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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복잡성을 주제로 한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중에서도 크기와 관련된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명체, 도시, 기업 등의 크기에 따른 대사율 변화와 망의 유사성에 대해 물리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그 규칙성을 — 1/4, 3/4 스케일링– 논하고 있는데, 기존에 접했던 복잡성 관련 책들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차후에 별도로 공부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복잡계에 나타나는 자기조직화, 자기유사성-프랙탈 구조 등은 결국 엔트로피-에너지와 물리적 제약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내용인 것 같다.

다만 도시와 기업의 차이에 대한 부분은 견해가 다른데, 도시가 초선형 스케일링이 가능하고 기업이 저선형 스케일링하는 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방식 –에너지를 흡수하고 엔트로피를 배출하는– 의 차이라고 생각 함. 도시는 구성원들의 세금을 통해 내부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기업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확보해서 내부 구성원들에 나눠줘야 하는 대사 방식의 차이로 도시는 대게 오래가는 반면, 기업은 대개 오래 못가는 것이라 생각 함. 도시도 인구가 줄면 망하는 도시는 얼마든지 나오게 마련인데, 저자가 미국에 살아서 일본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몰랐던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배운게 많았고, 복잡성/복잡계는 우리가 실제적으로 부딪히는 현실 세계를 –소립자의 세계는 현실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영역이니– 잘 설명해 주는 분야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는 추천할 만하지만, 복잡계 관련한 내용을 좀 접한 나도 따라가지 못한 부분들 –복잡계 자체보다는 물리학이나 생물학에 대한 내용– 좀 있어서 쉬운 책은 아니니 그것만 고려하면 될 듯.

복잡성의 과학

제목 그대로 복잡성(복잡계)에 대한 책. 그간 물리학이나 생물학,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쓴 복잡성에 대한 책과 달리 수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쓴 –그것도 한국인– 책은 처음이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좋았다.

일반적인 과학이 인간 세계 보다 미시적인 세계 –원자, 분자, 세포 수준– 를 밝히는데 관심을 두는 반면, 나는 인간 세계 보다 거시적인 세계 –ex) 경제– 에 관심을 갖는데 –그렇다고 내가 전일주의(holism)는 아님– 복잡성 이론은 미시 세계의 원리를 근간으로 하여 거시 세계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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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이코노미

제목 그대로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학을 바라보는 책. 복잡성와 경제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매우 적합했고 그래서인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다만 대중서는 아니라서 어려운 내용이 꽤 많이 나오는데 –수식이 상당히 등장하며, 기본 개념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운 내용도 많이 등장– 차후에 다시 차근차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책을 보면서도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 경제학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론 방향은 맞다고 믿는다– 고 생각 되지만 –경제학에 접목 하는 것을 떠나 네트워크 자체에 대한 이해도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마치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데 아직 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처럼– 복잡계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복잡계를 다루는 다른 대중서에서 다루는 사례들에 대하여 전문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

실물 책이 절판되고 e북으로 재출간 된 것으로 아는데, 아쉽게도 e북 편집 상태가 좋지 않다. 수식도 제대로 표시 안되고, 페이지 구성도 문제가 있음. 그래도 내용이 무척 좋으니 복잡성에 대해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일이든 비슷하긴 하지만, 디자인 역시 생각이 8할이다. 올바른 생각을 했다면, 그것을 실체화하는 것은 그냥 시간을 들이면 되는 일일 뿐이다. 생각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량화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닌 반면, 일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고 정량화 할 수 있는 활동이라 대개의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거꾸로 생각하게 마련이다만.

디자이너로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에 대한 이해이며, 마지막으로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그것이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은 분야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늘 바뀌는 것이지만, 인간이나 세상에 대한 이해는 어느 분야에서나 통용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명으로 볼 때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없어질 때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 사실상 고정적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한 번만 제대로 배우면 그 뒤는 쉽다. 더불어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은 결국 인간과 이 세상을 위한 것이므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한다면 그렇지 않은 때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글은 여기저기 많으니 굳이 내가 덧붙일 만한 것은 없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내 생각을 좀 이야기해 보겠다. 글의 주제는 단순하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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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개론/ 전체 정리

복잡계

복잡계란

창발 현상을 보이는 시스템. 복잡계의 개념과 이론이 자연과학,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없다.

복잡함의 기원

  •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의 종류와 수가 많다
  •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들 각각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잘 알지 못한다
  •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들이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적응해 나간다

복잡계의 특징

  • 상호작용하는 많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은 흔히 비선형적이다
  •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은 되먹임고리를 형성한다
  • 복잡계는 열린시스템이며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 복잡계의 구성요소는 또 다른 복잡계이며 끊임없이 적응해 나간다

복잡적응계의 4가지 속성과 3가지 매커니즘

  • 속성 – 집합성, 비선형성, 흐름, 다양성
  • 매커니즘 – 꼬리표달기, 내부모형, 구성단위

복잡적응시스템

복잡적응시스템들은 많은 형태의 시스템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3가지 패턴이 있는데 그것은 진동, 단속균형 (단선적, 불연속적 균형), 거듭제곱의 법칙이 있다

자기조직화

복잡계는 열린계이므로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드나들며 개별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계층의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창발적인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바로 자기조직화이다. 비평형상태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질서창출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상향식 질서.

적합도 지형

환경에 얼마나 적합한가를 나타내는 지형도. 적합도 지형에서 높은 위치를 점유하는 종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그러나 높은 위치를 점유하면 주위 환경 변화에 맞추어 변화가 힘들고 적합도 지형이 완전히 변화되면 도태된다. 예) 대기업이 적합도 지형 변화해 적응 못해 도태되는 반면 낮은 적합도의 벤처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업계의 지형과 순위가 바뀌게 된다.

혼돈의 가장자리

무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경계면이며 무질서도 질서도 아닌 복잡성이 높은 위치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혁신시키고 싶을 때 혼돈의 가장자리로 몰고 가야 한다. 이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증대시키는 것과 일맥상통한 말.

시스템의 복잡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 열린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작게 쪼개고 구성요소의 대칭성을 파괴해야
  •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증대시켜야 한다
  • 전체시스템과 구성요소는 공진화 해야 한다
  • 행위자의 무작위한 일탈을 제어하기 위한 적절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변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 변화를 고착화 한다
  •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한다

창발이 이루어진 후 고착화 되지 않으면 회귀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해야 한다

복잡계 모형이 갖추어야 할 2가지 조건

  • 모형은 현실보다 복잡성이 낮아야 한다
  • 그러면서도 핵심적인 창발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행위자 기반 모형

복잡계 시스템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행위자 기반 모형

행위자 기반 모형의 구성 요소들

  • 행위자
  • 행위자가 활동하고 상호작용하는 시스템 공간
  •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환경

행위자가 갖추어야 할 4가지 요소

  • 내부데이터(상태 또는 기억 내용)
  • 내부데이터 수정 방법(인지 작용)
  • 행동 규칙(행동 및 의사결정)
  • 행동 규칙을 수정하는 방법(적응기작)

열린계와 닫힌계

  • 닫힌계
    •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나 소통이 없는 시스템. 닫힌계에서는 어떤 물질, 정보, 에너지 등이 들어 오지도 나가지도 않는다. 예) 우주
  • 열린계
    • 에너지와 물질이 들어가고 나오는 시스템. 열린계는 에너지와 물질을 이용 일시적으로 엔트로피와 싸우면서 한동안 질서, 구조, 패턴을 창조한다. 예) 지구

열린계에서 질서가 만들어질 때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비용이 발생한다. 예)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질서를 만들어낸 뒤 열이라는 엔트로피를 발산한다.

닫힌계는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든 궁극적으로는 엔트로피라는 균형을 향해가며 열린계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패턴 등을 보인다.

동태적 시스템

동태적 시스템

동태적 시스템. 현재 순간 그 시스템의 상태는 바로 전 시스템 상태와의 어떤 변화의 함수라는 것

Stock과 Flow

동태적 시스템을 표현하는 방법. 스톡 Stock은 축적, 플로우 Flow는 Stock의 변화량

동태적 시스템의 3가지 요소

  • 양의 피드백
    • 좋다는 뜻이 아니라 점점 강화
  • 음의 피드백
    •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점점 약화
  • 시간지체
    • 의사결정이 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시간지체가 커질수록 통제가 어려워지고 진동도 커진다. 예) 뜨거운 물을 틀어도 실제 뜨거운 물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네트워크

네트워크는 노드와 링크로 구성되어 있음. 복잡계에서 노드는 행위자 링크는 행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링크는 방향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링크에 따라 가중치가 있을 수도 있다.

메트카프의 법칙

메트카프의 법칙.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 사용자의 제곱에 비례한다.

허브

허브란 링크가 굉장히 많은 노드

결속계수

결속계수란 네트워크에서 삼각형을 이루는 관계의 비중을 계산하기 위한 개념. 네트워크의 밀도를 의미한다

탄력성

탄력성이란 네트워크가 내부/외부의 요인으로 그 일부가 소실되더라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티핑 포인트

티핑 포인트란 어느 순간 갑자기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 예컨대 물은 100도가 되면 갑자기 수증기로 변하고 0도가 되면 갑자기 얼음으로 변한다. 네트워크에서는 노드와 에지의 비율이 1의 가치 즉 1개의 노드가 1개 이상의 에지(링크)를 갖는 순간에 이런 변화가 발생한다.

임계점

시스템 구성요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요인이 정확히 팽팽하게 맞서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점을 임계점이라 하며 임계점 부근에서 이 균형이 깨질 때 시스템에 일어나는 거시적인 현상을 임계현상이라 한다.

시스템 사고

시스템 사고란 시스템의 작동 매커니즘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발견하기 위한 사고 방식

분석적 사고와 시스템 사고

분석적 사고가 환원주의에 기반한 시야를 좁혀가며 사물을 관찰하는 것에 반해, 시스템 사고는 전일주의에 기반하여 시스템의 다양한 프로세스의 상호작용을 관찰한다. 분석적 사고가 죽은 사물을 관찰한다면 시스템 사고는 살아 있는 유기체를 관찰하는 방식.

시스템 사고의 구성 요소

  • 시스템의 지속적인 변화를 인정하는 파동의 사고
  • 음양의 인과관계를 바라보는 인과적 사고
  • 인과관계의 사슬이 순환되는 구조를 강조하는 되먹임 사고

부의 기원/ 정치와 정책: 좌우 대결의 종말

  • 경제 사상은 항상 정치와 연계되어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이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정치 지형도 변하여 왔다.
    • 애덤 스미스의 아이디어 덕분에 19세기 자유 무역은 빠르게 확산 되었고 카를 맑스의 이론은 20세기 지각 변동의 동인이 되었다.
    • 신고전학파 이론은 서구 정통 자본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고, 케인스 학파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정통 이론에 수정을 가하였다.
    • 2차 대전 이후 서구 경제에서 국가의 개입이 점점 늘어나 1970년대 말 절정에 달했는데, 이러한 추세는 1980년대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같은 경제학자의 영향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 그러나 경제학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
    • 맑스의 <공산주의 선언>은 1848년이었고,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것은 1917년 이었다.
    • 케인스가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1930년대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영향을 미친 것은 2차 대전 이후였다.
  • 정치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복잡계 경제학에 대해 가지는 질문은 아마도 “어느 편에 속하는가?”일 것이다. 다시 말해 “복잡계 경제학은 우냐? 좌냐?” 하는 물음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시장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는 우파라 볼 것이고, 시장이 전통 경제학이 주장하는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논리 때문에 좌파에 속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좌도 우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정치 구조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이론적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퇴물이 된 구조

  • 정치를 좌-우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기준으로 구분해 온 지 200년이 넘었으니 매우 끈질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좌-우 개념은 1789년 혁명 와중에 만들어진 프랑스 국회의 의석 배치에서 유래된 것이다. 제 3계급인 혁명 세력은 왼쪽에, 제 1계급인 보수 세력은 오른쪽에 앉았다.
  • 경제적 관점에서 좌우 이분법은 100년 뒤 맑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이론에 의해 구체화 되었으며 이때부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긴 전쟁이 시작되었다.
    • 20세기 초에 이르러 좌파는 경제에 있어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창하였다. 따라서 공산 경제 체제의 경우 모든 경제적 자산을 국유화하였고, 사회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부분적 국유화와 강력한 정부 규제 제도를 도입, 시행하였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파 체제의 경우 자유 시장 경제의 온상이 되었다.
    • 이러한 용어의 구체적 의미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여 왔지만 둘 간의 기본적인 차이는 20세기 중엽에서 말에 이르는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 즉, 국가 대 시장, 사회적 진보주의 대 사회적 보수주의, 그리고 다수의 요구 대 개인의 권리 등 기본적인 입장의 차이에는 변화가 없었다.
  •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좌-우 간의 논쟁은 이미 끝나고 ‘역사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예측하였다. 이 기간 동안 몇몇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좌-우의 개념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 1996년 미국 민주당 리더십 위원회는 ‘신진보 선언’을 발표하였고, 1998년 런던 경제대학의 학장인 앤서니 기든스는 <제 3의 길>이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로 인해 그들은 미국의 ‘신민주당’, 영국의 ‘신노동당’으로 불리게 되었다.
    • 그들 주장의 핵심은 자본주의의 부를 창출하는 제도적 강점과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목적을 결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수단을 사회주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 이는 클린턴 행정부와 블레어 정부가 그들의 경제적 이념을 현실 정치에서 실행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클린턴은 미국의 복지 제도를 개혁하였고, 블레어는 영국 국가보건청 운영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 친절한 얼굴의 자본주의라는 아이디어는 우파에게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었는데, 조지 부시의 첫 선거 공약이었던 ‘온정적 보수주의’ 역시 그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 그러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블레어와 부시의 정책 설명 생략)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좌우의 간격은 좁혀졌을지 몰라도 해소는 되지 않았다.
  • 1990년 창안된 ‘제 3의 길’은 새로운 경제 이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정치적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좌-우 양측 모두 극단적 혹은 순수한 이념의 현실 적용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뼈저린 학습을 한 것이다.
    • 국가가 만들어 준다던 유토피아는 악몽 같은 경험에 지나지 않았고, 시장 경제 체제가 약속한 낙원은 기능 장애증에 걸린 사회에 불과하였다.
    • 이와 같이 한 세기 동안 소련의 노동수용소, 그리고 대공황 등을 경험한 후에야 정부도, 시장도 우리 사회에서 각기 역할이 따로 있다는 실용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중도적 합의는 지적 공백을 초래하고 말았다. 20세기 말 맑스와 스미스로 대표되는 두 이념이 모두 틀렸다는 인식이 일기 시작하였으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념 체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 선각자들의 바람과 달리 제 3의 길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보다는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이러한 지적 공백을 메울 잠재력을 가진 이론적 대안이 바로 복잡계 경제학이다.
    • 경제학에 대한 복잡계적 접근은 이것저것 섞어 놓은 중도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 실패를 인정하는 신고전 경제학도 아니요, 시장적 요소를 가미한 사회주의도 아닌 전혀 새로운 이념이다. 여기서 핵심 이슈는 좌-우 대결이 아니라 어떻게 최상으로 진화하느냐이다.

인간 본성과 강한 상호주의

  • 좌-우 대결의 철학적, 역사적 내용을 심층적으로 보면 인간 본성의 2가지 모순된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 좌는 인간을 원초적으로 이타적이라 보고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본성이 아닌 계급 사회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은 정의로운 사회를 통해 개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생각은 장 루소에서 시작되어 맑스로 계승되었다.
    • 우는 인간이란 원래 이기적이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 본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를 수용하는 정부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라 주장한다.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말했듯 “정부 체제를 고안하는데… 모든 사람은 악당이라서 그 행동이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고 간주하여야 한다.”
    • 그러나 우파는 만약 사람들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사익을 추구함녀 사회 전체의 이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런 철학은 흄에서 존 로크 그리고 토머스 홉스로 이어지며 발전하였다.
  • 애덤 스미스의 시각은 이들과 다르다.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어떻게 이기심이 시장의 역할을 통해 사회적 편익에 기여하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그러나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사람이 아무리 이기주의적이라 할지라도 남의 재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본성에도 분명히 원칙은 있다”라고 하였다.
    • 다시 말해 스미스는 인간 행태에 대해 좀 더 중도적 시각을 가졌으며 인간 본성에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공존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 허버트 긴티스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좌-우의 역사적 시각은 너무 단순하다고 비판하였다.
    •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은 수 세기에 걸친 철학적 논쟁거리였는데, 1980년대 이후 이것은 하나의 과학적인 문제로 부상하였다. 여러 실증 연구와 실험, 인류학의 현장 연구 그리고 게임 이론을 통한 분석에 의하면 스미스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다. 연구자들의 말을 빌리면 인간이란 ‘조건부 협력자’이자 ‘이타적인 응징자’라고 할 수 있다.
    • 긴티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인간의 행태를 ‘강한 상호주의’라고 하며, “타인과 협력하고자 하는 성향과 협력의 규범을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응징하려는 성향”이라고 정의하였다.
  • 이것은 ‘최후통첩 게임’과 ‘죄수의 딜레마’에 나타난 인간의 행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황금률을 따르고자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변칙을 가한다.
    • 남이 자기에게 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는 것 –조건부 협력– 도 만약 남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비용을 치르더라도 응징하겠다는 의미다. –이타적 응징
  • 사람은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없는지, 누구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며 누가 자기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지, 그리고 누군가가 자기를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도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 한 번 속이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바보다.
  • 그러나 강한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의 행태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현대 산업 사회의 사람들뿐 아니라 오지의 수렵, 채집 부족 사회 사람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이러한 인간 행태가 어느 정도 유전적인 것인지, 어느 정도 문화적인 산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유전적인 것이라는 3가지 증거가 있다.
    • 첫째, 강한 상호주의 행태는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어떤 사회에서도 상호주의 행태를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상호주의는 순전히 문화적인 산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 둘째, 다른 영장류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관찰되었다.
    • 셋째, 이러한 행태와 관련된 생물학적 증거도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게 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 강한 상호주의가 보편적 현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본성을 촉발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것은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요 부분은 흥미로운데, 마치 유전자가 내재는 되어 있지만 환경 조건에 따라 발현이 되거나 안 되거나 하여 최종 형태가 결정되는 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 강한 상호주의에 대한 진화론적 논리는 간단하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세계에서 조건부 협력자가 순전히 이타적 혹은 이기적 전략을 따르는 사람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
    • 크리스티안 린드르겐의 ‘죄수의 딜레마’ 모델에서 어느 한 전략이 절대적 우위를 나타내지는 못하였으나 이기는 전략이 조건부 협력자 전략의 변형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마찬가지로 세계 여기저기서 실행한 최후통첩 게임 실험 결과들을 보면 전통 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이기주의에 가장 가깝게 행동하는 종족은 페루 우림에 사는 마치구엥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마치구엥가 족의 문화적 규범은 다른 사회처럼 강한 상호주의를 강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치엥가 문화는 이기주의, 상호 불신 낮은 협동 정신 등이 특징이다. 그들 사회의 조직은 가족 단위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실험 대상 중 가장 가난한 사회였다.
  • 전통 경제학자는 강한 상호주의는 또 다른 형태의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할 지 모른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사회에서는 협력이 유리하다.
  • 그러나 강한 상호주의와 전통 경제학의 이기주의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 첫째, 전통 경제학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경제적 상호작용 과정엔 관심이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되었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결과 뿐 아니라 그 과정의 정당성도 매우 중시한다.
    • 둘째, 최후통첩 게임에서 보았듯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되더라도 부당한 행동을 응징한다. 다시 말해, 정말로 속았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이기주의적 합리성과 다른 점이다.
  • 강한 상호주의의 경제적, 정치적 파급 효과는 확실치 않지만 인간 행태의 기본적인 가정을 바꾸면 많은 것이 바뀐다.
  • 예컨대 복지국가를 위한 공공 지원 제도를 보자.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이르는 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미국 정부의 사업들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1990년대에 이르면서 그러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크게 떨어졌다.
    • 이러한 지지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좌파는 인종 차별주의에서, 우파는 사람들이 지원의 효과성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 여러 조사 및 실험 결과와 전문 그룹의 토론 등을 통해 크리스티나 퐁, 볼스 그리고 긴티스는 국민의 태도 변화는 앞서 본 이유가 아니라 바로 강한 상호주의 때문이라는 의미있는 증거를 찾았다.
    • 처음 지원 사업이 도입되었을 때, 그러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일은 하고 싶지만 운이 없거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간주되었다. 그러한 사람들은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사회 규범이었다.
    •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인식이 국가 지원의 수혜자들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며 사회의 선의를 오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행태는 상호주의의 규범에 맞지 않으므로 지원은 철회되어야 하고 응징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퐁, 볼스, 긴티스는 사회 정책은 ‘상호주의의 가치를 위배하지 않아야 하며 상호주의의 가치를 오히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예컨대, 상호주의의 가치와 맞는 정책으로서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직능 훈련, 빈곤층에게 저축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낙후 지역에서의 기업 활동 지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 또한 강한 상호주의의 규범은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도록 한다. 이러한 차별을 고려한 지원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 예컨대, 고용 보험금 제도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매우 높다. 이 경우 사람들은 고용 기간 동안 보험금을 불입하고 경제 상황이 안 좋거나 운이 나빠 해고되는 경우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 마찬가지로 사회 보장 제도도 지난 70여 년간 범정파적 지지를 받아 왔는데, 이 또한 상호주의의 원칙에 바탕을 둔 정책 때문이다. 사람은 늙게 되어 있고 젊어서 불입한 만큼 노후에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은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고 결국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 상호주의적 요건이 없는 지원 정책의 예로서 약물 중독자를 위한 교육, 재활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약물 중독의 경우 자기 스스로의 행위에 의한 결과 이므로 상호주의라는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경우 수혜자들이 일을 해야 한다든지와 같은 조건이 붙으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 강한 상호주의 원칙은 왜 미국과 영국의 신좌파들이 진보주의적 정책에 개인의 책임성을 반영하려고 했는지를 설명해 준다.
  • 인간은 루소가 말하듯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타적 피조물도 아니고, 흄이 말하듯 가슴도 없는 이기적인 피조물도 아니다. 결국 인간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인 스미스의 견해가 옳은 것이다.
  • 복잡계 경제학이 강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모든 죄악의 근원은 사회라는 루소의 견해를 벗어나 개인의 책임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은 사악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사회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흄의 견해에서 벗어나 인간 본성의 너그러운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에 의하면 개개인의 행동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결국 개개인의 행동이 통합되고 그것이 제도적 구조와 연계되어 한 시스템의 창발적 행태를 결정하는 것이다.

좌파의 유토피아와 자유 시장에 대한 환상

  • 3부에서 보았듯이 인류는 모르는 사람들 간의 대규모 경제 협력을 위해 2가지 메커니즘을 개발하였다. 즉, 시장과 계층 구조이다. 이 메커니즘 속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실행 수단과 방법이 포함되어 있으나 결국은 모두 이 둘로 나누어질 수 있다.
    • 수평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집단 농장이나 협동조합 같은 경우도 계층 조직적 권력 구조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 복잡계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의 차이점은 경제적 적합도를 판단하는 것이 ‘시장이냐 계층구조냐’이다.
  • 자본주의 경제, 사회주의 경제를 막론하고 사업 계획의 차별화, 선택, 확산은 계층 구조의 틀 속에서 일어난다.
    •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민간 기업에서 일어나는데, 알프레드 챈들러는 ‘보이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 하였다.
    • 이에 반해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직접, 간접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조직 속에서 일어난다.
  • 자본주의 경제에서 진화의 과정은 결국 시장이라는 거름 장치를 거치게 되어있고, 이 과정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사업 계획의 선택과 확산을 최종 결정한다. 사회주의 경제에는 이러한 시장이라는 거름 장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업 계획의 선택과 확산 같은 진화 과정에서의 결정은 정부라는 계층 구조 속에서 일어난다.

좌파에 대한 비판

  • 복잡계 경제학의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은 명료하다. 즉, 경제란 너무 복잡해서 중앙 계획 당국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는 3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중 두 가지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주장한 것이다.
  • 그 첫째는 하이에크가 말한 ‘지식의 조정 문제’이다.
    •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식은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다. 그러한 지식은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정보, 비용,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다.
    •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이러한 정보를 모은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10 SKUs에 달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취향을 조사한다면, 조사가 끝나는 순간 조사의 내용은 아무 쓸모 없는 과거의 데이터가 되고 말 것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는 비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두 번째 문제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 하이에크는 이를 사회주의의 ‘결정적 자만심’이라고 하였다. 만약 완벽한 합리성의 가정이 신고전학파 이론의 결정적인 흠이라면 이 또한 사회주의 이론의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 영국의 경제학자 디킨슨은 1933년 논문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에 다른 점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시장 균형을 도출하기 위한 발라의 방정식도 사회주의 경제 계획 당국이 풀어 시장과 같은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하이에크는 이에 대해 우리가 그러한 결과를 찾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처리할 능력은 없다고 반격했다.
    • 앞에서 논의한 대로 하이에크는 인간의 연역적 합리성도 경제와 같은 비선형적이고 동태적인 시스템에서 사안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계획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 기본적으로 환벽한 합리성이라는 가정은 신고전학파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이론에서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 세 번째 비판은 하이에크의 두 가지 비판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우리가 앞서 논의한 바 있다.
    • 우리가 완벽한 합리성을 버리고 연역적 추론에 의존한다면 추론의 성공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며, 무엇이 좋은 사업 계획이며 무엇이 나쁜 사업 계획인지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을 할 시장 메커니즘이 없다면 우리는 하이에크의 ‘지식의 조정 문제’에 빠지고 만다.
    •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국가라는 계층 구조가 마음대로 생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앞서 본 대로 통치자의 계층 구조는 통치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계획 경제에서의 적합도 함수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권력의 이익을 반영하게 된다.
  • 따라서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역할과 함께 사업 계획의 선택을 위한 적합도 함수를 제공함으로써 권력의 계층 구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계획된 유토피아라는 깔끔한 비전은 복잡 적응 시스템인 번잡한 현실 세계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우파에 대한 비판

  • 다른 한편의 이념 체계에 대한 복잡계 이론의 비판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에 관한 우익의 환상에 대한 비판이다. 논점은 2가지다.
  • 첫째, 복잡계 경제학은 시장이 유용하고 필요하지만 완벽하게 효율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 앞서 본대로, 교과서에서 말하는 시장과 가장 가깝다는 금융 시장도 실제 이론적인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시장이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줄 것이라는 일부 우파의 가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 공정하게 말하자면 대개의 전통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 실패에 대한 연구도 많다.
    •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은 시장 실패를 떠나 전통 경제학의 비현실적 가정을 근거로 한 여러 가지 시장 해법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 (영국이 정부가 감시하던 독점적인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경쟁 체제로 바꾸고 오히려 불만이 늘어난 예 생략)
    •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의 전력 시장 자유화와 영국 철도 산업 민영화의 실패 예 생략)
    • 그렇다고 시장 경쟁이 나쁘고 독점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복잡계 경제학은 경제의 진화에서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간단한 전통 경제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파는 모든 사회 문제를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 두 번째 비판은 우파가 가지고 있는 반정부적 입장은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순진한’ 측면이 있다.
    • 신고전학파 이론은 전부의 간섭이 없는 원초적인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경제를 만들어 놓는다. 이러한 이상적인 상태에서 바로 파레토의 최적 상태가 형성되며 사회의 부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 여기에 세금이니 규제가 개입되면 경제는 이상적 상태에서 멀어지고 사회적 부의 창출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세금은 억제하고 정부 지출도 최소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 이와 같이 우파는 시장이 기능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규제는 필요하지만 세금과 같은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가격 신호를 오도하며 경제를 이상적인 상태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 1986년 중소기업 관련 백악관 회의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정부의 경제관은 몇 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경제가 움직이면 세금을 거두어라, 경제가 계속 움직이면 규제하라, 그리고 경제가 정지하면 보조금을 주라”고 한 바 있다.
    • 그러나 반정부적 시장론자들은 경제가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경제적 진화 시스템은 수없이 많은 사회적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사회적 기술은 대개 정부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진화는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균형을 이루는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계약법, 소비자 보호법, 근로자 안전법, 증권법과 같은 사회적 기술은 모두 협력과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인 반면, 반독점 규제는 건강한 수준의 시장 경쟁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 정부의 영향력이 약한 개발도상국에 가보면 정부의 개입이 없을 때 국민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가 알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제는 협력도 경쟁도 약한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만다.
    • 물론 정부의 개입이 모두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바보 같은 낭비적 규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제가 될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우파적 주장은 경제 시스템의 진화적 효과를 떠받치는 정부 제도의 역할을 훼손하는 것이다.

정부는 적합도 함수를 설정한다

  • 복잡계 경제학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과 같이 정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신고전학파의 영향을 받은 우파의 입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파레토 최적이 도덕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이며, 그러한 파레토 최적을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은 시장이므로, 도덕적으로 올바른 정부의 역할은 시장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 따라서 시장에 개입하는 어떠한 정부의 행위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효율의 손실을 기준으로 비용 편익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떄문에 우파 사람들은 시장 효율을 이유로 환경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 이에 비해 복잡계 이론의 시각은 정부의 개입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본다. 한 가지는 사업 계획의 차별화, 선택 그리고 확산과 관련된 정부 행위는 경제적 진화 과정에 대한 개입으로서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에서 본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예 생략)
  • 반대로 경제적 ‘적합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입은 달리 평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앞서 본대로 진화 시스템에서 효율의 의미는 제한적이다. 복잡계 이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 규제는 기업 경쟁 환경의 일부분이다. 시장 메커니즘이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고 선택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경제적 진화 과정은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다.
    • 예컨대 유권자들이 자기들이 선출한 의원에게 환경 보호가 사회적 과제라고 말한다면 정부는 환경 친화적 사업 계획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유리하도록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할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사업 계획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사업 계획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적합도 환경을 조성한다.
  • 그러나 정부를 적합도 함수의 설정자로 보야아 한다는 아이디어는 하이에크가 지적한 여러 이유를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 정부가 적합도 함수를 설정함에 따른 영향,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우리의 능력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 이는 정부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꺼이 그런 역할에 대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받고, 경우에 따라 역할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좌우의 이념적 입장 뿐 아니라 이 둘 간 논쟁의 대상인 거대한 제도, 즉 국가와 시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 국가의 경제적 역할은 시장의 진화를 촉진하고, 협력과 경쟁 간의 효과적 균형을 이루게 하며, 사회의 요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 강력한 상호주의 규범에 따라 국가는 모든 국민이 경제적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한 시스템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인 지원을 해줄 책무가 있다.
    • 시장의 경제적 역할은 사업 계획을 발굴하고 차별화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비자 수요, 기술, 그리고 국가가 설정한 적합도 함수를 고려하여 사업 계획을 선정하며 선정된 계획이 확산되도록 자원을 배분 하는 것이다.
    • 따라서 국가와 시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문제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와 시장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 이다.
    • (뒤에 설명 생략)
  • (위의 정부는 적합도 함수 설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정부는 인프라 –실제 하는 도로나 항만과 같은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지원 정책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포함– 를 구성하는데만 힘을 써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과도 일치한다. 다만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2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 (‘정치적인’ 것의 문제. 사회적 인프라라고는 해도 분명 더 이득을 얻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선택해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선택된 인프라에서 더 많은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므로 인프라 선정 자체에 정치적인 개입이 있을 수 있다. 로비를 하는 기업들 혹은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바로 그러한 것들 중 하나. 때문에 과연 정부가 적합도 함수 설정의 역할만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실이 그렇게 아름답게 될 지는 의문)
    • (‘경제적인’ 것의 문제. 어디까지를 정부가 적합도 함수를 설정하는 사업이라 볼 것인가? 예컨대 나는 개인적으로 교육, 의료는 국가가 관리해야 하지 않나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시내 버스 같이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고 이미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사업들은 공공 인프라로 봐야 하지 않나 싶지만 다른 누군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여기서 생각이 다른 것의 진짜 문제는 경제적 비용인데, 그 많은 사업을 정부가 다 인프라로 보고 집행을 하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들고 이는 다시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프라로 돌아오는 높은 세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모를까 저 엄청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문제, 때문에 모든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고 민간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 더불어 그 어마어마한 사업들을 정부가 일임하는게 과연 효율적인가 싶기도 하다.)

