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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제목 그대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인문 교양서. 객관적 사실을 중요시한 랑케에서부터,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 중요하다는 카를 넘어 사실이라는 것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으며 실재와 같지 않다는 포스트 모던 역사학까지를 살피며 역사의 의미를 찾는다.

언어의 모호성이나 역사가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이유로 같은 행위를 두고 누구는 ‘혁명’이라하고 누구는 ‘쿠테타’라고 한다– 역사적 사실은 결코 실재와 같지 않으며 –사료는 결국 역사가가 언어화 한 것이기 때문에 text가 되며, 개별 text는 다른 text들과 관계되어 context가 된다– 역사는 결국 역사가들의 담론이다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우면서 흥미로웠다.

물론 나는 이러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고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실재가 오염되고 모호한 것은 동의 하나 어쨌건 담론은 허구가 아니라 실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 비단 언어 뿐만 아니라 의미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자의적이며 통계적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함.

역사 속 진실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 –주로 라쇼몽이 예로 사용된다– 자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간만에 말랑말랑한 지식을 접해서 더 좋았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

사피엔스

현생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문명과 다음 세대 예측에 이르기까지를 다루는 인류학 책. 인류 문명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대단히 핵심적인 통찰이 가득 담겨 있다. –<총, 균, 쇠>에 비해 좀 더 넓은 범위의 내용을 좀 더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음.

두껍지만 대단히 잘 읽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총, 균, 쇠>에서 궁금해 했던 '유럽이 어떻게 아시아를 넘을 수 있었는가' 에 대한 대답도 담겨 있으니 인류 문명사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 됨.

총, 균, 쇠

인류 문명의 발달 속도 차이는 왜 생겼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으로 저자의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의 해박한 지식을 이용하여 매우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쉽게 요약하자면 인류 문명의 발달 차이는 농경 생활을 얼마나 빠르게 시작했느냐에 달려있는데, 그 농경 생활을 다른 문명에 비해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다라는 것.

그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대단히 다양한 분야 –생태지리학에서 언어학에 이르기까지– 의 지식을 동원하여 다양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전개하는데, 이론 전개 하는 방식이나 느낌이 흡사 <종의 기원>을 읽는 듯 했다. 그만큼 훌륭하다는 뜻.

책의 내용에 대해 환경결정론이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환경과 기질에 대한 논란은 시공간의 스케일에 따른 것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간이 커질수록 환경의 영향이 커지며, 그 반대면 기질의 영향이 크다–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좀 다른 입장을 취한다. 

수십 ~ 수백 년 정도의 시간이라면 어떤 천재의 영향력에 의해 집단의 발전이 촉진 될 수 있겠지만 책에서 다뤄지는 수천 ~ 수만 년 정도 되는 기간이라면 특정한 개인의 영향력 보다는 그 기간 동안 집단 전체에 누적된 차이 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데, 그 집단에 누적된 차이는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책에 대해 또 비판이 제기될 법한 흥미로운 주제는 '왜 중국이 유럽에 뒤쳐졌는가' 하는 부분인데 책에는 별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인도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만하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농경생활을 먼저 시작한 중국이나 인도가 서구 열강에게 따라잡히는 일은 없었어야 할 법한데 –실제로 산업혁명 전까지는 중국과 인도가 유럽에 비해 앞서 있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한 책의 설명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졌음. 

아무래도 책에서 사용되는 지식 –생태지리학에서 언어학까지– 은 아무래도 시간 스케일이 큰 범위에서 사용되는 지식인지라 근 500년 간의 정치 지형 변화에는 보다 현대화된 정치적, 경제적인 이론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사용하는 보다 큰 시간 스케일을 기준으로 보면 근 500년의 정치 지형 변화는 일시적인 모습이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중국과 인도가 유럽을 –물론 유럽이 로마시대 때 처럼 통일되어 지속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앞서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