 과정에서 선택의 단위라고는 할 수 없다.
    •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확실히 알려면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단위로 내려가야 한다.
  • 우리는 앞서 ‘복제를 잘하는 자가 복제한다’는 진화의 법칙을 설명한 바 있다. 진화의 일반적인 법칙에 따르면 선택 단위는 생존과 복제를 위해 상호 경쟁하는 개체들의 ‘특질’을 코드화한 도식의 조각들이다. 생물의 경우 도식의 구성 단위들은 유전자들이다.
    • 예컨대 어떤 특정한 유전자 군이 다른 유전자 군에 비해 유기체가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더 좋은 위장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도록 했다면 그 유전자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환산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의 단위는 무엇인가? 진화의 일반적 모델에서 선택 단위가 도식의 조각들이라 한다면 경제적 진화에서 그건 사업 계획의 구성 단위들임이 분명하다.
    • 그러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느 정도 세분화하여 보아야 할 것인가? 예컨대 선택의 단위가 판매 전략인가? 아니면 제품과 관련한 물리적 기술인가?
  •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례에서 경쟁에서 성공한 사업의 다른 점이 무엇이엇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 만약 점포의 형태 때문에 보더스 서점이 반즈앤드노블 서점의 시장을 일정 기간 잠식 했다면 그 상황에서는 점포의 형태가 바로 선택의 단위였다고 할 수 있다.
    • 만약 재고 관리 시스템이 사업의 성패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면 이는 진화의 선택 단위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물론 언제든 재고 관리 시스템도 진화의 선택 단위가 될 수 있다.
  • 결국 선택의 단위라는 것은 환경이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순환 논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적합도 함수라는 것은 극도로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가변적이다.
    • 사전적으로 아무도 무엇이 선택될지 알 수 없다. 단지 뒤돌아보고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선택의 단위는 시간이 지난 다음 경험적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 (사실 같은 진화 매커니즘으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적인 예측은 아무 의미가 없다.)
  • 생물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사후적, 경험적 방법 외에는 선택의 단위를 알 방법이 없다. 유전자의 정의도 똑같이 모호하다.
    • ‘긴 다리’와 같은 어떠한 특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다리를 길게 만드는 DNA의 어떤 배열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긴 다리’라는 특질만은 코드화한 구체적인 DNA 배열이란 것은 없다.
    • DNA는 단순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촘촘히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망에 더 가깝다. ‘긴 다리’라는 특질은 잠재적으로 유전 가능한, 예컨대 뼈의 성장을 다스리는 호르몬, 근육의 생성 절차 등과 같이 상호작용하는 일단의 구성 모듈들로 이루어진다.
    • 그리고 그런 모듈들 또한 하위 모듈들로 이루어지고, 그런 식으로 내려가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개별 단백질 그 자체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듈들은 동시에 다른 특질을 규정하는 과정에도 관련될 수 있다.
  • 따라서 생물학자들도 유전자를 판별하기 위해 사후적, 경험적 방법에 의존한다.
    • 예컨대 어떤 질병은 특정 단백질의 결핍이 원인이라 하자. 과학자들은 그 단백질의 결핍 원인이 되는 DNA 배열을 찾아서 그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과학자가 발견한 DNA의 특정 배열은 그 질병 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매커니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따라서 ‘유전자’라는 것은 DNA를 따라 흩어져 서로 차별적인 생존과 번식의 기반을 제공하는 유전적 특질을 코드화한 도식의 구성 단위에 대한 하나의 편의상 명칭에 불과하다.
  •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 단위를 식별하는데도 앞서 논의한 것과 유사한 실용적, 경험적 접근법을 쓸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모듈’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모듈’은 과거에 제시되었거나 아니면 미래에 제시될 수 있는 사업 계획의 한 구성 요소로서, 경쟁적 환경에서 다수의 사업들 중 선택의 근거가 되는 부분을 말한다.