문화가 중요하다

  • 세계 은행에 의하면 2002년 기준 가장 가난한 나라는 콩고로 1인당 소득은 100달러 수준이다. 이는 브레드퍼드 드롱이 추정한 약 1만 5천년 전 수렵, 채집민 부족의 소득인 92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시에 가장 부유한 나라는 룩셈부르크로서 1인당 소득은 3만 9,470달러였다.
    • 경제사학자 데이비드 란데스가 말한대로 “세계는 대략 세 부류의 나라로 나누어진다. 즉, 체중을 줄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나라, 살기 위해 먹는 나라, 그리고 다음 끼니가 어디에서 올지도 모르는 나라이다.”
  • 이러한 격차의 원인은 좌-우에 따라 다르게 설명된다. 좌파는 식민주의, 인종주의, 자본가 수탈, 그리고 부자 나라들의 빈약한 지원 등이 주된 원인이라 하고, 우파는 나쁜 정부, 부패, 자유 시장의 부재, 외국 원조에 대한 의존 등 때문이라고 한다.
  • 1999년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 해리슨과 그의 동료 새뮤얼 헌팅턴은 ‘문화적 가치와 인류 발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 심포지엄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도처에서 수행된, 경제 발전에 있어서 문화의 역할에 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 이 회의에는 다양한 학자들과 연구자, 평론가, 국제 지원 기구의 대표들도 참석하였는데, 그 회의의 성과로서 토론의 결론을 요약한 <문화가 중요하다>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 16장에서 문화를 개인들이 준수하는 미시적 규칙들의 결과로 나타나는 창발적 현상이라 정의하였고, 조직의 경제적 성과에 있어서 문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논의한 바 있다. 하버드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문화는 국가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국가 경제의 경우 수천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주어진 행동 규범 혹은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 문화와 거시 경제 성과 간의 관계를 처음 관찰한 사람은 20세기 초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이다. 그러나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제적 성과에 대한 문화적 설명은 2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 첫째는 정치적인 합당성의 문제였다. 란데스가 말한대로 “문화는… 학자들에게 겁을 준다. 문화는 인종과 유산이라는 유황과 같은 향과 변치 않는 자태를 지니고 있다.”
    • 두 번째 이유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높은 벽이었다. 완벽한 합리성의 세계에서 문화가 설 자리는 매우 좁고, 있다 하더라도 그 문화적 규칙은 이기적인 최적화의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렇지 않은 경우 사람들이 그 규칙을 활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다행히도 정치적 합당성 문제는 많이 해소되었다. 과학적으로도 의미있고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론이 가능해졌다. 이제 상대주의적 함정에서 벗어나 어떠한 문화적 규범이 경제 발전을 더 촉진하는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나 동시에 경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문화적 공식이 하나 뿐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 중에 일본과 같은 문화도 있고 노르웨이와 같은 문화도 있는 것처럼 경제적 성공을 위한 완벽한 공식은 있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행동경제학의 부상으로 신고전학파 이론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경제라는 마구간에 문화적 말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 여기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어떤 규범은 경제 발전을 받쳐 주고, 또 어떤 규범은 그렇지 못한가? 연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그론도나를 포함한 여러 학자들이 문화적 규칙의 3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 문화적 규칙은 16장에서 본 조직 규칙의 경우와 같이 대략 3가지의 범주로 나누어지는 유사성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닌데, 왜냐면 조직적 규범이든 사회적 규범이든 그것이 부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첫째 범주는 개인의 행동과 관련된 규범이다.
    • 여기에는 노동 윤리, 개인의 책임성, 그리고 자신이 인생의 주역이며 신이나 통치자의 듯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신념 등과 관련된 규범이 포함된다. 운명주의는 개인의 동기를 훼손한다.
    •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면 내세뿐 아니라 금세에도 보상이 있다고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끝으로 낙천주의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현실주의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문화를 가져야 한다.
  • 둘째 범주는 협력과 관련된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협력하면 보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부의 파이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사회는 협력을 유도하기 어려우며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 강력한 상호주의에 대한 논의에서 보았듯이 우리 문화가 관용과 공정성을 중히 여기는 규범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위도식하거나 남을 속이는 일을 응징하는 규범도 있어야 한다.
  • 셋째 범주는 혁신과 관련된 규범을 포함한다.
    • 연역적 부분이 강할수록 연역적 추론은 더욱 효과적이게 된다. 따라서 현상을 종교적이나 마술적으로 설명하는 문화보다 합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문화가 훨씬 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찬가지로 정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혁신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문환느 이론이나 실험에 대해 참을 성을 가져야 한다.
    • 끝으로 과도한 평등주의는 위험 부담에 대한 동기를 감퇴시키므로 경쟁을 촉진하고 성과를 높이 사는 그런 문화가 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위의 세 범주 모두와 관련된 중요한 규범이 있는데, 즉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시각이다.
    • 오늘을 위해 사는 문화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낮은 노동 윤리, 협력의 결핍, 낮은 혁신 투자 등. 내일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일을 열심히 하고 왜 협력과 혁신에 투자해야 하는가?
    • 이와 반대로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윤리르 가진 문화에서는 노동을 중히 여기고, 세대 간 저축률이 높으며, 장기적인 이득을 위해 단기적인 쾌락쯤은 희생할 줄 알 뿐 아니라 서로 협력하기를 즐겨 한다.
  • 조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협력하며, 혁신하는 문화를 가진 사회에서는 복잡한 사업 계획의 발굴, 실행 및 진화가 쉽게 일어난다. 이와 같이 앞서 본 문화적 규범 중 무엇이든 결핍되면 경제적 진화가 낮어지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형태의 규범을 실행하는데 왕도란 없다.
    • (이하 설명 생략)
  • 이러한 단서를 전제로 할 때, 개별 사회의 문화를 분석하고 그 사회 규범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 학술 회의에 참석하였던 아프리카의 기업인 다니엘 에퉁가망겔은 아프리카 문화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가치, 태도, 그리고 제도가 있다.”고 하였다.
    • 그는 이 공통된 규범의 대부분이 문화적 유형상 경제적으로 불리한 것들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2가지 예를 들었다.
    • 즉, 개인 통치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중시하는 시간에 대한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동태적 인식 없이는 계획도, 통찰도, 시나리오도,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 이러한 규범의 영향은 사회 구성원 전체로 볼 때 단순히 추가적이거나 선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개별 주체들이 문화적 규범을 따르는 가운데 상호작용하면서 복잡한 동태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 만약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가 제로섬 게임이라고 믿는 편이라면 사람들의 목적은 자신 몫의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될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 복잡한 협력을 새로이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있는 부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더 쓸 것이다.
    • 이런 사회에서는 절도, 부정 부패가 창궐할 것이며 부도덕, 불법에 대한 사람의 태도도 달라진다.
  • 이제 경제적 파이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회가 비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다고 하자.
    • 시간이 지나면서 비제로섬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해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제로섬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만들어 낸 부에 대한 자기들의 몫을 공격적인 방법으로 요구할 것이다.
    • 이러한 갈등은 협력으로부터의 편익을 감소시키고, 비제로섬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조차 협력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결국 제로섬론자가 되고 말 것이다.
  • 협동심이 낮은 사회에서는 비제로섬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제로섬론자들에게 밀려 결국 모두 제로섬론자가 되고 말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동태적 현상을 모형화 하면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 즉, 사회에서 협력자와 비협력자의 구성비가 어떤 한계치를 넘어서면 그 사회에서 대규모 협력 행위를 유지하기 매우 어려워지고 결국 빈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 이러한 지적은 엉뚱한 역사적 사건이 한 사회를 비협력의 길로 이끌고 결국 빈곤의 함정으로 몰아가는 반면, 같은 협력적 성향을 가진 사회라 할지라도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그 사회를 부의 길로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협력자와 배반자 간의 상호작용은 사회의 규범과 신뢰성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 문화는 불변의 힘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같이 공진화한다.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며 역사는 문화의 산물이다.
  • 많은 연구에서 나타나듯 문화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1996년 여러 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조사에서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만 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사람들을 대할 때 지극히 조심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다양하였는데, 노르웨이는 국민의 65%, 스웨덴은 60%가 상호 신뢰한다고 대답하여 신뢰도가 매우 높은 나라였던 반면, 페루는 5%, 브라질은 3%만이 상호 신뢰한다고 대답하여 신뢰도가 매우 낮은 나라였다.
  • 신뢰와 경제적 성과 간에는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 아래 <그림 18-1>

  • 높은 신뢰는 경제적 협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제적 번영으로 연결되어 결국 신뢰를 제고시키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반면 낮은 신뢰는 협력이 낮아지고 이는 빈곤으로 연결되며 또다시 신뢰를 잠식하는 악순환을 이룬다.
  • 그러나 이 인과 관계가 완벽한 것은 아닌데, 왜냐면 신뢰라는 것이 협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과 인도는 미국에 비해 신뢰도가 높은 나라이다.
    • 미국인들이 신뢰도가 낮음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강한 사회적 기술, 특히 전통적으로 법치주의 중시 사상 때문이다.
    • 또 다른 설명은 미국이 과거의 사회적 자본을 먹고 산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다시 재건되지 않으면 신뢰는 계속 잠식될 것이다.
    • (근데 그림을 보면 미국이 중국과 인도보다 낮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위에도 나오지만 신뢰는 협력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기 때문에 –바로 위에 나온 법치주의도 그 협력의 한 요소겠지– 미국이 번영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사회적 신뢰도에 가족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생략. 가족 가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직 확정적인 연구 내용이 없는 듯)
  • 사회 발전 정책에 대한 문화의 의미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지만 발전이라는 방정식에 있어서 문화가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 세계은행 경제 분석가인 윌리엄 이스털리는 1950~1959년 사이에 선진 세계가 1조 달러 이상의 경제 원조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였으나 수혜국의 대부분은 아직도 빈곤을 벗어자니 모사였다고 지적하였다. 오히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1960년대 독립 이후 퇴보하였다고 한다.
    • 극심한 빈곤을 없애기 위한 원조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한 빈곤의 원인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화적 요소가 유일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빈곤의 문화적 근원을 고려하지 않는 원조 프로그램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이 과연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지 궁금하다. 교육을 통해 문화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사회적 자본과 대붕괴

  • 2000년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를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경제학자 및 정책 입안자들 간의 관심과 토론을 촉발 시켰다.
    •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의 유대-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상호주의와 신뢰의 규범”이라고 규정한다.
  • 복잡계 경제학의 용어로는 문화적 규범이 개별 주체들의 미시적 행동 규칙을 제공한다면 사회적 자본은 협력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개별 주체들이 만들어 낸 창발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모든 협력 활동이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시장에서 거래하는 익명의 협력은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 사회적 자본을 가진 네트워크의 특성은 그 속의 사람들이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자본은 접촉의 스포츠와 같다.
    • 사회적 자본을 가진 네트워크의 전형적인 예로서 주민 모임, 자선 단체, 종교 단체, 스포츠 팀, 사교 클럽, 시민 단체 등이 있다. 회사와 직장 역시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다.
  •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이 매우 친근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그저 좋기만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조직 범죄 테러리스트 단체도 그 조직원 간에 아주 높은 신뢰를 갖고 있으며, 효과적인 네트워크와 아주 강력한 행동을 갖고 있다.
  • 1970년대 이후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성과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이 연구의 한 부분으로서 그는 부유한 북부 이탈리아와 가난한 남부 이탈리아 간의 경제적 성과의 차이에 대해서 심층분석하였다.
    •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분위기 설명 생략)
  • 퍼트넘은 이탈리아 지역 간에 존재하는 차이의 근원을 대규모 협력을 실행할 수 없는 낮은 신뢰성에서 찾는다. 퍼트넘은 신뢰성의 차이는 중세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두 지역 간의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역사가 이 두 지역에 상이한 사회적 자본을 물려 주었다는 것이다.
    • 남부는 전통적으로 교회 중심의 군주주의적 계층 구조를 가진 폐쇄적 사회였던 반면 북부는 비교적 평등주의적 지역 공동체로 개방 무역 등을 통해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 퍼트넘이 말한대로 역사는 경로 의존적이어서 북부의 지역 공화국들은 그러한 역사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세기에 걸쳐 사회적 자본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반면 남부 군주주의 공화국들은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확립할 수 없었다.
  • <나 홀로 볼링>에서 퍼트넘은 미국의 사회적 자본 상황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반세기나 된 펜실베니아의 ‘브리지 클럽’이 없어지고, 버지니아에서 한 세기 동안 활동하던 ‘유색인종 발전을 위한 전국협회’가 붕괴되었으며, 해외 참전 군인 협회가 해체되고, 자선 단체 연맹 등이 전국적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 이러한 변화는 통계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데,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1966년 40%에서 2003년 20%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 55%에서 16%로 떨어졌으며, 종교에 대한 신뢰는 23%로 거의 반이나 줄어들었다.
    • 더욱 놀라운 것은 개인 간의 신뢰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믿을만 하다는 말에 찬동하는 미국인은 1958년 50% 이상에서 2003년에는 30%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 이러한 신뢰 저하는 신뢰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유쾌하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앞서 보았듯 사회적 신뢰와 거시 경제적 성과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 퍼트넘의 연구 결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연구 결과로 보완된다. 후쿠야마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나타내는 몇 개의 지표가 1960년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 즉, 1963~1993년 사이에 강력 범죄율이 7배나 늘었으며, 그와 비슷한 수준의 이혼율 증가, 미혼모 증가 등이 나타났다.
    • 후쿠야마는 1960~2000년 사이의 기간을 대붕괴라고 명명하였으며, 사회적 자본의 붕괴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일어난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하였다.
  • 후쿠야마와 퍼트넘은 그 원인은 복합적이며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두 사람 다 많은 요인들은 양날의 칼 같아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가 하면, 그 사회에서 나타난 효과는 부정적이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 그 예로 후쿠야마와 퍼트넘은 이 기간 동안 일어난 가족 구조의 급격한 변화, 특히 이혼율의 증가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들었다. 이혼이 쉬워졌다는 것은 많은 불행한 결혼을 자유롭게 했지만,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사회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일자리 개방은 여성으로 하여금 개인적인 잠재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여성은 역사적으로 한 사회의 사회적 망을 창출하는데 남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었다.
    • 퍼트넘의 연구에 의하면 같은 연령, 같은 사회 경제적 계층의 여성들도 노동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자원 봉사를 50% 줄이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25% 줄이며, 클럽이나 교회 출석도 25% 줄이고 여가를 즐기는 것도 1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퍼트넘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시적 차원의 변화가 거시적 차원의 영향을 초래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또 다른 중요 원인은 사회의 물리적 배치도, 특히 도시 외곽의 확장이다. 이것은 신뢰와 네트워크의 구축에 여러 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 첫째, 이웃간의 거리가 멀어져 서로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줄었다.
    • 둘째, 사람들은 집 주변을 산책하기 보다 운전을 함에 따라 이웃을 만나는 것보다 차 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직장에서 교류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 또 다른 요인으로 아주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매스미디어의 격리 효과이다.
    • 여가 생활은 댄스홀, 연주회, 선술집, 브리지 클럽, 볼링장에서 하던 단체 놀이에서 개인 놀이로 급격히 바뀌었다. 라디오, TV, 스테리오, 비디오 게임, 홈시어터, 인터넷의 확산으로 많은 시간을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끼리만 보낸다는 것이다.
  • 그런 미디어 자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미디어 산업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반 대중을 겨냥한 콘텐츠에 집중하게 되고, 따라서 인간 정서의 가장 낮은 공통 분모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에 치중한다.
    • 지난 40년 이상 우리 사회는 드라마 뿐 아니라 뉴스에서의 살인과 폭력에 식상해 있다. 인간은 언제나 섹스와 폭력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간단한 리모트 컨트롤이나 컴퓨터 마우스를 갖고 볼 수 있게 된 것은 인간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 (이하 설명 생략)
  • 이러한 대붕괴의 원인들이 갖는 구조적 비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즉, 이제 아무도 여성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할 수 없고, 사람들은 자동차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일 수 밖에 없다.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가를 위한 의제’를 주창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안했다.
    • 사회적 활동에 대한 개인의 실천
    • 차세대 신뢰 규범과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한 학교 프로그램 개발
    • 직장을 가족 친화적으로 개혁
    • 공공 교통수단 개선 및 도시 계획법 개정
    • 시민의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 확대 노력
  • 퍼트넘은 미국의 사회적 자본을 재건하기 위한 다차원적 노력은 매우 힘든 도저닝며 미국의 정치 제도가 그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 후쿠야마는 이보다는 좀 더 낙관적이다. 그는 이것이 처음의 붕괴도 아닐뿐더러 인간이 처한 마지막 대붕괴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 진화론적 관점을 빌려서 그는 인간 사회 시스템은 적응에 매우 강하다고 말한다. 과거 사회적 자본의 붕괴 과정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사회적 자본의 붕괴를 경험하였으며, 이는 사회적 자본의 재규범화 과정과 재건으로 이어져왔다고 한다.
    • 그 예로 후쿠야마는 19세기 농업 경제로부터 산업 경제로의 변화로 인해 초래된 대붕괴와 함께 일어난 범죄율의 증가, 폭력, 알코올 중독, 혼외 출산 등의 문제들을 들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새로운 사회 질서와 규범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 (개인적으로도 여기에 동의를 하는데, 큰 흐름 상에서 지금은 내리막의 모습이지만, 이러한 현상에 적응되면 그에 맞게 사람들은 다시 오르막을 걸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인간을 만나지 않거나 섹스를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 활동이나,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도 이러한 적응 사례 중의 하나라 생각.)
  • 사회적 자본과 신뢰를 둘러싼 이슈는 경제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며 사실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한 이슈들은 변화무쌍한 복잡 적응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 사회적 자본은 전통 경제학이라는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 왜냐면 전통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인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과 관련된 것이고, 모든 개인은 자신을 위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한 그러한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최적이기 때문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개인의 선의에 의한 선택도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 (그 예 생략)
  • 나는 후쿠야마의 진화론적 견해에 찬동하며 적응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믿지만, 진화 이론이 더 나은 사회 질서와 부를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왕도를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진화 시스템은 붕괴될 수도 있고, 막다른 골목에 닿을 수도 있으며,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퍼트넘의 의견을 같이 한다.

불평동, 사회적 이동성, 그리고 빈곤의 문화

  • 경제적 불평등은 경제가 존재한 이후부터 줄곧 있어 왔다. 수학자인 아델 아불-마그드는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의 부의 분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고학 자료를 분석하였다.
    • 기원전 1370~1340년 사이에 정착민들의 주택 면적을 부의 대리 변수로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그는 당시 부의 분배가 현대 사회와 비슷한 파레토 분포를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불평등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 불평등은 끝없이 확산되어 왔지만 “과연 불평등은 도덕적으로 옳은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정치 평론가인 매트 밀러는 <2% 해결> 이라는 저서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좌-우파 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우파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자유가 있으며 시장은 경쟁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는 도덕적으로 건전한 것이라 말한다.
    • 좌파는 시장은 사회적 산물로서 인간이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술이라 주장한다. 시장 경제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면, 시장이 만들어 낸 결과에 대해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러가 말했듯이 “시장의 결과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러한 양극단은 강한 상호주의의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 말하자면 한 사람이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 자신의 행위의 결과라면 사람들은 자기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파의 주장
    • 그러나 그것이 운 혹은 한 개인의 통제할 수 없는 외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면 그러한 결과를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좌파의 주장
  • ‘이기주의 대 이타주의’ 라는 문제와 같이 이러한 견해는 오랜 기간 단순한 의견 차이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가 쌓인 덕분에 이제 이 주제에 대한 많은 학문적 증거들이 쌓이게 되었다.
    • 산타페 연구소의 새뮤얼 볼스와 매사추세츠 대학의 허버트 긴티스, 그리고 타우슨 대학의 멜리사 그로브스는 최근 이러한 연구 결과를 조사하여 좌-우 모두 완벽하게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이동성의 결핍

  • 우파의 주장이 맞으려면 높은 사회적 이동성이 보장 되어야 한다. 끈질긴 근성, 결단력, 근면을 통해 이 세계의 ‘난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가난으로부터 일어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 이런 이야기들은 실제, 특히 미국에는 많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전반적인 사회적 이동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지 않다.
  • 아메리칸 대학의 톰 허츠가 6,273 가족을 32년(1968~2000)간 관찰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이동성이 아주 가난하거나 아주 부자인 계층에서는 특히 낮았다고 한다. 아래 그림 <표 18-1>
    • 만약 부모가 상위 소득 10%에 속해 있었다면 그들의 자녀가 최상위 소득 계층에 속할 확률은 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그와 같은 자녀가 상류층, 즉 상위 30%에 소득 계층에 속할 확률은 59.1%이며, 소득 최하위 계층으로 추락할 확률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반대로 소득 최하 10% 계층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최하위 계층에 머물게 될 확률은 31.5%였으며 하위 30% 계층에 머물 확률이 67%, 자수성가할 확률은 1.3%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끝으로 중산층 부모를 둔 아이들은 중산층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이와 같은 경제적 이동성의 부재는 흑인의 경우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인의 17%가 최하위 계층으로 태어난 반면 흑인은 42%가 최하위 소득 계층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자녀의 성년 소득 부모의 소득 수준
최고 중간(5십분위) 최저
최고 29.6 7.3 1.3
상위 3개 십분위 59.1 23.0 9.3
중위 4개 십분위 34.3 48.0 28.3
하위 3개 십분위 6.6 29.1 62.4
최저 1.5 7.3 31.5
  • 이걸 보면 좌파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불공평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며 가난한 자와 소수 계층에게는 경제적 성취를 막는 장애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라고 할 것이다.
  • 그러나 이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다. 이동성이 없는 이유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며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다.
  • 첫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준 돈의 영향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 이 요소는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 간 상관관계의 약 12%를 설명하였다. 따라서 나머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자녀들이 실제로 벌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 둘째, 본성 대 양육에 관한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소득이 많은 부모들은 고소득의 유전자를 자기 자녀들에게 물려준다. 쌍둥이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와 자녀의 소득 간 관계의 12%는 유전자에 의해 설명되며, 28%는 환경에 의해 설명된다고 한다.
    • 다른 연구에 의하면 소득 상관관계의 5%만이 IQ에 의해 설명되는데, 이는 유전자에 의해 설명되는 12% 중 타고난 지능 외에 다른 유전적 특성, 예컨대 성격 등의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유전자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 다른 연구는 교육, 인종 등 환경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난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가난한 학교에 보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부모와 자녀의 빈곤에는 인종 차별이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 놀랍게도 교육은 부모 자녀 간 소득 상관관계의 10%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른 환경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그리고 다른 인구학적 요소들을 통제했을 때 인종은 7%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나 흑백 간의 소득 격차에는 다른 요소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우리는 미스터리를 하나 갖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의 소득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실상 부는 대물림되고 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 즉 현금과 유전자는 그러한 상관관계의 아주 적은 부분만 설명할 뿐이며, 학교의 질이나 인종 차별 같은 환경적인 요소도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러한 요소들이 전체 상관관계의 30% 밖에 설명하지 못하므로 우리가 부모로부터 받는 것 중에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정식에서 빠진 부분이 바로 문화적으로 형성된 행동과 사회적 자본이라 믿고 있다.

빈곤의 문화

  • <사과는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라는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부모와 자식의 행동에 있어서 상관관계를 연구하였다.
    • 연구진은 행동을 친사회적 행동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다니고 학교 클럽에 참가하는 등– 과 불량 행동 –약물 사용, 15세 이전 성 경험, 싸움 등– 으로 나누었다.
    • 연구팀은 또한 자존심, 울적함, 부끄러움과 같은 경제적 영향이 있는 개인적 특성도 분석하였다.
  • 논문의 제목이 암시하듯 연구진은 부모와 자식 간 행동과 개인적 특성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가고 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착한 아이를 가질 확률이 높고, 약물 복용자들은 불량한 자녀를 가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재미있는 것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위치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유한 불량 부모들은 가난한 불량 부모와 마찬가지로 불량 자녀를 가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5가지 차원에서 측정된 육아 방식 –개입, 감시, 자율, 정서적 안정감, 인지적 자극– 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자녀를 기르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보여 주는 행동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 따라서 내가 말하는 대로 하고, 내가 행하는 대로 하지 말라는 부모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 연구진은 부모의 행동이 자식의 행동에 아주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부모의 행동은 자녀의 미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물론 부모의 행동은 어떤 유전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약물 중독, 우울증 등은 유전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앞의 쌍둥이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체로 유전적 요소들은 장래 소득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행동의 또 다른 원천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전해 주는 문화적인 규범과 가치관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려받은 문화가 개인의 경제적인 성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이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만일 문화적 행동에 대한 미시적 규칙이 조직이나 사회의 경제적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러한 요소들이 개인의 경제적 성과에도 똑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문화를 부모나 혹은 동료 네트워크, 그리고 사회 공동체로부터 물려받는다고 하는 사리은 사회적 이동성의 결핍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다.
    • 상위 소득 계층의 사람이 개인의 성취, 협력, 그리고 혁신을 장려하는 규범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규범은 그들의 자손들에게 유전되고, 그런 자손들은 그러한 규범을 경제적 성공을 성취하는데 사용할 뿐 아니라 다시 그들의 자손에게 물려줄 것이다.
    • 마찬가지로 저소득 계층의 사람들은 세대에 걸친 반사회적, 반경제적 행동을 영속시키는 문화적 규범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대니얼 모이니한 상원 의원은 미국에 경제적 약자가 존재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빈곤의 문화’를 들었다.
  • 이러한 논리를 연장한다면 반사회적 문화 규범이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기능적 문화 속에서 자란 개인들은 그들의 친구, 이웃, 동료들로부터 수혜를 적게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그러한 경우에는 협력을 위한 기회도 적을 것이고 지식의 교류도 적을 것이며, 위험을 분담할 기회도 적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닮고자 하는 역할 모델도 적을 것이고, 젊은이에게 투자하고자 하는 멘토도 적을 것이다. 그러한 문화에서는 그나마 있는 빈약한 사회적 자본도 갱이나 마약 거래 네트워크와 같은 건전하지 못한 조직에서 발견될 수 있다.
  • 친사회적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은 전혀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풍부한 사회적 네트워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 거기서는 역할 모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일자리르 찾아주기 우해 자기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성공은 축하받고 어려우면 도움 받을 것이다.
  • (여기까지의 논의를 보자면 교육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개인의 능력 향상이 아니라 –물론 그것도 해야겠지만– 친사회적인 문화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롤스의 논리와 정책

  • 이제 우리는 좌-우파의 스펙트럼에서 어디쯤 위치하는가? 좌-우파 모두 맞는 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말도 있다. (그에 대한 설명 생략)
  • 밀러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좌파 및 우파적 논리를 이제 버리록 철학자 존 롤스의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우리가 만약 출생 복권에서 무엇을 뽑았는지 서로 알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떤 체제를 원할 것인가?” 다시 말해 우리가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부유한 투자 은행 집안에서 태어날 것인지, 브롱크스의 마약 중독자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날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시스템을 디자인한다고 해보자.
  • 이러한 ‘사고 실험’에 대한 답으로서 기회의 균등과 사회 안정망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밀러는 주장한다.
    • 우리는 가능한 한 브롱크스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은행가의 집안에 태어날 운을 가졌다고 처벌해서도 안 된다. 초점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게 도와주는 것이지, 부자들을 응징해서는 안 된다.
    • 브롱크스에 있는 학교가 은행가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처럼 질적으로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종주의와 같은 불공정한 장벽이 제거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약자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그들의 엄마들을 위한 약물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도 있고 식품, 주거, 보건 등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 이와 마찬가지로 은행가의 아이들도 그 집안이 불운으로 망하더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밤에 더욱 편안하게 잠잘 수 있을 것이다.
  • 밀러는 롤스의 논리는 4가지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전환하였다.
    • 첫째, 사람들이 민간 건강 보험에 들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해줌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 둘째, 교사 노조와 성과 보상 제도에 합의하는 대신, 교사의 급여를 획기적으로 인상함으로써 공교육, 특히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을 제고 시켜야 한다.
    • 셋째, 교육 예산 지출과 재산세를 분리시키고 전반적인 교육 투자를 늘리는 대신 바우처 시스템을 통한 교육의 경쟁을 허용한다는데 진보와 보수가 대합의를 이룸으로써 교육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 넷째, 연방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 생활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
    • 밀러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GDP의 2%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 밀러가 말하는 롤스의 도덕적 논리는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강한 상호주의 원칙에도 부합된다. 근면과 도덕적 청렴성은 이러한 제안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겠지만 나태함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며, 불운한 자는 관대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 밀러의 제안은 강한 상호주의 특성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며 정치인들도 이를 주시할 것이다.

