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기질과 환경

뇌의 시작

  • (배아에서부터 임신 기간 동안 발달하는 뇌의 크기 생략)

유전자라는 지휘자

  • (유전자에 대한 기본 설명 생략)
  • 염색체는 히스톤 (histone)이라고 하는 단백질과 디오시리보핵산, 곧 DNA라는 긴 분자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20세기 가장 주용한 과학적 진보라고 이야기되는 DNA 분자 구조를 해명해 냈다.
    • 그들은 종이장식 리본처럼 비튼 사다리 모형을 만들어 두 가닥의 얽힌 DNA라는 그 유명한 이중나선 구조를 보여주었다.
    • 사다리의 양쪽 기둥은 당과 인산으로 만들어졌는데, 진짜 흥분되는 사실은 그 사다리의 가로막대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그 가로막대는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 작은 단위인 4개의 기본적 ‘염기’ –아데닌, 티민, 시토신, 구아닌– 가운데서 두 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다리의 가로막대는 염기쌍이라고 불린다.
  • 포유동물의 DNA는 모두 합해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 30억 개의 염기쌍은 약 8만 개의 서로 다른 조각, 곧 유전자로 구분된다. 따라서 유전자 하나에는 수만 개의 염기쌍이 들어 있게 된다.
    • 만약 세포가 성장 과정에서 분열하면 갈라진 염기들은 새로운 염기들과 대응해 짝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아데닌은 티민과, 시토신은 구아닌과만 짝을 이룬다.
    • 이것은 분리된 끈이 제공한 주형 위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DNA의 끈이 그 끈의 과거 대응부와 동형임을 의미한다.
    • 이중나선이 한 개 였는데, 이제 두 개가 된 셈이다. 두 개는 곧 네 개가 되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이런 DNA 복제가 세포분열 과정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사실상의 물리적 기초이다.
  • 유전자는 단백질이라고 하는 생화학물질의 유전 암호를 지정한다. 따라서 유전자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고자 한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핵심적인 질문은 단백질이 다른 뇌 화학물질이나 뉴런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최종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 헌팅턴 무도병을 예로 들어 보자.
    • 이 질병은 선조체 뉴런의 변성 때문에 사지가 통제되지 않고 거칠게 움직이는 증상을 보인다. 이 증상들은 약 40세 이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한 개의 불완전한 유전자가 헌팅턴 무도병을 발병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자는 어느 한쪽 부모에게서 그 유전자를 물려 받았을 것이다.
    •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유전자의 DNA 배열을 조사해 비정상 단백질을 확인했다. 유전자로 만들어진 그 비정상 단백질은 헌팅틴이라고 명명되었다.. 그러나 이 유해한 단백질이 어떻게 그런 비극을 초래하는지, 또 그 증상이 왜 40세 이후에야 나타나는지는 수수께끼다.
    • 헌팅틴이 뉴런에서 에너지가 사용되는 방식에 악성으로 개입하는 것이 한 가지 가능성으로 제시되었다. 또 다른 설명은 헌팅틴이 뉴런에 칼슘 이온 과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세포의 발전소라 할 미토콘드리아가 부풀어올라 터져 버리면서 뉴런을 죽이는 것이다.
    •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헌팅틴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하나의 질병을 어떤 한 개의 단백질로 환원해 그 원인을 지목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단백질의 해악적 결과가 발현되기 위해서 다른 여러 요소들이 개입해야 함을 알 수 있다.
  •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단백질이 제조되는 일련의 연쇄 반응이 반드시 자연발생적인 불변의 사건은 아니다. 뇌세포의 유전자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현할 수도 잠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비단 뇌세포만 그런 것은 아닌 듯)
    • 따라서 우리의 ‘기질’이라는 것조차 원래 갖추고 있는 고유성과 거리가 있다. 뇌의 발생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세포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세포들의 성장과 뇌 안에 위치하는 최종적인 장소도 주변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입수 가능성에 지배를 받는다.
    • (마치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 지방의 김치는 싱거웠던 것과 같은 이치)
    • 이런 후성적 요인들이 시작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태아의 뇌에서 뉴런이 성장하고 신경 회로가 형성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원형적 물질이 최로로 발견된 것은 반세기 전의 일이었다.
  •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뇌의 성장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가장 강력한 후성적 인자인 NGF(nerve growth factor)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 NGF는 뉴런에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축색과 수상돌기의 성장을 돕는게 하나이고, 뉴런의 자살을 막는게 나머지 하나다.
  • 첫 번째 기능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 성장 중인 축색이 표적 세포를 향해 모호하게 가고 있는 상황일 때 표적 세포가 NGF를 방출하면 그 단백질은 좁은 틈을 가로질러 확산되고 축색 말단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원기왕성한 성장을 자극해 축색이 곧바로 표적 세포를 향해 뻗어가 시냅스 결합을 이루어진다.
  • 두 번째 기능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 성장 중인 축색에서 NGF의 일부가 세포체를 향해 거꾸로 여행해 가 핵에 도달한다. 세포의 사령탑이라 할 세포핵에 모든 유전자가 들어 있다. 바로 이곳에서 NGF가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세포핵 내의 특정한 유전자가 작동하게 된다. 이 유전자가 생산한 단백질이 뉴런의 자살을 막는 것이다.
    • 이 과정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 단백질이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세포의 사멸, 즉 아폽토시스 (apoptosis)를 막는 것이다.
  • 아폽토시스가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세포가 완벽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신체에 더는 필요가 없을 때 이 과정을 통해 그 세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예컨대 쐐기벌레는 아폽토시스를 통해 체세포를 파괴하고 나비나 나방으로 변태한다.
    • 아폽토시스는 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떤 이유로 아폽토시스를 촉발하는 화학 지령에 따르지 않는 세포들이 급격히 증식해 악성 종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 인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가 아폽토시스로 사멸할 수 있다. 뇌세포도 예외가 아니다.
  • NGF는 시작에 불과했다. 일련의 다른 후성적 인자들이 계속해서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는 인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일련의 화합물이 있다. 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그것이다.
    • NGF에 비해 스테로이드는 훨씬 직접적이다. 스테로이드는 뉴런에 침투하자마자 특별한 수용체와 결합해 핵으로 진입한다.
    • 안에 들어간 이 수용체-스테로이드 복합체는 특정한 유전자에 달라붙어 임시로 그것을 끄집어 낸다. 이제 세포는 그 유전자를 단백질로 전환시킨다.
    •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기억에 관계한다는 증거도 많다.

