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읽은 책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AI보다 더 파괴적인 기술이라 생각하는 Crispr-Cas9에 대한 –AI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눈 앞에 와 있다–  이야기. NHK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정말 TV 방송에서나 볼법한 글이 종종 나온다 –인터뷰 대상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하등 쓸데 없는 이야기

방송용이라 어려운 내용을 대중적으로 풀어 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너무 대중적이라 딱히 기대한 수준의 깊이가 없어서 참 아쉬웠다. 크리스퍼의 원리에 대한 내용보다는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현장에서 도입된 사례에 집중한 책. 추천하기는 어렵다.

뒤르켐 & 베버 :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

두 사회학자의 이론을 소개하는 사회학 이야기. 베버의 관료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베버에 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 싶어 읽었는데, 관료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두 사회학자의 사회학 이론을 전반적으로 훑는 내용이었음.

사회의 구성이 종교적 믿음과 같은 믿음에 의해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나, 종교를 구성하는 것은 믿음 뿐만 아니라 제사라는 부분 등은 흥미로웠으나, 그 외의 전반적인 내용은 so so. 서양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한 이유를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찾는다는 부분을 읽고는 베버의 책을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음.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공리주의에서 시작하여 동물 해방에 이르는 윤리 문제를 이야기 하는 책. 벤담이라는 이름을 보고 공리주의를 떠올렸지만, 공리주의와 ‘공평하라’라는 부제와는 좀 어울리지 않나 싶었는데, 실제 내용도 공리주의에 대한 내용과 우주적 관점에서의 공평함에 대한 내용으로 구분이 된다. –책에서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고려한다는 논의로 공리주의에서 공평함을 찾는데, 모두가 공평한 지점이 이익의 총합이 극대화 되는 지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논의는 사실 좀 갖다 붙인 느낌이 든다.

공리주의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대한 논의나 행복을 정량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 등이 유명한데, 이에 대해 딱히 코멘트할 거는 없어 보이고, 공평함에 대한 우주적 관점이 흥미로우니 이에 대해 몇가지 생각 정리.

동물의 이익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대하여야 한다는 논의는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만한데,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므로 잡아 먹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식물은 신경계가 없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먹는게 문제가 안된다는 논의는 사실 받아 들이기 어렵다. 그렇게 따지면 유전적인 문제로 선천성 무통각증을 가진 인간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잡아 먹어도 되나? 생명이라면 생(life)에 대한 추구가 있게 마련인데, 고통을 느끼는 것을 기준으로 식물은 먹어도 되고 동물은 먹으면 안된다고 하는거는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동물을 먹는 것이 옳지 못한 일인만큼 식물을 먹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게 낫지 않을까? 그런 면피성 논리는 안 하느니만 못하는게 아닐까 싶음.

사실 이런 논의를 따라가면 애초에 인간이 존재하는거 자체가 문제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사실 정말로 자연에서 인간이 없어지면 자연은 아름다운 곳이 될까 하느냐면 그건 또 아님. 인간의 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대체하는 것일 뿐. 애초에 자연의 법칙이 이상적이지 않으며 –이래서 붓다는 생이 고통이라고 강변했지– 이상적인 공간을 찾으려면 빅뱅 이전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으면 불합리한 것도 없지.

모든 논의에는 범위(range)가 있게 마련이고, 어느 수준에서 합의를 하느냐가 현실의 문제다.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제목 그대로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대한 이야기.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책이 그러하듯 어려운 개념에 대한 교양 입문서 정도로 현상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실 현상학에 대해서는 책을 읽고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서 무언가를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후설이 엄밀한 학문으로서 철학을 꿈꿨다는 부분에서는 역시나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나아간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든 가정을 하나 전제 하면 그 가정에 대한 가정이 필요 하고 다시 그 가정에 대한 가정에 대한 가정이 필요 하고… 이 반복되기 때문. 이쯤되면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하기 보다, 왜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할 수 없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논의의 방향성을 떠나 그 어렵다는 현상학에 대하여 그래도 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상학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봐도 괜찮을 듯.

