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철학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제목 그대로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대한 이야기.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책이 그러하듯 어려운 개념에 대한 교양 입문서 정도로 현상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실 현상학에 대해서는 책을 읽고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서 무언가를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후설이 엄밀한 학문으로서 철학을 꿈꿨다는 부분에서는 역시나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나아간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든 가정을 하나 전제 하면 그 가정에 대한 가정이 필요 하고 다시 그 가정에 대한 가정에 대한 가정이 필요 하고… 이 반복되기 때문. 이쯤되면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하기 보다, 왜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할 수 없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논의의 방향성을 떠나 그 어렵다는 현상학에 대하여 그래도 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상학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봐도 괜찮을 듯.

데카르트 & 버클리 :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데카르트와 버클리를 중심으로 한 회의론에 대한 이야기.

지식의 체계를 견고한 토대에 올려 놓기 위한 데카르트의 회의주의는 버클리에 이르러 ‘지각 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에 도달하는데, –논쟁의 대상은 다르지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논쟁을 하면서 달을 보고 있지 않으면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고 했지–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수학자들이 수학을 견고한 토대 위에 올려 놓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처럼 애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나아간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들의 성과는 충분히 되새겨볼 만한데, 관찰할 수 없는 대상 –아주 작거나,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에 있거나– 에 대한 논의는 과학이 아니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이기 때문.

책의 분량도 작고 회의론에 대하여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다면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제목 그대로 장자와 노자를 중심으로 한 도에 대한 이야기. 도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보다는 (특히 노자의 경우) 정치 철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 읽은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에서도 좀 느꼈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심하게 느껴지는게 저자의 과잉해석인데 –온라인 서점 서평 중에는 견강부회라는 표현까지 있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철학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핵심을 찌르는 통찰과 헛소리는 한끗차이.

책에 대한 이야기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장자의 논의는 상당히 좋아하는데, 상대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놀랍기 때문. –이에 반해 붓다는 연결(네트워크)에 대한 통찰이 놀랍다– 책은 별로지만 –보통 별로면 끝까지 안 읽기 때문에 독후감을 안 쓰는데, 이 책은 얇아서 일단 끝까지 읽었음– 장자에 대해서는 따로 읽어 보는 것을 추천.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제목 그대로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 이야기. 공자와 맹자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후 다른 유학자들도 다루면서 –놀랍게도 정약용도 등장– 유학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다루고 있다.

현대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 고전 철학자들의 논의는 다소 순진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1]  현실을 설명하는 세계관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법으로서 이해해 본다면 사람이냐 시스템이냐의 논쟁에서 사람이 올바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학자들 –반대라면 법가– 의 논의는 여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2] 그들의 논의를 한 번 쯤 접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 함.


[1]: 동양이든 서양이든 마찬가지. 불교만 예외인 것 같다. 흥미롭게도 성리학은 불교에 대항하여 나온 것이라고 함.

[2]: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우선이고 시스템은 보조적인 것으로 생각 한다. 나쁜 놈이 마음만 먹으면 시스템은 얼마든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 좋은 사람을 좋은 자리에 앉히는게 최우선이다. 시스템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점이 그곳이라 생각 함.

헤겔 & 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헤겔의 관념론과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다루는 책.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이성이냐 물질이냐에 대한 헤겔과 마르크스의 관점을 이야기 한다. 얼핏 듣기에 반대되는 개념 같은데 마르크스의 유물론이 헤겔의 관념론에서 –변증법– 출발했다는 점은 참 흥미롭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기저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에너지와 엔트로피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마르크스의 논의가 더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의식은 몸(물질)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와 같은 복잡한 설명을 좋아하는 나에게 헤겔의 논의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었음.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헤겔은 변증법으로 유명하지만– ‘진리란 변화하는 과정 전체’라는 부분. 나라는 인간은 36살 현재의 모습이 내가 아니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어난 변화의 총체가 나라는 이야기. 불교 철학 같은 기분도 들고, 진리에 시간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 단면이 아니라 다면, 순간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느낌도 나고 여러모로 참 놀라웠다.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이 모순과 대립 때문이라는 말도 상당히 흥미로웠음.

복잡함이 받아들여지는 현시대에 정신이나 물질 어느 하나로 현실을 설명하는 것에 좀 낡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철학사의 흥미로운 부분에 대해 잘 짚어주기 때문에 관념론과 유물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 됨.

