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기원

근래 –사실 글 쓰기가 지금일 뿐 생각은 훨씬 이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만– 하고 있는 생각이 '원시행동' 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실제로 있는 표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적절한 표현 수단이 없어 제가 임의로 명명한 단어라는 것을 생각해 주시고 
 –고로 이하의 모든 내용은 다 제 생각일 뿐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하튼 이 원시행동이 뭐냐 하면 인류가 아직 부족 생활에 머물러 있을 때 생산 활동은 아닌 몇몇 행동들
예컨대 벽에 동물 그림을 그린다거나 부족민들끼리 모여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노래나 춤을 추던 행동들을 뜻합니다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에 보면 그 행동들을 학습적인 효과를 지닌 주술적인 행위라 말하는데
    책에서는 그것이 예술의 기원이라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그 행동들을 보자면 
그림, 춤, 노래라는 것을 보면 일종의 예술 행위라 할 수 있고
동물 그림으로 사냥물을 파악하고 춤, 노래 등으로 사냥간의 협동심을 길렀다는 것을 보자면 생산성을 높인다거나 사회성을 높이는 학습이라 할 수도 있고
그림, 춤, 노래를 통해 즐거움을 얻었다는 점에서 보면 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모습을 지닌 이 행동을 저는 일단 원시행동이라 명명하였는데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제가 이를 통해 놀이의 기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사실 뇌나 진화, 진화심리학 등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때문에 연구가 아니라 생각 카테고리로 올립니다– 사람의 뇌는 태어날 때 무수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들은 이후 자라면서 학습되는 방향에 맞춰 최적화 되고 사용되지 않는 부분은 점점 버려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무엇이든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살아가면서 점점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잘 쓰는 영역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버려진다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를 생각해 볼 때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최적화 되는 것이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진화라는 시스템이 가진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특성을 바로 저 원시행동에 대입하여 놀이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최초에 무수한 가능성을 지닌 원시 행동이
이후 인류의 사회화 과정을 거쳐 점점 그 추구하는 바에 맞게 최적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지요
원시행동에서 학습, 숙련의 목적을 강화하여 최적화 한 것이 현재의 교육이 된 것이며
원시행동에서 미(美)적 추구 부분을 강화한 것이 현재의 예술이 되었으며
원시행동에서 재미, 즐거움 등의 추구가 강화된 것이 현재의 놀이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동들이 최적화가 되기는 했지만 –물론 앞으로도 계속 최적화가 되겠습니다만– 다른 행동들의 특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어릴 때 영어 교육을 못 받아서 해당 영역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그 부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영어는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되어 배우는 영어는 어릴 때 모국어와 같이 배운 영어에는 못 미치겠습니다만 어쨌든 영어를 배울 수는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집니다 
현재의 놀이도 재미와 즐거움 영역이 발달하기는 하였으나 원시행동에서의 학습효과나 미적추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놀이로서 학습이나 예술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문제이해-해결 능력을 기르거나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놀이는 재미와 즐거움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놀이란 일단 재미있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다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그 행동의 추구와 형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인데
예컨대 예술을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이라 치면 회화, 조소, 노래, 소설, 시 등은 예술 행동을 하기 위한 형태로 구분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설이나 시라는 형태를 빌어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문학 예술이 되겠지요

이는 게임도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만일 게임으로 놀이를 추구한다면 ‘게임.놀이()’ 그것은 하나의 놀이가 되고
 –이것은 가장 많은 형태의 게임입니다
게임이라는 형태를 빌어 학습을 추구한다면 ‘게임.학습()’ 그것은 학습이 되고
 –이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교육용 게임이 되겠지요
게임이라는 형태를 빌어 미적가치를 추구한다면 ‘게임.예술()’ 그것은 예술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아마 인터랙티브 아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쓰고 나니 좀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요지는 간단합니다
어떠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그 행동이 지닌 추구를 봐야 하는 것이며
 –회화의 추구가 미적 가치가 아닌 재미나 즐거움이라면 그것은 놀이가 되겠지요
행동을 표현하는 형태는 얼마든지 다른 추구와 결합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같은 원시행동에서 뻗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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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thor

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suyeongpark@aby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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