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보상과 벌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가야 되지?"

게임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이 질문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고민을 갖는 질문입니다

"왼쪽 길이 맞는 것 같아 진행했더니 곧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다"
이 경우 게이머는 '오른쪽 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에 빠지기 마련이고 불필요하게 게임을 다시 로드(load)해서 다시 그 갈림길에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 길이 맞는 것 같아 5분 정도 진행했는데 막힌 길이었다"
이 경우라면 게이머는 위의 경우와는 달리 게이머는 게임에 대한 '짜증'을 느끼게 됩니다
차라리 짧은 길 -30초 이내에 끝이 보이는 길- 이었다면 "아, 여기는 막혔구나 빨리 왼쪽으로 가봐야지" 하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게임의 리플레이 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위의 고민은 사실 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다시 플레이 했을 때 그냥 '알고보니 그냥 단순히 막힌 길 이었다' 였을 때, 
그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위와 같은 갈림길에서 좀 더 세심한 디자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게이머에게 적절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앞서 일단 게임 상에서 사용되는 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상에는 다양한 형태로 길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캐릭터가 걸어다닐 수 있는 '필드' 상의 길도 있고
주어진 조건을 만족했을 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스테이지' 형식의 길도 있습니다
때로는 어드벤처나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사용하는 '대화 지문' 형식의 길도 있고
prey 라는 게임에서 사용된 '포탈' 형식의 길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전혀 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모두 '게임 진행'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같은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해 본다면 '갈림길'은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게임 진행 상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고
'길이 없다' 혹은 '막힌 길'은 '게임 진행이 더이상 불가능한 지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잘못된 길' 혹은 '다른 길'은 '게임 진행과는 무관한 길' 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중에서 저는 맨 위에서 언급한 '갈림길'에 대한 디자인 방법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화지문이나 포털도 게임의 진행을 이끈다는 데서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림길이 없는 게임을 논외로 치면 -게임 진행이 일방 통행인 게임들- 갈림길은 다시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갈림길과 퍼즐 요소가 삽입된 갈림길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 우선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갈림길에 대한 디자인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게임 상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갈림길이 등장하면 게이머는 일단 양쪽 모두 가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근데 만약 이 중 '잘못 된 길'에 어떠한 요소도 없다면 혹은 그곳에 함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그 게임을 처음 해 보는 게이머라면 그 함정을 보고
'어이쿠, 위험했다 근데 여긴 막혔군 어서 돌아가야지'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 게이머가 이 게임을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 저기엔 함정이 있었지' 혹은 '아, 저기엔 아무 것도 없었지'
하고 그 길을 무시해 버릴 수 있습니다
혹은 그 게이머가 자신 보다 늦게 그 게임을 시작하는 게이머에게 조언을 하면서
'야, 거긴 아무 것도 없으니까 가지마 괜히 시간만 낭비해'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바로 문제가 생깁니다 
기껏 힘들어 만들어 놓은 공간이 비효용성이라는 면에서 '낭비'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낭비되는 공간은 괜히 게임 용량이나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리겠지요
이것은 분명 잘못된 디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다른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잘못 된 길' 혹은 '막힌 길'에 게이머를 위한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상은 쉽게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시나리오 진행에 도움이 될 만한 힌트가 될 수도 있겠지요
어쩄든 그렇게 시나리오 진행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 게이머를 위한 적절한 보상을 집어 넣는다면 게이머는 잘못 된 길에 왔다는 불편보다 보상을 얻었다는 기쁨에 즐거워 할 것이며 
이후에 게임을 하더라도 혹은 다른 게이머에게 조언을 하더라도 그 '잘못된 길'에 반드시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잘못 된 길'에 보상이 있다면 게이머는 그곳을 무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찾아갈 것입니다

이번엔 퍼즐이 삽입 된 갈림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게임에서 퍼즐이 삽입되는 것은 보통 그 이전에 퍼즐을 풀 수 있는 실마리나 힌트를 제공하기 마련입니다
예컨대 이전에 받은 편지에 올바른 길에 대한 힌트가 있다거나 던전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던전의 비밀을 가르쳐 주었다 등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개발자가 열심히 머리 싸매서 퍼즐을 만들고 그 힌트를 알려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게이머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게임 상에 등장하는 대화는 '일단 스킵' 하곤 했었습니다

게이머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나 개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괘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게임의 분위기에 게이머가 몰입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요


게임에 등장하는 이런 서랍을 모두 열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설령 서랍을 확인해 보라는 힌트가 있을지라도 힌트 자체를 무시하곤 하지요. 결국 이들은 "왜 진행이 안 돼?!" 하고는 공략집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괘씸한(?) 게이머에게 게임에 몰입감을 높여주기 위해 이럴 땐 보상보다 적절한 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벌을 받음으로 해서 게이머는 퍼즐을 풀기 위해 몰입할테니까요

만일 퍼즐을 틀리거나 무시했음에도 적절한 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게임을 빨리 진행시키는 게이머들은 퍼즐을 풀려는 시도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위의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갈림길에서 '보상없는 잘못된 길'과 같이 '낭비'가 될 것입니다


때로는 매가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 그림은 퍼즐을 잘못 풀어서 발생한 상황은 아님을 밝힙니다.

그러나 퍼즐하나 잘못 풀었다가 위의 그림과 같은 꼴을 당해 보면 그 다음부터 게이머는 게임에 제공되는 힌트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름지기 너무 쉽게만 하면 금방 질리고 또 너무 어렵게만 하면 흥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사용되는 다양한 길을 통해 이러한 적절한 '보상'과 '벌'을 조절한다면 게이머들을 게임에 오랫동안 즐겁게 몰입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ssba]

The author

Player가 아니라 Creator가 되려는 자/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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