엄마 뱃속의 경험

  • 대뇌피질의 뉴런은 태아 상태일 때 뇌 안쪽의 측뇌실 벽이라는 곳에서 수십억 개씩 만들어진다. 출산 전 몇 달 동안 그 뉴런들은 바깥으로 이동해 대뇌피질에서 최종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도 후성적 인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 뜻밖에도 그런 유인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가 신경전달 물질 아세틸콜린임이 밝혀졌다. 아세틸콜린은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뉴런의 성장 방향을 1분 이내 변경할 수 있다.
    • 또한 접착 분자(adhesion molecule)라고 불리는 다른 후성적 인자들은 성장 중인 뉴런들을 한데 묶어 동형의 세포군이나 뇌에서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로 만들어 준다.
    • 그리하여 태어나기도 전에 태아의 뇌 안에서 복잡하게 변화하는 화학적 환경에 따라 유전자의 힘이 발현된다. 그리고 뇌가 발달해 더욱 정교해지면서 그 환경이 훨씬 복잡해 진다.
  • 그렇다면 이런 사실이 우리의 뇌를 형성하는데 선천적 요인인 기질과 후천적 요인인 환경이 맺는 균형과 관련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 유전자가 뇌의 발달 과정을 유도하기는 하지만 일단 시작된 그 과정은 우연적 결과와 그에 따른 다양한 외적 변수들의 영향력에 노출되고 만다는 것이다.
    • 이런 외적 변수들은 화학물질처럼 단순한 것일 수도 있고, 경험처럼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기질과 환경이 모두 우리의 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 종래의 과학자들은 태아를 지각과 의식이 없는 존재로 간주했었지만, 최근의 증거를 보면 자궁에서조차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 피츠버그 대학교의 버나드 데블린과 그 동료들은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IQ를 분석해 기존의 유전자 때문일 것으로 여겨졌던 IQ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태아 때의 공통 경험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혀냈다.
  • 이렇게 이른 단계에서조차 외적 요인이 뇌에 영향을 끼친다. 미네소타 대학의 찰스 넬슨은 태어날 때 이미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 그는 신생아의 뇌가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런의 숲

