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세상을 보는 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

  • 눈 뒤쪽에는 망막(retina)이 있다. 망막은 ‘그물’이라는 라틴어 레투스(retus)에서 왔는데 이는 뉴런과 시냅스 결합이 그물 모양으로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 망막은 스크린과 비슷하다. 눈으로 들어온 빛이 동공 바로 뒤에 있는 투명한 렌즈인 수정체를 통과하며 초점이 잡혀 망막에 투사된다. 여기서 빛은 선명한 이미지를 맺는다.
    • 이 이미지가 망막에 존재하면서 빛에 민감한 특수한 뉴런에 의해 감지된다. 빛의 자극을 받은 이 뉴런들이 전기 신호를 생성하면 그 전기 신호가 뇌까지 달려가는 뉴런으로 전해진다.
    • 뇌와 연결되는 뉴런은 양쪽 눈에 하나씩 있는 두 개의 시신경을 따라 뇌의 양쪽에 존재하는 LGN(leterall geniculate nucleus)이라는 부위로 그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여기서 다시 그 신호는 시각과 관계하는 대뇌피질의 영역인 시각야로 전송된다.
    • 시신경과 LGN이 2개이기 때문에 각각의 LGN이 한쪽 눈에서 입력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뇌졸중으로 LGN 하나가 손상되면 그 사람은 한 쪽 눈이 안 보이는게 아니라 두 눈이 절반씩 안 보이게 된다.
    • 이는 망막의 뉴런들이 LGN과 연결되는 방식 때문인데, 양쪽 망막의 왼쪽에서 출발하는 뉴런은 왼쪽 LGN과, 오른쪽에서 출발하는 뉴런은 오른쪽 LGN과 연결된다. 이런 식으로 양쪽 눈의 입력 정보가 LGN 두 곳 모두로 전달되는 것이다.
  • 최근에 과학자들은 시각 체계 전체가 평행으로 작동하는 두 개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크고 작은 것으로 구분되는 두 개의 세포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이 신호를 망막에서 뇌로 중계한다.
    • 두 개의 평행 체계, 곧 체계 A(큰 세포)와 체계 B(작은 세포)로 간단하게 분배되는 시각 경로를 상정해 이를 단순화해 보자. 이 A/B 체계 구분은 LGN에서 유효하다. 양측 LGN의 특정한 층이 A체계의 세포로 구성되고 다른 층이 B체계의 세포로 구성된다는 인식인 것이다.
    • 그 다음에 뉴런은 LGN에서 시각야로 달려간다. 이것은 제 1차 시각야인 V1에서 제 6차 시각야인 V6까지 일련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이 시각야들이 또 A체계와 B체계로 나뉜다.

정지된 베이지색 색상

  • A체계는 운동과 관계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의 모든 대상들로부터 동작만 따로 분리해 처리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이는 사실이다.
    • (뇌졸중을 앓고운동과 관계하는 시각 체계가 손상된 환자 사례)
    • 영화는 인간의 뇌를 속여 정지화면이 움직이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사례 중 하나이다. 초당 24프레임만으로도 우리 인간을 속이는데는 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동물들에게 초당 24프레임짜리 영화는 우리 인간들이 불안정하게 깜빡거리던 최초의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 B체계는 두 개의 하위 체계로 나뉘는데, 하나는 주로 색깔과 관계하고 다른 하나는 형태와 관계한다.
    • V4 영역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은 단색성색각 또는 전색맹이라고 알려진 극단적인 생맹의 형태로 고생한다. 이 증상을 앓는 사람들에게 세계는 온통 회색이나 베이지색으로 보인다.
    • 시각야가 아닌 다른 부위가 손상되었는데도 보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상태 중의 하나를 무시(neglect)라고 한다.
    • (뇌졸중을 앓았던 환자의 왼쪽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시증 사례)
    • (위 사례의 환자를 진료하는) 피터 홀리건은 설명한다. “무시는 두 눈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문제의 대부분은 주의에 관계하는 뇌의 작동 과정에서 비롯한다. 주의 체계는 두 눈이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를 알려 준다. 어떤 흥미로운 일이 시야에 포착되면 눈을 그쪽으로 움직인다. 주의 체계가 그곳으로 눈을 움직이라고 지시할 때만 그런일이 일어나는데 따라서 우리의 눈은 주의 체계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와 같다. 무시 현상에서 고장난 것은 이 주의 체계이다.”