  • 모듈을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내가 한 사업의 관리자라면 그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 예컨대 판촉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고객 서비스 과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며, 새로운 비용 통제 기준이나 제품 개선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것이든 사업의 성과를 차별화하는 기반이 된다면 이를 모듈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사업 계획 중 그러한 활동을 코드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듈을 식별할 수 있다. 컨설팅 전문가나 경영대학 교수들, 그 바닥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사업에서 모범 사례를 찾고 이를 확산하는데 힘을 쏟는데, 바로 이 모범 사례라는 것이 실상은 모듈이다. –실패 사례도 모듈인데, 단지 적합한 것이 아닐 뿐이다.
    • 이들은 과거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을 찾기 위해 기업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 하거나 설명 자료로 만든다. 즉, 이것들을 도식으로 코드화 한다.
    • 그러고는 이를 코드화된 도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경영 팀으로 넘긴다.
    • 경영 팀은 그러한 사례를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얻을 목적으로 경영 조직에 적용하는 시도를 한다. 즉, 선택의 단위로서 활용한다.
  • 모든 정의가 그렇듯 이 경우에도 주관과 개인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사업들 간에 성과 차이가 나는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15장에서도 보겠지만 과거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모범 사례가 반드시 미래에도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법은 없다.
    • 그럼에도 진화적인 선택은 사업 계획 전체는 아니지만 사업 계획의 일정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선택의 단위에 대한 질문은 경제학과 생물학 모두에서 여전히 논쟁과 연구의 주제가 되고 있다.
    • 지금까지 경제 시스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에서 선택의 단위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적 제안이 있었다. 예컨대 경제 시스템의 경우 리처드 넬슨과 시드니 윈터의 ‘일상적인 과정’, 사회 시스템의 경우 리처드 도킨스의 ‘생물의 유전자처럼 재현 모방을 반복하는 사회 현상’의 개념, 혹은 로버트 보이드와 피터 리처슨의 ‘문화적 변이’ 등이 그런 것들이다.
    • 이러한 개념은 각기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며, 모듈의 개념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로부터 도출한 것이다. 여기서 모듈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는 목적은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일반적인 진화 모형과의 일관성을 확보하면서 나아가 경제적 관점에서 ‘도식’, ‘상호작용자’, ‘선택의 단위’ 간의 구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전략이라는 접착제

  • 모듈이라는 용어는 사업 계획이 여러 가지 모듈의 혼합체이고 이들 모듈을 조립하여 여러 가지 사업 계획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 실제로 기업의 사업 계획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대게 담고 있다. ‘시장 환경’, ‘전략’, ‘제품 및 서비스’, ‘운영’, ‘마케팅과 판매’, ‘조직’
  • 사업 계획의 각 구성 요소는 또 세부, 세세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예컨대 화학 분야 사업 계획에는 항공 산업용 신재료인 특수 탄소 섬유의 생산 공급과 관련된 제품 모듈이 있을 수 있다. 그 모듈은 탄소 섬유를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물리적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 마찬가지로 마케팅 및 판매 부문의 경우 영업망을 활용하여 탄소 섬유를 판매하는 모듈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 모듈과 달리 이 모듈은 영업 사원의 조직, 관리 및 동기 부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적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 그러므로 사업 계획은 개별 단위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결합된 모듈 –부문 계획– 들이 다시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 15장에서 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논의하게지만 여기서 전략은 어떤 주어진 여건 하에서 모듈들이 어떻게 결합되어야 이익이 더 많이 날 것인가에 대한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 예컨대 어떤 기업가가 전자 장치에 대한 기술을 애플에서 빌려오고, 인터넷 판매 기술을 델에서 빌려와서 자기가 스스로 고안한 상품 디자인과 결합하여 돈을 버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 그는 사업 계획을 만들고 이 계획서를 벤처 캐피탈에게 가져가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계획서는 새로운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전략이라는 우산 아래서 결합되는 만남의 장소와도 같다.

차별화: 기업가에서 관료까지

  • 앞 장에서 우리는 연역적 추론이 어떻게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공간에서 차별화의 매커니즘을 만들어 내는지 보았다. 사업 계획도 이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업의 운영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을 합리적으로 도출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그러나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설명한 것처럼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시험을 거쳐 제대로 된 것만을 취하는’ 방법 밖에 없다.