  • 자궁 속의 경험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방에서 쏟아지는 감각의 십자 포화와 비교해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대답은 뇌세포가 서로 결합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 우리는 거의 모든 뉴런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약 1,000억 개 정도 된다– 이 뉴런들 사이의 연결의 상당 부분은 출생 후에 이루어진다.
    • 새로운 수상돌기의 성장이 정점에 이르는 것은 생후 약 8개월인데, 그 후로도 우리가 자라는 것과 함께 그 과정이 계속된다.
    • 이런 결합이 특히 대뇌피질에서 왕성하게 일어나 성인이 될 때쯤이면 뇌의 크기가 4배로 커진다. 뉴런의 수가 대체로 동일하게 유지되는데도 말이다.
  • 뉴런 결합이 이렇게 믿기 어려울만큼 경이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인간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지고 개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꾸려갈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 운동을 하면 근육이 늘어나는 것처럼 인간의 뇌도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내고 낡은 결합을 버리면서 융통성을 키운다.
    • 또 개인에 따라 뇌의 한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더 많이 적응해야 할지도 모른다.
  • 듀크 대학교의 데일 퍼브스는 쥐를 대상으로 촉각, 통각, 온도 감각에 관계하는 대뇌피질의 영역을 연구했다. 퍼브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영역이 가장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대뇌피질의 다른 부분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고 한다.
    • 이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이렇게 확장된 영역이 뇌의 다른 부분보다 에너지를 더 빨리 소모하고 더 많은 혈액을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퍼브스가 뇌에서 더 분주하게 활동하는 영역이 더 많은 뉴런 결합을 만들어낸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 뇌를 적절하게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뉴런 결합이 늘어나는 것처럼 반대로 태만하게 생활하면 정반대의 결과를 얻는다.
  • 모러와 루이스는 선천성 백내장을 치료받은 어린이들의 시력을 조사했다. 어린이들은 대개 생후 7개월 미만으로 모두 생후 6개월이 되기 전에 시력 상실이 시작되었다.
    • 인간은 정상적으로 보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력은 생후 1년 동안 서서히 발달한다. 그 시기에 대노피질의 관련 부위가 눈에서 입력되는 신경 신호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뉴런 결합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 따라서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백내장을 앓은 아이는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하더라도 필수적인 뉴런 결합이 뇌에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 이후로도 오랫동안 시각장애를 겪게 된다.
  • 한쪽 눈만 백내장을 치료 받으느 아이와 두 눈을 다 치료 받은 아이 사이의 차이점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양쪽 눈 모두를 치료 받은 아이가 한쪽만 치료 받은 아이보다 훨씬 더 시력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랍고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그 눈에 필요한 뉴런 결합을 발달 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뉴런의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 부위가 텅 빈 채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다른 한쪽 눈에 필요한 뉴런 결합이 그 영역을 대신 차지하는 것이다.
    • 두 눈이 다 안 보이는 경우 뉴런 결합을 통해 대뇌피질의 시각 영역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 아예 없게 된다. 그에 따라 대뇌피질은 좀 더 오랫동안 적응 능력, 다시 말해 ‘가소성’을 유지하게 된다.
  • 어린 시절에 확인되는 이런 두노의 가소성은 주목할 마한 것이다.
    • (해리슨의 사례 생략)
    • 해리슨이 이렇게 기적처럼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리슨 인생의 초기 단계에 뇌에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 수슬을 받기 수년 전에 이미 그의 뇌는 우뇌가 좌뇌의 기능을 떠안아 손상 부위를 보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좌뇌는 중복적인 존재였고, 그리하여 안전하게 제거될 수 있었다.
  • (마크의 뇌 적응력 사례 생략)
    •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특별히 읽기를 관장하는 뇌 부위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건 없다– 이런 정신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뇌의 회로가 학습의 결과로 바뀐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 인간의 뇌는 개인의 독특한 요구에 따라 새로운 뉴런 결합을 만드는 전문가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뇌는 믿을 수 없을만큼 유연하다. 뇌는 자극에 반응해서 배우고 적응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필요한 기술을 개선하고 세련되게 만들 수 있다.

