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기억을 담는 창고

기억의 조각들

  • 수술로 측두엽 안쪽이 제거된 헤럴드의 사례.
    • 뇌 수술을 받고 나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파괴되었고, 수술 받기 전 2년 동안의 기억도 잃었다. 다만 그 이전의 기억은 남았다.
  • 기억이란 일회성의 사실이나 체험에 관한 의식적 사고
  • 사실과 체험에 관한 의식적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 해럴드의 단기 기억은 훌륭했다. 그는 일련의 숫자들을 릭고 난 후 바로 암송하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았다.
  • 장기 기억은 에피소드 기억과 사실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 에피소드 기억은 특별한 체험과 사건에 관한 기억이고, 사실 기억은 단어의 의미라든가 사람의 이름, 도구의 명칭 등 사실과 관련된 기억이다.
    • 에피소드 기억과 사실 기억의 결정적인 차이는 에피소드 기억이 관계의 틀로서 시간과 장소에 의존하는데 반해 사실 기억은 그렇지 않다는 점.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이름에 관한 지식은 인생의 어떤 특정 사건과는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자신의 최근 생일 파티는 특정한 시간 및 장소와 확고하게 결부되어 있다.
  • 측두엽 안쪽 부분이 기억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추가적인 증거는 알츠하이머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측두엽 안쪽 부분이 위축된다.

사실 기억

  • 알츠하이머병과 대비되는 픽병.
    • 둘다 치매를 불러 일으키지만 알츠하이머병이 기억장애인데 반해 픽병은 인격과 행동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 알츠하이머병이 뇌의 내부에서 시작해 측두엽 안쪽으로 퍼지고 결국 대뇌피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반면 픽병은 먼저 대뇌피질이 손상되고 그 다음 측두엽 피질이라고 하는 양쪽 측두엽 안쪽의 주요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 사실 기억이 붕괴할 때 그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때 세계에 대해 따로따로 구분된 우리의 지식이 와해된다. 우선은 각각 구분된 지식들이 더 커지고 막연하게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픽병을 앓는 살마들은 설거지 솔로 이빨을 닦으려고 한다.
  • 픽병 환자들의 사례를 보면 측두엽피질이 사실 기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에피소드 기억과 해마