문화를 바꾸고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 밀러의 제안은 틀림없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그들을 보호해 주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 깊은 빈곤과 불평등의 문화적 기반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 문화와 빈곤이라는 주제는 풀기 어려운 난제다. 특히 그것이 인종과 같은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는 더욱 그러하다.
    • 민주당 출신의 진보적 인사로 인정받는 모이니한 상원 의원은 1960년대 빈곤의 문화에 대해 토론하였다고 하여 좌파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 빈곤의 문화를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특정한 소수 문화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소수 민족이 백인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 근면과 협력, 혁신을 촉진하는 규범에 있어서 원초적으로 일본적인 것, 노르웨이적인 것이 없듯이 그러한 문화의 원초적으로 흰 것, 검은 것, 갈색이 없다.
  • 인종과 문화 간에는 불변의 관계가 없지만 문화와 역사 간에는 그 관계가 긴밀하다. 이것은 퍼트넘의 남부 이탈리아 연구에서도 보았고, 협력적 주체와 비협력적 주체를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 모형을 통해서도 보았다.
  • 사회를 비난하는 좌파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우파 간의 조정이 가능하다. 동시에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문화적 빈곤의 함정을 탈출하기 위한 열쇠로서 규범과 개인의 행동을 바꾸고자 노력할 수 있다.
  • 이러한 견해가 갖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문화가 한두 세대 내에 바뀔 수 있고 또 바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분화는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규범을 희생하지 않고도 경제적 진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 예컨대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상당한 문화적 변화와 함께 1970년대 이래 높은 경제 성장을 경험하였으나 두 나라 각기 스페인적인 것 아일랜드적인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빈곤의 문화를 제거하기 위해 문화적 규범을 바꿔야 하지만 미국 문화와의 총체적인 동질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 물론 광범위한 공통적 규범이 있을 때 모든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가능하다. 동질적인 사회에서는 신뢰가 높아지고 협력도 쉬워진다.
    • (이민, 다민족, 다문화와 공통적 규범에 대한 내용 생략)
  • 그러나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치, 교육 체제, 그리고 미디어에 걸쳐 엄청난 과제이다. 경제 성장으로 많은 시민들이 뒤처지고 있고, 이민과 세계화로 인해 사회적 긴장을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러한 과제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 (이하 미국의 공통 규범에 대한 내용 생략)

미래의 방향

  • 이 장에서 나는 복잡계 경제학의 아이디어를 중요한 공공 정책 문제에 적용한 연구 사례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은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 예컨대 복잡계 경제학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앞서 본 대로 경기 변동의 연동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바탕으로 거시 경제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 경기 변동에서 오랜 수수께끼는 “왜 임금은 하방경직성을 가지며 불경기를 예방하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사회에서는 사람을 대량 해고하기보다 임금을 낮춤으로써 경제의 하강 움직임을 흡수할 수 있다.
    • 이러한 수수께끼는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피고용인들은 임금 삭감을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으며, 동태적인 통찰력이 약하다 보니 경제가 불황이 되면 실업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 환경적 이유에서도 예를 찾을 수 있다. 물리적 환경 자체도 하나의 복잡 적응 시스템이다.
    • 1750년경 시작된 세계적 부의 급증으로 대기 중의 탄소량도 크게 늘었다. 환경의 긴 시간 단위를 놓고 보더라도 경제 성장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인간이 글로벌 생태계의 변화 속도를 바꾸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 이것은 마치 인간이 눈을 감고 환경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그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복잡 시스템의 경우 대개 잠시 증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변하면서 급기야는 붕괴된다는 성향을 감안할 때, 이러한 실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대대적인 조사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지구의 재생 능력을 초과하여 지구 환경 능력의 1.2배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복잡계 경제학은 경제와 환경의 공진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경제학과 열역학을 다시 연계함과 동시에 인간이 왜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 제때 대응하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보건 시스템 개혁으로부터 선거 자금 개혁, 선거구 제도, 국제 무역, 산업 규제 해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복잡계 경제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분야별 연구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복잡 적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공공 정책 분야에서는 아직 새로 뛰어든 주자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논의한 많은 아이디어들은 탐색적 단계에 있으나 매일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면서 발전과 이해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마거릿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 남자와 여자, 개인 그리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대처의 말은 옳지 않다.
    • 수백만 사람 간의 상호작용, 의사결정, 강한 상호주의적 행동, 문화적 규범의 작동, 협력, 경쟁,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용돌이가 만들어 내는 창발적 패턴만큼이나 실제적이다.
  • 사회 속에는 국가, 시장 그리고 공동체가 있어서 이 셋이 합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적 세계를 형성한다. 우리가 사회의 미래 방향을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서로 결합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자본 그리고 기회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나는 복잡계 경제학은 전통적인 좌-우 구분을 초월할 뿐 아니라 그러한 구분을 무용화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고 복잡계 경제학이 양극 사이에서 모호한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계 경제학은 전혀 새로운 이론적 시각이며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차원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 (중간의 저자가 바라는 복잡계 경제학의 미래 모습 생략)
  •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장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제도가 경제적 진화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였다. 거기에 세 번째 요소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정책 아이디어의 진화 시스템이다.
  • 에드워드 포스터가 말하였듯 “민주주의에 대해 두 번의 축배를 들자. 첫째, 민주주의가 인정하는 다양성을 위하여, 그리고 둘째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비판을 위하여!”
  • 앞으로 복잡계 경제학은 정치와 정책에 대한 논쟁에 새로운 다양성을 불어넣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확산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의 진화적 역할에 달려 있다.

부의 기원/ 금융: 기대의 생태계

  •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로 롱텀 캐피털이 며칠 만에 44억 달러 손실을 입고 회생 절차를 밟게 된 이야기
    •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말부터 시작된 IMF 시기가 단순히 김영삼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라고만 알고 있는데, 사실 세계에서는 그 시기 금융 위기를 태국발 아시아 금융 위기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번진 것이겠지만. 비유하자면 시작은 일단 옆집에서 불이 난 건데, 방화 대책이 부실한 탓에 결국 우리집까지 불이 옮겨 붙어서 집을 홀랑 태워먹은 것.)

노벨상을 비웃다

  • 1998년 여름은 금융 이론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이론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1997년의 주가 폭락 사태가 금융 이론의 기본을 흔들었다면 1998년 사태는 이론을 송두리째 붕괴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 시장의 불완전성과 금융 시장의 연쇄적 붕괴, 그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대하여 전통 경제학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하였다.
    • 아이러니의 극치로서 롱텀 캐피털 투자 전략의 핵심 주도자는 현대 금융 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머턴과 마이런 숄스로서, 두 사람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 롱텀 캐피털이 큰 손실을 입은 후 머턴은 “우리 모델에 의하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는데”라고 말하였으나 그 사건은 일어났다.
    • (맥락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본성 대 양육 논쟁을 보는 듯 하다.)
  • 최근 전통 경제학의 금융 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 전통 금융 이론에서는 주식 시장의 버블 현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97년~2000년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 미국 금융 시장의 자산은 12조 7천억 달러 이상 늘었다가 2001년에 접어들면서 10조 8천억 달러가 물거품이 되었다. 현실 세계와 교과서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 금융은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이론의 현실 응용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투자가, 은행, 기업 경영자, 그리고 정부 정책 책임자들은 전통 금융학의 수단을 잘 활용해 왔다.
    • 이러한 수단에 의거한 의사 결정으로 수십만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거대한 기업이 합병되기도 하고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통 금융이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 금융 이론은 매우 실증적인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 차별화 된다. 금융 경제학자들은 분 단위의 데이터를 대규모의 자산 거래에 활용함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었다.
  • 그들은 또한 금융 시장이 그동안 계속 호황이었고 금융 데이터를 분 단위가 아닌, 10년 단위로 보면서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이 모든 데이터가 전통 이론을 배신하고 말았다.

잊혀진 프랑스 남자와 먼지에 덮인 도서관

  • 1900년 소로본 대학 수학과 대학원생이었던 루이 바슐리에는 <투기 이론>이라는 논문을 썼다. 그는 그 논문에서 주식 가격의 움직임에는 규칙이 없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였다.
    • 바슐리의 주장의 의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 시장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없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주식 시장의 정보라는 것은 술 취한 사람이 파리의 거리를 헤매는 것보다 예측력이 없다는 것이다.
    • 불행히도 그 논문은 그 후 60년간 주목받지 못한 채 파묻혀 있었다.
  • 1954년 지미 새비지라는 통계학자가 시카고 대학의 서고를 뒤지다가 바슐리에의 논문을 발견하고는 관심이 생겨 폴 새뮤얼슨에게 그 논문의 내용에 대해 편지를 썼다. 새뮤얼슨도 바슐리에의 논문을 소르본 대학에서 입수하였고, 그의 영향력에 힙입어 주가 예측 불가능 가설은 전통 금융학의 근간이 되었다.
  • 새뮤얼슨이 바슐리에를 부활시킨 후 30년 동안 많은 경제학자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략)— 등이 전통 금융학의 핵심 이론을 개발하였다.
    • 1973년 프린스턴 대학의 버턴 말킬 교수는 <월 스트리트에서의 무작위적 산책> 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 책은 그간의 금융 경제학 연구 결과를 잘 요약하여 월 가의 전문가들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교과서식 주식 선택

  • 전통 금융 이론에 의하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주식으로부터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현금 수익을 보아야 한다. 여기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기업은 주식에 대해 배당을 지급한다.
    • 이제 우리가 수정볼 –점쟁이들이 쓰는– 을 이용해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향후 5년간 매년 주당 10달러의 배당을 줄 것이라는 예측을 완벽하게 했다고 하자. 또한 그 수정볼이 6년 후에는 그 회사를 노벨 벤처사가 주당 100달러에 인수-합병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하자.
    • 이 경우 이 회사의 주식 1주를 보유함으로써 앞으로 5년간 매년 10달러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더하여 6년째는 주가가 100달러가 되어 합계 150달러의 자산을 갖게 된다. 그래서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 1주의 미래 가치는 150달러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오늘 1달러의 가치는 내일의 1달러의 가치보다 높다. 아무도 6년 후 150달러가 될 주식을 오늘 150달러를 주고 사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150달러에 대한 이자 소득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 얼마나 많은 이자 소득을 바라느냐 하는 것은 바로 그 투자가 얼마나 위험하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투자 기회가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 이제 수정볼을 치우고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하자.
    • 이 경우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모든 공개된 기업 정보, 시장 정보를 이용해서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는 분석을 했을 것이다.
    • 그러나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그러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성과가 예측보다 훨씬 나쁠 수도 있고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돈을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에 투자하는 대신 정부 보증으로 안전한 은행에 저축할 수도 있다.
  •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최소 연 10% 이상의 투자 수익이 예상되어야만 투자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자.
    • 그렇다면 6년 후에 150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된 주식의 현재 가치는 94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주식을 사기 위해 그 이상을 지불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오늘 투자자들이 내일의 1달러를 오늘의 1달러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을 ‘할인한다’고 한다. 그래서 할인율은 투자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
  • 전통 금융 이론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투자자들은 모든 가능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정하고 위험도를 평가하여 할인율을 정한 다음, 그 주식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시점에서 주식의 가치는 그 주식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한 모든 사람들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 된다.
    • 예컨대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성장해서 그 회사의 배당이 10달러에서 11, 12, 13달러로 매년 늘어난다고 예측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현재 사람들은 그 주식의 현재 가치를 94달러가 아닌 101달러로 평가할 것이다.
    • 따라서 투자자들이 미래에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주식의 경우에는 그 주가에 이러한 예측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배당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면 주식의 현재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 이와 비슷하게 투자 위험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경우에도 할인율이 바뀌며, 따라서 주식의 현재 가치도 달라지게 된다.
  • 주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소화하고 이론에 따라 주식의 가격을 평가했다면, 주식의 미래 가치에 대한 예측을 바꿀만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 평가치를 바꿀 이유가 없다.
    • 따라서 예상했던 대로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매년 10달러씩 배당을 지불한다면 그 회사의 주식 가치는 주당 94달러로 유지될 것이다.
    • 그러나 예상과 달리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그보다 더 많은 배당을 지불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 회사의 주식 가치는 그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
  • 지금까지는 전통 금융 이론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보았다. 지금부터 상호 거래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있을 때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보도록 하겠다.
    • 사실 모든 사람이 정보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그 주식의 현재 가치를 101달러로 평가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비관적이어서 그 주식의 평가 가치를 87달러로 볼 수도 있다.
    • 낙관주의자는 101달러 밑에 있으면 사려고 할 것이고, 비관주의자는 주가가 87달러 이상이면 얼마든지 팔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부류의 투자자 간에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이제 시장에 많은 투자자들이 있고 그들의 주가에 대한 예측치가 각기 다르다고 가정하자. 이 모든 사람이 참여해서 사고팔 수 있는 경매를 연다고 하자.
    • 그렇게 되면 비관주의자들은 낙관주의자들에게 팔고, 낙관주의자들은 비관주의자들에게 살 것이다.
    •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든 투자자가 자기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만큼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더는 거래를 할 동기가 없어지게 된다.
    • 바로 모든 사람들이 더는 거래를 할 동기를 갖지 않게 되는 이 순간 시장은 균형 상태에 있게 되고 그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바로 시장 가격이 된다. 실제 시장 가격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와 예측을 바탕으로 하는 합의의 결과다.
  • 여기서 시장은 균형 상태에 있고, 새로운 정보가 시장을 흔들지 않는 한 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하품하면서 일 없이 거래소를 배회하게 되고, 그 순간 어디선가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가 새로운 대량 수주를 받았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 모든 사람은 그 뉴스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기에 바빠진다. 이 뉴스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 주식 가격에 대한 자기들의 예측치를 수정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평가를 내리게 된다.
    • 이와 함께 거래는 다시 시작되고 그 거래는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더 거래할 동기가 소진될 떄 시장은 새로운 균형에 이르게 된다.
  •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시장이 가격 변화의 원인이 되는 정보를 해석하는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만약 모든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입수하여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이 있다면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의 주식 가격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 밖에 없을 것이다.
  • 전통 경제학은 그러한 뉴스가 무작위적으로 전달된다고 가정하고, 그러한 뉴스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사전에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 그러나 산업 사회에서 경제는 매년 몇 퍼센트씩 성장하여 왔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뉴스를 낙관적으로 해석하여 모델에 주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우리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회사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 이것을 ‘바람과 함께하는 무작위적 산책’이라고 한다. 따라서 주식 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적으로 상승해 왔던 것이다.
    • (쭉 읽어보면 알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라스베이거스, 처칠 다운스, 월 가

  • 예측 불가능성 가설의 중요한 의미는 과거 주식 시장 변화에 대한 정보는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데 유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 어제 주가의 등락은 내일 주가의 등락과 아무 관계가 없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뉴스 밖에 없다. 그러한 뉴스는 불규칙하게 무작위적으로 발생한다.
    • 만약 과거 주가에 어떤 패턴이 있었다면 합리적인 투자자들은 그러한 패턴을 찾아낼 것이고, 그러한 패턴은 유용한 정보로서 주식을 평가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주식 투자는 차액 매매를 가능케 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 주가는 무작위적으로 변동한다.
  • 더욱이 합리적인 투자자와 차액 매매가 결합되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평균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얻기가 불가능해진다. 이것을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고 한다.
    • 이 이론을 처음 개발한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머는 가격이 모든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 그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규정하였다.
    • 모든 사람이 똑같은 공식을 사용해서 가격을 계산하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이 때 결정되는 가격이 바로 이러한 가격일 것이다.
  • 완벽한 합리성을 전제 했을 때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현명할 수 없기 떄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정확한 가격을 예측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정보를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 그래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정보의 공개와 이용이 기업 관계자 혹은 그들의 친지, 가족 등에게는 금지되어 있다.
  • 새로운 정보가 시장으로 공개될 때는 그 정보가 회사의 수익에 관한 것이든 정부의 경제 통계든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동시에 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이러한 효율적인 시장의 의미는 아무도 시장에서 조직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뮤얼슨이 말했듯이 “라스베이거스나 처칠 다운스 혹은 메릴린치에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 누군가 “그럼 워런 버핏은 어떻게 돈을 벌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면, 전통 금융 이론가들은 “그렇기는 하지만 똑똑한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 두 유형의 투자자가 있는 시장을 가정하자. 모든 정보를 모아 똑똑한 두뇌를 이용해 완벽하게 분석해서 돈을 잘 버는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와 택시 운전수나 바텐더의 이야기를 듣고 주식을 덥석 사는 조 식스팩 같은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 이 두 유형의 투자자를 동시에 시장에 투입해서 거래를 시작하면 워런 버핏 유형의 투자자들은 상대방의 무식함을 이용해서 자기가 예측한 가격과 일치될 때까지 주식을 사들일 것이다.
    • 조 식스팩은 돈을 다 잃고 워런 버피은 돈을 긁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워런 버핏 유형 투자자가 관리하는 자본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조 식스팩 유형의 투자자들이 관리하는 자본은 계속 줄어 거의 모든 돈이 현명한 투자자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 실제 시장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자금이 연기금이나 뮤추얼 펀드나 다른 전문 투자자들의 통제 하에 있으며 이들에 의해 대개 가격이 결정된다.
  • 조 식스팩은 너무 무식해서 전문가들을 당할 수 없다 치더라도 어떻게 어떤 뮤추얼 펀드가 다른 뮤추얼 펀드보다 돈을 잘 벌 수 있는가? 전통 금융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이에 대해서는 2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 하나는 펀드는 대개 시장 평균치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한다. 효율적인 시장에서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것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비용은 바로 위험이다. 따라서 위험까지 고려했을 때 그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준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
    • 두 번째는 바로 운이다. 우수한 기업의 경우와 같이 만약 어느 시점에 뮤추얼 펀드들의 실적을 비교하면 펀드에 따라 수익률이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치 여러 사람이 동전을 던졌을 때 누구의 동전이 앞면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과 같다.
    • 1973년 저서에서 말킬이 설명하였듯이 평균적으로 뮤추얼 펀드와 기관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개 S&P 500 지수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 전통 금융 이론은 개인 투자자의 행태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까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였고 여러 측면에서 금융 이론은 전통 경제학에서 가장 발전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지난 20년간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 1987년 주식 시장 붕괴, 1990년대 기술 주식 거품 현상 등은 전통 금융 이론에 대한 중요한 도전으로 부상하였다.
    •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고도의 통계적 방법을 이용한 실증 분석이 속속 등장하면서 금융 이론의 핵심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금융 이론은 기껏해야 어떤 주어진 환경 하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개략적인 유추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 그 이론 자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 본질적인 이슈로서 다음 3가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실증 분석과 실험 결과를 보면 현실 세계의 투자자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투자자가 전혀 아니다. 투자자들은 할인을 하지 않으며, 위험에 대하여 다양한 편견을 갖고 있어서 정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를 범한다. 또한 의사 결정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사용한다. 투자자들은 완벽히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 둘째, 바슐리에도 틀렸다. 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여러 증거를 보면 시장 데이터는 복잡한 적응 시스템에서 시장 참여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셋째, 전통 경제학 관점에서 금융 시장은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진화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면 가격, 살찐 고리, 그리고 프랙탈

  • 전통 이론이 무엇이 틀렸는지 이해하기 위해 1960년대의 IBM 연구 센터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그 연구소에는 폴란드에서 태어난 베노이트 만델브로트라는 떠오르는 수학자가 있었다.
  • 만델브로트는 1960년 하버드에서 강의하면서 칠판에 그가 항상 관심을 가졌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경제학자인 헨드릭 하우대커가 수집한 면 가격 데이터를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 하우대커는 면 가격의 일간 변화를 그래프로 그리고 있었으며 그것을 이용하여 예측 불가능 가설이 예측했던 종 모양의 가우시안 커브가 그려지는지 보고자 했다.
    • 그러나 그 데이터는 가설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만델브로트는 그 데이터가 그려내는 어떤 패턴이 있을 거라 생각하여 하우대커의 데이터를 컴퓨터 펀치카드에 담아 요크타운 하이츠로 가져왔다.
  • 1963년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만델브로트는 <어떤 투기적 가격의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그는 4가지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써 예측 불가능 가설을 무너뜨렸다.
  • 데이터의 분포는 꼬리 부분이 종의 모양에 비해 훨씬 두껍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예측 불가능 가설의 예측치보다 가격 변동 폭이 훨씬 큰 사례의 빈도가 높았다.
    1. 가격 변화의 폭이 워낙 커서 전체 가격 편차의 대부분을 단지 몇 개의 극심한 가격 변화가 설명하였다.
    2. 시간에 따라 가격의 움직임에 뭉침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일시적 균형 상태가 형성되었다가 붕괴되고 다시 새로운 균형이 형성된느 반복적 패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3. 그 데이터를 설명하는 통계는 예측 불가능 가설이 예측했던 것처럼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동태적인 것이었다.
  • 만델브로트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는 면 가격의 분포가 거듭제곱의 법칙을 따른다고 설명하였다.
    • 만델브로트의 제안은 두툼한 꼬리 부분과 극심한 가격 변화 현상을 잘 설명하였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 가설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었다. 그 후 만델브로트는 금융 시장 가격이 차원 분열 도형 –프랙탈– 과 같은 형태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 즉, 금융 데이터에 구조적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구조적 특성이 분 단위에서 월 단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양은 마치 만델브로트를 유명하게 한 차원 분열 도형과 같았다는 것이다.
  • 1963년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비판적인 반론이 많았다.
    • 예측 불가능 가설의 주도자였던 폴 쿠트너는 “수 세기에 걸친 연구 결과를 버리기 전에 우리의 연구 결과가 정말 쓸모 없는 것인가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그 논쟁에는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머도 참여 했는데, 1967년 논문에서 만델브로트는 그의 비판에 대해 반론하면서 밀 가격, 철도 운임, 이자율, 환율 등을 이용해 추가 분석한 결과 당초의 결론을 확인하였다고 말하였다. 결국 논쟁은 잠잠해 지고 경제학자들은 다른 주제로 옮겨갔다.
    • 그러나 만델브로트는 경제학에서 이방인이었고 그때 만델브로트의 결과를 지지할 이론적 대안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아이디어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월 가에서의 작위적 산책

  • 1986년 MIT의 앤디 로 교수와 워튼 경영대학원의 크레이그 맥킨리는 금융 학술 회의에서 공동 논문을 발표하고 주식 시장은 예측 불가능 가설을 따르지 않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 1999년 저서 <월 가에서의 작위적 산책>에서 그들의 논문에 대한 여러 가지 반응에 대해 기술한 바도 있다.
    • 그들이 논문을 발표하는 동안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그들의 연구 결과는 불가능한 것이며 컴퓨터의 계산 오류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러나 그 후 수년이 지나면서 그들의 결과를 다른 사람들이 복제하고 그들의 프로그래밍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그러한 결론이 받아들여졌다.
    • 만델브로트와 달리 로와 맥킨리는 금융학계의 인물이었고 그들이 연구에서 사용한 기법도 전통 금융학계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 로와 맥킨리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두 가지 패턴을 발견하였다. 두 가지 모두 만델브로트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 첫째, 시간과 가격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 둘째, 시장 가격의 분산이 예측 불가능 가설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 로와 매킨리는 그 후 10년을 여러 비판자들의 반론이나 공격에 대응하는데 소비하였다. 그러나 이후 다른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예측 불가능 가설은 관 속에 들어가고 말킬은 시장이 예측 불가능 가설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결국 인정하였다.

경제물리학자의 공격

  • 로와 매킨리가 전통 금융 이론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을 즈음, 외부에서는 또 다른 그룹의 연구자들이 공격을 시작하였다.
    •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자 세계는 축제 분위기에 싸였고, 모든 사람들은 국방비 감축과 평화 배당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를 위해 좋은 소식이기는 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연구소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에게는 실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한편 그 당시에 한참 호황을 누리던 월 가에서는 잘 훈련된 수학자에 대한 수요가 넘쳐 흘렀다. 그래서 곧 공급이 시작되었고, 실제로 세계 도처에서 로켓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그리고 다양한 헤지펀드에서 직장을 잡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새로운 직장에서 폭탄 관련 연구 대신 주식 가격 예측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였다.
  • 처음 젊은 물리학자들은 단순하게 금융 교과서를 공부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한 모델을 마들고 운용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그 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관찰하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와 교과서의 설명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발견했다.
  • 그와 동시에 카오스 이론, 비선형 동학, 복잡계 이론 등의 새로운 이론이 물리학계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는데,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금융과 복잡계 이론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후 전통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와 <네이처> 등은 경제물리학자들이 쓴 금융에 관한 논문을 싣기 시작하였다.
  • 1990년대까지 유진 스탠리, 장 부샤르, 닐 존슨, 로자리오 만테냐, 디디에 소네트 등이 과학자들은 만델브로트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학에 정면 도전을 시작하였다.
  • 무기 연구에서 월 가로 넘어온 물리학자 도인 파머는 산타페 연구소의 경제학 워크숍에 참석했던 사람 중 하나였으며 8장에서 이미 거듭제곱의 법칙과 주식 시장에 대한 연구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 1991년 파머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복잡계 연구 그룹장직을 사직하고 그의 친구인 동료 물리학자 노먼 패커드와 함께 프리딕션 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 회사의 목적은 금융 시장에 최신의 물리학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것이었다.
    • 물리학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던 파머는 그의 복잡계 연구 뿐만 아니라 물리학 지식을 이용하여 라스베이거스 룰렛 게임에서 이기는 법칙을 개발하였다. 그는 패커드 등 동료와 함께 비선형 룰렛 모델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그 컴퓨터를 그들의 구두에 장착한 다음 카지노로 향했는데, 그들이 희망했던 것처럼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네바다 주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보고 컴퓨터를 이용한 도박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시장은 생태계처럼 진화한다

  • 전통 금융학의 기본적인 주장은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패턴이나 신호는 밤잠을 자지 않고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에 의해 조정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 전통 금융학은 모든 투자자가 똑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주식 가격에 패턴이 형성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가격 결정에 이를 고려함으로써 시장 움직임이 다시 무작위적 상태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 그러나 파머가 발견한 대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정의 개념으로는 3장에서 본 20달러 지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통 금융학의 균형 이론 떄문에 경제학자들은 시간 개념과 시장이 동태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 프리딕션 컴퍼니의 파머와 그의 동료들은 시장 데이터로부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신호는 복잡한 패턴과 미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 그림 <17-1>

  • 전통 이론에 의하면 그러한 신호가 일단 감지되면 순식간에 투자자들에 의해 조정되어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파머와 그의 팀은 신호가 장시간, 때로는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되며 어떤 경우 10년이나 간다고 하였다. 위 그림 <17-1>의 a
  • 간혹 투자자들이 감지하고 대응하는 경우 그 신호가 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의 움직임이 복자바고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호는 끊임없이 형성되고 시장 조정에 따라 기존의 신호는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위 그림 <17-1>의 b
  • 사실 파머가 직접 거래 경험과 연구로부터 터득한 사실은 시장이 진화하는 생태계와 같다는 것이다.
    • 시장에는 다양한 거래자들과 투자자들이 각기 다른 사고 구조와 전략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 이러한 참여자들이 시간을 두고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전략을 조정한다. 사실 그들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모든 투자 전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사람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그들의 변화무쌍한 전략, 그리고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 등은 시장의 패턴과 거래 기회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시킨다.
  • 산타페 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는 시장을 ‘기대의 생태계’라고 시적으로 부른 적이 있다. 그는 시장 참여자와 그들 전략 간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러한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 6장에서 우리는 산타페의 주식 시장 모델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완벽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전통 금융 이론의 대안으로서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귀납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이론이다.
    • 산타페 모델에서는 각 주체가 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을 찾는 진화적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전략이 특정 시점에서 더 성공적일 것인가 하는 것은 시장에서 다른 주체들이 사영하는 전략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 따라서 특정한 전략의 결합이 시장에서 어떠한 패턴을 형성하고 이는 다시 다른 주체들의 행태를 변화시킨다.
    • 또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려고 하면 다른 주체들이 이에 대응하게 되고 그 결과로 다른 패턴이 형성되고 이와 같은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 산타페 모델의 결과는 현실 시장의 통계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 집적 형태의 변동성, 다시 말해 앞에서 숱하게 언급했던 불연속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속 균형 패턴이 그 좋은 예이다. 더욱이 그 모델은 파머가 관찰한 바 있는 패턴의 생성 소멸을 전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 그러나 그 모델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너무 가깝게 설명하려다 보니 모델 자체가 너무 복잡해진 것이다.
    • 모델에서 시장 참여자가 무한대에 가까운 전략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모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현실 시장을 이해하는 것 못지 않게 어렵다는 의미이다.
    • 물리학 연구에서 파머는 복잡한 거시적 행동은 아주 간단한 미시적 행동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 파머가 말한 대로 그는 현실성 있는 시장 모델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도 간단한 모델을 구축하고 싶었던 것이다.
  • 현실 시장에서 거래 경험을 이용하여 파머는 새롭고 더 간단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는 개별 참여자가 각각의 전략을 갖고 행동한다는 가정 대신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3가지 유형의 참여자 밖에 없다고 가정하였다.
    • 첫째는 가치 투자자로서 회사의 이익, 성장, 경쟁력 등 기본적인 정보 신호를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실제 가치 투자자들은 전통 이론이 말하는 대로 투자를 한다.
    • 둘째 유형은 기술적 거래자이다. 기본적인 정보를 분석하는 대신 이 투자자들은 과거 가격 변동과 거래량을 보고 전략을 결정한다. 에컨대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면 주식을 사서 주식의 상승 물결을 탄다.
    • 전통 이론에 의하면 이런 투자자은 절대 돈을 벌 수 없는데, 왜냐면 시장이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과거 가격 정보는 전혀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파머가 지적한대로 현실 세계는 이와 같은 전략을 바틍으로 거래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이런 투자자들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파머는 셋째 유형을 ‘유동성 거래자’라고 하였다. 이 사람들은 예컨대 집을 사고 집값을 내기 위해 주식을 판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값이 올랐기 때문에 파는 것이 아니라 현금이 필요해서 파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파머는 그의 인위적 시장에 참여자로서 거래자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 조성자’를 모델에 도입하였다.
    • 대개 전통 금융 모델은 현실 세계의 주식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들은 그렇게 중요시 하지 않는다. 단지 가격은 발라 경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그러나 대개의 현대 금융 시장은 발라 옥션 개념을 버린지 오래되었고 지금은 연속적 이중 경매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 우리가 앞서 본 대로 파머와 그의 동료들은 시장의 제도적 내용이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 특히 거듭제곱의 법칙 분포를 따르는 변동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비록 이 모델에서 시장 조성자는 현실 시장을 극도로 단순화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통 모델에 비해 연속적 이중 경매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현실에 가깝다.
  •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면 거래의 시간적 동학과 대량 주문의 가격에 대한 영향 등이 모델에 충분히 고려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발라의 가정과는 크게 대비된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 원래 파머는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한 사람의 참여자와 시장 조성자만 가지고 시장 모델을 만들었다.
    • 그리고 펀터멘털 참여자는 항상 주식의 합리적인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가정함으로써 그 모델을 더욱 단순화 하였다.
    • 전통 모델을 본떠 파머는 또한 진정한 가치는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하였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가 간단한 거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즉, 주식이 기본 가치보다 낮으면 사고, 높으면 팔라는 것이다.
    • 그는 이러한 간단한 모델로부터 전통 금융 모델의 균형 조건을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였으며 가격도 실제 가치를 따라 무작위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았다.
  •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맞지 않았다. 아래 그림 <17-2>

