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등한 불합리

며칠 전에 포커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포커에서 나오는 모든 원페어의 확률 -다른 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쉽게 원페어만 예로 들겠습니다-이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A원페어, J원페어가 나올 확률이나 
스페이드 A원페어, 하트 A원페어가 나올 확률이 같다는 것이지요

얼핏 생각하기에 조합이 나올 수 있는 패의 확률이 같다면 그 패들의 등급 역시 같아야 하지 않나고 생각되지만
실제 포커에서는 A원페어를 J원페어보다 높게, 스페이드 A원페어를 하트 A원페어보다 높게 쳐 줍니다

'원래 룰이 그러니 그럴수도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사람들이 분명 같은 확률의 패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패를 다른 패보다 높게 쳐주는 것을 아무런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에서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돈'을 걸고 하는 도박인 포커 게임이라면 당연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합리적'이어야 할 것인데
이런 불합리한 룰을 가지고 있다니!
게다가 이 불합리한 룰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 중에 이 불합리한 룰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니!

그것은 왜 일까요?
사람들이 이런 불합리한 룰을 몰라서?
아니면 불합리한 룰의 경우가 무시해도 될 정도로 크지 않아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제가 사람들을 잡고 설문조사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겠지만
저는 이 이유를 '불합리함이 균등하게 돌아가므로'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다이아만 가지고 하고 상대는 스페이드만 가지고 포커를 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불합리하지만
상대가 스페이드를 가질 수 있는 만큼 내가 스페이드를 가질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불합리함이 누구에게나 균등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라는 것이죠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운'과 결합된 이 균등한 불합리 -내가 스페이드가 나올지 클로버가 나올지는 순전히 운이므로-가 긴장감을 높여 게임의 재미를 더해 준다는 것입니다
같은 확률의 패가 나왔을 때 '비김'이 되어 다음 승부로 넘기는 합리적인 룰보다 
약간의 '운'적인 요소에 의해 승패가 가름하는 불합리한 룰이 -물론 그 불합리함이 균등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합리적입니다 
게임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s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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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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