자극과 반응

  • (아플리시아 민달팽이 예시 생략)
  • 아플리시아가 보이는 호흡관 회수 반응의 강도는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뉴런에서 반응을 촉발하는 출력 뉴런으로 방출되는 신경전달 물질의 양에 따라 직접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이에 따라 신경 과학자들은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량 변화에 따라 아플리시아가 두 가지 학습 유형을 보여 준다고 판단했다.
    • 그러나 이 이론에는 문제가 있다. 신경전달 물질의 양은 일시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밖에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배운 것을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다 잊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변화를 가둬 그것을 기억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뭔가 다른 방법이 존재해야만 한다.
  • 아플리시아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에서 뉴런에 오랫동안 지속하는 변화를 생기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
    • 이 유전자는 수용체, 이온 통로, 신경 전달 물질 같은 것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이거나 세포의 모양과 결합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일 수도 있다.
    • 그런 유전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특정한 자극 하나가 바로 칼슘 이온이 세포로 유입되는 것이다. 그리고 칼슘이 그 계기라면 이제는 무엇이 학습 상황에서 칼슘을 뉴런 안으로 유입시키는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 약 25년 전에 발견된 장기 증강 (long-term potentiation, LTP)이라는 현상이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장기 증강을 입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해마 절편 세포에 고주파 전류로 자극을 준다. 그러면 그 세포가 주변 뉴런을 흥분시킨다. 이런 고주파 자극을 지속적으로 되풀이 한다. 나중에 –심지어 몇 시간 후에– 단발의 약한 자극이 가해지면 표적 세포가 크게 흥분한다. 바꾸어 말하면 표적 세포가 ‘증강되는’ 것이다.
    • 분자 수준에서 볼 때 반복적 자극이 특정한 이온 통로가 열리도록 자극함으로써 나중에 약한 자극이 가해졌을 떄에도 칼슘이 세포로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 LTP가 뉴런의 작동 방식을 바꾸어 변화된 사항을 장기간 기억하도록 만들어 준다. 현재 신경과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도전 과제는 살아서 활동 중인 뇌 전반에서 이 효과를 학습 및 기억과 연계하는 것이다.
  • LTP를 불러일으키는 반복적 전기 자극에 상당하는 자연 현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활동할 때와 쉴 때 동물이 보여 주는 뇌전도 기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활동 중인 동물의 뇌전도가 활발하게 변동하는 높은 수준의 활동 전위를 보이는 반면 휴식 중인 동물의 뇌전도는 느리고 반복적인 뇌파 유형을 나타낸다.
    • 아마도 이렇게 휴식 중일 때 발생하는 뇌파가 반복적인 전기 자극에 상당하는 것 같다. 휴식을 취하면서 체험을 정리하는 것이다.
    •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이론의 결점은 동물, 특히 인간에 있어서 휴식을 자주 취하면 취할수록 기억이 더 향상된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데 있다.
  • LTP와 관련해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LTP는 결국 사라지는데, 기억은 수십 년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LTP가 우리의 기억을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다른 미지의 과정을 그저 준비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 우리는 먼저 LTP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그리고 다시 LTP에서 학습과 같은 창발적인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 LTP가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것이 학습과 맺는 관계가 독점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이유는 전혀 없다.
    • LTP가 온갖 종류의 다른 과정에 관여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습도 LTP 이외의 다른 많은 과정을 수반할 것이다.
  • 간질병 연구와 관계가 있는 실험에서 그런 과정이 하나 밝혀졌다. 바로 킨들링 (kindling)이다.
    • 쥐의 뇌의 특정 부위를 머리에 이식한 전극으로 매일 2-3초씩 자극하면 이상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 (처음에는 미세한 경련이 며칠 간 계속하면 나중에는 간질 발작과 유사한 경련이 일어난다는 사례 생략)
  • 킨들링이 LTP와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게 주목을 끈다. 더구나 우리는 두 가지 현상이 칼슘 이온이 표적 뉴런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커다란 기능적 차이점은 킨들링이 다소나마 항구적이라는 점이다.
    • 그리하여 학습의 생화학적 기초를 설명하는 매력적인 후보자로 떠올랐다. 게다가 세포 수준에서 킨들링은 뉴런에 어떠한 병리적 위해도 가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 실제로 킨들링은 LTP와 대립하기보다는 LTP를 보완하며 시간을 초월해 작동하는 것 같다. 강화된 전기적 활동이 뉴런에 처음 유도된 후 킨들링은 계속 발전하지만 LTP는 이미 절정기를 지난다.
    • LTP는 몇 분 이내 출현해 최대 몇 주까지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킨들링은 발전하는데 몇 시간 또는 며칠씩 걸리지만 그 후로는 항구적으로 존재한다.
  • 그러나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 LTP는 경련 발생과는 상관이 없다. 반면 킨들링은 경련 발생에 의존한다. 아마도 이런 대격변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칼슘이 뉴런으로 유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변동 사항이 항구적으로 재프로그램되는 것 같다.
    • 우리는 호르몬이 장기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극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킨들링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뉴런에서 확인되는 매우 강력하고도 폭발적인 반응을 통해서만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대량으로 뉴런에 유입되는 것 같다.
  • 그러나 킨들링 자체나 킨들링이 강화된 형태도 가끔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33년 헝가리의 의사 라디슬라우프 폰 메두나는 한 환자에게서 정신분열증과 간질이 동시 발병할 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발작이 정신 건강에 유익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 이 가설을 바탕으로 그는 발작을 유발하는 약물인 메트라졸을 처방함으로써 정신병 환자들에게 ‘경련 요법’을 쓰기 시작했다.
  • 4년 후에는 화학이 물리학에 자리를 내주면서 발작을 전기 충격으로 유발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
    • 전기경련 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은 다른 온갖 약물 요법으로도 치료에 실패한 악성 우울증에 인상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 ECT를 통해 농도에 변화가 일어나는 신경전달 물질은 노라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인데 오래 전부터 이들 물질의 결핍이 우울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 과학자들은 ECT가 킨들링에서처럼 짧지만 반복적으로 시행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 그러나 우울증 완화가 기존의 우리 인식 속에서 학습이나 기억으로 설명되는 방식을 찾기는 무척 어렵다.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은 기억 상실이다. 특히 치료 받기 전 한 시간 이내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그렇다.
    • 킨들링에서처럼 뉴런들의 ‘발화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기억 상실은 치료를 계속 받을 수록 더 심해진다.