  • 가격과 가치는 엇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완전하게 동일하지는 않다. 이유는 우리가 5장의 동태적 시스템에서 본 대로 시차 같은 요인 때문이었다.
    • 샤워기 꼭지를 돌릴 때의 시차를 생각해 보자. 맨 처음에는 적절한 온도를 찾기 위해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결국 돌리는 범위가 줄어들면서 원하는 온도의 지점을 찾게 된다.
  • 이제 우리가 원하는 온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해 보자.
    • 이 경우 손잡이를 돌리는 범위는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바라는 온도가 크게 올라갔을 경우, 혹은 크게 떨어졌을 경우 온도의 차이는 커지고 그래서 손잡이를 돌리는 범위도 더 넓어질 것이다.
    • 결국은 그 온도를 찾겠지만 맨 처음에는 온도를 너무 많이 올리거나 내리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샤워물의 실제 온도는 바람직한 온도이ㅡ 무작위적 변화를 순차적으로 쫓아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동시에 움직이지는 못한다.
    • 이 샤워의 경우에 이러한 경험은 위 그림 <17-2>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다.
  • 파머의 모델 시장에서는 그러한 조그만 시차, 거래자의 행동과 시장 조성자 간에 있는 조그만 시차가 그 둘 사이에 동태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결국은 불완전한 가격과 가치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 전통 금융 이론의 균형론적 관점은 모든 것이 동시에 완벽하게 일어난다고 보고 그 과정의 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 전통 경제학은 이에 대해 “좋다. 그렇지만 가격이 가치와 다르다는 것이 편향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무작위적 소음으로 취급하고 시장 조성 과정에서 나타나느 시차는 초 단위, 분 단위 정도이기 때문에 하루, 일주일 등이 시간 단위에서 보면 이것은 무의미하다”고 말 할 것이다.
  • 그러나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 첫째, 편차 자체가 실제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 가치는 무작위적인 숫자인데 반해 가격은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동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소음이 아니다.
    • 그것은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일시적 구조’이다. 즉,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 가격은 그 자체에 하나의 추세와 동인을 포함하고 있다.
    • 둘째, 파머는 그 일시적인 구조가 초 단위, 분 단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 속의 모래알처럼 동태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훨씬 큰 규모의 패턴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를 설명하기 위해 파머는 두 번째 유형의 시장 참여자를 모델에 넣었다. 이 참여자가 바로 기술적 거래자다. 간단히 하기 위해 그는 기술적 거래자를 추세 추종자라고 가정하였다. 즉, 거래자는 주가가 올라갈 때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판다는 것이었다.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추가시킨 목적은 동태적 과정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 샤워기 예로 돌아가서, 실제 온도를 무작위적으로 바뀌는 바람직한 온도와 일치시키기 위해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이 사람은 기본적인 거래자– 아래층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이 물을 사용하려 –이 사람은 기술적 거래자– 한다고 하자.
    • 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면 약간이ㅡ 시차는 있지만 온도는 올라간다. 그동안 아래층의 기술적 거래자는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더운 물 꼭지를 더 열고 그러면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가게 한다.
    • 그래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찬물 꼭지를 틀게 되는데 이때부터 기술적 거래자와의 사이에서 일종의 경쟁이 벌어진다.
    • 결국 찬물을 충분히 틀어서 물의 온도는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거래자가 물의 온도가 덜어지는 것을 보고 찬물 꼭지를 더 틀어서 물의 온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 실제 온도와 바람직한 온도를 맞춰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적 거래자의 등장은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그만 변화가 지금은 엄청난 변화로 확대되었다.
  • 이것이 바로 파머의 모델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추세를 추종하는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등장시킴으로써 가격에 있어서의 일시적 구조가 훨씬 더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거래자와 기술적 거래자 간의 상호작용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더 벌려 놓았다.
  • 파머는 다른 현실 세계의 요소들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더욱 더 벌려 놓는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성공적인 투자가들은 그들의 수입을 재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으로 자본을 더 키우고 그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해 나가는 것이다.
    • 따라서 추세 추종형 기술적 거래자가 일시적으로 성공했다면 그의 자본이 늘어나고 주가는 더욱 더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 여기에 이르면 전통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액 매매를 통한 시장 조정이 있는 것 아닌가? 차액 매매자가 가격을 원래 기본 가치 수준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전통 금융 이론에 의하면 가격과 가치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무작위적인 것이고 단기적인 소음에 불과하여 가격이 곧 가치와 일치하는 점으로 돌아간다고 보았다. 따라서 평균적으로는 가격과 가치가 일치한다고 보았다.
    • 가격과 기본적인 가치와의 차이가 무작위적이고 단기적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는 없다. 따라서 아주 효과적인 전략은 펀더멘털 투자자처럼 하는 것이다.
  • 이러한 가정은 효율적인 시장 가설에 내재되어 있는 역설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처음으로 이 역설을 지적하였다.
    • 시장은 펀더멘털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조정하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술적 거래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적 거래자는 효율적인 시장에서 절대 돈을 벌 수 없으며 따라서 시장을 떠나고 말 것이다.
  •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을 괴롭혀 온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만약에 시장이 효율적이라서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 수 없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술적 거래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가?
  • 파머는 이러한 파라독스에 대해 해답을 찾아냈다.
    • 그는 자신의 모델을 이용해서 주식의 펀더멘털 가치를 어떤 수준에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일단의 시장 참여자, 계절적 거래자를 투입하여 이들이 단순하게 번갈아 가면서 주식을 팔고 사도록 하였다. 그들의 거래 행동으로 인해 주식 가격에는 매우 간단하고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 그는 각각의 기술적 거래자에게 전기의 주가 등락 여부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도출된 전략을 부여했다. –즉, 가격이 떨어졌다가 올라가면 팔고, 가격이 내려갔다가 또다시 내려가면 사는 전략– 각 시장 참여자들에게 돈을 조금씩 주고 돈을 벌면 번 돈을 재투자 하도록 하였다.
    • 실제 그것은 매우 간단한 진화 체계와도 같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러 기술 전략을 시험해 보고 가장 효과 있는 전략을 선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릴 것이다. 만약 전통적 금융 이론이 옳았다면 이러한 짓은 쓸데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 기술적 거래자가 옳은 전략을 갖고 가격 등락 패턴에서 거래를 한다면 그들의 거래는 그 등락 패턴을 완화시키고 계절적 거래 패턴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은 다시 효율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파머가 이 모델을 실행했을 때 이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처음에는 전통적 이론이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 우선 기술적 거래자는 돈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그러나 그들은 시장의 가격 등락 패턴에 빨리 올라타 그 패턴을 이용했고, 그러면서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성공하자 그들은 거래 규모를 더 늘렸고 따라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 얼마 후 파머는 거래자들이 비효율적 가격 패턴을 이용하고 가격이 펀더멘털 가치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가격 등락 패턴은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래 <그림 17-3>

  • 모델에서 5,000 단위 기간이 지나고 난 다음 가격 등락 패턴은 사실상 사라지고 시장은 매우 빨리 완벽한 효율적인 상태로 수렴하는 듯 했다.
  • 그러다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가격이 혼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자 그들의 거래 규모가 커지고,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기술적 거래자에게 가격 패턴을 이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기술적 거래자들이 계절적 거래자들을 다 잡아 먹고 난 다음 기술적 거래자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파머는 수만 번 반복하여 그 모델을 실행하였고 이상한 가격 패턴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5,000단위 기간 이후에 매우 불규칙적인 패턴이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위 <그림 17-3>.
  • 모델은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것이며 그 모델에 무작위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여기서 어떤 창발적 패턴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완전히 그 속에 있는 거래자들의 동태적인 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 전통 경제학자는 기술적 거래자 간의 거래 행위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돈이 한 기술적 거래자의 호주머니로부터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아무도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 만약 거래자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면 그들은 그런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5,000단위 기간 동안만 시장에 참여하다가 떠남으로써 시장을 원래의 효율적인 균형 상태로 돌려 놓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가 본 대로 실제로는 현실 시장에서 사람들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못하다.
    • 사람들은 낙관주의적 편견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 투자자들은 실험을 계속하고 다양한 전략을 시장에서 시험하면서 거래 흔적이 남게 되고 이를 다른 투자자들이 배워 활용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그 패턴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고 그 패턴을 또 다른 투자자들이 감지하는 식의 패턴 변화는 계속 된다.
    • 기회가 늘면서 새로운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며 어떤 투자자들은 전략이 실패하여 시장을 떠나기도 한다.
    • 파머의 모델은 그가 현실 거래 경험에서 관찰한 거래 행동을 그대로 설명하였다. 시장의 복잡한 동태적 움직임이 밝혀지면서 시간에 따라 가격 패턴은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시장은 조용해지기도 하고 요동치기도 한다.
  • 파머의 모델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치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실증적 증거와도 일치하였다.
    • 첫째, 파머의 결과는 현실 데이터의 정성적, 통계적 특성과 그대로 일치하였다. 예컨대 만델브로트가 발견한 꼬리 부분이 두툼한 종 모양의 분포 같은 것도 확인되었다.
    • 둘째, 전통 이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 결과는 기술적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끝으로 몇몇 연구에 의하면 펀더멘털 가치는 전반적인 주식 가격 변화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설명할 뿐이다.
  • 아래 <그림 17-4b>는 한 연구의 결과를 나타낸 것인데, 이것은 파머 모델의 결과 <그림 17-4a>와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 눈에 뚜렷이 보일 정도이다. 이것은 단지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가치와 가격 간의 큰 차이는 수년 혹은 10년 이상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효율에 대한 새로운 정의

  • 금융 시장은 효율적인가?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금융 시장은 경쟁적인 거래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는 진화하는 생태계와 같다. 따라서 시장이 효율적이냐고 묻는 것은 아마존 열대 우림 생태계가 효율적이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무엇에 비하여 효율적인가?
  • 그럼에도 우리는 몇 가지 의미있고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빨리 반응하는가?
    • 그렇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어떤 뉴스가 전파되면 시장은 거의 동시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장 진화 체계의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민감도에서 시작된다. 아마존의 어느 나무에서 부드러운 새잎이 땅으로 떨어지면 다양한 곤충들이 거의 동시에 모여든다.
    • 사실 시장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빨라졌다. 물론 이는 CNN, 블룸버그, 인터넷, 컴퓨터의 발전 덕분이다.
    • 재미있는 사실은 전통 이론은 정보가 더 좋으면 가격은 가치와 더 근접할 것이라 예측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정보와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더욱더 가변적이 되고 말았다.
    • 이에 대해 진화론은 정보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자 전략이 더욱 다양해졌고, 차액 매매와 기술적 거래 기회가 더 많아짐으로써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헤지펀드의 숫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시장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 그렇다. 시장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대량의 정보를 분류, 정리하는데는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또한 정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입장을 도출해 내는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
    • 시장을 이용해서 선거 결과, 스포츠 스코어, 학술상 결과 등 여러 가지를 예측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시장은 개인 전문가나 여론 조사보다도 훨씬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효율적 시장 가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론은 투자자들이 주식의기본적인 내용과 관련된 정보의 취사 선택에 있어서 고도의 예측 능력만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있으나, 실제 현실 세계에서 거래자들은 다른 거래자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한다.
    • 이와 같이 시장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의 기대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고 그 투자자는 또 다른 투자자의 기대치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순환 체계이다.
    • 이런 끝없는 회귀 현상에 대해서는 존 케인스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평균적인 의견이 평균적인 의견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의 지능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는 이 책의 서두에서 언급한 브라이언 아서의 술집 문제에서 수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 이러한 기대치에 근거한 기대치는 시장의 진화적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이 말은 시장이 매우 강력한 정보 처리자이기는 하나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리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투자자들은 완벽하게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기적인가? 그렇다. 금융 시장은 자선 단체가 아니며 언제나 두려움과 탐욕에 의해 작동된다. 투자자들은 영리한가? 대체적으로 투자자들은 영리하지만 비합리성이라든가 편견과 같은 인간의 모든 약점도 갖고 있다.
  • 시장은 경쟁적인가?
    • 매우 경쟁적이다. 증권사의 마감 객장에서 일그러진 얼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국제 자본 이전의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똑똑하고 경쟁력 있는 투자자들은 이익 실현 매매를 함으로써 시장을 효율적인 상태로 이끌어 갈 것인가?
    • 일부 그렇긴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파머는 전통 이론에 시장의 효율성에 관한 두 가지 즁요한 가정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 첫째, 차액 매매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거래자들은 비정상적 수익을 내는 전략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 둘째, 비정상적 수익을 내는 전략에 투자할 자금의 규모는 그 비정상 수익을 얻어 내고 시장을 다시 효율적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 파머는 이 두 가지 가정이 현실 세계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정상적 수익 전략은 정보 비율로 측정한다. 고수익, 저위험 투자자는 정보 비율 –샤프 비율, 또는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고도 함– 이 높을 것이고, 반면에 저수익 고위험 투자는 정보 비율이 낮을 것이다.
  • 대개의 거래자들은 정보 비율이 1이면 해볼 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머가 말했듯이 투자 전략의 정보 비율을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 만약 수익이 정상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면 통계의 법칙에 따라 95% 신뢰 수준에서 거래자의 전략이 1의 정보 비율을 갖게 되는데 4년이 걸릴 것이다. 만약 수익 본포가 두꺼운 꼬리 부분을 나타낸다면 시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더 길어진다.
    • 일반적으로 거래자들이 어떤 전략이 효과적인가 판단하는데 5년 정도 투자 경험이 소요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이러한 소요 기간은 더 길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거래를 한다면 그중 한 사람은 5년 동안 순전히 운으로 돈을 잘 벌 확률도 있다. 그래서 비정상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인식하는데 시간은 더 걸리게 된다.
  • 두 번째 가정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전통 이론은 무한대의 자본이 동시에 순간적으로 비정상적 수익 전략을 위해 투입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성공적인 거래자도 시간을 두고 자본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 예컨대 거래자가 100만 달러로 투자를 시작하고 연 25%의 고수익을 올린다면 자금을 10억 달러로 늘리는데 30년이 걸릴 것이다. 거래자가 그의 자금을 매년 외부 재원을 이용해서 두 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10억 달러 만드는데는 10년이 걸린다.
    • 성공적인 거래자들은 외부 타자자들로부터 훨씬 빨리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가 있다. 그러나 파머는 그러한 성과를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금을 모으는데는 수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 시장은 그 사이에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익을 많이 내는 거래 전략은 시장이 효율적인 지점으로 복귀하는 속도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 부자가 되는데 비법이 있는가? 아니다. 새뮤얼슨은 라스베이거스, 처칠 다운스 혹은 메릴린치 증권사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옳지 않았다.
    • 그런 곳에서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은 금융 시장이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쟁적인 진화 환경에서 부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월 가의 거래자나 브라질 열대 우림의 청개구리나 마찬가지다.
    • 그러나 월 가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방법이 없지만 월 가는 순전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다.
    • 그것은 매우 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은 그러한 시스템을 빨리 더 잘 파악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잠시라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 전통 경제학은 스스로 자문할 필요가 있다. 금융 시장은 효율적인가? 왜 월 가에는 포르셰나 페라리 같은 고급 자동차가 메인 가보다 더 많은가?
    • 그러나 경쟁력은 제품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금융 시장에서도 일시적인 것이다. 언젠가 더 좋은 아이디어, 더 좋은 전략, 더 강력한 기술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 효율적 시장 가설은 19세기 균형 이론과 바슐리에의 예측 불가능 가설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비록 전통적 시장 효율은 그렇게 중요한 개념은 아니지만, 금융 시장은 매우 효과적인 진화 시스템이다.
  • 시장은 지금까지 고안된 최상의 사회적 기술이다.
    • 시장은 많은 사람의 견해를 통합시켜 복잡한 자산에 가격을 부여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 뿐만 아니라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속적인 혁신을 압박한다.
    • MIT의 앤드루 로는 이러한 시장의 진화적 효과성을 적응 시장 가설이라고 하였다.
    • 뉴욕 월 가, 런던, 혹은 세계의 다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차별화하고, 선택하고, 확대하고, 반복하여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금융 이론은 아직도 형성되고 있는 단계이며 여러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전통 이론이 부적절하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다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 월 가나 런던이나 혹은 다른 금융 시장에 있어서 복잡계 금융 이론의 의미는 이제 막 감지되기 시작한 단계이다. 그러나 복잡계 과학은 투자의 세계를 바꾸어 놓을 것이며 치열한 투자 전략 경쟁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구어 낼 것이다.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시사점

  • 복잡계 금융 이론은 3가지 부문에서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 첫째, 기업의 자본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 둘째, 복잡계 금융 이론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으로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 셋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복잡계 이론은 기업의 기본적인 목표, 주주 자본주의의 특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비용

  • 모든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빌리든, 주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이든 간에 자본을 외부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자본 제공자는 물론 보상을 받아야 하고 자본의 비용은 간단히 말해 여러 자본 제공자들이 기대한느 수익의 가중 평균치라고 할 수 있다.
    • 예컨대 한 기업이 자본금 총액의 50%는 은행으로부터 이자율 6%에 차입하고 나머지 50%는 12%의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로 부터 조달한 것이라면 그 기업의 자본 비용은 9%가 될 것이다.
    • 그러면 이 수치는 그 기업에 하나의 기준, 즉 그 기업의 경영자가 실시하는 투자는 최소한 9%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에게 투자 비용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주들은 경영자들의 투자 사업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자본 비용 이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주주의 몫이 되며 수익이나 자본 비용이 낮을 때는 주주의 투자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 기준 수익률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행히도 이 기준 수익률을 계산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전통 금융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그 표준 방식은 금융 자산 평가 모델이라고 하는데 (CAPM) 이 방법은 투자자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는 것과 시장이 효율적이고 균형 상태에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가정은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비츠가 1950년대 개발한 것으로서 CAPM은 모든 투자자가 위험과 수익을 적정화하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 만약 시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마켓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개별 주식의 위험도는 이론적으로 말하는 마켓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이렇게 측정된 위험 요소를 ‘주식의 베타’라고 하는데 이는 주식의 비용 혹은 주주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받아야 하는 수익을 계산하는데 사용된다.
  • 문제는 시장의 어느 누구도 실제 마코비츠가 말하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마코비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예컨대 그 이론은 기업 위험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주식 시장에서 무한적으로 주식을 공매할 수 있으며 모든 투자자들이 똑같은 투자 기간 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뿐만 아니라 위험과 수익이 바뀌기 때문에 마켓 포트폴리오도 끊임없이 바뀌어야 한다.
    • 그러나 현실 시장에서는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주식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혹은 구성을 달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거래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그런 이유 때문에 이론이 제시하는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꿀 수 없다.
    • 사실 경제학자조차 이론적인 마켓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며 그들이 이론을 시험할 때는 단지 시장에 있는 모든 주식의 가중 평균치를 대리 변수로 사용할 뿐이다. 현실은 펀드 내미저들의 실적을 평가할 떄 주로 S&P 500 지수나 FTSE 100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상례이다.
    • 실제 마코비츠의 이론적인 마켓 포트폴리오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더욱 여러 증거에 의하면 펀드 매니저들은 수익을 CAPM에서 가정하듯 위험과 수익의 적정화보다는 단순히 수익을 좇는 전략을 쓰고 있다.
  • CAPM의 가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실증 분석에서 이론적 예측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베타 변수가 위험도의 지표로서 정보적 가치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CAPM 방식에 근거한 기업의 주식 비용 계산은 별로 의미가 없다.
  • 조금 더 비판하자면 CAPM 방식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정과 판단이 필요하다.
    • 예컨대 부채를 기준으로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계산하는 방식은 사용되는 인덱스 및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위험이 없는 수익률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 것인가에 대한 가정도 필요하다.
    • 최소한 이론적이고 실증적인 바탕에서 볼 때 CAPM은 자본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으로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다요소 모형과 같은 다른 대안이 제시되기는 하였으나 이 또한 CAPM과 같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저서에서 자본 비용에 대한 견해를 요약하였다.
    • “찰리와 나는 우리의 자본 비용이 얼마인지 도대체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자본 비용이라는 개념 자체도 적절치 못하다. 솔직히 의미 있는 자본 비용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스톡옵션은 의미가 있는가?

  • 1970년대 금융 혁명의 결과 중 하나는 주식 시장에서의 성과를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영자에 대한 보상을 스톡옵션을 통해서 주식 시장에서의 성과와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갔다.
  • 이것의 이면에 있는 동기 부여와 원초적인 아이디어는 매우 의미가 있다. 상장 기업의 경우 회사의 주인과 대리인을 반목하게하는 주인(주주)/대리인(경영자) 문제가 있다.
    • 회사의 소유자인 주주는 그들이 소유하는 회사의 주가가 극대화되기를 바란지만,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연봉, 근무 여건, 자가용 제트기의 크기 등을 극대화하는데 관심이 많다.
    • 1960~1970년대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경영진의 포로가 되었고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연봉과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였다.
    • 전통 금융학 교수들은 회사의 소유주가 주주라는 사실과 또한 경영자들은 자기 이익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을 하였다.
  • 소유주와 경영자의 이익을 논리적으로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경영자를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주가를 올리는 일을 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의 미래 소득을 미래의 주가와 연계시키는 스톡옵션을 경영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 이 아이디어는 1980년대 크게 번졌고, 특히 적대적 기업 인수가 회사의 주가를 올리도록 큰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래서 스톡옵션이 미국 CEO의 평균 보수 패키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83년 23%에서 1998년에는 45%로 늘어났다.
  •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복잡계 금융 이론이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 경영자의 의무는 주주의 이익 제고라는 것이 모든 국가의 법률적 규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앞서 본 주인/대리인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 경영진은 실제 주가를 관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영 전략이나 비용, 투자, 인력과 같이 기업의 수익, 이익, 자본 수익, 그리고 성장과 관련된 요소들을 관리한다. 경영진이 관리하는 수단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 능력을 제고할 수 있으나 주가에는 간접적인 방법 외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 전통 경제학자들은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경영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경영진의 성과를 주가와 연계시키는 것은 괜찮다고 하였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더욱더 그러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우리가 보았듯이 현실에서 가격은 가치와 항상 일치하지 않고, 그 차이가 상당히 클 수 있으며 오랜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 물론 가격과 기본적인 가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고, 또 시장이 경영자의 경영 활동에 대해 대략 감지하고 있으나 상관관계가 그렇게 밀접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CEO를 평가하는 것은 나사 빠진 운전대로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가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 앞서 본대로 투자 전략, 거래자 심리, 시장 제도, 그리고 경영자의 통제 밖에 있는 여러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은 때때로 주가를 움직이는 펀더멘털 요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작용을 할 수도 있다.
    • 예컨대 1990년대 있었던 주가 버블 현상으로 경영자들은 크게 일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고, 버블이 꺼졌을 때는 연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 이론대로 한다면 시장 지수의 변화에 따른 효과는 제거해야 하지만 주가의 나머지 부분조차 그 의미가 의심스럽다. 주식 가격이 경영자의 새로운 전략이 좋아서 오른 것인지, 헤지펀드의 컴퓨터가 효과적으로 작용해서 올랐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또한 경여자에 대한 보상을 주식 시장의 성과에 연계시킴으로써 경영자의 태도가 바뀌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 어떤 경우에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서 경영 책임자가 회사의 성과에 대해 더욱 책임을 지는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다른 경우에는 많은 CEO가 시장 변화에 집착하여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단기적인 전략에만 몰두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 창출은 게을리 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 또한 엔론, 월드콤, 타이코와 같은 주식 시장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 사건들도 보아왔다. 이 경우 경영자들의 탐욕과 두려움이 기업의 수익을 조작하는 결과로 연결된 것이다.
    • CEO와 경영진이 주가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들은 주가를 결정하는 다양한 결정 요인 중 적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여러 신호는 복잡하게 진화하는 시장의 동태적인 움직임에서 발생되는 여러 변화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 나는 CEO가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주주들을 볼모로 이용하는 무책임한 경영자들이 활개를 치던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주가 변화에 대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실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기업의 기본적인 경제성과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1990년대 초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캐플런 교수와 그의 공저자인 데이비드 노턴은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BSC라고 한다.
    • 그들은 주가와 같은 하나의 지표로 기업 성과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캐플런과 노턴은 각 기업이 기업의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 요소들을 분석하고 그 요소들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수를 만들어서 평가에 활용할 것을 권고하였다.
    • 그러한 점수 체계는 기업의 성장과 이익, 그리고 자본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회계, 금융 시장, 다른 기준 들을 혼합한 지수들을 포함하며, 과거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평가 지수도 포함한다.
    • 전반적인 평가의 초점을 경영진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에 성공해쓴냐 하는데 두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무엇이 기업의 목적이냐 하는 것이다.
  • 전통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목적이 사회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일반 균형 이론은 만약 경영진이 개별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고 소비자가 자기들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한다면 그 사회의 자원은 적적히 배분될 것이라고 말한다.
    • 케인스가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가장 사악한 인간이 가장 사악한 일을 해서 모든 사람에게 최선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놀라운 신념 그 자체이다” 경영자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 그러나 이윤 극대화의 목적에도 문제가 있다. 경영자들이 진심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10%의 이익률이 충분한가? 15%는 어떠한가? 무엇과 비교를 해야 하는가?
  • 전통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경영자가 자기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본 시장을 통해서라고 한다.
    • 이기적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곳에 자기들의 자본을 투자하고자 할 것이다.
    • 차입한 자본의 경우에는 정해진 이자를 지불하고, 주식 수익률은 회사의 이익률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경영자의 성과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주주들이다. 그러므로 이윤 극대화는 주주 가치 극대화와 상통하게 된다.
  •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법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 다른 나라의 법 체계, 특히 유럽 대륙의 많은 국가와 일본에서는 경영진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주주들은 그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에는 피고용인, 소비자, 그 회사가 운영되는 지역 사회와 정부를 포함한다.
    • 예컨대 네덜란드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기업의 목적은 주주 가치의 극대화보다는 사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주주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이해관계자 시스템은 여러 그룹의 상반된 이익을 회사가 보호해야 하므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따라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이에 대한 증거로서 주주자본주의 주창자들은 미국에서 주주자본주의가 창출해 낸 고생산성, 고성장, 고고용의 경제를 들고 있다.

견뎌내고 성장해야 한다

  • 복잡계 경제학이 전통 이론과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아직도 가격 결정과 자원 배분의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다. 주주는 기업의 소유주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기업의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 그러나 복잡계 이론은 조금 색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진화 시스템의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보면 기업의 목적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다. 9장에서 논의한 대로 진화 시스템에는 원초적인 원리가 있다. 즉, 복제를 잘하는 자가 복제된다는 것이다.
    • 어떤 도식이든 목적 함수는 상호작용자의 생존과 복제가 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다른 목적 함수는 멸종으로 가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사업 계획의 목적도 살아남고 사업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따라서 경영자의 책무는 이러한 목적을 갖고 사업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좀 더 통상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경영자의 책무라는 것은 그 기업이 오래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이다.
  • 얼핏 보면 오래 견디고 성장한다는 것의 목적 함수는 미국식 주주 가치 극대화보다는 네덜란드의 사업 영속이라는 목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는 서로 배치되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모든 진화 시스템은 열역학 법칙에 의해 주어진 제약 속에서 작동한다. 생존과 복제를 위해서는 엔트로피와 싸우는 에너지 물질과 정보가 필요하다.
    • 생물적 시스템에서 이것은 모든 생물 개체가 섭취한 칼로리가 소비한 칼로리보다 같거나 많아야 한다는 열역학적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를 잘하는 생물은 순 칼로리 섭취량이 많은 개체이며, 그들은 자원이 유한한 경쟁적 환경에서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마찬가지로 경제 체제에서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해서도 에너지, 물질, 정보가 필요하다. 모든 사업의 경우에도 수입과 지출이 같거나 많아야 하는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 진화 시스템에서 수익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사업이 생존하고 복제하기 위해서 만족시켜야 할 기본적인 제약 조건인 것이다.
    • 경영 사상가인 찰스 핸디는 음식을 먹는 것은 살기 위한 제약이지만 아무도 삶의 목적이 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생존하는 것과 성장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 그러나 만약에 경제적 관점에서 수익성의 개념을 분석해 보면 또 다른 제약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조직 안팎으로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 첫째, 자본을 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자본의 제공자들로 하여금 그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다른 투자 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 둘째, 직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 셋째, 공급자들에게는 이 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 넷째, 사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영진은 기업의 법적 책임을 다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일반 대중이 싫어하는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 사실 수익성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다차원의 문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경제적 적자생존 함수와 같다. 적응을 잘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도 이러한 다차원적 제약을 더 잘 만족시킨다.
  • 그러므로 진화론적 시각에서 볼 때 ‘주주주의 대 이해관계자주의’는 잘못된 이분법이다. 적합도 함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며 그것이 주주주의이거나 이해관계자주의이거나 아무 관계가 없다. 단지 경영진이 그 사업이 견디며 성장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그 무엇을 말할 따름이다.
    • (이하 주주주의 대 이해관계자주의의 이분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설명 생략)
  • 진화론과 현실적인 시각에서 주주에게 경쟁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제약이 된다. 그리고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제약일 수 있지만 경제적 적합도 함수에서 보면 그 또한 여러 제약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 이제 다시 목적 자체의 논의로 돌아가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목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의 우월성에 관한 주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 1960~1970년대 혜성처럼 주가가 올라 세계적 성과를 낸 후 서서히 약화되더니 1980년대 사멸한 왕 연구소와 주식시장에서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1802년에 설립되어 2005년 27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6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듀폰 중 어느 회사가 더 우수한가?
    • (중간 설명 생략)
  • 생존과 성장에 집중해 온 경영진은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경영진은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그러한 경영진은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그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에 주로 의존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단은 주가보다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적합한 수단들이다.
    • 경영진은 장기적 생존과 성장의 다차원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며, 주주들도 매우 중요한 경영 목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생존과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진은 모는 이해관계자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우선 배분할 것이다.
    • 그 기관의 생존을 하나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투자의 장기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며 기업의 강력한 조직 문화와 같은 요소들을 통하여 장수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배분하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성장에 초점을 두게 되면 기업 성과에 관련된 압력이 가중되고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 확실히 한 기업은 성장할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없는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사멸한다. 적절한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성장 전략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서 앞서 말한 이 두 목적은 자연적으로 상호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다.
    • 다시 말해,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 투자는 장기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협하는 반면, 생존을 위한 과도한 보수적 운영은 성장이라는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목적은 경영자로 하여금 기업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의사 결정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기업의 목적에 관해 의사소통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특히 직원과 외부 이해 관련 단체와의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열성적으로 출근할 직원은 없을 것이다.
    • 대부분의 직원들은 스톡옵션도 없고 주주들이란 돈 많은 익명의 조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성장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기회를 창출하는 위대한 조직을 만들자는데는 동참할 것이다.
  • 마찬가지로 정치인, 사회 운동가를 포함한 외부적 이해관계자들은 주주 가치 극대화를 기업의 목적과 연관시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 그들은 기업이 옳든 그르든 사회의 더 큰 목적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가갛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 이러한 사고방식이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에서 의사소통의 큰 차이를 초래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기업의 대외 홍보가 경영진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 만약 경영진의 목표가 시민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회적 이익을 미래에 창출하기 위해 혁신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은 사회적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 끝으로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듀폰과 같은 오래 생존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주된 목적이 주주 가치의 극대화가 아니었다고 한다.
    • 오랜 역사를 가진 2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더치 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술된 <살아 있는 기업>에서 저자 아리 드 호이스는 어떻게 그 기업들이 기업의 목표를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는지 설명하고 있다.
    • 비슷한 맥락에서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역사가 오래된 18개 기업을 분석하고 그 기업들의 태도를 ‘이윤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하였다.
    • 저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에게는 “이익은 마치 산소, 음식, 물, 피와 같은 것이다 그것들이 생명 자체는 아니지만 그것들이 없으면 생명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오래 생존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목적이 실행과 적응의 필요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이미 앞 장에서 논의한 바 있다. 둘 다 진화적 논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기업이 전형적으로 적응보다는 실행에 더 익숙하다는 사실은 단기 수익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하여 경영진은 실행과 적응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 구조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하며 그 둘 사이에 좀 더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경쟁적인 진화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며 ‘적응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방법을 말한다.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진화 시스템 안에 있는 모든 디자인에 가해지는 시간을 초월한 요구이다.