  • 사실 엄청나게 다양한 사업 계획이 항시 실험에 옮겨지고 있다. 예컨대 보다폰의 제 3세대 이동 서비스, BP의 러시아 사업 탐색, 볼리비아 커피숍의 커피 원두 교체 등 수도 없이 많은 사업 계획들이 실험되고 있다.
    • 그러므로 사업 계획 공간에서 연역적 추론은 진화적 선택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대안 혹은 대안의 과임신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성공적인 사업 계획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보다는 기예에 가깝다.
    • 그러므로 생물의 경우처럼 진화의 과정이 완전히 관측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성공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판별하는데는 연역적 추론 가운데서도 연역적 논리보다 실험적 추론이 훨씬 유효할 수 있다.
  • 다양한 기업가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전혀 새로운 사업 계획을 들고 나오는 혁신적인 기업가가 있다. 기업가적 의사 결정은 연역적 추론의 형태를 띠고 있다.
    • 즉, 기업가는 다양한 사업 계획의 모듈을 새로운 방법으로 뒤섞거나 새로운 물리적 기술 혹은 사회적 기술을 도입, 가미하여 새로운 사업 계획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다.
    • 실제로 홈 데포 창업자들은 도시 근교의 대형 소매 매장 형태를 취해 자가 조립식 건축 자재상과 결합하여 성공적인 사업 계획을 만들어 냈다.
  •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기업가를 중세의 기사에 비유하여 자본주의의 영웅으로 칭송한 바 있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가만이 아니라 중간관리자도 영웅이 될 수 있다.
    • 중간관리자도 담당 사업 활동을 합리적으로 기획하고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고려하여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연역적 추론 방법을 활용한다는 점은 기업가의 경우와 다를게 없다.

선택: 통치자 대 시장

  • 유사 이래 인류는 두 가지의 경제적 선택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즉, 통치자와 시장이다.
  • 초기 경제에서 선택의 과정은 명료하였다. 즉, 살아남는 것 자체가 바로 선택되는 것이었다.
    • 만약 물리적 기술 –예컨대 활과 화살– 과 사회적 기술 –예컨대 사냥모임– 을 어떤 전략 –예컨대 강변에서 영양을 사냥한다– 하에 결합하는 사업 계획에 성공하였다면 사냥하는데 쓴 칼로리보다 사냥감으로부터 얻는 칼로리가 더 많았을 것이다. 이 남은 칼로리는 아이들을 먹인다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 칼로리 측면에서 수지 맞은 이 사업 계획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더 복제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산되어 다음 세대들이 채택하게 된다.
    • 이와 반대로 다른 사업 계획의 칼로리 수익이 신통치 않았다면 다른 성공적인 계혹에 자원을 점점 뺏기게 되고 결국 그 사업을 따르던 사람들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도태되고 말 것이다.
  • 그러나 사회와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선택의 과정도 매개 단계가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선택이 중요해지는 등 과거와 달라졌다. 진화적 선택과 사회 간의 마찰이 처음 일어난 것은 어느 날 통치자가 ‘이 기름진 옥토를 아무개 –농사 잘 짓는– 에게 줄 게 아니라 나의 셋째 부인의 사촌 –농사 못 짓기로 유명한– 에게 주자’라고 했을 때였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한 지가 경제나 정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 불량 사업 계획을 우수한 사업 계획 보다 더 선호하는 의사 결정은 생존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만약 통치자가 이러한 결정을 과도하게 반복하면 부족이 망하거나 반란이 일어나 통치자가 쫓겨날 수도 있다.
    • 그러나 한 사회가 생존의 단계를 넘어서면서 특히 사회가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선택 과정의 사회적 왜곡은 그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더욱 심화 되었다.