  • 보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위가 병렬적으로 다르게 기여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이 뇌 영역들이 반드시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 B체계가 완전히 손상된 환자들이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잃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다. 왜냐면 형태와 색깔 모두 B체계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A체계가 색깔까지는 아니더라도 형태는 처리하지 않을까 하고 추론하게 된다. B체계가 파괴되면 A체계가 그 기능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셈이다. 보고 인식하는 일의 상이한 과정과 측면들이 독립적으로 처리되기는 하지만 뇌의 관련 영역들이 어느 한 측면을 배타적으로 통제하지는 않는 것이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 사례는 우리 몸의 복구 시스템 상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A체계가 형태를 처리하는 능력을 평상시에도 발휘 되는게 아니라 B체계가 파괴된 후 복구 시스템으로 그렇게 작동하는 것. 예컨대 좌뇌가 손상된 후 우뇌가 좌뇌의 역할을 대신하여 언어를 처리하는 것이 그거랑 같은 맥락이라 생각. 좀 더 다른 예시를 생각해 보자면 서버 프로그래머가 없으면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가 서버를 담당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고 할까?)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 보고 인식하는 과정의 전 단계 –망막 -> LGN -> 시각야– 에서 A체계와 B체계는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시각야의 두 군데 최종 목적지인 두정엽피질과 하측두피질도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시각 체계가 명확하게 나뉜 두 개의 체계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두 개의 단독적 행위자가 아니라 마치 결혼한 한 쌍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 뇌의 영역들이 어떻게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일까? 초기에 제기된 가설 중 하나는 계층 구조 였다. 그 개념은 최종적으로 점점 더 적은 수의 세포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에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종의 피라미드식 배열을 주장하였다. 예컨대 우리는 할머니라는 복잡한 영상에 반응하는 한 개의 단일 세포를 상상해 볼 수 있다.
    • (교통사고로 하측두피질 손상을 입어 상모실인증(prosopagnosia)에 걸린 환자 사례. 시각의 다른 모든 측면은 정상이었지만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없음)
    • 하측두피질에 얼굴 인식을 담당하는 매우 특수한 인지 세포들, 곧 ‘인지 단위’가 있다는 가설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인지 단위가 점점 복잡해지는 세포들의 계층 구조에 정점에 있다는 말이 된다.
  • 그러나 이 개념은 2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 독립적인 작은 뇌로 기능하도록 설비된 소규모 뉴런 집단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게 첫째 이유고 –그런 단위가 다른 복잡한 과정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 없이 기능할 수는 없다– 뇌에 존재하는 뉴런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 그러나 계층 구조 가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지막에 발생하는 사태이다. 마지막 세포가 누구에게 전달될까?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시각 체계들의 단위들을 숙고해 보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각의 상이한 측면들이 독립적으로 처리될 수 있지만 모든 단계에서 철저한 개별 행위보다는 상호작용과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 독일의 생리학자 볼프 징어는 눈이 특정한 자극을 볼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다수 뉴런의 활동을 기록했다. 징어는 특정한 유형이 제시될 때 고양이의 시각야 뉴런들이 동시에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아마도 시각야의 뉴런들은 특정한 환경에서 고도로 특수한 유형을 처리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무리를 형성하는 것 같다. 이런 뉴런 집합체는 인지 단위 가설과는 다른데, 네트워크의 규모가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뉴런의 숫자가 모자라는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러 뉴런 집합들이 다양하게 재구성되어 서로 다른 유형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하다.
  • 뉴런들을 임시 단위로 모으는 결정 인자는 무엇일까? 성장 중인 시각 체계에 관한 최근 연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어린이의 시각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려면 태어난 후 얼마 안 지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요한 시기에 두 눈을 사용해야 한다. 오직 그때에만 시각야의 뉴런들이 눈에서 입력되는 신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데 필요한 시냅스 결합을 구축할 수 있다.
    • 시각야에서 진행되는 이 미세 조정 과정은 두 눈이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대뇌피질이 그 물체들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 다음으로는 얼마나 주의 깊고 세심한가 하는 점, 다시 말해 각성 상태가 시각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이론은 실험적으로도 확인되었다.
    • 동물 실험에서 망양체 –각성상태에는 관계하지만, 시각 체계의 일부는 아니다– 라고 하는 뇌의 일부를 파괴했더니 시각야의 미세 조정이 일어나지 않았고 시각이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물의 뇌에 전극을 주입하고 자극을 가해 인위적으로 각성 상태를 끌어 올렸더니 미세 조정 과정이 일어났다.
  • 그렇다면 분자와 뉴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 고도의 각성 상태에서는 전뇌기저부와 뇌간에서 뻗어나오는 뉴런들이 대뇌피질에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방출한다. 이로써 아세틸콜린이 일반적 의미의 신경전다 물질로서만 기능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포들에 ‘적색 경보’를 발령해 일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준비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 통상적으로는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뉴런들이 일단 아세틸콜린을 뒤집어쓰게 되면 더 쉽게 작업 진단으로 결합한다. 따라서 각성 상태에서는 뉴런들이 더 활발히 결합한다.
    • 발육기에는 그런 변화가 얼마간 영속적일 것이고, 또 시각적 유형 인식의 기초를 구성할 것이다.