부의 기원/ 조직: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 20세기 초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였던 웨스팅하우스와 GE. 1970년대 전후 경제 호황이 끝나고 이 두 거대 기업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웨스팅하우스는 망하고 GE는 살아남아 세계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회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사회적 구조와 적응 능력

  • 같은 제조업을 하였고,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거의 동일한 전략적인 입장에 있던 이 두 회사가 어떻게 하여 각기 다른 흥망의 길을 걸었는가?
  • GE는 회사의 긴 역사 속에서 여러 번 변식을 거듭하였으며 1980년대 웰치의 회사 부흥 노력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 GE의 역사에는 여러 번 흥망의 고비가 있었는데 1893년에는 거의 부도 상황까지 갔으며,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기술이 GE의 직류 기술을 밀어내고 표준이 되는 기술적 수모도 겪었다. 대공황기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1950년대에는 윤리적인 스캔들에 휘말렸고, 1970년대는 기업 전체가 아사 지경에 이르렀다.
    • 그러나 GE는 경제 상황이 변할 때마다 7전 8기의 정신으로 회사의 성가를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 GE는 창립 초기부터 단순한 기업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1900년대초 창립 CEO인 찰스 코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GE는 전설적이라고 할 정도의 강한 문화와 가치를 지닌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그들의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웨스팅하우스는 그러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잭 웰치도 사실은 그러한 GE 문화의 산물이었으며, 그러한 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CEO였다.
    • 웰치는 그러한 문화의 배경으로서 GE의 사람, 구조, 그리고 문화의 결합을 GE의 ‘사회적 구조’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GE의 생존과 성공의 능력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한 사회적 구조야말로 어떠한 경쟁사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GE만의 특징이라고 믿었다.
  • 이 장의 주제는 웰치의 접근법이 옳았다는 것, 그리고 한 기업의 사회적 구조를 디자인 하는 것이 그 조직의 생존력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구조가 다음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 조직에서 개별 사람들의 행태
    •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람과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와 과정
    • 조직 내의 사람들이 서로 간 그리고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는 문화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의 조직

  • 학자들에게 조직의 정의를 물으면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의 대답을 할 것이며, 각기 나름대로 통찰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시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조직은 복잡 적응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시스템 =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따라서 이 표현은 복잡 적응 네트워크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
  • 조직은 동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개별적인 행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행위자들의 행태 규칙과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는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며,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거시적인 차원에서 창발적인 행태가 형성되어 나타난다.
    • ‘포드의 분기 실적이 좋았다’ 혹은 ‘소니는 혁신적인 기업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 회사들의 사원 수만 명의 행동과 상호작용이 만들어 낸 결과로 보는 것이다.
    • 기업은 복합 적응 시스템이며 규모가 더 큰 국가 경제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내에서 활동한다.
    • (훌륭한 통찰이다. 네트워크는 단일하지 않고 다른 네트워크와 관계를 가지는데, 동등한 수준의 관계도 있을 것이며, 상위/하위 관계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우주 같네)
  • 조직을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 분류하는 것도 매우 유용하지만 조직의 의미에 대해 좀 더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통 체증을 기준에 따라 복잡 적응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조직이라고 부르진 않기 때문이다.
  •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사회학자 하워드 알드리치는 조직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고 경계가 분명하며, 인간 활동의 사회적 구조체이다.”
  • 다시 말해 조직은 목적을 위해 디자인되고 구축된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동기가 된다. 즉,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조직의 목적으로 정하고 이러한 상태와 현재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채우도록 구성원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 조직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린이를 돕는 것일 수도 있고, 스포츠 경기에서 챔피언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는 것과 힘을 합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바로 조직과 단순한 사람들의 모임 –교통 체증, 친구들 모임– 을 구분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 알드리치의 정의대로 조직에는 경계가 분명하다. 이 점은 독일 사회철학자인 막스 베버가 20세기 초에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조직은 구성원과 비구성원의 경계가 분명하다.
    • 기업은 신입 사원을 세심히 평가하고, 시민들은 정치인을 선출하며 종교는 새로운 구성원을 환영하는 예식을 갖기도 한다.
    •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조직은 열린 열역학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직에는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있으며, 조직의 목적은 외부 환경에 비해 높은 내부의 엔트로피를 낮추도록 하는 조직 구성원의 노력을 독려한다.
  • 결국 알드리치가 말하듯이 “조직은 원재료, 정보, 혹은 사람을 활용하여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활동 시스템들을 갖고 있다”
    • 우리가 3부에서 논의한 용어를 빌리자면, 조직은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열역학적으로 그리고 비가역적으로 변환시키는 일을 수행한다. 그럼으로써 높은 엔트로피의 투입을 낮은 엔트로피의 산출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 그러한 변환은 조직의 목표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조직을 적합한 질서 혹은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

  • 3부에서 사업이란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자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기업은 하나의 공통 관리 체계 하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사업 단위들로 이루어진 구성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사업 계획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면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앞에서 협력이란 1+1을 3으로 만드는 비제로섬 게임이라는 마술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과업과 협력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같이 이루어 냄으로써 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는 왜 우리가 뭉쳐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만 왜 우리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이 질문은 1937년 젊은 변호사 로널드 코스가 그의 저명한 논문 <기업의 본질>에서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매우 간단하고도 통찰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을 만든다고 하였다.
    • 만약 주택 건설업자와 목수가 어떤 특정한 사업에서 한 번 같이 일하고 헤어진다면 둘 사이엔 그 일에 대한 계약서만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반복적으로 같이 일하고자 한다면 그런 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비용이 계속 소모될 것이다. 그러한 경우 어떤 형태의 장기적인 조직적 관계를 만들어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 코스의 아이디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은 어떤 경우에는 협력의 메커니즘으로서 효율적일 뿐 아니라, 개별 계약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사업 계획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된다.
    • 요약하자면 조직은 사업 계획 공간을 활용하는 더 유용한 수단이며, 따라서 부의 창출에서도 더욱 더 효과적인 수단이다.
  • 조직을 만드는데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계약의 불완전성’이다.
    • 변호사가 아무리 똑똑해도 계약서가 모든 불확실성을 규정할 수는 없다. 협력의 내용이 복잡할수록 계약의 불완정성도 높아진다. 계약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프리랜싱의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 계획 공간에서 매우 간단한 역할만 담당하게 된다.
  • 둘째,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투자 자산의 억류 현상’이다.
    • 앞에서 본 대로 부의 창출은 비가역적인 자원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간혹 그러한 개입은 특정한 자산에 대한 투자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용어로부터 알 수 있듯 그러한 자산은 생산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고안된다. 그래서 다른 용도에는 쓸모가 없다. 예컨대 피자 오븐은 피자 굽기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다른 요리에는 별 소용이 없다.
    • 불완전 계약의 문제는 여러 사람의 프리랜서가 모인 경우 언제든 계약이 깨지기 쉽고, 손해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 그러나 회사 자산을 공동 소유화하고 그들 간에 이윤 배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특정 자산에 투자해서 돌이키기 어려운 개입을 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셋째, 조직은 특정한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제공한다.
    • 어떤 프로젝트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들은 중간에 그만두거나 퇴출되기도 할 수 있다. 만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가 누군가가 그만둘 때마다 기업을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일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 구성원들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협력 구조를 만듦으로써 조직은 프리랜서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넷째, 조직은 집단 학습을 가능케 한다.
    • 우리는 학습을 개별 활동으로 생각해 왔지만 1950년대 여러 실험 결과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그라세는 조직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라세는 불개미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였는데, 불개미는 공동의 작품을 통하여 일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기둥을 세우면서 한 불개미가 기둥 설치 작업을 시작하면, 나머지 후속 작업에는 다른 불개미들이 수행하는 규칙이 작동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또한 기둥이 설치되면 특정 영역 내에서는 더는 기둥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규칙 때문에 기둥 간 간격이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 기본적으로 불개미는 기둥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를 읽어 내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둥이 낮으면 흙을 더 쌓아 올리고, 기둥이 높으면 다른 작업장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기둥이 있는 곳으로부터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다른 기둥을 세우지 않는다. 그라세는 이러한 학습 형태를 ‘스티머지’라고 명명하였다.
  •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정보가 내재된 인공재를 만들고 내재된 정보의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 건축 설계사 한 사람이 설계도를 수정하고, 그것을 또 다른 수정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다음 사람은 설계도를 엔지니어에게 넘기고 그는 또 다른 엔지니어에게 수정을 위해 넘긴다.
    • 결국 그 설계도는 집단 학습 과정을 거쳐서 수정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설계도에는 정보가 내재되며 집단 학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은 행위자가 변하더라도 집단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문서, 도표, 컴퓨터, 그리고 다른 물리적인 인공재를 갖고 있다.
    • 3부의 논리를 따르자면 조직은 도식들의 저장고, 혹은 이것들에 대한 집단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학습과 적응의 차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습은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지식의 획득을 의미하는 반면, 적응은 환경으로부터 받는 선택의 압력에 대응하여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 적응을 위해서는 지식의 획득이 필요하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기도 하다. 학습과 적응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논리상 필요한데, 조직은 대개 학습 능력은 좋은 반면 적응에는 문제가 많을 수 있다.
  • 코스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제가 프리랜서 간의 계약으로 되어 있는 경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기본적으로 조직은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 계획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조직화하는 방법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더 복잡하고 세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더 복잡하고 부를 창조해 내는 그런 사업 계획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실행과 적응

  • 모든 경제 조직은 2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즉 오늘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사업 계획을 추진해야 하며, 내일의 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 실행과 적응은 진화 시스템의 모든 디자인에 필수적인 행위이다. 제 2의 열역학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현재 환경에서 자기의 강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 말하자면 벌어들이는 칼로리가 소모된 칼로리보다 높아야 하고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진화 시스템에서 전략의 수명은 짧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항상 모색해야 하며, 그게 아니면 환경이 변할 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그러나 실행과 적응의 과정에서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화의 시스템에서는 긴장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얼마나 많은 자원을 오늘의 생존을 위해서 사용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내일의 생존을 위해 써야할 것인가?
  • 기업 조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돈, 사람, 최고 경영자의 시간과 같은 자원 배분을 놓고, 단기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수요와 장기적인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수요 간에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
  • 톰 피터스와 보브 워터만은 1982년 출판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라는 저서에서 그러한 문제의 경영학적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들은 조직이란 일은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적응은 느슨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그 이후 여러 경영학 서적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다뤄졌다.
    • 콜린스와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통제와 창의성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 딕 포스터와 사라 캐플런은 그들의 저서 <창조적인 파괴>에서 실행과 혁신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마이클 터시먼과 찰스 오릴리는 <혁신을 통한 승리>라는 저서에서 이 둘을 다 할 수 있는 양손잡이의 조직 모델을 제시하였다.
    • 1991년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마치는 한 논문에서 탐색과 활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 이들 저자들의 표현 방법이나 의미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상반되는 도전에 대응하는 주제로서 음양의 원리를 원용하였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앞장에서 보았듯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적응’보다는 ‘실행’에 더 능숙한 것 같다.
  • 기업이 적응에 실패하면 개인들과 지역 사회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적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비영리 단체로부터 정부, 군사 조직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똑같이 중요한 문제이다.
  • 조직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하였으므로 이제 조직이 왜 미래의 적응보다 현재의 실행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조직이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를 논의하고자 한다.
    • 개별 행위자 차원: 개벼려 행위자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심적, 정신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 조직 구조 차원: 어떻게 계층 조직, 복잡성, 그리고 자원의 구성이 적응을 저해하는가?
    • 창발성: 기업 문화가 창발적인 조직 행태와 관련하여 어떻나 역할을 하는가?
  • 이 3가지 이슈는 우리가 앞에서 본 사회적 구조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행태, 구조, 그리고 문화라는 3가지 요소와 일맥상통한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구조의 목적은 이러한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의 저해 요소를 해소하며 조직으로 하여금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진화 과정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해주는 것이다.

개인: 장밋빛 술잔을 통해 본 인간

  • 조직의 적응 능력은 부분적으로 구성원의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따. 이것은 조직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간 및 하위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사고의 문제다.
    • CEO가 아무리 바꾸고자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젊은 관리자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더라도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변화한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지 과학에서는 사람이란 자기의 사고 틀을 통해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 사람이란 기존의 사고 틀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능력은 있지만 사고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 간단히 말해 사람은 자기의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개인들의 적응 능력이 취약한데는 4가지 이유가 있다.
    • 첫째, 사람들은 과도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 둘째,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해서 천성적으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
    • 셋째, 사람들은 고착된 세계관이나 사고 구조 때문에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한다.
    • 넷째, 변화의 단속 균형이 말해 주듯이 사람들은 안주하는 성향 때문에 유연한 리더십보다는 경직된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 사고의 틀을 바꾸려면 변화의 필요성을 먼저 느껴야 한다. 그러한 필요성은 자기들이 설정한 목표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가를 느낌으로써 촉발된다. 더욱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바꾸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 911 이전 미국 정부 내의 상황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고착되어 있는 사고의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한 여러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비극이 일어난 후에야 사람들은 적응을 시작하였다.
    • 사람들은 대개 자기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불리한 사실들을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데는 충격 요법도 필요하다.
  • 대니얼 카너먼은 그러한 인간의 낙관주의적 사고 방식을 망상적 낙관주의라고 하였다.
    • 그러한 현상이 확산되어 있다는 증거로서 그들은 경영 예측과 계획에 나타나 있는 과도한 낙관주의적 지표를 들었다.
    • 예로서, 44개 화학 처리 공장 건설 사업 계획에 대한 랜드 코퍼레이션의 분석 결과를 보면 계획서 상의 예상과 후에 나타난 실제 상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는데, 실제 건설비는 당초 예상보다 평균 2배를 넘었고, 생산 능력은 당초 예상치의 3/4 수준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 과도한 낙관주의적 경향은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 댄 로발로와 카너먼이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을 보면서 1백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의 학생이 지도자로서 능력이 스스로 있다고 평가한데 반해, 2%만이 자신의 능력이 평균 이하라고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 낙관적인 사람이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는 이유가 있다. 낙관주의자들과는 일하기 편하고 재미있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대체로 충성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 로발로와 카너먼은 이렇게 말했다. “나쁜 뉴스를 갖고 오는 사람은 왕따 되거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비관적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낙관적인 의견이 칭찬을 받으면 조직의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조직원들의 낙관주의적 편견이 모여 대세가 되고 조직은 그로 인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로발로와 카너먼은 이에 대해 외부의 견해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받아들여서 활용하라는 권유를 하였다.

개인: 적응력과 손실 회피

  • 카너먼은 사람들의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들었다.
    • 예컨대 이기면 1,500달러, 지면 1,000달러를 내야 하는 동전 던지기 게임이 있다고 하자.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이 게임에는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여러 실험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금전적인 상황에서만이 아니다. 대중 연설 기회가 있을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느냐 보다는 혹시 바보스럽게 보이지 않을까에 더 신경 쓰는 것도 같은 경우이다.
  • 손실을 두려워하는 일반적 경향으로 인해 기업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기 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활용하는데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 탐색이라는 것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는데, 또 다른 미묘한 의미도 있다. 위험성을 판단하는데 사람들은 절대적 기준보다 상대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예컨대 CEO의 1억 달러짜리 결정과 중간 관리자의 1백만 달러짜리 결정을 비교하면 1억 달러짜리 결정에 대해 훨씬 더 위험 회피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지만, 그 실패시 처벌에 대해서는 중간 관리자에 비해 CEO는 여러 안전장치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 카너먼이 지적한 바 있듯 도박사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조직은 계층 구조의 하부에서 결정하는 소규모 사업에서는 과도하게 위험 회피적이고 상층부에서 결정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장치가 충분치 못하다.
  • 실험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위험 기피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앞서 위험도가 다른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진화가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 기업들이 위험도가 낮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기피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모든 자원을 대규모 사업이나 인수 합병에 집중하여 여기에 묶이게 된다.
  • 중간 관리자와 하급 관리자들에게 소규모 사업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않으면 소규모 사업들에 대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적응 능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경험의 가치

  • 6장에서 인간의 사고 모델이 어떻게 기본적인 계층 구조로 굳어지는지에 대한 인지과학자 존 홀란드와 그의 동료들의 설명을 살펴본 바 있다.
    • 먼저 개념들은 사고의 계층적 구조로 서로 묶인다. –예컨대 ‘작고, 푸른색, 윙 소리를 내는 물체는 파리’라고 구분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의사 결정과 행동 규칙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활용하지만 정보가 불확실 할 때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에 의존하게 된다.
  • 기본적인 사고의 계층 구조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에도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체적인 정보와 경험이 쌓이면서 행동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하고 또 학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이런 구조에서 경험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 우리가 젊고 경험이 없을 때 기본적 사고의 계층 구조는 아주 얇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상이 구체적이기 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 이러한 사고 구조는 장단점을 다 갖고 있다. 장점은 이 경우 사고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험은 쉽게 흡수되고 사고의 계층 구조는 쉽게 재편될 수 있다.
    • 약점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사고 적응력이 높지만 실수 가능성도 높다.
  •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 사고의 계층 구조는 꽉 차게 되고 상황은 정 반대가 된다.
    • 우리는 구체적인 경험과 성공 사례, 실패 사례에 대한 정보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 상호 연계된 규칙, 정보의 중요도 등으로 인해 고도로 복잡해진다.
    • 우리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고 과거 경험의 범주에 따라 분류할 것이다. 간혹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기존 정보의 범주를 재편하거나 새로운 정보의 범주에 추가하여야 한다
    • 그러나 우리의 사고 구조가 복잡해질 수록 그런 재편은 더욱 어려워진다.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사람의 사고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마치 GM의 구조를 조정하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의 사고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소형 벤처 기업을 재편하는 것같이 쉬울 것이다.
  • 우리의 사고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조를 흔드는데는 더욱 더 큰 충격 요법이 요구된다.
  • 기본적으로 우리는 일생 동안 탐색과 활용 간 균형을 유지한다. 초기에 우리가 사고 구조를 형성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는 탐색에 치중하게 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이미 형성된 사고 구조를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 이것은 연령 결정론자의 주장은 아니다. 머리가 굳은 20대가 있는가 하면 70세가 넘어도 머리가 유연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우리의 사고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각 단계마다 약점과 장점이 공존한다.
  • 이것이 조직에 대해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중요하다. 안정적 여건 하에서는 안정적 사고 구조가 훨씬 적합하다. 그런 여건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복잡 적응 시스템에서 변화는 단속적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안정적인 패턴 인식 능력과 규칙 생성 구조에 만족하다가 갑자기 큰 변화에 직면한다.
  • 기업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상층부에 자리 잡고 있는 계층 조직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양면성이 있는데 상층부의 사고 구조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사업을 실행하는데는 적합하지만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는 취약하다.
    • 결과적으로 이는 환경이 변할 때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의 타성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 구조에 의한 타성 때문에 경영난이 발생하면 상층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우는 것이다. 사람의 사고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쉽고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 만약 경험 많은 사람들의 사고 구조가 보여 주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인간이 갖는 뿌리 깊은 본성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우선 이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출발점이라는 생각이다.
    •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혜도 매우 중요하지만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나 유연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환경 변화에 더 예민하고 변화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억압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상층부의 연령과 경험을 다양화 하는 것이다. 만일 모든 이사들이 백발 노인이라면 좋은 현상이 아니다. 반대로 모두 젊다면 그 또한 좋은 현상이 아니다.
  • 물론 나이가 다양성의 유일한 척도는 아니다. 경험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다른 산업, 다른 업무 배경, 국제 경험, 기업가적 경험, 경영 경험, 비사업적 경험, 이 모든 것이 망라되어야 한다.
    • 상층부의 다양한 사고 구조는 최소한 그중 한 사람이라도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확률을 높여 준다.
  • 사고 구조의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가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는 비계층적 문화를 수용하여야 한다. 권위주의적인 CEO는 그렇지 않았으면 활발하고 다양할 수 있는 경영 팀의 출현을 억제한다.

개인: 경직성 대 유연성

  • 경직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유연성 있는 합의 도출자인 빌 클린턴의 예시. 이들은 각기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정책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했고, 크게 실패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가 경험한 가장 대비되는 리더십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존스홉킨스 대학의 경제학자 조지프 해링턴 주니어가 그의 연구에서 경직된 리더십과 유연한 리더십의 유형이 경직된 조직과 유연한 조직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지를 연구하였다.
    • 그는 조직을 하나의 계층으로 설명하는 비교적 간단한 모델을 설정하였다. 개인들은 계층의 밑바닥으로 들어와 성과에 따라 승진하거나 해고당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 끝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정년퇴직을 한다.
  • 해링턴 모델에는 두 유형의 직원이 있다. 경직된 대처형과 유연한 클린턴형이 그것이다. 계층 구조 속에서 그 직원들은 단계마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A전략을 따를지, B전략을 따를지 결정한다. 그리고 환경에 따라 각 전략의 성공률은 변하기 떄문에 직원들의 성과는 부분적으로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 경직된 직원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확고하다. 따라서 그들은 매번 전략도 같고 일관성이 있어서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하나의 전략을 고수한다. 이에 반해 유연한 직원들은 환경이 요구하는 것을 먼저 파악한 뒤 상황에 따라 전략을 선택한다.
  •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유연한 직원이 항상 이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해링턴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정하였다.
    • 따라서 어떤 직원이 일생 동안 A전략을 5번 선택하고, 다른 직원이 A 전략을 3번 실행해 보았다면 그 전략에 경험이 많은 직원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직원의 성과는 선택된 전략과 환경, 그리고 경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 해링턴은 어떤 특정한 직원을 그 계층 구조에서 승진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나의 경쟁 구조로 설명하였다. 성과가 좋은 직원은 위로 올라가고, 반대의 직원은 퇴출된다. 그렇다면 경직된 직원과 유연한 직원 중 누가 이겼을까?
  • 결과는 환경에 따라 달랐다. (중간 설명 생략) 환경이 역동적이면 유연한 직원이, 안정적이면 경직된 직원이 이겼다. 이는 매우 단순한 모델에 불과하지만 현실 세계의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태적인 측면을 잘 설명해 준다.
    • 환경이 특정 유형의 전략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 그 전략을 따르는 사람들이 승진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할 때 그 조직은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득차게 될 수도 있다.
  • 해링턴은 그의 모델에 또 하나의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였다. 환경이 A와 B라는 두 가지 사이에서 임의로 변화는 환경 대신에 이번에는 우리가 앞서 살펴 본 이른바 단속 균형이 보여주는 변화 패턴과 닮은 그런 환경 조건을 도입하였다.
    • 이러한 환경 패턴에서는 A와 B가 직접 형태로 올 수 있다. 환경이 한동안 안정적으로 A 상태를 유지하다 갑자기 변화의 기간을 거쳐 A와 B를 왔다 갔다 했다가 다시 새로운 B 상태로 정착하는 식이다.
  • 그런데 해링턴은 이런 식의 변화는 경직된 직원의 상층부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이에 대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간에는 적절한 전략을 선택한 경직된 사람이 그들의 경험 떄문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고 그래서 상층부로 승진하리라는 것이다.
    • 그러나 그런 좋은 세월은 새로운 단속적인 변화가 오기 전까지다. 이들은 좋은 기간이 끝나면서 함께 끝나게 된다. 즉, 과거의 경직된 사람들의 전략은 환경 적합성을 상실하여 밀려나게 되고 이행기에는 유연한 사람들이 한동안 회사를 리드한다.
    • 그러나 또다시 그 환경이 정착하게 되면 새로운 세대의 경직된 직원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되고 그러한 사이클이 반복된다.
    • 해링턴의 모델이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패턴은 대기업이 경험하는 경영진의 변화의 패턴과 놀랍게도 유사하다.

조직 구조: 어느 정도 계층적이어야 하는가?

  • 잭 웰치는 구조를 보고 관계, 관리 과정, 회사 자원의 배분 등을 규정하는 조직의 하드웨어 측면으로 보았다.
  • 이 책의 앞부분에서 우리는 조직에서 계층적 구조가 갖는 이점을 살펴보았다. 계층 구조는 모든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네트워크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즉, 의사 결정에 있어서 복잡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 계층 구조가 충분치 못한 그런 조직의 경우 변화와 적응이 어려운데, 이는 의사소통의 밀도가 과도하게 높고 합의 도출로 인해 의사 결정 자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 (번역이 잘못되었나? 계층 구조가 공고한 조직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충분치 못한 조직이라니 문맥이 좀 이상하다. 계층구 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적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책의 이어지는 문장을 봐도 번역상 실수인 듯 하다.)
  • 미시간 대학의 복잡계연구 센터 부소장인 스콧 페이지는 조직에 따라 왜 계층 구조가 다르게 진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 왜 어떤 조직은 넓고 수평적이며, 또 어떤 조직은 폭이 좁고 수직적인가?
  • 그래서 그는 조직 구조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 조직은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어떻게 제품을 생산하고, 어떻게 서비스를 공급하고, 어떻게 사람을 고용하고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경우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다.
  • 페이지는 그러한 조정 문제의 난이도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고 하였다. 하나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 하는 것이다.
    • 예컨대 청소를 할 때는 부엌과 침실을 나누어 할 수 있고, 이 경우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분리된 작업의 난이도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 또 하나는 일이 순차적으로 되어야 하는 단계가 얼마나 많으냐 하는 것이다.
    • 예컨대 A380 비행기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료 탱크와 날개를 만드는 순서가 세심히 계획되어야 하고 그다음에는 전반적인 비행기 조립 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 작업의 단계가 많을수록 적절한 작업 순서를 디자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간을 많이 요하는 단계와 세심한 작업을 요하는 단계는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페이지는 조직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맞게 진화한다고 하였다.
    • 만약 문제가 쉽게 나누어질 수 있고 작업 단계가 많지 않다면 조직은 수평적인 형태를 취할 것이다. 반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쉽게 구분되지 않고 여러 단계로 되어 있다면 조직의 계층 구조는 더욱 전문화되고 수직화 될 것이다.
    • 예컨대 법률 회사의 경우 변호사 몇 사람이 몇 사건을 동시에 별로 큰 조정 노력 없이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법률 회사는 비교적 평평한 조직 구조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도 대형 법률 회사조차 신참 변호사와 고참 파트너 사이에 4-5개의 계층만 존재한다.
    • 반면 비행기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경우에는 세심하게 작업 단계가 짜여야 하고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여러 단계의 조정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에어버스와 같은 회사의 경우 현장 근로자로부터 최고 경영자 간에는 수없는 조직 계층이 있게 마련이다.
  • 계층 구조와 작업의 난이도 관계는 산업에 따라 왜 조직 구조가 다른가 하는 것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지만, 이는 또한 산업에 따라 사업을 실해아혹 변화에 적응하는데 다른 조직적 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 일반적으로 집행 작업은 복잡하고 순차적이며 동시에 수많은 과정의 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층 구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탐색 활동은 대개 넓고 평평한 조직으로도 가능하다.
  • 전략적인 실험의 구성을 보면 전체적인 차원에서 기본적인 조정은 이루어지지만 대개 소규모 팀들로 구성되며, 각 팀은 동시에 자율적으로 탐색 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집행과 탐색의 차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두 가지 간에는 자원을 둘러싼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 대규모의 전문화된 계층 구조를 갖고 있는 실행 조직은 대형 복합 과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것이며 조직의 통제, 효율, 책임성 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그러한 조직은 다양한 사소한 문제를 동시에, 빠릴, 유연하게 해결하는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이 경우 자율성, 업무의 중복, 사소한 실패 같은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 따라서 기업에 있어서 탐색 활동은 실행 조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특성과 조직의 구조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 경영층에서 탐색 작업이 필요한 경우 계층 조직과 분리된 조그만 팀을 만들어 별도의 사무실에서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애플의 매킨토시는 소규모 자율 팀이 본 조직과는 별도로 개발하였다.
  • 집행 조직과 별도로 이루어지는 작업의 경우 대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의 성격과 조직간의 부조화 문제를 해결하지만 2가지 문제가 있다.
    • 첫째, 만약 모든 탐색 작업이 기업의 상층부에 의해 운영되고 운영된다면 이른바 진화의 적합도 지형에서 특정한 부분만 탐색하는 경로가가 될 수 있다. 즉, 우연히 최고 경영진이 관심을 갖게 된 그런 경우에 한정된다는 얘기다.
    • 둘째, 그러한 탐색 결과를 본 조직의 업무와 연결시키는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탐색 결과를 본 조직의 업무와 연결시키는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탐색 결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집행 부서와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 이는 매우 중요하다.
    • 이 두가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본부뿐 아니라 각 사업부에도 탐색을 위한 자원을 배분하고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탐색의 결과를 집행 조직과 연계시킬 경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구조: 자원과 사업 계획의 공진화

  • 탐색과 활용 간의 긴장 관계가 영영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59년 런던 경제대학의 에디스 펜로즈는 <기업의 성장이론>이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 펜로즈는 기업의 성장을 탐색의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경영진의 핵심적인 역할은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기업의 자원을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는데 투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 펜로즈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물리적 자원, 인적 자원을 중심으로 설명하였으나 현대 이론은 이를 더 확장하여 무형의 자산도 포함하고 있다.
    • 간단히 말하자면 자원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경영자가 활용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 펜로즈의 이론은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 첫째, 기업의 자원은 경영진이 활용하고자 하는 기회의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나노테크놀로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려 한다면 그 기업은 나노테크놀로지 연구 경험을 가진 연구원을 채용할 것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이 특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그 기업의 탐색 능력과 한계를 설명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생선처리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CEO가 어느 날 갑자기 나노테크놀로지에서 사업 기회를 보았다고 하자. 이 경우 그 기회 자체는 좋으나 그 기업의 자원은 생선 처리업에 적합하기 때문에 나노테크놀로지 기회를 활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3부에서 우리가 발전시킨 용어로 펜로즈의 아이디어를 다시 조명해 볼 수도 있다. 경영진은 연역적인 추론을 통하여 돈벌이가 되는 사업 계획을 탐색하지만 그러한 탐색 과정은 자기들이 실행할 수 있는 사업 계획들에 국한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 실행 능력은 그 당시 조직의 자운에 의해 결정된다.
    • 그러나 사업 계획이 실행되면서 경영자는 자원 배분 계획을 재조정하고 이를 통해 미래 사업 계획의 범위를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사업 계획과 기업의 자원 간에는 끊임없이 공동으로 진화하는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
  • 이러한 사업 계획과 자원 간의 공진화는 조직의 구조에서 경로 의존성을 만들고 변화에 대한 적응에 또 다른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생선 처리 회사에서 나노테크놀로지로 명성을 날리는 회사로 금방 탈바꿈할 수는 없다.
  • 산업의 혁신적 변화나 기업의 전략 변화가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성공은 단계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코임바토르 프라할라드와 개리 하멜의 1999년 논문 기업의 핵심 역량은 어떻게 캐논사가 사진과 석판 인쇄 사업 자원을 복사기 사업으로 전환했는지를 분석, 설명하고 있다.
    • 캐논은 자원 배분의 전환을 통해 레이저 프린터와 팩스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했다. 이 부문의 사업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캐논은 정밀 전자 기술 능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사진 기술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시간에 따라서 자원과 기회는 서로를 쫓아가는 관계에 있다.
  • 자원의 경로 의존적 특성, 그리고 사업 계획과 자원의 공진화 관계는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 왜냐면 기업은 발전하고자 하는 방향과 관계가 먼 자원에 발이 묶일 수도 있고 그러한 자원을 재배분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펜로즈의 이론은 전략적 실험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전략적 실험의 배분은 조직 내부의 사업 계획을 더욱 다양화해 줄 뿐만 아니라 자원 구성의 다양성도 높여 줄 수 있다.
    • 그런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서 대개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

문화: 행동의 규칙

  • 문화는 조직의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애머슨사가 성과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구성원 수천 명의 결정과 행동의 창발적 결과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 문화는 그 의미가 워낙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문화라는 말을 진화의 시스템에 맞게 쓰되, 인류학자 로버트 보이드와 피터 리처슨의 정의를 따르도록 한다.
    • 문화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창발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구성원들이 사회 환경에 맞추어 행동하기 위한, 또 구성원들 간에 상호 작용하기 위한 그런 규칙들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적인 규칙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학습된다.
  • 문화적인 규범은 간단히 말해 사회 환경 속에서의 행동을 위한 경험적 규칙들이다. 규범은 주어진 상황에서 그 사회나 조직이 무엇이 옳고 적절하다고 보는지, 또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 조직적인 관점에서 문화는 하나의 동심원 세트와 같다. 즉, 대부분의 사회가 공유하는 규범인 큰 원으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좁은 의미의 규범까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 가장 밖의 원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말한다. 인류학자와 인지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몇 가지 규범들은 인간 사고에서 거의 표준화된 장치처럼 되어 있으며 이는 생물학적 진화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 예컨대 살인은 세계 모든 나라가 금하고 있으며, 모든 사회는 이른바 상호주의적 행동에 대해서도 규범을 갖고 있다.
    • 이러한 기본적인 규범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모방과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문화적으로 전파된다. 예컨대 무엇이 살인 범죄를 구성하는지는 사회마다 다르며, 무엇이 공정성을 구성하는지도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 동심원 속으로 들어가 보면 문화적으로 각기 다른 규범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규범들은 특정 사회를 배경으로 진화한 것으로서 개인에서 개인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선생에서 학생으로, 상사에서 부하로, 친구에서 친구로 전파된 것이다.
    • 문화별 규범은 이야기, 음악, 책,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 나간다. 이러한 규범은 성, 손님 접대, 존경의 표시 등 여러 가지로 광범위한 행동들을 포괄한다.
    • 그 결과 행동 규칙의 차이가 생기고, 이 때문에 다른 문화 간에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외국 여행을 할 때 문화적 차이 때문에 여러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 넓은 사회 규범 속에는 종종 하위 규범, 그리고 그 밑의 또 다른 하위 규범 등 층별로 다양한 규범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대개 지리, 종교, 혹은 다른 요인들 떄문이다. 예컨대 독일 문화 속에 바이에른 문화, 가톨릭 바이에른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 동심원의 더 안쪽으로 가면 조직 문화를 찾을 수 있다. 조직 문화는 항상 사회 문화, 좀 더 넓게는 인류 문화라는 테두리 속에 존재한다.
    • 그러나 기업을 포함하는 조직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특징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성원들 간 상호 작용 방식에 관한 행동 규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예컨대, 어떤 조직에서는 후배가 선배에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른 조직에서는 후배는 선배를 깍듯이 모셔야 하는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지배하기도 한다.
    •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사회적 특성이 아니라 조직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니와 마쓰시다는 일본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각사에서의 행동 규칙은 서로 다르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 기업 문화를 논의할 때 많은 기업이나 경영 관련 서적에서 ‘가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우리는 가치와 규범을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 가치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념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예컨대 “우리는 팀워크에서 평등주의적 접근에 가치를 둔다”라고 할 때의 의미와 같다.
    • 반면에 규범은 “팀에서 일할 때는 비계층적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라고 할 때의 의미이다.
    • 가치와 규범은 신념과 행동이라는 말과 상호 관련이 있다.
  • 끝으로 동심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원은 개인적 규범을 나타낸다. 개인들마다 자기가 따르는 행동 규칙이 있다. 마쓰시다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인류 사회의 규범, 일본의 규범, 마쓰시다 조직 규범을 따르겠지만 그들 역시 개인들이며 개인으로서 각기 다른 행동 규칙을 갖고 있다.