  • 출생 직후 짧은 시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는 비극을 겪은 존의 사례. 존의 해마는 정상인의 40%에 불과했다.
    • 존은 다섯 살 때부터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전혀 기억할 수 없었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었다. 그는 자전적 기억이 전혀 없고 자신의 인생사에 관한 느낌도 전혀 없어 보인다.
    • 해마가 손상된 다른 환자들의 사례도 보고된 바 있는데, 그들 역시 사건에 대한 심각한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보통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들의 언어 능력과 사실 기억은 훌륭했다.
  • 측두엽 안쪽 부분은 업무가 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해마는 사건의 기억을 담당하고, 측두엽피질은 사실 기억을 관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 우리가 세 살 이전의 경험을 기억해 낼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유아성 건망’이 기억의 보조 재료로 단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2살을 전후해서 말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유아기에 해마는 대뇌피질과 계속해서 선유 결합을 구축하고 그래서 사건에 관한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발달하는데 여러 해가 걸린다는 것이다.
  • 어떤 동물이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을 발달시킬수록 그 동물의 해마가 커진다는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 (박새의 예 생략)
    • 뇌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신경 결합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정하게 필요에 부합하는 물리적 구조를 창출하고 변경한다.
  • 해마가 단순히 시간과 장소를 기억해 내는 것 이상을 한다는 것이 동물 실험으로 알려졌다. 동물이 주변 상황에 관한 정신 지도를 그려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하는데서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 정상인 쥐는 보상을 통해 미로 찾기 훈련을 시킬 수 있지만, 해마를 제거한 쥐는 길을 전혀 찾지 못한다.
  • 해마가 없어지면 두 가지 문제가 야기되는 것 같다. 쥐는 시각적 경계표를 자신의 정신 지도에 짜넣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위치를 기반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잃는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 이 두 가지 기능의 저변에 놓인 신경 세포의 기본 구조는 모호할 뿐만 아니라 논의의 여지도 많다.
  • 영국의 생리학자 존 오키프는 쥐가 새로운 시각적 경계표와 맞닥뜨리면 해마의 특수 세포가 자신의 우선 순위와 작동 방식을 바꾸어 ‘위치 세포’로 기능할지도 모른다고 제안했다.
    • 쥐의 방향 감각이 인간의 해마와 맺는 관련성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작업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다.
  • 인간과 쥐가 완전히 다른가, 아니면 정신 지도라는 것이 인간이 보유하는 에피소드 기억의 원시적 형태인가?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뒤의 견해를 지지한다.
    • 쥐와 인간의 뇌는 구조적으로 아주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많다. 또 어느 경우에도 장소를 기억하는 능력은 모든 동물이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 기억 상실을 앓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 건망증은 두 종류인데, 건망증을 야기하는 사건 이전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역향성 건망증’과 건망증의 원인이 되는 사건 이후로 일어나는 사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건망증’이 그것들이다.
    • 이런 구분으로 인해 기억을 저장하고 다음에 다시 꺼내는 일이 별도의 다른 과정이라는 관념이 오래 이어져 왔다.
  • 해럴드가 수술 받기 전 2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버렸음을 볼 때,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기는 하지만 단지 일시적으로만 유지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2년 정도 지나면 그 기억들은 영구 보존을 위해 대뇌피질로 옮겨진다.
    •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그 체계가 작동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 그러나 사실 기억은 처리 과정이 덜 필요하고 그래서 해마의 유예적 입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뇌피질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 이와 대조적으로 에피소드 기억은, 예컨대 탁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를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교차 참조를 해야 하는 일련의 가정, 개념, 가치들에 의존한다.
    • 아마도 해마의 기능은 사실을 저장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각 부위와 소통을 시작하는 일인 것 같다. 이를 통해 대뇌피질의 관련 뉴런 전체가 점차 통합적으로 조율된 네트워크로 결합될 수 있는 것이다.
    • 그런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또 사실들 사이의 관계가 변함에 따라 다시 시간을 두고 그 과정이 바뀌기도 할 것이다.
    • 해마는 이런 식으로 건물의 비계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에는 꼭 필요하지만, 완성되면 더는 필요치 않은 비계 말이다.
  •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사실일지라도 해마와 측두엽피질을 기억의 독점적 중추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뇌의 다른 부위가 손상되어도 갑작스럽게 건망증이 생긴다.
    • (시상이라고 하는 뉴런 집합체의 일부가 파괴된 잭의 사례)
    • 이런 사례는 잭이 손상을 당한 뇌 부위가 기억을 상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잭은 사실을 기억하는데 보통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놀랍게도 그가 한 번 배운 것은 매우 잘 기억해 낸다는 점이다.
  • 해럴드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시상과 측두엽 안쪽이 기억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측두엽 내측부가 기억의 실질적 저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임에 반해 시상계와 주변 부위인 유두체는 그 기억을 축적하고 상기하는데 더 깊이 관여하는 것 같다.
  • 기억과 관계있는 또 다른 영역은 전뇌기저부다.
    • 전뇌기저부의 수원이 아주 넓은 도달 범위를 갖는다는게 밝혀졌다. 그 뉴런의 일부는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두 영역인 시상과 해마로 달려간다. 전뇌기저부는 이 두 영역에 있는 표적 세포들에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공급한다.
  • 전뇌기저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각성 상태를 늘림으로써 기억에서 간접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게 한 가지 이론일 뿐이다.
    • 아마도 아세틸콜린은 해마와 시상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 기억의 과정이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울 것이다.

기억은 어디에 저장되는가?

