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재미의 상관관계

‘게임에서의 몰입과 재미의 상관 관계’

제가 이전에 글을 쓸 때도 ‘몰입’이란 표현을 자주 쓰고 게임에서의 ‘몰입’을 강조도 많이 하여 ‘몰입’이란 단어에 대해 나름대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게임에 몰입된 상태 =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상태??’
인가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얼핏 생각하기엔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에 몰입이 되어야 하며 몰입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게임에서의 재미도 더욱 늘어난다’ 인 것 같긴 한데 ( y = x²   (x>0) 의 그래프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이것을 사실로 확인할 수가 없어 고민하던 중
일단 몰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싶어 이전에 읽었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시리즈로 유명하신 분이시죠-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책에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그 책을 읽고 몰입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몰입과 재미의 상관관계’에 대한 대답을 어느 정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럼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여러분께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게임에서의 몰입과 재미는 어떠한 관계를 가질까요?
정말로 제가 생각한 재미와 몰입의 관계가 맞을까요?

몰입이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 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 인용

분류 활동 행복감 의욕 집중력 몰입
생산활동 근무나 공부 ++ +
유지활동 가사 0
  식사 ++ ++ 0
  몸단장 0 0 0 0
  운전, 출퇴근 0 0 + +
여가활동 TV 시청이나 독서 0 ++
  취미, 운동, 영화 + ++ + ++
  담소, 교제, 섹스 ++ ++ 0 +
  휴식, 빈둥거리기 0 +

위에 보시는 표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씨의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미국에서 성인과 10대를 대상으로 하루 일과를 연구 조사한 결과 입니다
책에선 위의 표를 일상 생활에서 경험의 질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였지만
저는 이것이 게임에서의 몰입과 재미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데 이용하였지요

자 그럼 표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일단 표의 내용에서 ‘행복감’이라는 항목은 왼쪽 옆의 활동을 하였을 때 개인이 느끼는 즐거운 감정의 수치를 나타냅니다
0 이면 평균적인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고 ‘+’면 괜찮은 행복감을 ‘-‘면 좋지 않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물론 부호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행복감의 크기 역시 커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행복감’이라는 항목은 게임에 대입한다면 ‘재미’라는 항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실 엄밀히 따지면 ‘행복감’과 ‘재미’는 같은 것이라 보기 힘들지만 위의 항목들의 결과를 따져본다면 행복감을 재미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의 ‘의욕’, ‘집중력’은 지금 제가 하려는 얘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으므로 넘어가고
‘몰입’ 항목을 보시면 행복감 항목과 같은 식으로 몰입의 깊이가 표현되어 있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이 게임에서의 ‘몰입’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 그럼 표를 보았으니 이제 재미와 몰입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흠, 일단 첫 번째 항목인 생산활동의 근무나 공부는 몰입은 잘 되지만 재미는 없군요
그리고 유지활동의 가사는 몰입도 안되고 재미도 없군요
반면 식사는 몰입은 보통이고 재미는 꽤 있는 편이고
또 여가활동에서 TV시청이나 독서는 몰입은 잘 안되고 재미는 보통
취미, 운동, 영화 등은 몰입이 아주 잘되면서 재미도 좀 있는 편이고……

결과를 보니 어떻습니까?
몰입과 재미의 관계를 알아차리실 수 있으십니까?

흥미롭게도 위의 표를 토대로 몰입과 재미의 관계의 결과를 내보면 ‘몰입’과 ‘재미’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몰입이 잘 된다고 꼭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예: 근무나 공부)
또한 몰입이 잘 안되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예: 휴식, 빈둥거리기)

저는 처음 이 결과를 보고는 참으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몰입이 잘 되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몰입이 안 되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그 동안 왜 그렇게 몰입을 강조했지?’
라고 말이지요

재미와 몰입이 별개라면 나는 그 동안 왜 그렇게 ‘몰입’이라는 요소에 집착을 했을까?
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들에선 왜 그렇게 ‘몰입’을 강조했을까?