  • 만약 한 부족이 대체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고 통치자의 실정, 부패 혹은 무능이 극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부족이 얼마나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 로버트 라이트가 지적한 대로 경쟁은 이러한 상황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발동한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면서 옛 통치자를 끌어내린다. 그러나 새로운 통치자가 과거의 통치자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
    • 그러므로 사업 계획의 선택 과정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것은 진화의 과정을 지체시키는 것과 같다. 극한적인 상황에서 통치자들이 경제적 진화를 정지시키고 국민들의 생존이 궁핍하나마 유지될 수 있다면 그러한 진화의 정지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 사업 계획의 선정에서 통치자 –빅맨– 가 개입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치자는 적합도 함수 자체를 왜곡시킨다. 진화 알고리즘의 특징 중 하나가 어떠한 적합도 기준이 주어지든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 통치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에서 적합도의 기준은 그 사회 전체의 부를 증진하는게 아니라 통치자의 부의 권력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국민의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연역적 실험 능력은 온통 통치자를 즐겁게 하는데 집중되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샤토 –성– 에서 러시아의 에르미타지 –궁전– 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거대한 저택과 궁전도 통치자의 부라는 적합도 함수를 최대화하기 우한 경제적 진화의 소산이다.
  • 통치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인간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고대로부터 존재하기도 하였지만 또한 근대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 자유 시장은 도끼와 고기를 교환한 이래 쭉 있어 왔지만 제대로 조직화된 시장이 등장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 오늘날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시장이 처음 나타난 것은 비옥한 반원 지역 –팔레스타인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지역– 에 정착 농업이 시작되고 기원전 7,000~5,000년 경 우르와 바빌론 같은 도시가 형성된 때였다.
  • 전통 경제학의 큰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시장의 선택에 따라 적응하면 그것이 바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복지를 향상시키게 된다는 점을 놀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 통치자 경제에서 사업은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죽고 산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는 고객의 제품 선호도와 수요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통치자 경제에서는 통치자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쪽으로 자원 배분이 일어나지만 시장 경제에서는 경제적 효율이 극대화 되는 방식으로 자원이 배분된다.
  • 사실 역사상 모든 경제는 통치자 경제와 시장 경제의 혼합체 였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통치자가 사업 계획의 성패를 결정하였고, 시장은 부차적인 혹은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여왔다.
    • 경제학자인 윌리엄 보몰은 봉건 유럽의 지배자들이 당시 경제적 생산의 80% 이상을 통제하였던 것으로 추정하였다.
    • 통치자와 시장 간에 있던 그러한 세력 균형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약 300년 전의 일이다.

시장 경제에서 진화의 선택

  • 통치자 경제에서 선택은 간단명료하지만 시장 경제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시장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시장이 사업 계획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시장 경제에 빅맨 같은 계층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를 맑스나 요즘의 반세계화 세력들이 주장하듯 자본주의 사회에는 악덕 자본가, 기업 총수, 자기 뱃속만 채우는 기업주도 있다. 현대 대기업의 조직도를 보면 소위 통치자들의 계층 조직과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려면 자기의 사업 계획이 시장에서 다른 대안들보다 선호되어야만 가능하다.
  • 시장 경제의 사업 계획 선택 시스템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 대부분의 경제적 의사 결정은 계층 조직, 특히 기업 계층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업 역사 전문가인 알프레드 챈들러는 1970년대 기업의 계층 조직이라는 ‘보이는 손’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기업 계층 조직의 맨 위에는 아주 얇지만 매우 중요한 단계가 있는데, 거기가 바로 기업 계층 조직이 시장과 만나는 곳이다. 시장 경제는 진화를 위해 경쟁하는 기업 계층 조직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 앞서 연역적 추론을 통해 사업 계획이 선별되는 것에 대해 살펴 보았는데, 여기서는 시장이라는 상황에서 차별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거쳐 사업 계획이 선택되는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 대기업 사업부를 맡고 있는 고위 임원이 자기 사업부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사업 계획의 수정을 고려 중이라고 하자.
    • 그 첫 단계로 그가 생각하는 일은 사업과 관련된 여러 대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산 라인 A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서비스 B를 출시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의 생산비 절감 혹은 조직 개편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들 각 대안으르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사업 계획서 상의 특정 모듈들을 수정해야 한다. 이런 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그 임원은 자신의 모든 인지 능력을 동원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연역적 사로를 통해서, 어떤 대안은 유추나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경우는 모방을 통해, 그리고 어떤 대안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 사업부의 책임자가 대안을 도출하면 그중 어떤 대안이 가장 좋은 가에 대한 판단을 위해 고민하게 된다. 대안을 대략 몇 개로 압축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가서 다시 추가적인 아이디어 도출과 시험 과정을 거치게 된다.