문화: 성공하는 기업의 십계명

  • 문화가 조직의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은 너무 뻔한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모든 회사 직원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그 행동은 회사의 전반적인 성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며 어떤 행동이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 톨스토이가 말한대로 “행복한 가정은 유사한데가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기 다르다”고 한 것처럼 성과가 좋고 적응력이 뛰어난 기업 문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 나는 이들 공통점을 모아서 10가지 규범의 범주로 분류하였다.
  • 성과 규범
  • 성과 지향: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그 이상으로 하라. 남보다 앞서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라.
    1. 정직: 타인에게 정직하고 자신에게 정직하라. 투명하게 행동하고 현실을 직시하라.
    2. 실력주의: 장점을 바탕으로 직원에게 보상하라.
  • 협력 규범
  • 상호 신뢰: 동료의 동기를 신뢰하고 그들의 직무 능력을 신뢰하라.
    1. 상호주의: 황금률을 따르라. 남들이 당신에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들을 대하라.
    2. 목표 공유: 조직의 이익을 당신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 하라. 조직의 이익에서는 모두가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라.
  • 혁신 규범
  • 비계층적 사고: 젊은 사람ㄷ르은 선배들에게 도전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지 그 사람의 직위가 아니다.
    1. 개방성: 외부의 생각에 호기심을 갖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라. 실험을 즐기고 어디에서건 최선을 추구하라.
    2. 사실 파악 우선: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라.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다.
    3. 도전: 경쟁심을 가져라. 도전은 결승점이 없는 달리기와 같다.

문화: 내재된 긴장

  • 이러한 규범은 업무 실행 및 변화 적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 준다. 개별 행동 규범은 실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적응에 있어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만약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기업에 깊이 내재되어 행위자등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조직과 프로세스가 그렇게 엄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만약 계층 구조와 중앙 집중적 관리 프로세스가 엄격하지 않다면 조직은 실험에 더 많은자원을 쓸 수 있고 말단 조직에 책임과 권한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취햑하면 수직적 관리 체제가 강화되고 업무 프로세스가 강화되어 업무의 실행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조직의 적응 능력은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 협력 규범도 적응과 실행에 모두 중요하다. 신뢰가 낮고 협력이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직원 간의 상호 작용이 세세히 감시되어야 하므로 세세한 규칙과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 특히 노사 간의 관계가 안 좋고 노조가 세세한 고용 계약에까지 개입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기 쉽다. 신뢰와 협력을 촉진하는 규범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성과가 좋아지고 실험 정신과 행위자 능력 개발이 촉진된다.
  • 행위자 행동, 신뢰, 그리고 협력과 관련된 규범은 모두 필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적응을 위한 충분 조건은 못 된다.
    • 적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행위자로 하여금 탐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규범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조직 내에서 행위자를 보호하고 행위자로 하여금 혁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규범이 필요하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회적 구조 형성

  • 조직이 왜 빨리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 개인 차원
    • 인간의 사고 구조는 낙천적인 경향이 있어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하다.
    •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실험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
    • 사고 구조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경험을 쌓아가면 그 환경 속에서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은 약화된다.
    • 안정된 환경에서는 경험이 많고 실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승진하기 쉽다. 이 경우 탐색이나 적응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 구조 차원
    • 복잡한 생산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탄탄히 짜인 수직적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수평적이고 자율성을 요구하는 탐구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 사업 계획과 자원 간의 공동 진화 관계는 한 기업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수 있는 사업 계획 공간을 제한하며 자원 구성에서 경로 의존성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제한한다.
  • 문화 차원
    • 강력한 문화적 규범은 적응력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그러한 규범은 기업의 실행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도 중앙 집중식 수직적 통제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행위자의 행동과 협력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는 규범 간에는 상호 마찰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마찰은 조직의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은 서로 조화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앞 장에서 본 실증 통계에서도 대개의 기업들이 적응보다는 실행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규범 간 부조화의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수단을 하드웨어적인 조직 구조로부터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로 바꿈으로써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 큰 조직을 운영하는데는 기본적으로 2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하나는 수직적으로 되어 있는 경영 조직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 이 경우 역할과 목적, 임무, 그리고 절차를 정하고 목적에 대한 행위자와 집단의 성과를 측정하며 거기에 따라 상을 주거나 벌을 준다. 그러한 구조는 행위자의 자유를 억제하고 행위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통제가 쉽고 조직 운영에 대한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경영 방법을 이용하면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용이하다.
    • 비록 수직적 조직을 바탕으로 한 경영이 긍정적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 이 경우에 각 행위자의 직무가 매우 구체화되고 업무 수행이 용이하며 성과의 측정이 구체적이어서 매우 효율적인 점도 많다. 그러한 조직적 구조가 아니라면 직무를 구체화하고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 두 번째 방법은 수직적 조직 체계가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지휘 통제식 관리는 줄어드는 경우이다.
    • 행위자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조직과 프로세스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 문화적 조직의 기본적인 장점은 문화적인 규칙이 구조적 규칙에 비해서 훨씬 유연하다는 점이다. 문화적 규칙은 일반적인 행동 지침은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행위자의 결정에 맡긴다. 문화적인 규칙의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사고와 판단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 문화적 규칙은 우리가 이제까지 언급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다.
    • 과도한 낙관주의와 위험 회피 경향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사실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강조하며 위험 감수를 강조하는 문화적 규범으로 대응할 수 있다.
    • 마찬가지로 문화적 규범 하에서는 젊은 하급 직원들도 자기의 생각을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허용될 뿐 아니라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이를 반대해야 하는 의무라고 하였다.
    • 경직성과 유연성의 문제도 다양한 관리 방식과 실행과 혁신을 중히 여기는 문화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
    • 끝으로 실험보다는 실행을 중시하는 구조적 문제도 문화를 바꿈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행위자의 행동 및 협력 규범을 강화함으로써 단기적인 성과를 손상하지 않고서도 조직 약화의 빈틈을 메울 수가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자원을 실험 쪽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문화적 경영으로 이행하는 것은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라는 하드웨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대로 앞에서 논의하였듯이 사회적 구조는 이 두 양면이 다 필요하다. 오히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이 일관적이고 사옿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 만약에 목적이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면 어떠한 문화가 더 유효하며 어떠한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가 그러한 문화 형성을 촉진할 것인가?
    • 예컨대 규범 중 하나가 행위자의 책임감과 관련된 것인데도 책임을 다하는 직원에게 보상이 없고 챔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에게 처벌이 없다면 그러한 규범은 공허한 말에 불과할 것이다.
    • 따라서 혁신과 모험과 관련된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예산, 인적 자원, 그리고 성과 프로세스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 아마도 사회적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는 기업의 인적 자원과 훈련 프로세스일 것이다. 강력한 문화를 가진 기업의 경우 사람을 그 회사의 문화에 맞추기보다 문화적으로 그 회사와 맞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일 것이다.
    •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은 어떤 사람이 그 기업에 맞는 DNA를 가졌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렇나 기준에 따라 사람을 뽑는다.
    • 그러나 새로 채용된 사람들이 적절한 재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그들이 그 기업의 문화에 스스로 적응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보다는 신규 직원에게 그 기업의 문화적 규범을 주입하는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개발하여 그 직원의 경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 평가와 승진 과정을 통해 규범을 지키는 자를 보상하고 그렇지 않은 자를 벌함으로써 이러한 문호는 더욱 강하게 주입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채용에서 은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하여 기업의 문화에 대한 메시지를 듣고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 끝으로 상급 경영자의 행동과 의사소통은 문화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상급 경영자가 문화를 실천하고 규범을 솔선하여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그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 문화적인 규범을 균형 있게 체계화하는 것은 누가 따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그 기업의 역사를 통해서 CEO의 역할을 통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경영자들은 회사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규범을 고안해 내고, 이를 지키니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 그 문화를 강화하고 새로이 디자인하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문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에는 CEO의 행위자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 의사소통은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지과학이 말하듯이 대부분의 기업 혁신 프로그램은 의사소통의 효과성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180도 거꾸로 가고 있다.
    • 인간은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사고 구조나 행동을 상사나 상사의 지시 때문에 바꾸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 있는 강의나 메시지를 들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 따라서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인 방법보다 기업 개혁 프로그램의 내용을 좀 더 흥미 위주, 패턴 위주로 하여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는 일종의 충격요법도 필요하다.
    • 기업의 개혁 프로그램은 물론 사실에 입각해야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좀 더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 혁신 프로그램의 내용은 매우 수동적이어서 의사소통이 쌍방향이 아니라 상의하달 방식이다. 그러나 학습은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그 문제에 부딪히게 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회

  • 에디스 펜로즈는 그의 저서에서 기업의 규모와 성장을 제약하는 기본적인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여기서 2가지 요인을 제시하였다.
    • 첫째는 복잡성을 관리하는 기업의 능력이다. 어떤 단계가 되면 펜로즈가 말하듯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게 된다”
    • 그러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제약의 영향은 줄어들었다. 컴퓨터, 전화, 비행기, 현대 경영 기술이 있는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대규모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 둘째는 지식이다. 기업은 지식의 한도 내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지식은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속도는 진화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 경제에서 조직의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기업 규모의 분포와 성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브루킨스 연구소의 로버트 액스텔과 보스턴 대학의 진 스탠리의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 규모의 분포와 성장은 옛날 그대로라는 것이다.
    • 이런 관성이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의 시스템에 아직도 진정한 제약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의 성장을 제약하는 것은 실제 펜로즈가 말한 두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로 말미암아 조직의 업무 조정, 통제 및 실행 능력은 높아졌지만 혁신 및 지식 창출 능력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 사실이 그렇다면 이는 우리가 인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대가인 마빈 민스키는 우리가 말하는 ‘지능’은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개별 분야들의 집단적인 상호작용으로부터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 지능의 마력은 그것이 잘 조직되고 활용되면 어떤 개별적 분야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그와 같은 지능을 가리켜 ‘사고하는 사람의 사회’라고 명명하였다.
  • 인간 조직은 3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첫 번째 단계는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술’의 진화이다.
    • 두 번째 단계는 산업 혁명에서 만들어진 ‘물리적 기술’의 활용을 가능케 한 대형 조직의 출현이다.
    •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에 막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제 대규모 조직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 대개의 조직은 그 조직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두뇌력의 극히 일부분만을 활용하고 있다.
    • 수직적인 지휘 통제 조직은 산업 사회에 출현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협력을 가능케 하였고, 이를 통해 고도로 복잡한 사업 계획의 실행을 가능케 하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직에 내재된 경직성은 결국 진화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 하지만 문화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기업은 그들 조직 속에 진정한 의미의 사회를 구축하여 조직 구성원의 사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문화는 성과와 실행, 그리고 실험과 적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한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학이라고 할 수 있다.
  • 여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기업에는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 세대를 위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하는 ‘제도’일 것이다.

부의 기원/ 전략: 진화의 경주

  • 인간이 정말 합리적으로 행동할 능력이 있고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된다면, 경제는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메시지다.
    • 심지어 전통 경제학에서는 불확실성조차 잘 정의된 그런 개념으로 다루어졌다.
  • 정확하게 과학의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꿈은 20세기에 끝났고 경제를 정확히 예측하겠다는 꿈도 21세기에는 접어야 할 것 같다.
    • 경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동태적이고, 우연한 요인의 변화에 민감한 탓에, 극도로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한경우가 아니면 예측이 어렵다.
    • 우리가 제아무리 합리적이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경제를 계산하는데는 복잡성이 따르기 때문에 예측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미래의 사건은 일어나 버린다.
  • 이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놀라운 메시지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장기 예측을 요하는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 사람들은 CEO, 투자자, 정책 결정자들이 미래 예측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연역적인 추론 방식을 통해 실험을 하고, 경로를 조정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 복잡계 경제학은 우리가 우리의 경제적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버렸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한 가지 방편을 넘겨 주었다. 경제적 진화를 예측하거나 지휘할 수는 없겠지만, 진화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제도와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우리는 18세기와 19세기 전반에 걸쳐 과학과 시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경제적 진화를 가속화하고 유례없는 막대한 부를 창출하였다. 복잡계 경제학의 메시지는 진화가 우리보다 실제로 더 영리할 수 있고, 우리는 진화에 맞서기 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그 힘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실행을 위한 개입

  • 사업 전략의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른데, 사업 전략에 대한 초기의 정의이면서도 여전히 가장 적절한 정의는 경영사가인 알프레드 챈들러가 쓴 <전략과 구조>에 나온다.
    • 전략이란 기업의 기본적인 장기 목표와 목적,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 경로, 그리고 그에 따른 자원 배분에 관한 결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 챈들러의 정의는 경영자들이 전략을 정의하는데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다.
    • 첫째, 전략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향한다. 전략을 개발하려면 자신이 미래의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 둘째, 전략은 바람직한 미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이 설정한 행동 경로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 이러한 두 요소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전략 개발의 핵심 내용이다.
    • 계획 수립 과정은 보통 산업의 현 상태를 검토하는 상황 분석에서 시작된다.
    • 그 다음, 경영진은 고객, 경쟁자, 기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추세를 평가하고,
    •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 예측된 시나리오 상에서 바람직한 위치를 평가, 설정한다.
    • 바람직한 위치라 함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말한다. 이러한 위치에서 기업은 업계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 전통 경제학은 완전 경쟁 균형 상태에서는 어떻나 기업도 자본 투자자가 요구하는 최소 수익을 초과하는 이익을 낼 수 없다고 예측한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이 최소 수익을 초과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경쟁을 완화시키고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경쟁 우위의 원천을 창출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 여기서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는 생산 원가 절감, 제품의 차별화를 가능케 하는 독점적 기술, 강력한 브랜드 및 핵심 파트너와의 긴밀한 관계 등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 일단 예측 가능한 미래 상태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가 확인되면, 이러한 위치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이 개발되어야 한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판카지 게마와트는 모든 전략적 계획에는 이른바 ‘개입’이 수반된다고 말한 바 있다.
    • 진정한 전략적 선택의 경우 일단 선택이 이루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거니와 설령 되돌릴 수 있다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되돌리기 어려운 개입에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 기업 인수 및 특정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
    • 개입의 수준에 따라 전략적 결정과 전술적 결정이 구분된다. 예컨대 가격 인하를 쉽게 되돌릴 수 있다면 –세일 후 다시 가격을 복귀 시키는 것–, 가격 인하는 전술적 결정이다. 반면, 월마트처럼 가격 인하가 장기적이고 ‘매일 싼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널리 광고된 약속인 경우 가격 인하는 전략적 결정일 수 있다. 이러한 약속은 되돌리기 어렵다.
    • 1519년 스페인에서 온 정복자 코르테스는 멕시코 해안에 상륙하면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자신들이 타고 온 배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그로 인해 이들은 내륙으로 전진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개입이다.
  •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구축하려면 약속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약속이 필요치 않은 위치는 모방이 쉽기 때문이다.
    • 예컨대 특정 소매업체가 다른 소매업체를 따라 세일 행사를 여는 것은 쉽지만, ‘매일 싼 가격으로’라고 약속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 전략의 위험성은 바로 이러한 약속에 따른 의사 결정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전략적 결정이 되돌리기 쉽거나 되돌리는 비용이 적다면 전략에는 아무 위험이 없을 것이다.
  • 전략에 대한 표준적 접근 방법은 두 가지 가정에 의존한다.
    • 첫째, 미래에 어떤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
    • 둘째,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
    • 기업들은 매일 이러한 가정을 믿고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 두 가정은 모두 틀렸다.

2,700억 달러 동결 사건

  • 만약 하잘것 없는 우연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졋을까 상상해 보는 대안 역사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 (애니 오클리라는 여성 사격수가 독일의 황태자를 상대로 사격 실험한 예시. 만일 이때 애니가 사격에 실패해서 황태자의 머리를 맞추었다면 세계 1차 대전은 막을 수 있었다는 시나리오 생략)
  • 많은 사람들은 만약 그때 애니의 손이 약간만 떨렸어도 1차 세계 대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 1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850만 명의 군인과 1,300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건져을 것이다. 또한 1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패전 독일의 잿더미 속에서 히틀러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레닌은 타락한 러시아 정부를 전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 애니 오클리의 이야기는 겔만이 동결 사건 –하잘 것 없고 우연한 일이지만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건– 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 예다. 복잡 적응 시스템의 비선형적, 동태적 성격은 비록 그러한 사건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그로 인해 역사의 경로에 나타나는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기업의 역사 또한 동결 사건들이 누적된 토대 위에 세워진다. 현대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IBM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하여 당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창 준비 중이던 1980년 여름에 일어난 사건이다.
    • (IBM이 킬달과 협상에 실패하고 빌 게이츠와 협상하게 되는 사건 설명 생략)
  • 이 일화는 동결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만약 킬달이 열기구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게이츠가 계약서에서 최종 문안을 변경하지 않았더라면? 등 이러한 하잘 것 없는 사건 중 어느 하나라도 변하였다면 기업 역사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미래는 과거의 재판이 아니다

  • 전통 경제학은 우리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의 유형에 대해 한 가지 큰 가정을 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모형화 할 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무작위적인 것으로 모형화 한다.
    • 이는 무작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면 연구자는 통계 법칙을 사용하여 무작위 시스템에 관한 예측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애니 오클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야기에서 본 불확실성의 유형은 우리가 8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매우 이례적이거나 매우 무작위적이지 않은 그런 종류이다.
    • 무작위적 사건도 하나의 역할을 하지만 작은 사건이 역사를 바꾸는 결과로 확대되는 것은 바로 시스템 그 자체의 비선형적이고 동태적인 구조 때문이다.
    • 이러한 유형의 불확실성이 갖는 특성은 정상적인 무작위성이 아니라 단속 균형과 거듭제곱의 법칙에 의해 보다 명확히 설명된다.
  • 6장에서 보았지만, 사람은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러한 패턴에 의거하여 미래를 추정함으로써 예측을 행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의 경우 방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다.
    • 대체로 세상은 꽤 안정적이다. 전통적인 전략 분석으로부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상당히 정확한 단기 예측도 할 수 있다.
  • 그러나 단속점 사이의 ‘안정적인’ 시기가 너무 빈번히 발생하면 예측 가능성에 관해 오인할 수 있다.
    • 사실 ‘안정적인’ 산업만큼 위험천만한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거듭제곱 법칙의 존재는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모형에 따라 형성된 기대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산업마다 반복해서 일어난 것이다.
    • 젊은 신생 기업이 성공을 거두고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들은 자기들의 패턴 인식 틀을 통해 지금껏 거둔 성공을 되돌아 보며 자신들이 산업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 이 회사의 경영진은 이제 현재의 패턴에 근거하여 미래를 추정하고, 전략적 계획을 수립한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 이 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영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의 내용과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 이들 경영진의 확신이 강화될수록 이들은 보다 정확하게, 보다 구체적으로 회사의 자산, 기술 및 인력을 현재의 사업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 그러던 어느 날 신기술이 개발되거나, 경쟁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기 시작한다. 경영진은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역사는 길을 바꾸었고 세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 회사 경영진의 패턴 인식 구조는 이러한 변화가 정말 일어난 것인지를 믿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일시적 변이’라고 믿으면서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한다. 우가 뭐래도 이들은 자신의 산업을 오랜 기간 동안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경영진이 보다 많은 증거를 기다리는 동안,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변화의 눈사태는 가속화 된다.
    • 회사는 이제 단속점의 중간에 놓이게 되고, 갑작스럽게 경영진은 새로운 게임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릇된 사고의 틀, 그릇된 자산, 그릇된 기술에 얽매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 다행히 운이 좋아 변화가 그다지 크거나 빠르지 않아 이 어려움을 헤치고 생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가 크고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 회사는 사멸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한 누군가에게 먹히게 된다.
    • (흔한 예로는 노키아나 블랙베리를 들 수 있을 듯)
  •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전략적 계획은 우리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거의 무한한 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동결 사건들이 우리의 진로 결정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동시에 변화의 불연속적인 성격으로 인해 우리의 패턴 인식틀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오판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 알게 되겠지만, 더 암담한 것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은 고작해야 전체 싸움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신화

  • 17-18세기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 비하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족이 운영하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 이 회사가 누리던 모든 규모 및 범위의 경제, 경쟁장벽, 특혜적 관계 그리고 수많은 핵심 역량에도 불구하고 19세기 기술 혁신과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으로 이 회사가 지닌 어마어마한 경쟁 우위의 장벽은 붕괴되고 1973년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 모든 경쟁 우위는 일시적이다. 일부 우위는 다른 우위에 비해 오래 지속되지만, 모든 우위의 원천은 한정된 ‘유통 기간’을 갖는다.
    • 저자의 서가에는 기업들이 성공을 이룬 감동적인 스토리와 큰 기업들이 실패한 사례를 다룬 책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재미 있는 것은 같은 회사가 양쪽 모두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 1980년대 IBM은 ‘탁월한’ 기업이었지만 이후 1990년대에는 ‘실패한’ 기업에 관한 책들로 넘어갔다. 반면 애플은 ‘탁월한’ 기업에서 ‘실패한’ 기업으로 갔다가 요즘 다시 ‘탁월한’ 기업 쪽으로 복귀하였다.
  •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고 이는 와중에도 분명히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일부 ‘탁월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 1917년 포브스는 미국의 100대 기업 리스트인 포브스 100을 최초로 발행했다. 1987년에 이 리스트의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최초의 리스트를 재발행 했는데, 최초 리스트에 수록되었던 100대 기업 중 61개 기업은 다른 회사에 합병되거나 파산하는 등의 이유로 더는 존속하지 않았다.
    • 21개 기업은 아직 존속하고 있었지만 100대 기업 리스트에서는 탈락했으며, 프록터 앤 갬블, 엑손, 시티뱅크 같은 유서 깊은 이름을 포함해 단 18개 기업만 어젼히 우량 기업 집단에 남아 있었다.
    • 이들은 대공황, 2차대전, 1970년대 인플레이션, 1980년대의 기업 인수 합병 혼란, 1990년대의 기술 혁명의 모진 풍파를 뚫고 살아남은 위대한 챔피언들이다.
    • 하지만 이들을 진정으로 ‘탁월한’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다 GE와 코닥을 제외하면 이들 기업 모두 80년간 주식 시장 가치로 따져 평균 성자을 밑도는 실적을 거두었고 1987년 이래 코닥 또한 성과가 하락하여 현재 GE만이 유일하게 80년간 평균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 보다 장기적인 시간 틀에서 이들을 보면 ‘탁월한 기업’ 부류의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영속적인 높은 실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이야기들은 경쟁 우위의 일시적 성격, 그리고 기업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시장의 믿기 힘든 역동성에 관한 설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략은 진화의 경주

  • 2002년과 2005년에 출간된 두 편의 중요한 연구서에서 멤피스 대학의 로버트 위긴스와 텍사스 대학의 팀 뤼플리는 경쟁 우위에 관한 문제를 통계적으로 다루었다.
    • 이들은 1974년부터 1997년까지 40개 산업에 걸쳐, 6,772개의 기업 표본을 조사했고 이들 기업을 산업별로 우량 기업, 열등 그리고 보통 기업으로 계층화 했다. 이들 연구자는 많은 ‘탁월한 기업’ 부류의 연구가 범하는 두 가지 공통적인 오류를 해결했다.
    • 첫째, 위긴스와 뤼플리는 최고 기업들 중에서 성과 우량 기업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확인했다. 큰 방에 사람들이 모여 동전을 던지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앞면이 나올 것이다. 위긴스와 뤼플리는 자신들이 관찰한 양상이 단순히 운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 둘째, 5년 주기로 나누어 관찰함으로써 이들은 또한 실적이 그저 호조를 보인 몇 년의 기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조사된 특정 시간대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진정한 경쟁 우위는 희소한 동시에 비교적 수명도 짧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이들은 표본에 포함된 기업들 중 단 5%만이 10년 이상 우량 성과는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도 발견했다.
    •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 32개 기업만이 20년 이상, 그리고 0.04%에 해당하는 단 3개의 기업, 아메리칸 홈 프로덕츠, 엘리 릴리, 3M 만이 50년간 지속쩍으로 높은 성과를 유지했다.
  • 위긴스와 뤼플리는 또한 경쟁의 강도가 23년의 표본 기간 동안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 경쟁 우위의 평균 지속 기간이 짧아졌고, 기업들은 더욱더 빠르게 성과 우량 계층으로 몰려 들어왔다가 빠져나갔으며, 연구 대상 기잔 중 우량 기업에서 탈락할 확률은 두 배로 증가했다.
  • 위긴스와 뤼플리는 또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산업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 이들은 자신들의 표본을 첨단 기술 및 저급 기술 집단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첨단 기술 집단의 경우 변화의 속도가 다소 빨랐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산업 전반의 현상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위긴스와 뤼플리는 슘페터의 망령이 아직 건재하며,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위긴스와 뤼플리의 연구가 전통 경제학에 기초한 전략 개념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들이 확인한 양상은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 경쟁 우위가 희소하고 수명이 짧기는 생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게 바로 진화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 생물계에서 종은 서로 간 끊임없는 공진화적 군비 경쟁 속에 엮여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식 동물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다면 그 먹이들은 더 나은 위장술을 발휘하도록 진화되고 다식 포식 동물들이 후각이 더 예민해 질 수 있도록 진화하는 등 진화의 피곤한 여정은 휴식도 없이 무한히 진행된다.
    •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공진화적인 연쇄적 변화를 레드 퀸의 경주라고 하였다. “여기에 머물려면 지금처럼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 레드 퀸의 경주에서 승리한다는 것 따위는 있지도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경쟁이 아니라 빠르게 달리는 것이다.
    • 10장에서 논의 되었던 ‘죄수의 딜레마’ 모형을 기억해 보라. 그 모형에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종적인 답변은 없었다.
    • 성공적인 전략은 필연적으로 다른 전략으로부터 대응과 혁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략의 생태 체계를 변화시키고 따라서 승리 전략을 구성하는 요소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도록 만든다.
    • 진화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시적인 우위의 새로운 원천을 창출하려는 끝없는 경주만이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탁월한 기업에 관한 정의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높은 실적을 거두는 회사에서 시간 경과에 따라 일시적인 우위를 계속 연결하여 나갈 수 있는 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 필연적으로, 하나의 경쟁 우위가 퇴조하는 시간을 또 하난의 경쟁 우위가 대두하는 시간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기업들이 실적 최상위 집단에 올랐다가 순간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다가도, 다시 일어나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양상을 보여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 위긴스와 뤼플리는 바로 이러한 유형의 기업들에 관한 증거를 찾아냈다. 이들은 첫 5년 주기 동안 실적 우량 계측에 속했다가 일정 시점에 실적 저조 계층으로 추락하고 다시 최소한 다른 5년 주기 동안 실적 우량 집단으로 복귀한 기업들을 선별했다.
    • 이러한 기업들에는 존슨앤존슨과 머크처럼 잘 알려진 이름이 있는가 하면 패밀리 달러 스토어, 일리노이 공작 기계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도 있다.
    • 탁월함을 반복하는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기업의 수는 매우 적어 표본의 단 1%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약간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아마도 경쟁의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이 반복적인 혁신자가 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 혁신하는 시장

  • 시장은 고도로 동태적이지만, 기업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사회학자 마이클 해넌과 경영 연구가인 존 프리먼에 따르면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타성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 1970년대 해넌과 프리먼은 시장의 조직 생태에 관한 일련의 이정표적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 얻어진 증거들로 시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혁신과 변화가 존재하는 반면 개별 기업의 수준에서는 변화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이들의 결론은 경제의 변화는 개별 기업의 적응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퇴출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 예컨대 반도체 산업은 1950년대의 트랜지스터에서 1980년대의 초고밀도 집적 회로 칩으로 바로 전환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의 선도 기업인 휴스, 트랜지트론, 필코가 이미 기존 기술에 적응했기 때문이었다.
    • 오히려 변화는 이들 기업이 인텔, 히다치, 필립스와 같은 기업들에 의해 대체됨으로써 일어났다. 원래의 10대 반도체 기업 중에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모토롤라만이 그러한 전환에서 살아남았다.
    • 이러한 전환은 여러 첨단 산업에서 보다 첨예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여러 조직 생태론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시간에 따른 기업 집단들의 동태적 변화는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나타난다.
  • 장기간 생존한 S&P 500 지수 기업들을 한 집단으로 보았을 때 이들 기업이 평균 이하의 실적을 거두었다는 다소 역설적인 포스터와 캐플런의 연구 결과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장의 진입 및 퇴출의 동태적 양상이다. 평균 실적을 상승시키는 것은 바로 지속적으로 진입하는 신규 기업들 때문이다.
  • 이러한 실증 분석 결과가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다.
    •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각 사업은 사업 계획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며 일부는 성공을 거두어 확산되는 반면 일부는 실패해서 사라진다. 따라서 사업 계획을 실행하는 기업도 그 사업의 운명과 같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 이러한 결과는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고 선택하며 확산하는 과정이 폐쇄된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보다는 시장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포스터와 캐플런이 언급했듯이 ‘시장은 기업보다 더 많은 놀라움과 혁신을 창출한다’
  • 기업은 인간의 모든 단점과 편견을 지닌 이른바 빅맨에 좌우되는 계층 구조인 반면, 시장은 거의 순수한 진화 기계와 같다.
    • 기업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다양한 사업 계획을 결코 갖지 못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 기업은 실제 시장의 선택 압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성공적인 사업 계획을 확장해 그 규모를 확대하는데 필요한 투자 자본을 시장으로부터 조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 감정이 배제된 진화의 알고리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업은 진화라는 제분기를 위한 실험용 곡식에 해당한다.

