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 분석

제가 이전 글 ‘게임 요소 분류’에서 차후에 ‘게임 플레이 분석’을 해 보겠다고 했었는데요
사실은 이전에 쓴 ‘게임 요소 분류’가 바로 이 ‘게임 플레이 분석’을 하다가 쓰게 된 글이었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분석하는 글을 쓰다가 문득 게임 요소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플레이 분석을 바로 하는 것보다는 게임 요소 분류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게임 요소의 분류를 한 것이지요
 – 재미난 사실은 이 글을 쓰면서 게임의 재미에 대한 생각이 나서 현재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게임 요소의 분류 – 게임 플레이 분석 – 게임 재미 분석’ 이라는 3부작 시리즈가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이전 ‘게임 요소 분류’에서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게임의 핵심 요소라고 했었는데요
사실 제가 게임의 핵심 요소라고 이야기한 게임 플레이는 그냥 플레이 그 자체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요소가 합쳐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놀이’라고 해서 그것이 하나의 구성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게임 플레이는 어떠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플레이’라는 용어보다 ‘놀이’라는 용어로 생각하신다면 놀이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규칙’ 이지요

게임 플레이를 이루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플레이 규칙’ 입니다
규칙 없는 놀이가 없듯 게임의 플레이에서도 가장 기본은 바로 이 ‘플레이 규칙’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규칙이 없는 놀이는 존재할 수가 없지요
 – 사실 게임에서의 규칙이라고 하면 플레이 규칙 이외에도 가상 세계의 규칙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게임 플레이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플레이 규칙’ 만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게임 플레이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규칙이 있으면 당연히 ‘행위자의 선택’이 있어야겠지요

게임 플레이를 이루는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의사결정’입니다
숨박꼭질을 할 때 골목에 숨을 것인지 아니면 술래의 동선을 파악해 도망 다닐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의사결정’ 이지요
비록 대부분 규칙에 얽매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행위자의 ‘의사결정’이 존재 하지 않는 놀이는 없습니다
 – 이 ‘의사결정’ 역시 플레이 규칙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에 대한 의사결정 외에도 가상 세계에 대한 의사결정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이는 게임 플레이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플레이에 대한 의사결정’ 만을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 다음의 게임 플레이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규칙과 의사결정에 이은 또 다른 게임 플레이의 구성 요소
규칙이 있고 그 범위 안에 의사결정을 했다면 당연히 ‘선택 따른 반응’이 있기 마련이지요

게임 플레이를 이루는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상호작용’ 입니다
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로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다시 하겠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최종 목적이자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이지요
의사결정에 따른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것은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상호작용이 또 몇 개로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게이머가 내린 의사결정에 일반적인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상호작용’과 
게이머가 내린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보상’,
게이머가 내린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벌’이 그것이지요

이 내용을 총 정리하면 다음의 그림과 같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플레이 규칙

게임 플레이 규칙은 게임의 특성을 결정하는 부분으로 게임 플레이는 물론이고 (사실상 게임 플레이가 게임의 핵심임을 생각해 본다면) 게임 전체의 근간이 되는 부분 입니다
규칙이 있어야 그 규칙에 맞게 의사결정 방식도 정하고 그에 따른 상호작용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플레이를 중심으로 게임 캐릭터, 배경, 이펙트, UI 같은 게임의 다른 요소들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똑같이 상대방과 대전 격투를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맨손으로만 싸우게 할 것인지
무기를 사용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사용 가능하게 할 것인지 같은 규칙이 있어야

해당 규칙에 따라 게이머가 가능한 의사결정 방식을 정해줄 수 있고 (예컨대 맨손만 사용하게 한다면 A키는 주먹 B키는 발차기 같은)
게이머의 의사결정에 따른 상호작용도 정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주먹은 빠르지만 데미지가 약하고 발차기는 데미지는 크지만 느리다 같은)

또한 이렇게 플레이 방식이 정해져 있어야 어떤 캐릭터를 사용할 것인지 (예컨대 맨손 격투기이므로 태권도, 쿵후, 가라데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고)
어떤 배경을 사용할 것인지 (예컨대 현대라든가 과거라든가)
어떤 이펙트를 사용할 것인지 (예컨대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므로 피가 튀는 것보다는 강한 타격 효과만 준다든가)
어떤 UI를 사용할 것인지 (예컨대 대전 격투이므로 체력을 제외한 나머지 UI는 최소화 한다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모든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플레이 규칙이 게임의 다른 요소들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달리 보자면 
규칙을 게임의 구체화된 방향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대략적인 방향성은 게임의 규칙이 정해지기 전의 구상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사결정

게임 플레이에서 의사결정이란 게이머가 정해진 규칙의 범위 내에서 게임 속에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키는 행위 입니다
이 의사결정이라는 행위의 범위가 비록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 의해 제한되어있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의사결정이 얼마나 다양하게 가능한가에 따라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게임은 다른 문화 컨텐츠와 큰 차별성을 가지게 됩니다

다른 문화 컨텐츠들이 화자의 이야기를 청자가 듣기만 하는 단방향의 설파라면
게임은 화자의 이야기를 청자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질문을 하는 쌍방향의 문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의사결정의 범위가 무제한은 아닌지라 대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 참고로 이러한 과정에서 비록 제한된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청자가 화자 조차 예측하지 못한 질문을 하는 경우를 창발(創發, Emergence)이라고 합니다

