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1

‘빅데이터 없는 인공지능’ 기술이 온다

지난 수십 년의 인공지능 발전 역사를 돌아보면 접근법이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지능의 원리를 분명한 코드로 짜야 한다는 ‘전문가 시스템’파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열풍을 가져온 컴퓨터가 스스로 익히도록 하는 ‘기계학습’파이다. 그런데 신경-상징 개념 학습자는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 인공지능은 우선 일부 데이터로부터 학습을 통해 대상의 특징을 뽑아낸다. 그리고 나선 이를 저장해두고 전통의 전문가 시스템 기법을 결합해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이다. 둘의 결합을 통해 훨씬 적은 수의 데이터만으로도 비슷한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그 언어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물론 몇몇 큰 기업들은 그런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많은 경우에 현실적이지 않음. 주어진 맥락(context)에서 특징(feature) 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가는게 결국 방향일 것 같다. 

사진 찍듯이 통째로 외우는 기억력, 부럽긴 하지만

시각 정보와 공간 학습이 초인적 기억술과 관련이 있는 걸까? 뛰어난 기억술을 지닌 이들은 주로 ‘장소 기억법’(method of loci)이라는 고전적인 기억 증강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법은 2500여년 전 고대 그리스의 시모니데스(기원전 556~468)라는 시인이 자신이 강연하던 연회장의 청중을 그들이 앉아 있던 장소와 연계해 모두 기억해낼 수 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이 기억법은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들을 자신이 익숙한 가상의 ‘장소’에 배치하고 그 장소의 이미지와 결합함으로써, 빠르고 효과적으로 그 정보들을 떠올리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장소 기억법을 사용하면 시각 이미지와 공간 기억을 처리하는 뇌 부위의 활성이 일반인보다 높게 측정되는 게 당연할 것이다.

루리야가 보고한 ‘에스’도 기억술을 배우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두뇌는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는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들을 시각화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어떠한 가상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의 여러곳에 기억할 정보들을 배치하고서, 나중에는 그 길을 걸어가듯이 기억된 정보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의 또 다른 능력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들을 공감각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 소리를 들으면 음악에서 얻어지는 청각 정보뿐만 아니라 시각, 촉각, 미각적 이미지를 함께 느끼면서, 특정 음악을 ‘말랑하고 노란색의 달콤한 노래’라는 식의 정보로 기억해 나중에 그 음악을 쉽게 연상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억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정보들과 연합해 머리에 저장하고 이를 이용해 쉽게 끄집어내는 듯하다. (중략)

그렇다면 장기 강화 현상을 인위적으로 증강하면 기억력도 높아지지 않을까? 1999년 당시 미국 프린스턴대에 있던 조 첸 박사 연구팀은 장기 강화에 필수인 특정 단백질이 신경세포들에 더 많이 발현하도록 유전자 변형 생쥐를 만들어 그런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기억력을 측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행동 시험에서 이 동물들의 기억력이 증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2005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알시노 실바 박사 연구팀은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특정 단백질(Ras)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한테서도 높은 기억력과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험동물의 인위적 기억력 증강에는 종종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뒤따랐다. 유전자 조작으로 기억이 증가한 생쥐들은 정상 생쥐들보다 고통을 더 잘 느꼈으며(하필 기억 저장과 만성 통증은 그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비슷한데, 통증을 느낄 때도 뇌에서 장기 강화 현상이 벌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세포 성장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바람에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도 있었다. 현재까지 동물실험을 한 과학자들이 얻은 교훈은 기억만을 증가시키고 다른 생리적 현상은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인적인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데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뛰어난 기억력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에이제이’는 자신의 일생을 마치 영화를 보는 것같이 뚜렷하게 기억했지만, 의외로 자신이 갖고 다니는 여러 열쇠가 각각 어느 용도인지 잘 몰랐고, 심지어 최근에 자신을 인터뷰한 사람의 옷차림도 잘 떠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망각도 기억의 일부. 잊지 말아야 할 정보는 어딘가에 기록을 해두면 그만이다. 기억술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워서 추가. 시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사람/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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