    • 동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그것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고 난 다음 그와 직원들은 대안을 다시 수정 보완하여 이들 대안에 대한 가상 시험을 해볼 것이다.
    • 예컨대 실행 모델을 작성하고, 시험 가동을 해보고, 비용 분석을 하고, 판매 전망에 대한 연구 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그후 각 대안은 관련 팀들의 평가를 처기고 그 대안들은 회사 본부의 고위급 인원 회의에서 토론과 평가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사업부 책임자는 한두 개의 대안을 최종 선정하고 최종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사업 계획에 추가, 수정하게 된다. 사업 계획이 수정되면 여러 현실적인 변화가 뒤따른다. 예산과 인력이 재배분되고 제품이 바뀌거나 영업 전략이 바뀔 수 있다.
  •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면 시장이 판단할 차례가 된다. 매상이 늘거나 줄 수도 있고, 이익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한 반응을 시장으로부터 받게 된다.
  • 그러나 이런 과정이 가시적이고 정해진 형식을 따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안의 도출, 시험, 선택이라는 반복적 과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반복 과정은 개인의 생각 속에서 시작되어 조직 차원으로 확산되고 이를 통해 실행의 단계로 들어간다.
    • 따라서 대안 선택은 여러 단계에서 일어난다. 즉, 개인의 사고 모델에서, 조직의 계층 구조 내에서,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선택이 이루어진다.

복제: 성공의 확산

  • 진화 알고리즘의 마지막 단계는 복제다. 생물의 진화에서는 복제가 세포의 분열이나 짝짓기에 의해 일어난다. 한 생물체의 생존과 번식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바로 복제의 대상이 된다.
    • 그러므로 복제 효과를 장기적으로 보면 적합한 유전자는 모집단에서 출현 빈도가 크게 늘어나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빈도가 줄거나 사라진다. 생물계에서 빈도는 개체의 전체 모집단에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로 측정한다.
    • 이와 같은 유전자의 출현 빈도수를 측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상호작용자 –예컨대 인간– 들이 전체 상호작용자 모집단에서 특정한 선택 단위 –예컨대 파란 눈동자– 를 보유하고 있는가 –예컨대 20%– 를 조사하는 것과 같다.
  • 이러한 측정 방법을 경제에 적용한다면 전체 사업 중에서 어느 특정 모듈을 포함하고 있는 사업이 얼마나 되는가를 조사하는 것과 같다.
    • 그러나 이 측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거의 모든 생물 종에서 상호작용자의 크기는 큰 차이가 없다. 성인의 키는 1m-2.5m 사이에 있고 그 차이라는 것이 10배 미만이다. 그러나 경제에서 상호작용자의 크기는 구두닦이 사업과 대형 정휴 사업과 같이 10억 배에 이를 수 있다.
    • 그러므로 다섯 개의 구두닦이 가게에서 복제되는 모듈과 다섯 개의 대형 정유회사에서 복제되는 모듈은 그 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어떻게든 설명할 필요가 있다.
  • 생물계에서 출현 빈도라는 것이 축약된 기본적인 측정 단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퍼센트의 개체들이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는가를 묻는 대신 동일하게 그 종의 생물 총량에서 몇 퍼센트가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다.
    •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서 본다면 후자가 더 사실에 근접한데, 후자의 경우 한정된 화학 및 에너지 자원 중 몇 퍼센트가 특정 유전자의 통제 혹은 영향을 받고 있는가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물론 생물 개체당 평균 생물 총량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출현 빈도 혹은 모집단에서의 비율 등은 편의상 대리지표로 볼 수 있다.