실험 포트폴리오로서의 전략

  • 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사방으로 둘러싼 벽 안으로 진화를 들여와서 그 안에서 차별화, 선택 그리고 확산이라는 물레로 실을 짜게 만드는 것이다.
    • 전략을 미래 예측에 근거한 단일의 계획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여러 실험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진화하는 일단의 사업 계획 집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지금이 게이츠가 IBM과 계약서에 서명한지 6년이 지난 1987년이라고 하자.
    • 이 시기 MS는 폭발적인 성장기에 들어섰지만, 다른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아직 3억 4,600만 달러의 규모의 잔챙이에 불과했다. 한편 IBM, AT&T, HP, 애플 등이 위협적인 경쟁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우리는 이 시점에서 MS 앞에 높인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첫째, 윈도우라는 새로운 운영 체제에 사운을 건다.
    • 둘째, 운영체계를 포기하고 소규모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한다.
    • 셋째, 회사를 판다.
    • 이 대안들은 모두 한 번 실행에 옮기면 돌이킬 수 없는 이른바 비가역적 행동 경로에 대한 엄청난 개입이고 위험을 수반한다.
    • 우리가 알고 이는 통념상 게이츠는 1번 안을 선택했고 그 도박이 성공하여 MS는 데스크탑 운영 체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게이츠와 그의 경영진이 행한 조치는 이보다 훨씬 흥미롭다. 이들은 동시에 6개의 전략적 실험을 추진했다.
    • 첫째, MS는 MS-DOS에 계속 투자했다.
    • 둘째, 당시 자체적으로 OS/2 운영 체계를 개발하던 IBM을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여기고, ‘친구라면 가까이 두라. 하지만 적이라면 더욱 가까이 두라’의 말대로 IBM과 OS/2 운영 체계 프로젝트를 합작 사업으로 전환했다.
    • 셋째, MS는 유닉스 역시 IBM 만큼은 아니지만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AT&T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유닉스에 대한 공동 사업 참여에 관해 논의했다.
    • 넷째, 유닉스 제휴 게임ㅇ르 하는 것 이외에도 MS는 유닉스의 PC 부문 최ㅐ 판매자인 산타크루즈 오퍼레이션이라는 회사 지분의 과반을 매수했다.
    • 다섯째, 게이츠는 어플레이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지 않고 자원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계속 키워나갔다. 특히 MS는 애플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대 공급자 위치를 구축하여 애플 자체를 추월했다.
    • 여섯째, 게이츠는 윈도우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여 윈도우가 전세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게이츠가 창출한 것은 한 판의 도박이 아니라 전략적 대안들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였다. 게이츠가 한 일을 해석하자면 그는 우선 최고의 PC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높은 수준의 열망을 설정했고, 그 다음에는 그러한 목표가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 1987년만 해도 윈도우는 확실한 승자가 아니었다. 1985년 버전 1,0이 출시됐지만 판매는 매우 저조했고, 1987년 버전 2.0은 기술적 문제와 출시 지연에 시달렸다. 1990년 3.0이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MS가 운영 체계 시장에서 공공을 거두리라는 확신이 공고해졌다.
  • 게이츠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MS 밖에서 진행 중인 진화적 경쟁을 회사 내부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는 일련의 사업 계획 집단을 창출했다.
    • 덕분에 MS는 미래를 향해 진화해 나갈 수 있었다. 다른 사업들은 폐기되거나 그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윈도우는 확장되어 운영 체계 사업의 핵심이 되었다.
    • 당시 게이츠의 이러한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을 저널리스트들은 MS가 아무 전략도 가지고 이지 않으며 혼란스럽게 표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회사 내부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래층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 우리는 전략에 대한 실험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에서 몇 가지 일반적인 교훈을 배울 수 있다.
    • 첫째, 전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실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경영진 내부에 현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공유하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 둘째,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사업 계획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
    • 셋째, 조직은 시장에서의 환경과 유사한 선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사업 계획은 확산되고 성공하지 못한 계획은 폐기되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문맥: 준비된 마음가짐

  • 내가 과거에 만난 고위 경영자 한 사람은 전략적 계획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략적 계획을 만드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계획을 믿지는 않지만 준비된 마음 가짐을 갖기 위해 계획을 만드는데 힘을 쓴다’고 대답했다.
    • 루이 파스퇴르의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편’이다
  • 그가 경영자가 설명한대로 그와 그의 팀은 미래에 대한 예언 같은 예측을 위해 전통적 전략 분석 기법을 활용하지 않고, 실시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신들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불확실성을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법을 사용했다.
    • 그는 전략적 계획 실험이 고위 간부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공통의 준거틀, 핵심 사안에 대한 이해 공유, 상호 간의 대화를 위한 언어를 제공한다고 했다.
  • GE 캐피털의 전임 고위 경영자도 비슷한 철학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전략적 계획의 요체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도록 하는 학습으로 보았다.
  • 이러한 메시지는 전략 계획의 목적은 전통적으로 생각하듯이 미래 예측에 근거해 단일 목표의 5개년 계획에 대하여 ‘답’을 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마음가짐’을 창출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전략적 계획 과정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과정이 학습보다는 계획 수립과 의사 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학습에 초점을 맞춘 계획 과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 첫째, 과정의 초점을 주요 의사 결정자들 간의 심층적 논의와 논쟁을 구조화하는데 두어야 한다.
    • 전형적인 계획 과정은 사전에 미리 짜놓은 겉만 번지즈르한 회의에서 부하 직원이 고위 의사 결정자에게 슬라이드로 설명하는 형태인데, 이러한 회의에서는 아무런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 고위 의사 결정자들이 만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열정적으로 문제와 씨름하는 포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포럼은 작은 규모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한다.
  • 둘째, 그 과정은 반드시 사실 및 분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의견만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회의실에 들어올 때와 동일한 생각을 틀을 가지고 회의실을 나설 가능성이 있다.
    • 이는 전략에 관한 대화를 주도하려면 수개월에 걸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참모 및 전문가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고위 경영자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 과정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공통의 사실에 근거한 이해의 공유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 셋째, 의사 결정을 위한 별도의 포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예산, 목표 설정 및 자원 배분에 관한 단기적인 의사 결정들이 전략 과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학습은 온 데 간 데 없어진다.
    • 그리고 이러한 의사 결정 포럼은 전략적 학습 과정과 연계하되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략 포럼의 초점은 실험 포트폴리오의 설계 및 관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차별화: 여러분의 전략 나무는 얼마나 무성한가?

  • 일반적인 전략 계획 과정은 전략적 의사 결정 나무에서 가지를 쳐내고, 대안을 제거해 나가며, 선택하고 개입을 결정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대안을 창출하고 대안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며, 특정 시점에서 가능한 최대로 가능성의 나무가 무성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 대안은 가치가 있다. 진화하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는 경영진에게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그것들 중 일부가 옳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 목표는 작은 내기들을 여러 번 할 수 있게 하고 불확실성이 훨씬 낮아졌을 떄 성공적인 실험을 확산하는 일환으로 큰 내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불확실성 하에서 어쩔 수 없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내기를 강요당하는 것은 회사가 상자 속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 이는 많은 선택 대안을 가진 무성한 전략적 의사 결정 나무와 반대되는 상황이다.
  • 진화는 사업 계획의 과임신 현상을 필요로 한다. 넘칠 정도로 충분한 사업 계획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 마다 실행 중인 사업 계획이 하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사업 계획의 다양성에 관한 한 기업 스스로가 가장 최악의 적이기도 하다. 이는 탐색 및 혁신의 필요성과 활용 및 실행의 필요성 사이에 본질적인 긴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방향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는 또한 명확한 리더십과 방향 제시를 요구한다.
  • 반대로 진화적 전략은 산지사방으로 동시에 움직이면서 위험이 수반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
  • 마찬가지로 실행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엄격하고 측정 가능하다. 사람들은 분기마다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이에 비해 전략의 진화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측정하기 어렵고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여러 해가 걸린다.
  •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중복을 싫어하지만 다양성은 그 정의상 중복, 중첩 및 잉여 능력을 필요로 한다.
  • 따라서 운영 효율을 위한 드라이브는 필요하지 않고 가치 있는 목표이기는 하지만 전략적 실험의 다양성과 내부적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 계획의 수 등을 감씨키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초래한다.
  • 충분한 실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창출하는 것 외에도 진화적 탐색 과정의 효과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 계획들을 적합도 지형 전반으로 확산 시킬 필요가 있다.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략적인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는 지형에서 탐색을 수행하는데 진화가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진화가 점프의 거리를 혼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업 계획의 적합도 지형에서 ‘점프의 거리’를 고려할 때 우리는 위험, 관계 그리고 시간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 위험은 특정한 전략적 실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과 개입의 비가역성 정도를 지칭한다.
    • 관계는 사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험, 기술 및 자산으로부터 실험이 얼마나 멀리또는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 시간은 실험으로부터 성과를 얻게 되는 기대 시간을 말한다.
  • 전략 포트폴리오라는 개념에 대한 공통적인 반박은 모든 기업들이 MS가 했던 것처럼 일거에 6개의 전략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 그러나 당시 MS는 경쟁자 집단에서 가장 작았으며 자원에 제약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에 비해 IBM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사업 계획만 추진했다.
    • 또한 MS는 모든 대안에 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다. 윈도우의 성공을 가장 우선시 하여 그 사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였다.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 계획의 다양성은 사업의 다양성과 똑같은게 아니라는 점이다.
    • 1960년대 기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유행했었다.
    • 이 논리에 따라 상호 무관한 다양한 사업들로 구성된 대규모 기업 진답이 출현하였는데, 기업 성과가 부진한 집단들이 나왔고 이들은 그 후 대부분 기업 사냥꾼에 의해 사업별로 분해되었다.
  • 위긴스와 뤼플리의 연구 결과, 그리고 다른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제한된 수의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는 증거를 볼 수 있다.
  •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와 매우 다르다. 내 이야기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여러 전략으로 이루어진 전략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MS의 실험 포트폴리오는 전적으로 운영 체계 내의 사업인 것이다.

선택 압력: 열망의 설정

  • 사업 계획 선택은 많은 기업들이 고심하는 또 다른 분야이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작동하는 선택 압력을 반영하려고 하지만 일단 시장으로부터 나온 신호가 회사의 장벽 안으로 들어오면 ‘왜곡’된다.
    • 기업 내부의 정치, 관료주의 그리고 기타 요인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왜곡이 항상 나쁜 의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왜곡은 현실 세계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흔히 있는 일일 따름이다.
    •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무수한 편견 및 지각 오류에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계층 구조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인간의 약점은 필연적으로 조직이 시장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 이런 왜곡 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상당히 간명한 것으로서, 시장으로부터 조직으로 유입되는 정보의 양, 질, 속도를 향상시키라는 것이다.
    • 이러한 정보에는 세부적인 판매 및 고객 정보, 시장 조사, 고객 만족도 조사, 경쟁자 첩보 등이 포함된다.
    • 시장으로부터 피드백이 누락되거나 불완전할 경우 개인의 의견과 정치적 의도가 그 정보 공백을 메우면서 사업 계획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다.
  • 두 번째 방법은 약간 술책의 성격이다. CEO와 고위 경영진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내에서 선택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 이러한 메커니즘은 보상 체계와 승진 과정처럼 공식적인 것에서부터 회의에서 CEO가 이야기하는 주제와 같이 비공식적인 것을 총망라한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종류의 행동과 의사 결정이 보상을 받을 것인지를 알려주는 일단의 신호를 만들어 낸다.
  • 내부 환경을 조성하는 한 가지 중요한 수단은 회사의 열망이다.
    • 대부분의 회사가 사명, 비전, 가치 그리고 기타 열망에 관한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열망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뿐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행하는 일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 시장의 신호를 자기 조직 내부로 투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회사의 열망을 활용할 줄 아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 열망이 사업 계획 선택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4 가지 특징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 첫째, 열망은 반드시 조직 내 여러 구성원들의 뇌리에 심어져 있어야 한다.
    •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말하듯이, 효과 있는 열망은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손을 뻗쳐 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한 열망은 가시적이고 힘을 북돋우며 초점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보고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서 긴 설명이 필요 없거나 아예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어야 한다.
    • 콜린스와 포라스는 자신들의 연구에서 열망 점수를 조사한 결과 전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열망은 1980년대 GE의 잭 웰치가 설정한 열망을 꼽는다.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시장에서 1위 아니면 2위가 됩시다. 그리고 작은 기업의 속도와 민첩성을 갖추도록 개혁 합시다.”
  • 둘째, 열망은 반드시 외부 세계가 조직에 부과하는 선택 압력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포착해야 한다.
    • 잭 웰치가 1981년 ‘1위 아니면 2위’ 열망을 발표하기 전 GE는 붕괴 직전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거대 기업 할인’으로 팔려 나갈 참이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잭 웰치의 ‘1위 아니면 2위’라는 열망은 외부적 선택 압력을 수용하고 이를 해석하여 다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하며 해동응로 옮길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 안에 투사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었다.
  • 셋째, 열망을 형성할 때는 한 가지 중요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열망은 선택 압력을 느끼게 할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미래 예측 능력을 필요로 할 만큼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 예컨대 ‘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회사’라는 열망은 지나치게 담담하고 포괄적이다. 그러나 ‘북부 잉글랜드 최고의 고래수염 코르셋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열망은 미래 시장 기회에 대한 확실치 않은 갖어을 전제로 하고 있다.
    • 반면 웰치의 ‘1위 아니면 2위’라는 열망은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헨리 포드의 열망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포드의 비전은 선택 압력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명료하다.
    • 중요한 것은 외부 시장에서 작동 중인 선택 압력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좋은 열망은 회사를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들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실험 정신을 장려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 진화 시스템의 경우 적합도 지형에서의 정체는 바로 멸종의 지름길이다. 실험과 이동을 멈추면 사멸한다. 적응하려면 기업은 반드시 부단히 움직여야 하고, 결코 발전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해야 한다.
    • (개인적으로 최고는 열망은 존 케네디의 ’60년대 내에 인간을 달에 보냈다가 무사 귀환 시킨다.’라 생각한다. 위대하고 분명한 목표 제시가 간결하게 이루어졌기 때문)
  • 하지만 어떻나 열망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외부 환경에서의 선택 압력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내부 선택 압력의 원천이 되는 열망 또한 바뀌어야 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열망은 포드의 사례처럼 달성되거나 그 현실 적합성이 변하게 된다.

확장: 꿀벌처럼 무리 짓기

  • 기업이 역경을 헤치고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 선택하더라도 그러한 사업 아이디어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눈 멀쩡히 뜨고도 성공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살리는데 실패한 대기업들의 이야기는 한 둘이 아니다.
    • 새롭고 실험적인 사업은 흔히 ‘B급 팀’에 의해 운영되며 고위 경영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또는 큰 규모의 확고히 자리 잡은 사업에 흡수되고 만다.
    • 대부분의 기업에서 인력 및 자본을 배분하는 과정 또한 시장에 비해 느리다. 주식 시장은 1/1000초에 기업 간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의 자본 이동에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거릴ㄴ다.
    • 끝으로 많은 기업들은 소규모의 신생 사업의 성과를 오랜 기간 자리 잡은 대규모 사업의 성과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함으로써 자원 배분을 왜곡 시킨다. 대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사업과 전략을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으로 대기업의 인력 및 자원을 집중하고 또한 이를 기준으로 평가를 실시한다. 반대로 시장은 새롭게 성장하는 사업을 찾아내고 이를 촉진하도록 되어 있다.
    • (기업 내부에 시장 선택의 메커니즘을 도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가능한 한 전략 나무를 무성하게 하고 다양한 대안들이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강조한다.
    • 그러나 비가역성을 영원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정 시점에는 돌이키기 어렵더라도 전략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 기업 조직은 계층 구조이기 때문에 고위 경영진은 반드시 최종적으로 적극적인 약속을 표명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진화의 맥락에서 어떻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가?
  • 캐피털원은 성장하는 혁신적인 신용 카드 회사로서 금융 서비스라는 적합도 지형에서 새로운 적합도 정점을 탐색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실험에 의한 전략을 사용한다. 캐피털원의 전략 선택 방식에 대해 물었더니, 한 고위 경영자는 꿀벌의 행동에서 관찰된 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이에 답변했다.
    • 꿀벌들은 좋은 화밀의 원천을 찾기 위해 탐색 패턴으로 벌집에서 퍼져 나간다. 꿀벌 한 마리가 화밀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다른 꿀벌들 앞에서 8자 모양 춤을 춘다. 화밀이 많을수록 춤은 더욱 격렬하다.
    • 춤이 격렬해질 수록 더 많은 벌들이 그 꽃밭을 개척하기 위해 무리지어 날아간다. 그 꽃밭의 화밀이 마르기 시작하면, 꿀벌들은 벌집으로 돌아와서 다른 꿀벌이 춤추기를 기다린다.
    • 캐피털원의 경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수의 꿀벌들이 춤을 추는지 살펴봤습니다. 많약 많은 벌이 춤을 추면 우리는 그 기회를 향해 무리지어 움직입니다.”
  • 꿀벌의 비유를 계속하자면 성공적인 확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화밀’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것이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 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기회로 무리 지어 이동하려면 주변에 남아 있는 ‘꿀벌들’ 이 있어야 하고, 상황이 변화하면 한 꽃밭에서 다음 꽃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첫째, 어떤 사업이 유망하고 어떠한 사업이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야 한다.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는 분명히 명시적인 시장 피드백 메커니즘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사업 계획은 반드시 명확하고 신중하게 성과가 평가되어야 하고, 가능한 한 실시간에 가까운 시간에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 많은 기업들이 전체 사업과 전략적 실험에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실수를 한다. 예컨대 ‘투자 이익 및 수익률’로 평가를 내리게 마련인데, 이러한 평가는 성숙 단계에 이른 사업에 더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신규의 실험적 사업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 이러한 신규의 실험적 사업의 경우 주요 경영자의 영입, 조기 구매 고객의 확보, 예산 목표의 성취와 같은 단계적 평가가 보다 적합하다.
    • 그리고 재무적 지표는 흔히 시장 피드백의 후행 지표이다. 바꿔 말하면 고객 만족, 조립 시간 제곱미터당 매출액 등과 같은 운영 측면의 평가 지표가 재무 자료에 추가되면 표준적인 회계 기준의 재무적 평가 지표보다 훨씬 완전한 실시간의 그림을 제공할 수 있다.
    • 진화적 접근 방법이 작동하려면 어디에 화밀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실시간 피드백이 필요하며, 거기서 각각의 전략 실험은 반드시 BSC와 같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둘째, 진화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실험에 필요한 여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기업의 지원 전량이 물려 받은 사업 계획을 실행하는데 투여되었다면 이 회사는 어더한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수 없다.
    • 많은 기업들이 범하는 실수는 예산 과정을 활용하여 각 사업으로부터 모든 여유 능력을 회수, 이를 중앙 집중의 기업 통제 하에 둔다는 것이다.
    • 새로운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기업의 중심부에서 통제하는 접근 방법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고위 경영진의 업무 범위가 자원 관련 결정을 승인하는데 한정됨으로써 소규모 실험들의 성패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업무 일선에서 지나치게 멀리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 따라서 사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적어지거나 커지는 경향이 있다. 여유 자원을 아래 사업 부서로 내려 보내 이들 부서에게 실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러나 고위 경영진은 여전히 일부 고위 수준의 자원 배분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알프스 산과 같이 느슨하게 상호 연관된 지형에서 하나의 정점은 다른 정점 주변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BSC의 지표상 성공 징후를 보이는 사업에는 자원을 과다 배분하고 분투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자원을 과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이는 자원 배분이 현재의 사업 규모 기준에서 신규 성장 사업 성과 기준으로 바뀜에 따른 자원 배분 패턴의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
  • 셋째, 마지막으로 실험 간 자원 배분은 상당히 유연하고 실시간으로 변경 가능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피드백, BSC 및 분권화된 의사 결정은 이들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실시간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다지 유용성이 없을 것이다.
    • 그러나 1년 내내 피드백을 받아 자원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예산은 연 단위로 고정되어 있고 비상시를 대비한 과정은 단기적 경향이 있으며 자금도 제한적이다.
    • 중앙 집중적인 기업의 경영 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본질적으로 너무 느리기 때문에 자원 배분이 실시간에 가깝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원 배분 재량권을 조직의 하부에 부여하는 것이다.
    • 사업의 책임자는 자신의 사업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여유 자원을 그저 ‘일상적인 사업’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자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 만약 여유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영자는 이를 되돌려 받는 인센티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생산적이고 가망 없는 실험에서 자원을 회수하여 이를 재분배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갖고 있어야 한다.

적응적 사고방식

  • 사람들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원대한 전략을 구상하여 자신의 군대를 영광스러운 전투로 이끄는 과감한 장군이 되어주길 기대하지만, 최초의 소규모 접전에서 패배하여 해고당하고 만다.
    • 이러한 사고방식을 뒤로 밀어내고 미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예측과 계획보다 학습과 적응을 강조하려면 용감한 경영자가 필요하다.
  • 사실상 사람의 사고방식이야말로 전략에 대한 적응적 접근 방법을 창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적응적 사고 방식을 떠올리는 한 가지 방법은 경영자보다는 벤처 자본가들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 벤처 자본 회사는 본질적으로 전략적 실험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이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위험, 관계, 그리고 시간의 측면에서 다양한 투자들을 포함한다.
    • 벤처 자본의 포트폴리오는 흔히 같은 산업 부문에 하나 이상의 투자 대상을 가지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다양한 사업 전략을 시도하면서 최소한 그중 하나가 적합도 정점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고 돈을 거는 것이다.
    • 벤처 자본가들은 적합도 지형을 포괄하는 시장과, 개별 기업의 협소한 포괄 범위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벤처 자본가들은 성공적인 사업은 매우 신속히 확장하며, 손실 보는 사업에서는 냉정히 손을 뗀다.
    • 비록 이들이 주로 투자의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선택 압력을 주기 위해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투자 주제 및 수익 목표도 활용한다.
    • 벤처 자본가들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고 과신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전략적 결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벤처 자본가들은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학습하면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가장 위험이 크고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 일반적인 통념에 의하면 혁신적 사고방식은 위험, 모호성, 무질서를 용인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제시한 접근 방법은 이들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다.
    • 혁신을 위해 규모가 크고 위험성이 높은 내기를 하기보다는 낮은 내기들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가능성이 있을 때 크게 내기를 걸어라
    • 좋은 계획과 나쁜 계획에 대한 선택 압력이 명확하다면, 동시에 여러 개의 사업 계획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모호함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 고위 경영자가 전략적 실험의 결과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창출하고, 선택하며, 확장하는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
  • 적응적 사고방식은 많은 측면에서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접근과는 정반대다. 적응적 사고방식은 매우 실용적이다.
    • 이는 내일에 관한 추측보다는 오늘에 관한 확실한 사실을 중요시하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실행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으며, 큰 실패보다 많은 수의 작은 실패들을 선호한다.
    • 무엇보다도, 적응적 사고방식은 기꺼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경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부의 기원/ 부의 새로운 정의: 적합한 질서

  • 폴 새뮤얼슨으로부터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라는 칭송을 받은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1996년 60세가 되자 기존의 경제 이론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학계의 이단아로 돌변했다.
  • 그는 진화적 이론 및 물히강르 통해 전통적 경제학의 오류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으며, 그 결과 1971년 <열역학 법칙과 경제 과정>을 발표 했다.
  • 이번 장을 통해 우리는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점검해 보고 현재의 과학과 결부시키는 한 편, 앞장에서 본 진화 모델들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최종 목적지, 즉 부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계의 괴짜들과 허풍쟁이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인체 내의 유전자를 통해 천천히 이루어지지만, 외부적으로는 문화를 통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러한 견해를 가진 경제학자는 비단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1960년대 <자유헌정론>을 출간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1970년대 문화 및 경제적 진화에 대한 그의 이론을 저서로 출간한 케네스 볼딩 등이 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진화론과 열역학 이론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등 과학과 경제 이론을 접목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 3장에서 열역학 제 2법칙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 (열역학 제 2법칙에 대한 설명 생략)
  • 열역학 제 2법칙은 근본적으로 생물계에 진화를 가져왔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유기체란 고도의 질서를 가진 분자들의 집합체이다.
    • 모든 유기체들은 외부의 무질서에 대항하여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포막, 피부, 내관 등 다양한 형태의 방어막을 갖는다. 이와 같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유기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진다.
    • 경계 내부의 분자들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예기치 못한 일부 분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유기체 내부에서 특정한 화학적 패턴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 예컨대 돌연변이 분자들이 자연스레 하나의 완벽한 박테리아로 결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뉴욕 대학의 생화학자인 로버트 샤피로는 이를 고물상에 토네이도가 발생했는데, 그곳의 고물들이 결합되어 보잉 747기가될 가능성에 비유했다.
    • 따라서 모든 유기체는 복잡한 내부 질서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며, 엔트로피는 열과 노폐물을 통해 우주로 배출된다. 이러한 과정이 중단되면 유기체의 분자들은 무질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가리켜 열역학 제 2법칙에서는 열역학적 ‘죽음’이라고 표현한다.
  • 열역학 제 2법칙은 모든 생명체에 기본적인 제약을 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 투입량이 에너지 소모량보다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 또한 모든 유기체들은 생존과 재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열역학적 ‘이익’을 창출해 내야 한다. 각 유기체들은 열역학적 이익을 통해 생존과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전략적으로 디자인되었다.
    •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아프리카 나무숲에 맞게, 관해 파리목은 심해 환경에 맞게 열역학적 이익을 생산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관해파리목이 2억년 간 지속해 왔음을 고려해 보면 관해파리목은 특히 성공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물론 질서 창출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 나무 등과 같은 식물은 땅, 물, 햇빛 등을 두고 경쟁할 것이며, 동물들은 먹이 사슬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습득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 경쟁적이며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생물들은 열역학적 이익을 얻기 위해 30억년 동안 진화를 지속해 왔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에서 생물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경제 과정 역시 본질적으로 고엔트로피에서 저엔트로피로의 변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 그는 전통 경제학이 경제학에서 엔트로피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크게 비난하는 한 편, 신고전주의 이론은 열역학적 제약을 인정하지 않는 등 물리적 법칙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그는 이러한 오류를 가리켜 “실제 세계와 에덴 동산의 차이점을 무시하는 것”과 같으며, 신고전주의가 말하는 생산 함수는 “환각에 의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했다.
    • 그러나 기존경제학계는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의 비난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고 그의 저서는 망각 속에 묻히고 말았다.
  • 그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경제가 엔트로피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이라는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그의 주장은 환경론자들에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따라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을 환경학자로 분류할 뿐, 그가 고전 경제학 이론에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이 경제학사에서 잊혀진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경제학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 수십 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경제학에서 엔트로피와 에너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 자신도 엔트로피 개념을 차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데, 그는 경제 시스템이 실물 세계에 존재하는 만큼 우주 내의 모든 사물이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제안: 가치 창조를 위한 세 가지 조건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진화를 거듭하는 복잡한 시스템인 경제와 우리의 숙제인 부의 기원을 근본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세 가지의 중요한 관찰을 했다.
  • 첫째, 그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비가역적 –책은 ‘불가역’이라고 번역이 되어 있지만 비가역이라고 바꿨다– 이라고 했다. 경제 시스템에서 시간이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화살과 같다.
  • 둘째, 그는 “의복, 목재, 도자기, 구리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물질들이 고도의 질서 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경제적으로 누리는 모든 것들은 1차적으로 낮은 엔트로피를 이용하고 있음이 증명된다.”고 하였다.
    • 경제 과정은 에너지 소비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질서를 가지고 있는 1차적인 물질과 정보를 보다 높은 질서를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로 변환시키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 셋째,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와 같으나, 모든 질서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저에느로피를 가진 독버섯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모든 사람이 해오차 딱정벌레의 엔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정확한 조건을 말해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의 주장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공식적인 용어로 다시 표현하고 이를 G-R 조건이라 부른다.
  • 물체, 에너지, 그리고 정보 등의 어떤 패턴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때만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1. 비가역성, Irreversibility.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열역학적으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2. 엔트로피, Entropy.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는 국지적으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를 증가 시킨다.
    3. 적합도, Fitness.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인간의 목적에 적합한 인공재나 행동을 만들어 낸다.

