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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제목 그대로 크리스퍼에 대한 책. 이전에 읽은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에 비해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데, 예상보다 훨씬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는 좀 얕아서 아쉬웠는데, 이건 그 반대. 크리스퍼를 이해하려면 얕은 지식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저자가 한국인이고 문장력도 좋아서 어찌어찌 읽긴 다 읽었다. 나중에 따로 공부 삼아 봐야 할 듯.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1-2-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추천.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AI보다 더 파괴적인 기술이라 생각하는 Crispr-Cas9에 대한 –AI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눈 앞에 와 있다–  이야기. NHK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정말 TV 방송에서나 볼법한 글이 종종 나온다 –인터뷰 대상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하등 쓸데 없는 이야기

방송용이라 어려운 내용을 대중적으로 풀어 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너무 대중적이라 딱히 기대한 수준의 깊이가 없어서 참 아쉬웠다. 크리스퍼의 원리에 대한 내용보다는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현장에서 도입된 사례에 집중한 책. 추천하기는 어렵다.

게놈 익스프레스

유전학의 태동부터 현대 과학이 알고 있는 유전학의 내용까지를 다루는 책. 단순히 현재의 지식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현재의 지식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어서 매우 좋다. 저자가 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던데 지식 전달 방식이 대단히 교육적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수학도 어떠한 것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함께 알려준다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사람들이 배울 수 있을거라 믿는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지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단히 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꼭대기에 있는 것만 보니 그게 잘 이해가 될리가 있나. 그러니 무작정 암기만 하는거지.

다시 책 얘기로 돌아오면 이 책은 단순히 지식 전달 방식만 좋은게 아니라 내용 자체도 매우 훌륭한데, ‘유전자 = DNA’ 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어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유전자를 DNA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을 단순화 한 것[1]이고, 현실에서 유전이란 그 사이를 분명히 나눌 수 없는 과정의 연속이며 –파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파도인지 알 수 없지만 파도는 실재하는 것이다–, 그 작은 생명의 시작 부분에서도 복잡성의 원리가 겹겹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슈레딩거의 예측은 부분적으로만 옳았다. 생명은 기계처럼 동작하지 않는다.

나는 이 우주를 지배하는 3가지 원리가 엔트로피, 자기조직화, 자연선택이라고 믿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믿음이 더 확고해졌음. 대단히 훌륭하고 놀라운 책이다. 생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쯤 읽어봐야 할 책.


[1]: DNA는 그저 백과사전일 뿐이다. 똑같은 책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감동 받는 지점이 다르듯이 인간은 침팬지와 99%, 바나나와 60%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DNA의 어느 부분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되고 침팬지가 되고, 바나나가 된다. 우리 몸의 세포도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DNA의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머리카락이 되고, 손톱이 되고, 간세포가 된다. 또한 DNA에는 기록되지 않은 훨씬 많은 영역이 생명 현상에는 존재한다. 더불어 세대를 거쳐 내려가는 정보가 DNA 말고도 꽤 많다. 우리는 그저 DNA를 운반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수많은 세포들이 자기조직화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창발적인 현상이다. 마치 개개인이 모이고 조직화하여 국가라는 실체를 만드는 것처럼.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그 유명한 책.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놀라운데, 그가 이야기한 이야기가 생명 과학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해서 더 놀라운 책.

다만 제목과 달리 '그래서 생명이란 무엇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 책은 아니고, 당시까지 물리학자들의 잘 이해하지 못한 생명의 여러 현상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다루는 원자들은 주기적인데 반해 생명은 비주기적이다고 한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논하는 정도이다. –예전에 읽은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서 생명 관련 교수분이 '생명은 정보다' 라고 한 것이 아직도 인상 깊다.

그래도 통계적인 관점을 이용한 생명 활동의 측정, 양자 도약 개념을 바탕으로 한 돌연 변이 출현에 대한 설명 –흥미롭게도 둘 다 불연속적이다– 엔트로피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생명 유지 등은 모두 놀랍고 흥미로운 설명들이라 할 수 있음. 

전반적으로 논하는 내용이 무척 흥미롭긴 하지만, 교양서라고 보기에는 내용에 어려움이 있고 –슈뢰딩거 스스로도 내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번역도 그리 좋지는 못해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님.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고전이라고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