기질과 환경

  • 복잡하게 중첩된 뇌 조직이 기질과 환경의 구분을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한다.
    • 뇌 영역, 복잡한 신경회로, 보다 단순한 결합, 단일 시냅스, 시냅스 전달에 관계하는 화학물질들, 그런 화학물질과 다른 여러 물질들을 생산하는 유전자 등으로 인해 ‘뇌에서 일어나는’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 유전자는 단독으로 단백질 생산 지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뇌의 활동이라는 맥락에서 동떨어진 단백질은 무력한 존재이다.
    • 어떤 의미에서 유전자의 지령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일이 뇌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다시 그 유전자들이 뉴런 외부에서 다양한 대사 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자 외적 요인의 지배를 받는다.
  • 가장 야심찬 추정으로도 인간 유전체는 유전자 100만 개에 불과하다.
    • (게놈 사업에 의해 밝혀진 바로는 2만 5천개 가량)
    • 그러나 인간 뇌의 신경 결합의 수는 대략 100조개일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각각의 신경 결합이 개별 유전자로 프로그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 기질과 환경은 연속적 계열에서 작용한다.
    • 매우 단순한 동물의 행동을 살펴보면 그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기 보다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것에 가깝다. 이런 불가변성으로 인해 한 종의 개체들 모두가 유사한 행동 유형과 생활 방식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아플라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금붕어도 다양한 개성을 뽐내지 않는 것 같다.
    • 그러나 더 정교한 뇌를 가진 동물을 살펴보면 유전자의 맹목적 지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는 학습이 강조된다. 예컨대 고양이는 금붕어보다 훨씬 폭넓은 개성을 보인다. 그리고 다시 인간처럼 훨씬 더 정교한 창조물을 보면 기질에서 환경으로 이동하는 정도가 훨씬 더 커진다.
  • 물론 기질과 환경은 둘 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우리가 더 개성적으로 더 인간적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환경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부록: 유전자에서 단백질까지

  • 데옥시리보핵산, 즉 DNA는 두 개의 개별 끈으로 분리할 수 있다.
    •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이 가운데를 따라 쪼개져 두 개의 새로운 반쪽으로 분열하는 것이다. 그 개별 끈들이 새로운 DNA 조합의 주형이 된다. 이렇게 해서 원래의 사다리 구조물이 두 개로 복제되는 것이다.
  • DNA의 개별 끈이 RNA라고 하는 또 다른 분자의 주형이 될 수도 있다.
    • 이 RNA 합성 과정에서는 먼저 유전자의 전체 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복사된다.
    • 그 다음으로 활동적인 정보 배열, 곧 엑손 (exon)만이 남도록 이것이 수정된다.
    • 마지막으로 RNA는 핵을 떠나 세포의 주요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 RNA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중간 단계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전령RNA(mRNA)라고 불린다.
  • DNA처럼 RNA도 오직 네 종류 뿐인 염기라는 화학적 단위로 구성된다. 이 네 개의 염기를 암호로 사용해 단백질을 제조하는 게 RNA의 임무다.
  • 전령RNA의 코돈이 직접 아미노산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또 다른 형태의 RNA, 곧 전이RNA(tRNA)가 등장한다.
    • tRNA는 해외 여행을 나갈 때 서로 호환되지 않는 가전제품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 어댑터 같은 것이다. tRNA의 한쪽 끝이 mRNA 분자의 특정 코돈과 일치하면 다른 쪽 끝에서 해당 아미노산이 전이된다.
    • 이런 식으로 tRNA는 mRNA에 특정한 아미노산을 전이시킬 수 있다. 이렇게 아미노산이 접합되어 특정한 단백질이 탄생하는데,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유전자가 지정하는 것이다.
[s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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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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