    • 따라서 ‘인간이라는 생물 총량 중에서 몇 퍼센트가 파란 눈동자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는가?’ 하고 묻더라도 대답은 똑같이 ’20퍼센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원 중의 비율이라는 관점은 컴퓨터에서 레고블록까지 여러 다른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화와 관련하여 그 기질에 상관없는, 다시 말해 기질 중립적인 우리의 접근법과도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지금부터 ‘자원 중의 비율’이라는 접근법을 가지고 복제 성공을 측정해 보자. 다시 말해 적합도 관점에서 사업 계획 모듈의 영향을 받는 자원들 중의 비율로 복제 성공을 측정해 보자. 여기서 자원이란 돈, 사람, 공장, 장비 혹은 무형의 자산 –브랜드 인지도, 기술 지식, 고객 관계– 까지도 포함된다.
    • 즉 자원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고 이를 얻기 위해 기업이 경쟁하는 그러한 것을 총칭하는 것이다. –‘자원 중의 비율’이라는 접근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원 기반의 기업론’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16장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 그리고 현재 우리가 말하는 측정은 단절된 것이 아닌 연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사업 계획 모듈은 복제된다기보다는 확산 내지 증폭 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특정 사업 계획 모듈이 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진다면 그 사업 계획 모듈은 사업 계획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 이제 우리는 선택에 대한 논의를 좀 바꾸어 어떻게 성공적인 사업 계획 모듈이 확산되고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지에 관해 살펴 보기로 한다.
    • 첫째, 가상 사업 책임자의 머리속으로 들어가보자. 그 책임자는 자기 사업 계획에 대한 여러 대안을 고려하면서 자기가 성공할 것으로 믿는 모듈을 정하고 이를 선택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모듈을 실행하면서 거기에 사람, 돈, 그리고 다른 자원을 투입한다.
    • 따라서 그가 선택한 그 모듈은 더욱 확산되고 가용 자원도 늘어나게 된다. 그가 고려는 해보았지만 채택하지 않은 다른 10개의 대안은 자원을 받지 못한 채 최소한 그의 사업부에서는 사멸되고 만다.
    • 그 후 매출이 늘고 이윤이 증가하는 등 그의 사업 계획이 상당히 고무적인 초기 성과를 보였다고 하자. 회사 고위 임원들은 이에 감복하여 그와 같은 모듈을 채택하고자 할 것이다 –예컨대 새로운 판매 전략–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돈 그리고 자원이 그 모듈을 실행하는데 투입되어 그 모듈은 더욱 확산되는 것이다.
  • 몇 달 후 그의 경쟁자가 사업 계획이 변한 것을 알고 이를 모방하면 이 모듈은 더욱 확산되어 다른 회사에서의 자원도 끌어들이게 된다. 그 모듈의 성공으로 이 두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은행이나 자본 시장으로부터 더 많은 자원이 이들 회사로 모이게 되고 그 모듈의 영향은 더욱 확산된다.
  • 결국 그 사업 책임자는 그 모듈을 채택하지 않은 조그만 기업을 매입하기로 한다. 매입 목적은 그 모듈을 적용할 기회를 확대하고 그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 새로 매입한 기업에 그 모듈을 적용하고 따라서 모듈의 영향은 더욱 확대된다.
    • 즉, ‘복제를 잘하는 생물이 복제된다.’는 생물학에서의 말과 같이 경제에서는 ‘확산을 잘하는 자가 확산된다.’는 말이 성립된다.

경제적 진화의 핵심

  • 사업 계획이라는 것은 그 내용을 식별하고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추진할 수 있는 지침서들이다.
    • 이 지침서는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전략적으로 결합하여 사업 모듈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설명한다.
    • 여러 사업 계획들은 이익을 낼 잠재력이 있는 사업을 찾는 사람들의 연역적 추론에 의해 걸러지고 선별되는 과정을 거친다.
    • 이러한 선별 과정에서의 실험은 생물 세계에서의 진화와 같은 완전한 임의적인 차별화와는 다르지만 진화의 선택이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과임신 수준의 사업 계획들을 대상으로 한다.
  • 선택의 과정은 개인적인 차원의 시뮬레이션에서 그룹 차원의 문제 해결 실험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쳐 일어난다.
    • 사업 계획들이 조직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따라 걸러지면서 선택은 계속된다. 그러나 일정 단계에 이르면 선택된 계획이 마침내 실행되고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장의 몫이다.