직관펌프

인지 철학자으로 유명한 대니얼 데닛의 책. 제목만 보면 직관적인 사고 –논리적인 사고에 대비되는 어림짐작 사고법– 에 대한 훈련법 같은 기분이 들지만 정작 내용은 그렇지 않은 책. 

올해 중순 즈음에 읽다가 기대했던 내용과 전혀 달라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에 읽다가 그만 뒀었는데, 그 후에 인공지능과 의식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흥미가 생겨 다시 읽었지만 마찬가지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난감했음.

책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주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한데 반해 책에서는 저자가 그 부분에 대해 독자가 이미 이해가 있을거라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는 부분이 많아 내용을 이해하는게 쉽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라면 저자의 전작을 좀 읽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음. 

이해 가능했던 부분들 중에 흥미로운 부분도 있긴 있었지만, 납득이 되지 않은 –물론 내 기반 지식이 부족해서 였을 수도 있다–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평하기 난감한 책.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제목은 '철학사'이지만 철학사 보다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시대별로 철학 사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핀다기 보다는 서양 철학사에서 주요한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철학사에 남긴 흔적을 훑고 있기 때문.

철학자들의 시대적 상황과 삶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들의 철학적 맥락을 잘 짚고 있어서 서양 철학을 처음 접하는 나 같은 사람이 가볍게 보기에 좋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의 철학서. 짜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라는 얘기만 듣고 조로아스터교를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카톨릭을 까는 내용일 줄 알고 기대하였으나 전혀 다른 내용 –조로아스터교 내용 자체가 없다– 이라 난감했다. 플라톤이 자신의 저서에서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등장 시켜 자신의 사상을 대리하였던 것처럼 짜라투스트라는 그냥 니체의 대변인일 뿐이었다.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는 선언이나 스스로의 삶의 목적을 스스로 정하고 살아가는 '초인' –신에 기대 사는 인간이 아닌 신이 죽은 시대에 스스로의 삶을 사는 인간– 에 대한 내용은 이해가 되었으나 그 외의 내용은 대부분 이해가 안 갔다. 딱히 뭐라 코멘트 하기도 어려운 책.

장자

장자의 사상을 담은 책. 원전은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책은 그 중에서 장자가 썼다고 보는 내편만 담고 있다. –외편과 잡편은 그의 제자들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진리의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현대적인데, –우리의 언어, 인식 등은 자신의 관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린 결론이 모든 것에 대해 동등하게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내용– 2,400년 전 사람의 사고가 이정도에 이르렀다니 대단히 놀랍다.

그러나 노자와 장자가 이야기하는 자연을 관장하는 道를 깨닫고 이에 순응하는 삶 –자연을 관장하는 道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자연과학이 밝혀낸 법칙이라 할 수 있는데, 자연선택과 같은 자연과 생명의 원리에 순응하며 사는 것을 과연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온전히 긍정하지 않기 때문에 책의 중후반부의 내용은 잘 와닿지 않았다.

도덕경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의 '도'와 '덕'에 대한 책. '무위자연'으로 압축되는 노자의 사상은 인위적이 아니라 자연 법칙에 따라 살라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도'는 자연 법칙을 의미하며 '덕'은 그 도에 비롯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는 낳고, 덕은 기른다.

노자는 도와 덕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인, 의, 예' –인간에 의한 법칙– 를 따진다고 하면서 유교를 까는데, 이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만 동의가 간다. 자연적이면 무조건 옳고 인위적이면 무조건 그르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약자를 보호하는 것 자체가 자연 질서에 벗어나는 인위적인 일이다.

'내비둬라'에서 이어진 통치 철학의 핵심인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 또한 절반 정도만 동의가 가는데, 일이 잘 될 때는 뒤에 있다가 일이 안 될 때는 나서는게 리더십의 핵심이라 생각하기 때문. 일이 안 되는데도 리더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직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자연주의 철학은 그것이 인간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경을 망치는 일은 결국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이므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옳지만, '인간이 환경에 해가 되므로 인간을 말살 시키자'와 같은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 자연의 원리에서 배울 것은 배우되, 그것이 인간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나저나 책을 읽었는데 위키에 책의 전문 번역이 있어서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