플레이 규칙이 의사결정의 근간이었던 것처럼 의사결정 역시 상호작용의 근간이 됩니다
규칙이 있어야 의사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무언가 행위(의사결정)가 있어야 그에 따른 반응(상호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의사결정에 대한 예시는 작게는 버튼을 클릭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타난다 등으로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다음의 예시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캐릭터의 앞에 함정이 있고 그 함정 바로 건너서 적 몬스터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게이머는 먼저 자신의 앞의 함정을 해체하고 몬스터를 해치우든가
혹은 장거리 무기로 함정 너머의 몬스터를 먼저 해치우고 함정을 해체하든가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게이머의 그러한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 
게이머가 함정을 먼저 해체를 시도한다면 몬스터가 장거리 무기로 캐릭터를 방해를 하고
장거리 무기로 함정 너머의 몬스터를 노린다면 장거리 무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한다는 설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게이머의 의사결정에 따른 상호작용을 만드는 것으로 의사결정이 상호작용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위의 예시에서 게이머가 함정을 넘어가서 몬스터를 유인하고 자신은 다시 함정을 넘어 돌아와 몬스터가 함정에 걸리게 하여
함정과 몬스터를 한 번에 해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분명 게임의 규칙에는 어긋나진 않지만 게이머의 의사결정이 개발자가 예측한 범위를 벗어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경우를 우리는 창발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창발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에서 의사결정의 범위가 넓고 다양할수록 (흔히 말해서 게임의 자유도가 높을 수록) 더욱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투에 사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술을 사용해서 상대의 진입을 막는 모습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개발자도 생각지 못한 창발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싶으시겠지만
자유도가 높아 창발이 잘 일어난다는 것은 곧 게임 플레이가 유저들에 의해 개발자가 만들어 낸 것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게 만들어 진다는 것이 되고
플레이가 더 다양해 진다는 것은 곧 게이머를 좀 더 오래 게임에 붙잡아 둘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상호작용

게임의 상호작용은 게이머의 의사결정에 따른 게임의 반응으로 
게임 플레이의 최종 목적이자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목적이 되는 게임의 재미가 바로 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게이머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어떠한 내용이 (그 내용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딱히 무엇이다라고 말씀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외부에서 사람에게 전달되었을 때입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아무런 내용도 받지 못했는데 재미를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즐거워하지 않는 이상에야
TV를 보든, 책을 읽든,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떨든 
어떠한 내용이 외부에서 나에게 전달이 되어야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에 ‘이것은 재미 있다’ 혹은 ‘재미 없다’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게임의 내용을 전달해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그것이 바로 ‘상호작용’인 것이지요

게임의 규칙은 게임의 근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게이머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게임상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게이머가 게임의 내용을 받아들여 재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의사결정은 게이머의 의지를 게임 속에 개입 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이 역시 게이머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지는 못합니다
의사결정은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게임의 다른 요소들인 캐릭터, 월드, 이펙트, UI 역시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것들은 게임의 규칙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에 어느 누구도 ‘우와! 이 게임은 배경이 참 재미있네’ 라거나 ‘UI가 참 재미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실 게임의 기본 재미가 플레이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지요

하지만 상호작용은 다릅니다
상호작용은 게임의 요소 중에서 유일하게 게임의 내용을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머는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의 내용을 전달 받고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물론 상호작용이 그 자체로 게임의 재미가 되지는 않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의 내용이 게이머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상호작용이 게임의 재미를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해서 게임에 상호작용이 없다면 게이머는 게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재미를 얻기 위함임을 생각해 본다면
상호작용은 게임의 모든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상호작용이 게임의 모든 요소에서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위해선 우선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의사결정이 존재하기 위해선 그전에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림의 개가 게이머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게이머는 어떠한 재미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상호작용은 게이머의 의사결정에 따른 게임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반응들이 모두 같은 반응은 아니기 때문에 반응에 내용 따라 다음과 같이 상호작용을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게이머에게 득이 되는 상호작용 : 보상
 – 게이머에게 해가 되는 상호작용 : 벌
 – 게이머에게 득도 해도 되지 않는 상호작용 : 일반 상호작용

보상은 말 그대로 게임상 게이머에게 득이 되는 상호작용으로 게이머가 어떠한 행위를 했을 때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경험치를 얻는 등의 것을 말합니다
일전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 보상이라는 상호작용은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저는 일전의 글에서 게임에서 느끼는 기본 재미는 ‘보상’에 기반한다고 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게임의 재미를 ‘보상’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한계를 느끼게 되어 최근 게임의 재미에 대한 연구를 다시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저는 ‘보상’외에도 게임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차후의 ‘재미 분석’ 이라는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벌 역시 보상과 같이 말 그대로 게이머에게 해가 되는 상호작용을 이야기 합니다
게이머가 어떠한 행위를 하였을 때 함정에 빠진다거나 아이템이 부숴지거나 하는 등의 것이지요
벌은 그 자체로 재미가 되지는 않지만 (벌 받고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상과 어우러지면 보상이 주는 게임의 재미를 좀 더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상호작용은 게이머에게 득도 되지 않고 해도 되지 않는 모든 상호작용을 이야기 합니다
캐릭터와 NPC의 의미 없는 대화나 이동 수단을 조종해서 마을을 이동하는 것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지요
일반 상호작용은 얼핏 보기에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보상과 관련 없는 다른 재미 요소들과 관련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차후 글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쓰려던 글이 생각보다 늘어져 버렸습니다
더 늘어지기 전에 여기서 그만 줄여야겠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나 ‘게임 플레이’입니다
플레이가 없는 게임은 존재할 수도 없고
플레이가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그 게임은 껍데기일 뿐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좀 더 게임 플레이에 대해 연구하여 게이머들에게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줘야 할 것입니다

[ssba]

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사람/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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