일종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저는 급히 이전에 제가 읽었던 ‘게임 디자인’과 관련된 책을 뒤지면서 그 책들에서는 왜 그렇게 ‘몰입’이라는 요소를 강조했는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불신의 일시 정지’라는 말을 찾아내고는 게임 디자인에서의 몰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불신의 일시 정지
플레이어가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상태

아하! 그렇군 그러니까 게임 디자인에서 ‘몰입’이라는 요소에 목을 맸던 이유가 ‘게이머를 게임에 오랫동안 붙들어 놓기 위해서’ 이구나!!
우리가 생각 없이 TV 채널을 막 돌리다가도 어느 순간 프로그램에 몰입되면 채널을 돌릴 생각을 못하게 되어 계속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

엔터테인먼트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을 보니 ‘불신의 일시 정지’라는 말이 비단 게임 쪽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아닌 듯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저는 이 ‘불신의 일시 정지’라는 용어를 통해 게임에서 몰입을 이끌어 내야 하는 이유가 ‘게임을 지속 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좋아 그러면 이제 게임에서의 재미와 몰입의 관계와 게임에서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제 모두 알았어 이제 블로그에 글 올리고 이 주제는 여기서 끝내야지’
하는 찰나

저는 불현듯 하나의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게임에서 몰입이란 요소는 재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위의 표를 다시 한 번 살펴 보면서 저는 좀 전에 내린 결론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표 전체를 살펴 보면 재미와 몰입은 직접적으론 별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몰입과 재미가 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몰입에 상관없이 재미를 느끼는 활동만을 살펴보겠습니다

분류 활동 행복감 의욕 집중력 몰입
유지활동 식사 ++ ++ 0
  몸단장 0 0 0 0
  운전, 출퇴근 0 0 + +
여가활동 TV 시청이나 독서 0 ++
  취미, 운동, 영화 + ++ + ++
  담소, 교제, 섹스 ++ ++ 0 +
  휴식, 빈둥거리기 0 +

이 표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식사, 취미, 운동, 영화, 담소, 교제, 섹스 같은 높은 수준의 재미를 느끼는 활동은 몰입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몸단장, 운전, 출퇴근, TV시청이나 독서, 휴식, 빈둥거리기 같은 일정 수준의 재미만을 느끼는 활동은 몰입이 높거나 보통이거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몰입과 재미의 묘한 관계가 보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보통의 재미를 얻는 데는 그다지 몰입이 필요하지 않지만 높은 수준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몰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수준이 높든 보통이든 몰입을 얻기 위해서 재미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생산활동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아주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냥 본다면 재미를 얻는데 몰입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데
높은 재미를 얻기 위해선 몰입이 되어야 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 이로써 저희가 게임 디자인에 몰입이라는 요소를 강조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또 생겼군요

근데 여기서 가만 보면 재미난 사실이 또 있습니다

취미, 운동, 영화 부분과 담소, 교제, 섹스 부분을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높은 몰입이 꼭 높은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것입니다

높은 수준의 재미를 얻기 위해선 일단 몰입이 되어야 하지만 
일단 몰입이 되면 이후 몰입의 깊이가 더 깊어지더라도 재미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비유를 하자면 
게임의 몰입은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재미의 방에 입장시켜주는 ‘문’의 역할만 수행하므로
몰입을 통해 게임의 재미의 방에 게이머를 입장시켰으면 게이머는 높은 수준의 재미를 얻을 요건을 갖추긴 하지만 그 이후 얼마나 더욱 게이머를 재미있게 할 것이냐는 것은 전적으로 게임의 플레이에 달려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서 없이 글을 쓰다 보니 괜히 길이만 길어지고
내용은 점점 난잡해져 가는군요
글이 더 난잡해지기 전에 이쯤에서 처음 의도했던 순서대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1. 재미와 몰입은 같지 않으며(재미를 느끼는 상태 = 몰입된 상태) 또한 직접적인 관련도 없지만 미묘한 관계가 있다
2. 몰입이 되지 않아도 재미를 느낄 수는 있지만 높은 수준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몰입이 필요하다
3. 높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 몰입이 필요하긴 하지만 몰입이 일단 되기만 하면 그 이후 재미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순수하게 게임 플레이에 달려있다
4. 몰입이란 요소는 ‘불신의 일시 정지’ 상태를 이끌어 내어 게임을 오래 지속시키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할 일은?

몰입이란 요소는 게임의 높은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게임을 오래 지속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고로 게임 디자인을 할 때 최대한 몰입을 신경 쓰자
물론 몰입이 아무리 잘 되어도 결국 게임의 재미는 게임 플레이에 달려 있으므로 몰입에 집중한다고 게임 플레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말 바보 짓이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사람/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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