비가역성: 계란을 깨 오믈렛을 만든다

  • 어떠한 물체를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환시키는 것은 열역학적 개념이다. 19세기 프랑스의 공학자인 사디 카르노는 모든 변환 과정을 가역적인 것과 비가역적인 것 두 가지로 분류했다.
  •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것은 가역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지구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는 이유는 밝혀진 바 없고 뉴턴의 공식 조차 지구가 반대 방향으로 돌 수 없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 만일 지구의 공전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거꾸로 돌린다면 그게 거꾸로 돌고 있는 것인지 원래대로 돌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 반면 테이블의 우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혀 깨지는 것은 비가역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이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거꾸로 돌리면 사람들은 그것이 거꾸로 돌린 장면인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 우리의 삶과 경제 현상을 거시적으로 볼 때 현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이다.
  • 우리의 머리는 본능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에너지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따라서 우유병이 깨지는 장면이나 한 방울의 잉크가 물과 섞여 무색으로 변해 버리는 장면이 담긴 영화를 볼 때 해당 시스템 내의 질서가 감소하고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반면 깨진 우유병이 다시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와 원 위치로 돌아간다거나 물에 섞인 잉크 방울이 다시 한 방울로 뭉치는 장면을 본다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비가역성은 엔트로피 및 질서 창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연관성은 확률 법칙, law of probabillity 을 통해 일어난다.
  • 질서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분자의 돌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물의 상태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는가 묻는 것이다.
    • 커피가 담긴 잔에 일정량의 우유를 부은 후 이를 젓지 않고 그대로 두자. 이때 다양한 분자들의 돌연변이적 행위로 인해 우유가 커피 속으로 침투하고 커피와 우유를 서로 밀어내 어느 순간 둘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 이론적으로는 커피와 우유의 분자가 서로를 밀어내 우연히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우주의 수명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을 수준의 확률이다.
  • 이번에는 커피와 우유가 섞여 있는 컵의 중간에 나노 기술 로봇에 의해 움직이는 분자 크기의 ‘트랩도어’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나노봇은 커피 분자와 우유 분자를 분류하여 경계막의 양쪽으로 나누어 놓는 일을 한다.
    • 시간이 지나면 커피와 우유는 나노봇에 의해 컵 안에서 정확히 양분된 상태가 될 것이다. 이때 나노봇은 과거에 비해 ‘낮은 확률 상태’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실상 컵 내의 질서를 창조(엔트로피는 감소)하고 있는 셈이 된다.
    • 그러나 이러한 질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비용이 있다. 나노봇이 그 일을하게 하려면 에너지를 주입해야만 하며, 나노봇은 일의 대가로 열을 방출한다.
    • 따라서 컵 안의 엔트로피는 점차 감소하겠지만, 컵 주변을 둘러싼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셈이 된다.
  • 물리학자인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자신의 이름을 본 떠 ‘맥스웰의 도깨비, Maxwell’s Demon’라 이름 붙인 상상의 분자 분류 장치를 제안한 바 있다.
    • 맥스웰은 1867년 실험을 통해 그 같은 가설을 제기했는데, 과학자들은 140여 년 동안 논쟁과 이론화, 그리고 실험을 거쳐 맥스웰의 도깨비로도 에너지가 전혀 없으면 엔트로피의 흐름을 역행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어떠한 질서도 저절로 발생할 수는 없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이 주장하는 본질은 만약 우주가 열역학 제 2법칙을 피할 수 없다면 경제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다.
    • 변환 과정을 포함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여러 과정들은 열역학적으로 비가역적이다. 이는 가치 창조 과정을 역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기보다, 어떠한 물건을 만들거나 원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무가 여러 공정을 거쳐 종이는 될 수 있어도 종이가 다시 나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 완벽하게 가역적인 가치 창조가 가능한 경제 변환 형태를 상상해 보자. 1982년 IBM의 물리학자 찰스 베넷은 가역적 컴퓨터가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 그러나 이어지는 실험에서 베넷의 IBM 동료인 롤프 랜다우어는 이러한 가역적 컴퓨터가 존재하려면 무한한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함을 보여 주었다.
  • 첫 번째 G-R 조건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물품이나 서비스라면 모두 열역학적으로 비가역적인 변환에 의해 생산된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계랸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 경제적 가치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뿐만 아니라 거래를 통해서도 얻어질 수 있다. 가치 창조적 생산이 비가역적인 것처럼 가치 창조적 거래 역시 비가역적이다.
    • 두 사람이 거래가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온다는 사실에 동의하면 그들이 바로 거래를 취소하거나 되돌리려 하지 않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 그러나 물리적, 열역학적 관점에서 거래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다소 까다롭다.
    • 예컨대 두 사람이 행크 아론의 야구공과 베이브 루스의 야구공 카드를 교환한다고 할 때, 우리는 이 거래가 전진적인지 후진적인지 명확히 답변할 수 없다.
    • 이를 위해 우리는 숨겨진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선호도와 현존하는 야구공 카드의 양 등이 그것이다.
    • 거래에 앞서 시장 연구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와 가지고 있는 야구공 카드의 종류 등을 조사해 보도록 했다고 하자. 거래 후 두 사람의 선호도와 보유한 야구공 카드가 더 잘 매치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며, 거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또 두 사람 모두 즉각적으로 거래를 무효화하지 않을 것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래 역시 열역학적 의미에서 보면 비가역적이다.
    • (사실 이 부분은 의문이 좀 있다. 실존 제품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재료를 혼합하여 오믈렛이라는 가치를 만들었는데, 그걸 다시 재료로 환원할 수는 없으니– 거래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연 비가역적인가 하는 부분에 의문이 든다. 거래를 무효화 하는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비가역성은 가치 창조의 필요 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가치가 파괴되는 비가역적인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허리케인, 폭발, 무능한 관리 팀 등은 모두 가치를 파괴시키는 동시에 에너지를 역전 시킨다.
    • 첫 번째 G-R 조건에 따라 시간은 경제 시스템 내에서 일방성을 갖지만, 우리는 변환 및 거래가 가치를 창조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엔트로피라는 두 번째 조건을 필요로 한다.

엔트로피의 감소: 분홍색 자동차와 폭탄은 가치를 창조하는가?

  • 두 번째 G-R 조건,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변환 혹은 거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 국지적으로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창문에 돌을 던지는 것과 창문을 수리하는 것의 차이를 보여준다.
  •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은 어떠한 과정이든 비가역적이어야하고 엔트로피를 감소시켜야 한다.
  • 대부분의 경제적 변환은 엔트로피를 분명히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경제적 변환은 존재하지 않을까? 예컨대 건물을 붕괴시키는 행위나 군대용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어떤가?
  • 경제적 변환을 좀 더 넓게 정의한다면 건물을 붕괴하는 행위는 가치 창조의 중간 단계일 뿐 그 자체로 변환이 완성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 이는 나무를 펄프로 만드는 것이 나무가 종이가 되기 위한 중간 단계인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건물을 붕괴시키지 않는다.
  • 쓰레기 처분, 환경 정화, 재활용 등의 과정도 넓게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는 변환 과정의 1차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가치 창조 과정의 중간 단계로서 파괴 역할은 생물학적 시스템에서도 존재한다. 신체가 세포 및 조직 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려면 우선 소화기 조직들이 음식 속에 정리된 화학 요소들과 에너지들을 잘게 분해시켜야만 한다.
    • 계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 폭탄의 경우는 좀 다르다. 화학 물질들을 다이너마이트나 플라스틱 폭탄으로 변환시키는 행위 자체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행위다. 그러나 군대가 적의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폭탄을 사용하게 되면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업무일 수는 있어도, 폭탄의 사용이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변환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폭탄을 제조하는 행위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가치를 창조하지만 폭탄을 사용하여 적의 자산을 폭파시키게 되면, 이는 적과 관련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 행위는 경제적 가치를 창조한다기보다는 파괴하는 것에 가깝다.
    • 전쟁은 힘들여 이룩한 경제 질서를 다시 파편화시키고 인체의 생물학적 질서를 부상과 죽음으로 손상시키는 등 궁극적으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행위가 된다.
  • 스튜어트 포터 판사의 유명한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정의, “보면 알 수 있다” 처럼, 지금까지 보다 쉬운 방법을 통해 질서의 개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질서란 사실 모호하고 변하기 쉬운 개념이다.
    • 예컨대 여러분이 한밤 중에 집을 몰래 빠져나와 미시간 주 앤 아버의 차들을 모두 분홍색으로 칠한다고 생각해 보자. 여러분의 이와 같은 행동이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앤 아버 주민들은 당신에게 크게 화를 내고 당신의 일에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이 일은 엔트로피를 감소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과는 가능성이 낮은 가치를 위해 에너지를 쓴 것이다.
    • 또한 이 일이 엔트로피를 증가시켰다고 증가할 수 있도 있다. 모든 차를 분홍색으로 칠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 차를 분홍색으로 칠하는 행위는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일까 정보를 파괴하는 행위일까? 이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질서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질서와 무질서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 헬리콥터를 타고 앤 아버가 총 몇 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는 교통 계획자들에게 모든 차를 분홍색으로 도색하는 행위가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 교통 계획자는 심지어 당신에게 대가를 지불하려 할 수도 있다.
    • 반면 자동차 소유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는 정보를 손상시키는 일에 해당하는 만큼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된다.
  • 질서의 상대적 특성은 열역학 이론에서는 잘 알려진 이슈다. 폴란드의 물리학자 보이체크 주렉은 이른바 ‘카드 섞기 마술’을 예로 들었다.
    • (카드 섞기를 통해 어떠한 질서는 상대적인 것이다라는 예시 생략)
  • 결론적으로 어떤 무엇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낮은 엔트로피가 필수적이지만, 어떠한 종류의 질서가 가치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다소 주관적인 문제다. 즉, 제 눈에 안경임 셈이다. 따라서 두 번쨰 G-R 조건 역시 가치 창조의 필요 조건이긴 하지만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적합도(1): 선호도에 관한 진화적 관점

  • 비가역성과 질서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가치 창조와 연결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특정 질서를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 왜 각기 다른 색상의 자동차를 선호하는지, 왜 딱정벌레보다 사과를 더 좋아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전통 경제학은 단순히 사람들이 각각의 선호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선호가 논리적인 순서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선호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는 사람들의 선호가 무엇인지 미리 알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거래하고 소비함에 따라 저절로 나오게 돼 있다. 또한 이 선호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부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그게 무엇이든지 각자가 선호하는 질서라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좀 불만족스러운데, 왜냐하면 대부분의 행위들이 선호라는 수수께끼 같은 상자 안에 숨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 선호는 심리적 현상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우리의 물질적 욕구가 자아의 동물적 충동에 의해 비롯되지만, 초자아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열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 따라서 경제적 선호는 “나는 저 비싼 자동차를 지금 갖고 싶어!”와 “향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지금은 저축을 해야 해!” 사이의 투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이와 달리 버러스 스키너는 선호는 본래 배움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따라서 스키너 이론의 지지자들은 우리가 고가의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고가의 자동차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과 자동차 제조사들의 마케팅 문구가 우리를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에이브라함 매슬로는 프로이트와 스키너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인간이 음식, 물, 섹스, 안식처, 잠과 같은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에서부터 자기 존중과 사회적 존경 등의 보다 고차원적 욕구에 이르기까지 욕구의 위계질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비록 매슬로가 우리의 욕구를 유용한 구조로 조직화하여 설명했지만, 그의 이론도 이러한 욕구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소비자가 이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선호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에는 해답을 주지 못했다.
  • 매슬로가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최근의 진화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우리 뇌 속의 유전자가 단 하나의 목적, 즉 후세대에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생성되었다고 주장한다.
    • 사람들은 종종 진화심리학과 모든 행위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관점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화심리학자 중에 사람들이 맥도널드보다 버거킹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그들의 유전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의 행위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10만 년 ~ 5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남고 또 후손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행위 대부분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를 ‘조상 환경’이라고 말한다.
  • 모든 인간은 음식, 섹스, 사회적 지위 등을 위한 공통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매우 적응적이다. 그래서 로버트 라이트가 말했듯이 이러한 욕구는 주변 환경에 맞게 조정된다.
    • 진화심리학자들에게 ‘본성 대 양육 (Nature vs Nurture)’은 그리 흥미로운 과제가 되지 못한다. 이 두 가지 모두가 행위의 결정 과정에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 오히려 이들은 “천성적 부분은 왜 진화하였는가?”, “환경은 교육적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이를 어떻게 조정하는가?”, “본성과 양육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 등과 같은 질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 수렵, 채집민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법, 지위를 위해 경쟁하는 법, 재생산하는 법,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법 등과 관련하여 선호가 어떻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그러나 현대 삶의 경우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추려 내어 사람들의 선호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운데, 진화심리학자들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수렵, 채집민 생활 방식의 진화된 흔적이 근대 경제의 선호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소비 지출의 약 90%가 다음의 7가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7가지 범주를 분석해 보면, 한 가지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주거 – 총 지출의 32%
    • 교통 운송 – 총 지출의 20%
    • 음식 – 총 지출의 14%
    • 생명 보험과 연금 – 총 지출의 9%
    • 건강 관리 – 총 지출의 5%
    • 의복 – 총 지출의 5%
    • 오락, 미디어, 통신 – 총 지출의 5%
    • (각각의 항목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설명은 생략)

적합도(2): 즐거움의 단추를 누르는 것

  • 빅맥, 포르쉐, 지미추 구두, 휴대폰 등은 모두 옛날 수렵과 채집을 통해 살아가던 아프리카 사바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서부터 생존과 번식 능력의 증대에 대한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 우리의 필요, 욕망, 감정 등과도 부합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오늘날의 소비 사회에서 무엇을 왜 원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게 되었다.
  • 인류가 음식, 주거, 의복, 건강 관리, 휴대폰에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이유는 진화적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왜 우리는 그림을 구입하거나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일까?
    • 혹자는 그림이나 음악에 돈을 지출함으로써 지위를 과시하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것이라고 비꼬아 얘기할 수도 있겠다.
  • 역사를 통틀어 예술을 후원하는 일에 가장 열심이었던 이들은 부유층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미적 경험의 즐거움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며 부유층만이 그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갈망과 조상 환경의 진화적 이점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답은 “연관성이 없다”이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진화론에서 예술은 ‘굴절 적응’이라 일컬어지며, 이는 다른 목적을 위해 진화시킨 무언가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 (부작용이라는 표현이 거슬리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하면 될 듯)
  • 우리가 아름다운 장면, 매력적인 얼굴, 듣기 좋은 음악 등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본디 다른 목적 때문이었다.
    • 예컨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물, 높은 곳의 대지,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등이 펼쳐진 그림에 매력을 느끼는데, 이는 심미학만큼이나 과거 조상 환경에서의 생존 방식과도 많은 연관성이있다.
    •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음과 다산을 가능케 하는 건강함의 상징인 대칭적인 얼굴을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여긴다.
  • 스티븐 핀커는 예술을 가리켜 ‘정신적 치즈 케이크’라고 표현했다.
    • 조상 환경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방과 설탕을 좋아하도록 진화하였기 때문인데, 이는 음식이 풍부하지 않은 시기를 대비한 것과 아이들의 양육에 필요로 되었다.
    •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욕구가 처음부터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 인간의 영혼은 조상 환경에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기쁨과 고통의 단추를 진호시켜 왔으며, 그 단추들은 인간들의 생존과 번식에 크게 기여해 왔다.
    • 그러나 우수한 두뇌와 재주 있는 손을 가진 인간들은 후천적 방법을 통해 맥도널드에서 고급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포르노그래피에서 수준 높은 예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신적 즐거움의 단추를 누르는 법을 체득해 왔다.
  • 전통 경제학은 역사적으로 선호도의 차이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으로 64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걸까?
    • 왜 사람들은 코카콜라와 같은 당분이 많은 탄산 음료를 좋아하고, 왜 러시아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10대 청소년들은 나이키의 최신 운동화에 열광하고, 왜 <베이 와치>라는 드라마가 미국의 교외에서부터 중국의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큰 히트를 기록했던 것일까? 진화심리학자들에게 그 이유는 명백하다.
    • 진화심리학을 경제적 선호도 및 소비자 행동에 관한 연구에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아직은 다소 추론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특정 질서가 왜 다른 질서에 비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 이제 다시 경제적 진화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의 선호가 진화 할수록 사업 계획의 진화에도 적합도의 제약이 가해짐을 알 수 있다. 사업 계획과 선호는 공진화를 한다.
    • 이를 가리켜 진화론자들은 ‘틈새 구성’이라고 했다. 유기체는 진화하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주변 환경도 함께 진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예컨대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시키는 반면, 호기성 동물들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두 종류의 유기체들이 오랫동안 함께 진화해 옴에 따라 원생대에 단 1%의 산소만 함유하고 있던 대기의 성질이 오늘날에는 21%의 산소를 함유하게 되는 등 미래 진화에 대한 이른바 적합도의 제약을 가하고 있다.
  • 경제학의 영역에는 필요와 기호의 공진화,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진화하는 사업 계획이 있다.
    • 예컨대 우리의 청력은 태초에는 생존의 도구로 진화하였고, 아프리카 사바나에서는 사방의 포식자들을 경계하도록 진화하였으며, 이는 인간이 언어 능력을 습득하게 됨에 따라 더욱 진화하였다.
  • 음악은 청각의 진화 및 정신적 능력에 부합하기 위해 약 3만 년 전에 ‘굴절 적응’으로 개발되었다. 다시 말해 MP3 플레이어는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앞서 묘사한 이유들로 인간은 음악에 대한 기호를 발전시켜 왔으며, 그 이후로 이러한 고객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업 계획서 역시 발전을 거듭해 왔다.
    • 과거에는 뼈로 만들어진 플루트와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드럼을 만들었다면 근대에는 기타, 하모니카 등을 팔게 되었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라디오와 MP3 플레이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따라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존재해 왔으며 진화적 논리성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해결 방법 역시 오랫동안 큰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의 선호도가 사업 계획의 발전을 촉진시켰으며, 사업 계획의 발전 역시 우리의 선호도를 촉진시킨 셈이다.

보편적 효용 함수

  • 지금까지의 내용을 모두 결합하면 3가지 G-R 조건이 말하는 것은 모든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질서의 창조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 무질서와 임의의 세계가 마주치게 되면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주변 환경을 우호적이고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등의 질서 복구를 위한 노력에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을 우리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변환시키면서 주변 환경의 질서를 만든다.
    • 그리고 우리는 진화적으로 우수한 기술들을 발견해 왔는데, 특히 협력, 특화, 거래 등을 통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많은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질서를 창조하려고 바쁘게 아등바등 사는 것일까?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모든 질서 창조적 행위는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다소 추상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과거 벤담의 효용에 관한 정의에 귀결된다.
    •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영혼의 흐름’이라는 신비한 영기가 지속적으로 인간의 몸에 흐르고 있으며 이는 그때의 즉각적인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이를 진화적 용어로, 모든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우리의 모든 행위의 적합도 함수가 인간의 개인적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 진화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범용적으로 유용한 기능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즉, 유전자 복제다. 유전자 입장에서 보면 유전자는 그들 자신을 복자헤기 위한 전략으로 인체를 구성한다.
    • 복잡하고 협력적인 사회 환경에서 살아가고 도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체 중 뇌 부분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 또한 유전자 전략 중 일부이다.
    • 뇌는 자신을 형성하는 유전자들을 복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 결과, 뇌는 오늘날 과거 조상 환경의 생존, 짝짓기, 자녀 양육 등과 일치하는 목적, 선호도, 욕구 등을 발달시켰다.
    • 우리는 이러한 목표, 선호도, 욕구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두뇌를 이용하여 환경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다.
  • 리처드 도킨는 유전자가 계속해서 스스로를 복제하고자 하는 것과 현재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 우리의 유전자는 조상 환경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기름기와 당분이 많은 음식을 좋아하게끔 하고 있으나 사실 오늘날 당분이나 지방은 건강에 좋지 않다.
    • 마찬가지로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 등도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협력 아니면 처벌의 공식만이 존재하고 의사소통의 가능성도 한정되어 있었던 언어 이전의 수렵, 채집민 시기에는 적절한 전략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법, 규범과 같은 장치로 인해 무분멸한 분노 표출은 백해무익할 뿐이다.
  • 진화는 우리의 행복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우리를 행복한 상태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목표, 선호도, 욕구 등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 진화를 통해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은 단지 조상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용되었던 전략들이 전부다. 논리적으로 진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 진화의 종교적 ,정신적 의미는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현대 생활의 한 가지 의문점만은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가?” 이다. 이것은 그저 그런 진부한 표현이 아니라 경험적인 사실이다.
  •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을 포함한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행복의 원인에 대해 깊은 연구를 했는데, 그들은 행복의 약 50%가 강력한 유전적 연관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 과학자들이 뇌에서 행복을 관장하는 강력한 생화학적 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전학이 개개인의 뇌의 화학 작용에 따른 상대적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 카너먼과 그의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결혼, 사회적 관계, 고용, 사회적 지위, 물리적 환경 등 모든 요소들이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배우자, 사회적 결속, 높은 지위, 편안한 환경 등을 소유하는 것이 뇌에서 ‘행복’의 화학 물질을 배출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 부의 절대적 단위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선형적인 관계는 아니다. 가난하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본적 욕구가 일단 충족되면 부와 행복 간의 상호 관계는 현저하게 평등해진다.
    • 이 시점을 지나면 사람들은 부를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관점으로 보려는 경향이 생긴다. 부의 증가,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부의 증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기존에 느끼던만큼의 행복을 느낄 뿐이다.
    • 예컨대 기대하지 않게 급여 인상이 이루어지면 두어 달은 기쁘지만, 어느덧 늘어난 급여에 익숙해지면 다시 자신의 급여가 박봉이라고 불평하게 된다는 것이다.
    • 복권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복권 당첨자들은 처음에는 큰 행운에 기뻐하고 인생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에 느끼던 행복만큼만 느끼게 되며, 심지어는 그보다 못하다고 여기게 되는 경향도 있다.
  • 부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진화적으로 타당하다. 경쟁 사회에서 투쟁하고, 부를 축적하고, 쉬지 않고, 결코 만족하지 않는 유전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유전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탐욕은 자신과 주변인 모두의 행복에 좋을 것이 없지만, 적당한 욕심은 역사적으로 유전자 복제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부는 적합한 질서다

  • 모든 부는 열역학적으로 비가역적이고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부를 창출하는 행위는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지만, 질서를 창조하는 모든 행위가 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 개인, 조직, 시장 등은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질서를 추구하는 사업 계획을 개발해 낸다. 시장은 제안을 하고 소비자는 소비를 한다. 이들은 오늘날의 필요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는 요구와 선호도를 충족시키는 질서 형태를 선호하지만 그 역사적 뿌리는 유전자의 보편적인 효용 함수에 있다.
  • 부는 반엔트로피의 형태다. 부는 질서의 한 형태이기는 하나 다른 질서와는 다르다. 부는 적합한 질서이다.
    • 상품과 서비스의 형태를 띤 경제적 질서의 패턴들은 소비자들의 필요, 욕구, 심지어 갈망 등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우리는 경험과 선례를 참고하여 우리의 선호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경제적 질서의 패턴을 적합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 그리고 적합한 경제적 질서를 창조하는데 기여한 사업 계획 모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폭된다. 종과 환경이 공진화 하듯이, 사업 계획과 소비자 선호도의 경쟁적 생태계 또한 공진화 하면서 오늘날의 적합한 질서가 미래에도 적합할 수 있는지의 여부 등 적합도를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었다.
  • 적합도 질서로서의 부의 개념을 전통 경제학의 경제적 가치 개념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전주의 시대의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무한한 가치는 공급 측면에 있으며 가치는 생산 요소들로부터 파생된다고 주장했다.
    • 예컨대, 캉티용은 가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한정된 땅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 믿었으며 카를 맑스는 노동력이 가치의 궁극적인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노동 못지 않게 자본도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윌리엄 제번스와 한계효용 주의자들에 따르면 가치는 수요 측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들은 가치란 한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상대적 효용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 신고전주의 신고전파 이론은 두 관점을 모두 수용했다.
    • 즉, 한정된 생산 요소들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소비자의 개별적 선호도를 충족시키게 되며, 가치는 간단히 말해 두 사람이 거래를 통해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예컨대 만약 소형 가전 제품 제조업자가 1달러에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려 하고 소비자는 1달러에 이 제품을 사고자 한다면 가전 제품의 가치는 1달러가 된다.
  •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는 가치 역시 공급과 수요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 공급 측면에는 낮은 엔트로피를 가진 사물이 경제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연하게도 낮은 엔트로피를 지닌 사물은 흔치 않으며 이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이 요구된다.
    •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우리의 선호도에 따라 경쟁 중인 두 개 이상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상대적 매력도가 결정된다.
    • 전통적 경제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측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만나게 되며, 사업 계획은 개인적 선호도와 부족한 질서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 화폐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기술이라 볼 수 있다. 복잡계 경제학에서도 소형 가전 제품의 가치는 여전히 1달러지만 우리는 왜 1달러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경제적 부와 생물학적 부는 은유적으로뿐만 아니라 열역학적으로도 같은 종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두 경우 모두 낮은 엔트로피 시스템들이며 적합도 함수의 제약 하에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 온 질서의 패턴들이다.
    • 두 경우 모두 적합한 질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경제의 적합도 함수 –기호 및 선호도– 는 생물학적 세계의 적합도 함수 –유전자 복제– 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이는 표범의 카무플라주 무늬, 박쥐의 레이더, 초파리의 눈 등과 같은 또 하나의 진화적으로 우수한 기술이다. 경제는 우수한 두뇌, 도구를 만드는 재주 좋은 손, 협력적 성향, 언어, 문화 등의 복잡하고 뛰어난 기술에 근거하여 형성된 엄청나게 복잡하고 뛰어난 기술이다.
  • 만약 부가 정말로 적합한 질서라면,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또 다른 단어를 사용하여 이를 표현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질서란 정보와 같다. 따라서 우리는 부를 가리켜 적합한 정보, 달리 말하면 지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 정보란 그 자체로는 효용이 없다. 반면 지식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특정한 목적에 부합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이다. 그렇다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 전통적 성장 이론의 창시자인 로버트 솔로가 옳았다. 부의 기원은 바로 지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복잡계 경제학적 관점은 지식을 가설, 외적 주입, 경제학 경계 밖의 이해할 수 없는 과정으로 취급하기보다는 경제학 내부의 가장 중심적인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는 기계, 즉 학습 알고리즘이다. 생물학적 세계의 고유한 디자인들에 내포되어 있는 모든 지식들을 생각해 보자.
    • 메뚜기는 공학적으로 경이로운 생물체이며 물리학, 화학, 생물역학의 지식의 창고이다. 메뚜기는 또한 그가 진화한 환경, 주된 먹이, 경계의 대상이었던 천적, 이성을 유횩하는데 효과적인 전략, 효과적 번식 방법 등의 지식에 대한 일종의 스냅 사진이다. 메뚜기 한 마리에 내포된 지식은 테라바이트에 달한다.
  • 그렇다면 우주의 생물권 전체에 내포된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방대함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질서와 복잡성, 모든 지식들은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다시말해 차별화, 선택, 복제, 그리고 이의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것들이다.
    • 여러분의 주위 사물을 둘러보고 어떠한 지식들이 들어 있는지 생각해 보자.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에는 목공에 대한 지식이 들어 있을 것이고, 당신이 입고 있는 옷에는 목화 재배, 방직, 패션 디자인 등의 지식이 들어 있을 것이며, 전등에는 전기와 물질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책에는 모든 지식이 총망라 되어 있다.
    • 경제권 전체에 내포된 지식의 양은 생물권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경이로울만큼 엄청날 것이다. 경제권 역시 차별화, 선별, 중복 그리고 이의 반복 과정에 의해 창조된다.
  • 우리는 이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부는 지식이며, 부의 기원은 바로 진화다.
    • (저자가 지식이 부라고 했다고 이를 오해해서 공부 많이 하면 그대로 돈이 따른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도 ‘지식’의 단어 뜻 때문에 부가 지식이라는 것은 그대로 납득하기 어려웠는데데, ‘생명은 정보다’를 생각해 보고 이해를 했다. 저자는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정보, 적합한 정보를 지식이라고 이해하면 –이는 이전에 사업을 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하위 구조로 정의해서 이해한 것과 비슷하다– 부를 지식이라고 표현한 것과 그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화 매커니즘을 통해 시스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해가 된다.)
    • (저자의 부에 대한 정의도 생각해 봐야한다. 저자가 말하는 부는 ‘사회적 부’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는 사회 안에 속하는 개인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부와는 다른데, 저자가 이야기 하는 지식의 증대를 개인의 부유함과 잇기는 어렵기 때문. 다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식의 증대는 확실히 사회적 부의 증대를 가져오는 것은 맞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1만 5천년 전 수렵, 채집민 부족의 소득에 비해 현대인의 소득은 어마어마하게 커졌는데, 이를 지식의 증대 덕분이라고 이해하면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험을 통과했을까?

  • 부의 창조를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 부의 창조를 설명하려는 이론이라면 일정 수의 사람들과 천연자원이 있는 자연 상태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의 감소와 복잡성, 조직, 다양성, 부의 증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역사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 또한 철제 도구를 생산하던 원시 인류에서 샤르도네 포도주를 즐기는 뉴요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불연속적이고, 폭발적이며, 소위 단속 균형 패턴을 보이는 역사적 기록을 통해서 말이다.
    • 또한 외부에서 핵심 동력을 끌어오지 않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도 최소한의 가설만을 가지고 그렇게 해야 한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다른 과학 이론들과도 일치해야 하고,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 이 같은 조건은 엄청난 질서를 요구하는 일이며 이러한 이론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이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지금까지 바로 앞 5개의 장들에 걸쳐 많은 학자들의 이론들을 살펴보며 우리는 하나의 종합적 이론의 가능성을 점쳐 보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석기 손도끼를 발명했던 물리적 시발점 혹은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작은 단위의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던 사회적 기술의 시발점 등을 기준으로 하여 약 250만 년 전의 원시 인류 시대에서 이 모델을 시작할 수 있다.
  • 유일한 외생적 요소들은 에너지 및 물질의 물리적 주입과 열과 노폐물의 배출이다. 그리고 유일한 외생적 동력은 연역적 추론을 하는 인간 두뇌의 성장, 언어의 발달, 기초적인 선호도의 진화 등 생물학적인 것들이다.
  • 일단 갖추어지고 나면,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이라는 세 공간들을 통한 탐색이 시작되고 이것이 계속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등 공진화를 하고,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 이 세 디자인 공간을 통해 점진적인 1차적 발달 패턴 발생을 볼 수 있는데, 기간에 따라 변화의 속도에 차이가 나는 단속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나 엔트로피 감소, 복잡성과 다양성을 향한 추세가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부가 크게 증가한다.
  • 주목할 것은, 높은 질서와 부를 추구하는 이러한 경향이 진화하면서 반드시 나타나는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다시 진화의 ‘테이프를 튼다면’ –스티븐 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늘날 경제와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 진화는 수백만 개의 작은 사건 사고들이 누적된 결과이다. 역사상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미래의 결과상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경제적 복잡성의 발생과 증가에 필요한 조건, 그리고 오늘날의 경제 발달을 가능케 했던 많은 모수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이하 G-R 조건이 법칙임을 설명하는 내용과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설명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