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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 방식에 대한 책. 수학이라고 해서 숫자 자체를 다루는건 아니고 수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비선형적, 입체적, 통계적인 사고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실 세계는 입체적이고, 시간에 따라 변화가 존재하는 –그것도 파동의 형태로– 4차원 세계인데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은 선형적이거나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매우 놀라게 되는데, 사실 세상이 입체적이고 변화는 파동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면 새로운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 복잡한 세계는 복잡함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차원 구를 2차원 지도에 옮기면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음.

책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내용이 개인적으로는 새로울 게 없어서 좀 지루했지만, 상관관계에 대한 내용은 흥미로웠다. A와 B가 상관관계가 있고 B와 C가 상관관계가 있다하더라도 A와 C는 상관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부분. 그 둘은 심지어 직교할 수도 있다. –그래프로 그리면 이해가 쉬운데, A와 C가 직교하는 두 축인 가운데 B가 그 둘 사이를 지나고 있으면 B는 A와 C 모두에 상관이 있지만 A와 C 자체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책의 호흡이 묘하게 길어서 읽는데 좀 어렵긴 하지만, 좋은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함.

행운에 속지 마라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의 확률적 사고에 대한 책. 물론 이 책이 <블랙 스완> 보다 먼저 쓰였다. 제목은 ‘운’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주된 내용은 확률적 사고라는 점에서  <지금 생각이 답이다>와 좀 비슷한 느낌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거나 부자인 사람들은 그 행위에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면, 성실, 낙천적– 사실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성공한 사람들 중에도 그런 성격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로 논리적으로 보았을 때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운’이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 –그러니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과 같은 글에 속지 마라.

나심 탈레브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운의 영향이 큰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는데 물론 나도 대전제는 동의하지만 현실 세계를 ‘가치’와 ‘추세’의 합으로 보기 때문에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게 생각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단 운이 따르면 성공이 가능하긴 한데,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그 성공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실력이 있어도 운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으나, 그는 가치선을 따르기 때문에 한번 성공하면 쉽게 망하지 않는다. 언젠가 이에 대해 자세한 글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서양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운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서 읽은 책이라 운에 대한 내용만 정리했지만, 저자가 워낙 박학다식하여 책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이야기들이 통찰력 있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 됨. 많은 사람들이 <블랙 스완> 보다 이 책을 좀 더 높게 평가하는데, 나도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블랙 스완

복잡한 세상의 멱함수 분포에 대한 이야기. 많은 학자들이 세상이 정규 분포일거라 믿고 그에 따라 이론을 만들지만 사실은 멱함수 분포 –책에서는 멱함수 분포 대신 '극단적인 세계', '검은 백조'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들은 큰 실패를 겪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 내용은 괜찮긴 하지만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참 길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는 것이다'과 '검은 백조는 사전적으로는 예측될 수 없지만 사후적으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내용에 혹한 것과 많은 책들이 이 책을 인용한 점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나에게는 좀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이야기를 길게 써서 그냥 저냥 했다. 오히려 책 중간에 잠깐 언급되는 저자의 이전 책인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가 내가 기대한 내용이 많을 것 같은데, 품절되어 참 아쉽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금융 위기를 예언했다 해서 유명해졌는데, 사실 이 책에서 금융 위기를 예언한 적은 없다는 점.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거대해진 금융 회사로 인해 기존보다 더 큰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건데,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후 그게 마치 예언처럼 되어 버려서 유명해진 것.–나는 멱함수 분포를 이야기하는 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어느 책도 이 책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저자 본인은 예측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이 예언 때문에 유명해지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책의 내용에 가장 깊게 공감하는 것은 '예측'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3체 문제라든가 당구공 문제와 같은 수학적인 문제로도 증명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예측의 정도를 기준으로 이론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에 반감이 있다. 우리가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발생한 사건들을 얼마나 많이 예외 없이 설명해 낼 수 있느냐 하는 '이해'가 핵심이라는 것. –다윈의 자연선택은 이해의 영역이지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예측이란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될 때 근거리에 한해 –당구공이 벽을 9번정도 튕기면 우주의 맞은 편에 있는 전자의 영향력까지 계산해 넣어야 한다–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 또한 언제든지 우리의 지식 범위 바깥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 

많은 학자들 –특히 경제학자들– 이 숫자 놀음으로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잘못된 전제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호와 소음

세상을 이해하는 통계적인 시각과 사고관에 대한 책. 예측이란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확률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과녁에 가까워지도록 새로운 정보를 끊임 없이 반영해야 한다는 것.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복잡계 세계에서 예측이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주식 애널리스트와 원숭이의 주가 예측이 그 예– 책을 읽으면서 그정도까지는 아니고 위와 같은 노력을 통해 과녁에 접근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음.

정확도와 정밀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는데, 컴퓨터나 통계 기법 같은 도구의 발달은 정밀도를 올려주긴 하지만 결국 정확도를 올리는 것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는 것– 은 사람이 직접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도구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도와주는 것.

빅데이터의 시대에서 통계적 사고관의 중요성은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 된다.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 사례 위주라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