  • 우리는 자라면서 실제의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도 살아간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코슬린은 우리가 외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시각 영상을 경험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매료되었다. 눈이 아니라 상상력을 싸용하는 것이다.
    • 코슬린의 이론은 간단하다. 그는 우리가 현실에서 대상을 볼 때와 시각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 동이한 뇌 영역을 사용한다고 본다. 사살싱 그는 상상이 거꾸로 달리는 시각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 그는 뇌 촬영 사진을 통해 우리가 어떤 대상을 상상할 때 그것이 시각 체계의 최초의 부분으로 역행하여 중계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역투사’가 우리가 정상적으로 대상을 인지하는 괒어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 일어나는 여궅사 과정은 바로 우리가 정상적으로 대상 세계를 인지할 때 동원하는 기제이기도 하다는게 코슬린의 견해이다.
  • 시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시각 체계가 망막에서 대뇌피질로 이어지는 일방향의 과정 이상일 것이라 생각해 왔다.
    • 우리는 이제 눈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운반하는 각각의 신경 결합에 대해 뇌의 고차원 영역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결합이 최소한 열 개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망막을 떠나는 정보가 대상 세계를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을만큼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의 상상이 그 간극을 메워 주어 눈에서 입력된 불완전한 영상을 우리가 인식하게 되는 완벽하고도 생생한 세계로 바꿔주는 것이다.
    • 정상적인 시각조차 시각과 상상의 접점에 놓여 있는 듯하다. 달을 쳐다보았는데 얼굴이 보인다는 것은 역투사 체계가 나머지 빈 부분을 채워넣어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과학에서 자주 그러한 것처럼 코슬린이 이론을 확립한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 순간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그간의 논의를 재검토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케빈이라는 환자가 그 이론과 상충하는 증세를 보인 것이다.
    • 달에서 사람 얼굴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케빈은 아무데서나 모든 것에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얼굴을 상상해내는 그의 능력이 지나치게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는 물체를 인식할 수가 없다. 이것은 시각실인증(agnosia)이라고 한다.
  • 실인증은 색깔, 모양, 운동의 인지장애보다 더 복잡한 장애이다. 그것은 보는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것에 부여되는 의미의 문제이다.
    • 케빈의 기본적인 시각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는 자신이 보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사과나 펼친 책의 사진을 보여 줘도 그는 대상을 사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 따라서 기억에서 대상을 불러내는 케빈의 능력, 곧 그의 상상력은 시각 정보가 망막에서 뇌로 전해지는 과정과는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상과 정상적인 시각은 스티븐 코슬린의 이론과는 정반대로 다른 과정인 듯하다. 이 명백한 반론에 대응하여 코슬린은 뇌의 관련 부위가 완전하게 중복되지도 않고 완벽하게 분리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뇌 촬영 사진으로 맞섰다.

눈이 아니라 뇌가 본다

  • 우리의 시각 체험이 눈에서 입력되는 정보와 경험의 합성물이라는 생각은 그럴듯하고 매력적인 견해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우리가 보는 것을 해석하고 그 세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는가?
    • 어린이의 경우 뇌와 외부 세계의 상호작용이 일방향적일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시각야에 쏟아지는 추상적이고도 의미 없는 형태와 색깔의 홍수 속에서 이를 해석할 수 있는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반면 상상력을 동원해 공상만 할 뿐, 망막의 입력 정보가 100% 차단되는 상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꿈이다.
  • 뉴욕 대학의 로돌포 리나스는 꿈을 꾸는 것과 깨어 있는 상태가 뇌의 견지에서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여 주었다. 리나스는 꺠어 있을 때와 굼을 꿀 때 두 경우 모두에서 시상(thalamus)과 대뇌피질의 뉴런들이 동조화된다는 사실을 동료들과 함께 밝혀냈다.
    • 두 영역이 서로 보조를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전기 신호의 파형을 산출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꿈을 꾸지 않는 일반 수면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 현재 상태에서 이 연구와 관련해 분명히 언급할 수 있는 것이라곤 꿈이 의식의 한 형태라는 것, 그리고 최소한 한 가지 기본적 차원, 다시 말해 두 개 뇌 영역의 협조적 활동이 망막으로부터의 입력 정보와는 무관하다는 것뿐이다.
    • 리나스의 해석은 더 나아간다. 그는 우리의 뇌가 늘 꿈을 구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이미지를 산출해 머리 속에서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 (리나스의 설명 생략. 이 거대한 우주의 정보를 작은 머리 속에 집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그것을 끌어안고,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그것을 밖으로 투영하는 것이라고 설명)
  • 벨기에의 피에르 마케와 그 동료들은 꿈을 꿀 때와 깨어 있을 때 뇌의 활동 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각성과 감정 변화에 관계하는 뇌 영역들은 꿈을 꿀 때도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똑같이 밝아지지만 대뇌피질의 많은 영역이 훨씬 덜 활성화 된다.
