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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가 다루는 석가모니의 이야기. 처음에는 석가모니의 삶을 다큐식으로 드라이하게 다루는 내용일거라 기대하고 보게 되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픽션이 많아서 –사건이나 등장 인물에 가공의 것이 많다– 기대와는 좀 달랐다.

그러나 만화 자체로서의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난데다 –TV판 아톰 외에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접한 경험이 없는데, 왜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지 이해했다– 붓다가 이야기하는 것에 핵심 –죽음에 대한 성찰, 우주 만물의 연결성,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신이 될 수 있다 등– 을 잘 다루고 있어서 좋았음. 

가장 좋았던 것은 붓다가 죽을 때까지 고뇌를 거듭하는 캐릭터로 그려진 것.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신이 된 것이 아니라 –물론 만화적인 초능력도 가끔 나오지만–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성찰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금강경

부처와 수보리의 대화를 엮은 책. 바로 이전에 읽은 <법구경>과 달리 불교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눈에 보이는 형상을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으면 –예컨대 사람의 외모나 옷차림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그 사람의 개인성이나 생각 등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모두 공감하겠지만 외모 보다는 개인성이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깝다– 진리에 닿을 수 있다는 것[1]이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 –욕심 같은 것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름은 이름일 뿐 본질이 아니다[2]와 같은 대단히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낯선 용어가 많아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책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를 달기 보다는 추가적으로 해설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 30여년 산 사람보다는 80년 산 사람의 철학이 아무래도 더 깊을 수 밖에 없지.

[1]: 이 부분은 디자이너로서도 공감한다. 눈에 보이는 드러난 현상만 보고 문제를 해결하면 제대로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드러나지 않는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그걸 해결해야 비로소 제대로된 문제 해결이 된다 할 수 있다.

[2]: 이 부분은 ‘말하여진 도는 도가 아니다’는 노자의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언어는 사고를 담아내는 그릇일 뿐 그것이 사고 자체가 아니며, 사고의 전체를 담아내지조차 못한다.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제약되는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언어이다. 언어는 일종의 측정 도구라 할 수 있다. 수학은 언어보다 좀 더 정교한 측정 도구이고.

법구경

부처의 말을 제자들이 엮어 낸 책. 근래 불교 철학에 관심이 많이 읽게 되었는데, 우주의 이치에 대한 내용 보다는 '~ 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이 많아서 기대와는 달랐다.

'선하게 살라' –무엇이 선이냐는 논의해 볼만 하다– 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 되는데, 단순히 선하게 살면 내가 행복해지므로는 좀 설명이 부족하고 내가 먼저 선을 베풀고 그 선에 대해 보답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박쥐가 사냥에 실패한 박쥐에서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과 같다. 내일은 내가 사냥에 실패할 수 있는데 그러면 사냥에 성공한 다른 박쥐가 나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 공동체에 상호 신뢰가 형성되고 그게 결국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평온함을 준다는 식의 설명이 좀 더 낫지 않나 싶다. 

싯다르타

싯다르타가 삶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근래에 불교에 관심이 많아져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 싯다르타가 부처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실제 부처의 삶과는 전혀 다른 창작 이야기라 –부처는 중간에 '고타마'라는 이름으로 까메오 출연한다– 좀 놀랐다.

진리를 추구하던 싯다르타가 잠시 삶의 쾌락에 젖고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참 마음에 드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배워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님– 평온함을 얻는 줄거리는 요즘 쓰는 말로 힐링이 되는 느낌. 저자인 헤세가 이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에 스스로 고뇌하고 경험한 내용을 담았다고 하니 더 절절하게 와닿는 것 같다.

만화 법구경

석가모니의 말을 제자들이 엮은 법구경에 대한 어린이용 해설서.

근래 불교 철학에 관심이 생겨 석가모니의 우주관, 세상관을 좀 이해해 보려고 읽었는데, 어린이용 해설서라 그런지 –예전에 같은 시리즈로 나온 니체 철학에 대한 해설은 괜찮았는데– 그런 내용은 없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