  • 성공적인 모듈은 보다 많은 자원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보상을 받는다. 모듈의 성공은 두 단계에서 결정된다.
    • 첫째는 사업 계획이 조직 내부에서 선택되는 단계로서, 이때 사업 계획의 실행을 위해 사람과 자원이 배분된다.
    • 둘째는 모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는 단계로서, 이때는 더 많은 자원이 고객과 자본 시장으로부터 흘러 들어오게 된다.
    • 이것이 바로 적자를 걸러내는 과정이다.
  • 사업 계획의 과임신 현상은 실행 단계에 들어가는 선택들에 비해 그 전에 훨씬 많은 선택이 고려된다는 것이고, 시장에서 성공으로 판정 받는 선택들과 비교해 볼 때 실행 단계에서 훨씬 많은 선택들이 시도된다는 의미다.
  • 진화의 선택 과정이 일어나면서 승자는 더 많은 자원을 향유하게 되는데, 이러한 진화는 매우 동태적인 과정으로서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승자가 된다는 법이 없다. 그래서 진화의 과정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새로운 모듈이 부침하면서 사업은 흥하거나 망한다. 그러면서 시장의 수요에 맞게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 진화 알고리즘의 기본적인 구조 외에는 경제적 진화와 생물적 진화 간에 특별한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예컨대 생물의 진화에서 선택 단위는 세대 간의 ‘하향식 개량’이라는 패턴을 따르는 반면 경제적 진화에서는 제각기 다른 사업 계획을 두고 수평적인 선택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경제적 진화도 진화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며 다만 그 패턴이 다를 뿐이다.
    • 인간은 두뇌를 활용하고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 인간이 개입되어 있는 경제 시스템에서의 적자 선별과 선정 과정이 생물계에서와 같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우 다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 저자가 제시한 진화의 이론적 틀은 시장, 화폐, 사유 재산, 주식회사 혹은 문자와 같은 사회적 기술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떻게 도끼를 더 많은 고기와 교환할 것인가 하는 유인원 ‘해리’의 선택 과정이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다국적 대기업 임원의 선택 과정이나 본질적으로는 다를게 없다는 뜻이다.

시장 예찬의 또 다른 이유

  • 전통 경제학자들이 모두 의견을 같이 하는게 있다면 그것은 시장의 우월성이다. 물론 시장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 효율성에서 이를 따를 시스템은 없다.
    • 이러한 결론은 일반 균형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서, 20세기 냉전 시대 이데올로기 논쟁의 핵심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핵심 논거가 되고 있다.
    • 진화론적인 경제관도 시장이 우월하다는데 다름이 없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르다.
  • 전통 경제학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사회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문제는 현실에서 균형 상태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시장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 우리의 논리 구조를 따르면 시장을 진화를 위한 탐색 메커니즘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시장은 사업 계획의 선별을 위한 ‘연역적 추론’이 일어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 그리고 시장은 사회 구성원의 광범위한 수요를 반영하는 적합도 함수와 선택 과정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선택된 사업 계획으로 자원을 몰아 주어 승자는 더욱 번성하게 하고 패자는 도태시키는 역할을 한다.
  • 간단히 말해 시장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오겔의 제 2법칙’, 즉 ‘진화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 통치자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지적이고 자비롭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적합도 지형에서 적합도가 가장 높은 정점을 찾아가는데는 진화의 알고리즘을 당할 수 없다.
    • 따라서 시장이 명령, 통제보다 우월한 것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불균형 상태에서 기술 혁신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그들 역시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이 효율적이며 통치자에 의한 배분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자들은 균형 상태에서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라고 보는 반면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효율성을 상대적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완벽한 효율이라는 이상적인 상태는 실제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시장의 불균형성 때문에 그런 효율적인 상태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열역학적으로 100% 효율적인 자동차란 없다는 것이다.
    • 시장이 자원 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신화 같은 전체적인 균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분산 처리 시스템과 같은 시장의 계산 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은 려러 신호 주에서 적합한 신호를 적합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 실증적 기록을 보더라도 시장이 진화 메커니즘으로서 매우 성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이 말하였듯이 자유로운 시장들은 역사적으로 혁신 제조기였다.