    • 그런 대뇌피질 영역 중의 한 곳인 전두전야(prefrotal cortex)가 정신분열증에서도 저조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정신분열증은 자주 꿈과 비교되어 왔는데, 두 상태 모두가 논리성이나 추론 능력이 사라지고 격렬한 감정 변화를 수반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 전통적으로 대뇌피질은 논리와 추론 같은 ‘고등’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서 뇌에서 가장 발달한 부분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우리는 1장에서 뇌의 특정 부위를 특정한 기능에 한정하는 것이 매우 단순한 생각임을 알았다.
    •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전두전야는 체중 대비로 볼 때 다른 영장류의 두 배에 이르는데, 이곳이 손상되면 보다 복잡한 유형의 사고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전두전야가 손상되면 ‘출전 건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출전 건망이란 환자가 기억은 하지만 그 맥락을 놓쳐 버리는 증상이다.
    • 마찬가지로 꿈에서는 경험을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결부시키는 것이 어렵다. 오히려 꿈은 유년기의 경험과 더 비슷하다. 복잡한 사고 활동에 착수하지 않고 일종의 수동적 체험을 하는 이런 상태는 아마도 꿈을 꿀 때 일어나는 것 같다. 뇌가 전두전야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다.
  • 꿈의 본질과 관련한 쟁점은 해답보다는 궁금증을 더해준다. 우리는 뇌가 우리가 보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도록 만들어 주는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그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곳에서 실마리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단서를 맹시라고 하는 흥미로운 임상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 1차 세계대전으로 뇌 손상 환자들이 많이 발생한 1917년 조지 리덕이란느 영국인 군의관이, 시야의 일부가 보이지 않지만 운동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보이지 않는 대상을 모호하게나마 인식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보고 했다. 이 보고의 내용은 기성 학계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허황된 것이었는데 50년 후 유사한 사례가 있음이 확인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다.
    • 맹시 환자들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보인다고 증언한다. 또 무언가가 거기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라고도 말한다. 그들은 볼 수 있지만 보는 것을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 이런 사실 때문에 맹시는 자주 의식적 지각을 탐구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되었다. 의식적 지각은 우리가 루비콘 강을 건너 의식의 신비를 조사할 수 있게 하는 실체일 것이다. 맹시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와 관련해 아직까지 일치된 견해는 없다.
  • (맹시 환자인 그레이엄의 사례 생략)
  • 그레이엄 영한테서 얻은 자료로 판단해 볼 때 의식적 시각에는 몇 개, 아마도 다수의 뇌 영역들이 상호작용하는 듯 하다. 전두전야와 시각 체계는 그 일부일 뿐인 것이다.
    •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신경과학 연구소의 제럴드 에들먼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런 생각이 증거를 바탕으로 구체화 되었다.
  • (에들먼의 실험 생략)
  • 에들먼은 피실험자가 특정한 표시를 의식한다고 말할 때 일군의 뉴런이 점멸하는 줄무늬와 같은 주파수의 전기 활동파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그리고 이렇게 활성화된 영역은 전통적으로 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던 전두전야만이 아니었다. 뇌 전체를 망라하는 광대한 네트워크에서 뚜렷한 형태로 발생하는 것이다.
    • 덧붙이자면, 지적 처리 과정에는 뇌의 다양한 부분이 협력하는 것 같다. 따라서 그 과정을 이해하는 작업은 다순히 관련된 뇌 부위를 알아보는 선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 우리가 세계를 시각 현상으로만 경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사태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각이 우리의 기본적인 감각이지만 우리의 의식적 체험에는 다른 여러 감각이 관계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 포괄적인 체험을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으로 어렵지 않게 구분해서 조사할 수 있다.
    •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실제 체험과는 다른 감각 경험을 주장한다. 예컨대 그런 사람들은 색깔을 듣거나 소리를 볼 수 있다. 공감각(synaethesia)이라고 하는 이 특이한 현상을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 (이하 공감각 사례 생략)
  • 우리가 검토한 여러 사례들처럼 공감각의 사례도 뇌가 외부 세계에서 물밀듯이 들어오는 빛, 소리, 냄새, 맛, 촉감을 단순히 흡수하는 스펀지가 아니라 감각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우리는 세계에 대한 완벽한 인식을 거부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점은 심지어 우리가 보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것의 상당 부분이 내부에서 비롯된다. 뇌의 고차원 영역에서 역투사되는 것이다.
    •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를 가지고 사물을 본다. 정말로 실재가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한다면 우리가 보는 것은 개개인의 뇌의 독특한 내용에 좌우되어야만 할 것이다. 기억 말이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