데카르트 & 버클리 :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데카르트와 버클리를 중심으로 한 회의론에 대한 이야기.

지식의 체계를 견고한 토대에 올려 놓기 위한 데카르트의 회의주의는 버클리에 이르러 ‘지각 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에 도달하는데, –논쟁의 대상은 다르지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논쟁을 하면서 달을 보고 있지 않으면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고 했지–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수학자들이 수학을 견고한 토대 위에 올려 놓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처럼 애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나아간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들의 성과는 충분히 되새겨볼 만한데, 관찰할 수 없는 대상 –아주 작거나,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에 있거나– 에 대한 논의는 과학이 아니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이기 때문.

책의 분량도 작고 회의론에 대하여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다면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제목 그대로 장자와 노자를 중심으로 한 도에 대한 이야기. 도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보다는 (특히 노자의 경우) 정치 철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 읽은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에서도 좀 느꼈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심하게 느껴지는게 저자의 과잉해석인데 –온라인 서점 서평 중에는 견강부회라는 표현까지 있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철학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핵심을 찌르는 통찰과 헛소리는 한끗차이.

책에 대한 이야기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장자의 논의는 상당히 좋아하는데, 상대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놀랍기 때문. –이에 반해 붓다는 연결(네트워크)에 대한 통찰이 놀랍다– 책은 별로지만 –보통 별로면 끝까지 안 읽기 때문에 독후감을 안 쓰는데, 이 책은 얇아서 일단 끝까지 읽었음– 장자에 대해서는 따로 읽어 보는 것을 추천.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제목 그대로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 이야기. 공자와 맹자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후 다른 유학자들도 다루면서 –놀랍게도 정약용도 등장– 유학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다루고 있다.

현대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 고전 철학자들의 논의는 다소 순진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1]  현실을 설명하는 세계관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법으로서 이해해 본다면 사람이냐 시스템이냐의 논쟁에서 사람이 올바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학자들 –반대라면 법가– 의 논의는 여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2] 그들의 논의를 한 번 쯤 접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 함.


[1]: 동양이든 서양이든 마찬가지. 불교만 예외인 것 같다. 흥미롭게도 성리학은 불교에 대항하여 나온 것이라고 함.

[2]: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우선이고 시스템은 보조적인 것으로 생각 한다. 나쁜 놈이 마음만 먹으면 시스템은 얼마든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 좋은 사람을 좋은 자리에 앉히는게 최우선이다. 시스템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점이 그곳이라 생각 함.

세이건 & 호킹 : 우주의 대변인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우주에 대해 다루는 과학 교양서. 다른 지식인 마을 시리즈와는 조금 다르게 주요 인물들 –세이건과 호킹– 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고 그들이 다룬 이론에 대해서만 살짝 언급된다.

빅뱅과 별의 탄생, 무경계 우주론 등과 같은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저자가 세이건과 호킹의 과학 대중화에 큰 공감을 해서인지 크게 어려운 내용 없이 대단히 대중적인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그 부분이 살짝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여하튼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좋음.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 : 자연철학의 조각그림 맞추기

제목 그대로 아리스토텔레스와 이븐 루시드의 자연 철학 이야기. 이전에 읽은 <뉴턴 & 데카르트 :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과 같은 교양 과학사. 비록 현대의 기준으로는 잘못된 이야기지만,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 노력으로 과학사에 흔적을 남긴 고대 그리스와 중세 이슬람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학교에서도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하니까– 중세 이슬람의 과학 이야기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르네상스가 이슬람에서 넘어온 고대 그리스 번역서들 덕분이었다는 이야기나 알콰리즈미라는 이슬람 수학자 이름에서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 등을 보면 중세 이슬람 과학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그에 비해 접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는 것은 좀 아쉬운데, 이 책은 그러한 아쉬움을 조금 달래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듯.

분량도 작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보면 괜찮을만한 책이라 생각 됨.

일상기술 연구소

‘일상 기술 연구소’라는 이름의 팟캐스트의 내용을 모아 놓은 책. 다양한 생활인들의 다양한 생활 기술이 소개 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소소한 부분도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