    • 현실에서 통치자 경제 하에서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디자인된 SKUs가 얼마나 있는가? 아주 소수의 예외 말고는 대부분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혁시은 시장 경제의 산물이다.
    • 소련의 항공기 디자인 등과 같은 통치자 경제에서의 혁신은 주로 경제적 동기보다는 군사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 물론 그렇다고 시장 경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부유한 자본주의 사회는 소득 격차, 환경 파괴, 에이즈와 같은 보건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사회의 과도한 물질주의가 국민을 반드시 행복하게 한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나 통치자의 경제는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메타 혁신: 다시 보는 1750년

  • 책의 시작 부분에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인류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건은 1750년경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폭발적인 부의 증가와 경제의 복잡성 증대다.
    • 우리의 진화 이론적 틀을 활용하면 당시 무엇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일어난 일련의 사회적 기술의 혁신은 경제적 진화 자체를 엄청나게 가속화 시켰다.
  • 11장에서 과학 혁명, 즉 첫 번째 메타 혁신을 논의한 바 있다. 1,500년 전 인간의 지식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축적된 것이다. 그러다 과학의 출현으로 물리적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탐구 노력은 가속화하였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있어서 합리적인 연역과 실험적 사고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 두 번째 메타 혁신은 시장의 조직화와 함께 일어났다. 시장 경제의 발전은 빅뱅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2세기에 걸친 사회적 기술의 진화 결과다. 이러한 진화의 핵심 동인은 영국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미국 혁명을 들 수 있겠다.
    • 1509~1547년 동안 영국의 헨리 8세는 절대 권력자였으나 1세기 동안 민중 봉기와 개혁을 거쳐 1690년에 이르면 영국은 입헌 군주국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때 국가 재정권이 의회로 넘어갔고 통화 관리를 위해 영국 중앙은행이 설치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법치주의의 정착과 사유 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제도도 도입되었다.
    • 이와 같은 사회적 기술의 본질적인 변화는 그 후 수세기에 걸친 사회 변화, 즉 봉건적, 계급적, 통치자 중심의 사회로부터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였고, 이에 따라 상인 계급의 부상, 경쟁적인 민간 부문의 성장, 자본 시장의 출현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 그때까지도 다른 유럽 국가들은 하향 통제식 경제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나라에 따라 어느 정도 제도 개혁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북유럽에 시장 경제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바람이 유럽 대륙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 1776년에 시작된 미국 혁명은 시장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두 번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역사가 폴 존슨에 의하면 영국의 식민지 정책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매우 달랐는데, 하향 통제식으로 경제를 관리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과 달리 영국은 식민 통치에 필요한 군사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유가 없었다. 영국은 항시 유럽 대륙과의 복잡한 관계 관리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영국령 미국 식민지는 대개 독립적인 농부와 상인이 분산되어 사는 정착지로 발전하였다. 초기부터 영국의 북미 식민지는 무역의 자유, 생각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 그야말로 자유로운 곳이었다. 영국의 식민 당국이 억압하려고 하면 주민들은 억압을 피하기 위해 더 먼 곳으로 이주해 버렸다.
    • 따라서 1776년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 새로운 국가 미국은 이미 한 세기의 경제적 자유를 경험하였고 1인 통치가 불가능한 평등한 대중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미 미국에는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미 미국은 자유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1700년 미국의 GDP는 영국의 5%에 불과하였으나, 1775년 40%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존슨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의 하나’라고 평가하였다.
  • 18세기 말 미국, 영국 그리고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시장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기술이 터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시장 경제라고 말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예컨대 은행 제도는 매우 원시적인 단계에 있었고 주식회사 제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계획의 선택 과정에서 통치자의 자리는 사라지고 기업가 정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 또한 이 지역에서 과학도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 지역이 산업 혁명의 중심지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19세기와 20세기를 통해 과학은 엄청난 물리적 기술을 창출하였고, 시장은 이러한 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사업 계획의 진화를 촉진하였다. 물리저거 기술, 사회적 기술 그리고 사업 계획 혁신 간의 선순환이 일어나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경제 발전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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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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