  • 미국의 신경심리학자 칼 래슐리는 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는가 하는 문제로 고심했다.
    • 래슐리는 미로찾기 훈련을 받은 쥐가 대뇌피질이 손상된 후에 길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로에 관한 기억이 정확히 어디에 저장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에 손상을 가하고 그 결과를 살펴보았다.
    •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행동의 차이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래슐리는 특화된 기억 중추는 없으며, 대뇌 피질의 모든 영역들이 똑같이 기억에 관계한다고 결론지었다.
    •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옳았으나 두 번째 결론은 옳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우리의 판단이다. 아마도 기억 중추만으로 활약하는 특정한 뇌 부위는 없을 것이지만, 뇌의 여러 영역은 기억 처리 과정에서 각각 다른 기여를 한다.
  • 캐나다의 신경외과 윌더 펜필드는 수술 중에 드러난 대뇌피질의 표면에 전기 자극을 가해 환자에게서 꿈과 비슷한 기억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펜필드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그가 대뇌피질의 다른 지점을 자극해서 동일한 기억을 두 번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동일한 지점을 두 번 자극했을 때는 다른 기억이 촉발 되기도 했다.
  • 이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억이 실리콘 칩에 고착된 회로처럼 개별 뉴런에 묶여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알려 준다. 보다 그럴듯한 해석은 개별 기억이 뉴런의 네트워크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구성 요소는 자유롭게 또 다른 네트워크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 펜필드가 다른 지점을 자극해서 같은 기억을 유도해 냈을 때 그의 전극은 다른 지점에서였지만 동일한 네트워크를 건드렸음에 틀림없다.
  • 우리는 시각 체계가 이미지 처리 작업을 얼마나 세밀하게 쪼개는지 살펴보았다. 예컨대 색깔, 형태, 운동을 처리하는 뉴런의 네트워크가 서로 달랐다. 이런 분담 또는 ‘병행 처리’ 과정이 기억에서도 일어난다.
    • (새에게 한 실험 생략)
  • 전두전야가 ‘작업 기억’이라고 하는 특정한 유형의 기억과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유형의 기억은 당장의 임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기억하는 일을 책임진다.
    • 예컨대 체스를 둔다고 할 때 우리의 작업 기억은 우선 말 전체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공략법을 염두에 두면서 최종적으로 말을 어떻게 움직일지를 계획하게 해준다.
    • 작업 기억이 손상되지 않은 전두전야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지연반응 검사라는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 (원숭이 실험 생략)
  • 전두전야가 작업 기억의 중추이고 우리의 놀라운 작업 기억 능력은 대뇌피질의 크기 때문일까? 다시 강조하지만 특정 기능 전체를 뇌의 특정 영역에 한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예컨대 지연반응 검사에서 보이는 뛰어난 성적은 주의력에도 달려 있는데, 그것은 전뇌기저부에 의존한다. 따라서 작업 기억에는 뇌의 두 부분 이상이 관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두전야의 크기가 그렇게 큰 것도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 그런 추가적 기능 중의 하나가 우리의 에피소드 기억일 수 있다. 인간의 특별한 능력은 우리가 다른 동물보다 더 많은 기억을 사건의 형태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교차 참조 정보를 엄청나게 축적할 수 있다.
    • 이 이론에는 재미있는 관찰 결과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전두전야가 손상되면 출전 건망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 기억이 더는 특정한 시공간 속에 자리잡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기억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이 되고 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기억과 다른 정신적 기능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 정상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얼굴을 식별하지 못하는 사례가 좋은 보기이다. 그가 겪는 장애는 시각 장애일까, 기억 장애일까?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우리는 뇌가 어떻게 개성화될 수 있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살펴보았다. 하나의 독특한 특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성화는 환경과 뇌의 작동 기제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그렇게 해서 뉴런들이 뇌의 전 영역에서 네트워크로 결합되는 방식이 변화하는 것이다.
    • 잠을 잘 때조차도 계속 유지되고 그래서 의식과도 독립적인 이 개성이라는 거을 나는 ‘마음’이라고 본다.
    • 우리가 나이를 먹고 또 더 많은 기억을 축적할수록 우리의 마음 역시 점점 더 개성화, 개별화되고 세계를 더 잘 일해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노년의 지혜가 의미하는 바일 것이다.
    • 개성화 과정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뇌는 외부 세계와의 섬세하고도 우아한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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