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릭

개인적으로 참 묘한 것이 사람이나 기업에 있어 윤리라는 것이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윤리적이면서 성공한 기업도 있고, 비윤리적이 것 때문에 망한 기업도 있지만, 윤리적이지만 별로 성공 못 하거나 비윤리적이지만 성공한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 구조에 있어서도 조직 구조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냐 또한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적인 구조를 가졌지만 성공 못 한 기업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인 제프 베조스처럼 독재적 지도자가 군림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윤리적인 행태와 독재적인 구조가 기업의 성공을 가로 막는다면 오라클 같은 기업은 벌써 망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개인적으로 기업의 –일반 개인도 마찬가지고– 성공은 '얼마나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느냐'와 '그것을 얼마나 올바르게 실행 하느냐'에 있지 그 외의 것 –기업 철학, 기업 문화, 조직 관리, 개발 프로세스 등– 은 모두 결국 판단과 실행을 잘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 합니다. 
노키아가 현재 휘청 거리는 이유는 노키아가 나쁜 회사라서가 아니라 –노키아는 굉장히 좋은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마존이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그간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잘 실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할머니에게 담배를 줄이지 않으면 수명이 9년 줄어 들어들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얘기해 줄 정도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출판사를 압박하고 출판사들이 공급가를 맞춰 주지 않으면 아마존 사이트에서 '원클릭'이나 '장바구니에 넣기' 버튼을 없애 버릴 정도의 나쁜 놈이었지만, 그는 아마존 창업 후 지속적으로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실행하여 지금의 아마존을 일구어 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제프 베조스는 '나쁜 놈이지만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스티브 잡스는 더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예전에 본 영화에 따르면 인간적으로 참 나쁜놈 이기는 했죠. 여기서 하나 재미 있는 것은 이 책에서 이처럼 대단한 제프 베조스 조차 이기지 못 한 상대로 스티브 잡스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뭔가 글이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인 것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인데 서둘러 첨언하자면 제가 이야기하는 글의 요지는 성공의 요인이 그것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지,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이라도 성공하면 장땡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업 활동을 하면 혹은 그러한 삶을 살면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순진한 믿음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런 믿음으로 살다가 실패 겪고 나서 '그래 세상은 참 더러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나쁜 놈이 되겠어' 이런 얘기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을 오래가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100년 가는 오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윤리적인 가치를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조하에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행하는 것이 오래 가면서 성공적인 기업 –또는 개인의 삶– 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 높습니다.

자꾸 딴 얘기로 새는데 책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 하자면, 아마존은 닷컴 버블에서도 살아 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대단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매우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으로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복잡계를 공부하면 단골로 까이는 두 분야가 바로 '전통 경제학'과 '환원주의 과학'입니다. 환원주의 과학이 우주의 근본까지 파고 들어서 많은 것을 알아 내었지만 우주의 근본을 알았다고 자연 생태계나 인간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의미 없다기 보다는 그냥 인류 지식 흐름의 과정 정도로 이해합니다.
처음 신화적 세계관에서 뉴튼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넘어가고 그 이후 지식이 더 쌓이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그것이 또 아님이 증명되었고, 현재는 또 다른 세계관의 등장이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인류 사고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온 사실들을 이해해 보는 것도 좋은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대 물릭학이 밝혀낸 사실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일반인으로서 접하기 쉽지 않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썼을 뿐 아니라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이것 인 듯 합니다.– 그 상충되는 두 가지 이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끈이론의 등장과 발전 역사, 그리고 현재까지 끈이론이 밝혀낸 것들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현대 과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자연 과학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는데, 책이 너무나 재미있게 쓰여있어서 –물론 끈이론부터는 이해하기 어렸지만– 책을 읽은 후에 꽤나 흥미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재미라는 것이 단순히 소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전달 방법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여튼 개인적으로 여러 내용을 배우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사실 끈이론 부분부터는 내용이 좀 어려워서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를 못 하긴 했으나, 현대 과학을 이해하는데 이 책만한 것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 되기 때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

개인적으로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지는 말이 '게임 산업이 수출로 돈 잘 벌어 오는데 왜 이렇게 탄압하느냐' 입니다. 게임의 산업적 가능성을 강조하려는 것은 알겠으나, 돈을 잘 벌어 오니 육성 시켜야 한다는 말은 도박이나 마약 사업이 돈 잘 벌어오면 육성하자는 말과 다를바 없이 들립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서 위치 시키기 위해서는 비단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산업계나 학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산업계에서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단순히 '돈만 벌면 됐지' 하는 생각을 넘어 게임을 문화적인 면에서 이해하여 전파하고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게임은 공부에 방해되는 것',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다'와 같은 잘못된 인식과 그 인식을 이용하여 표를 구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시대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공부에 방해된다거나 마약 중독 하는 이야기는 없죠. 오래 전엔 소설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지속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 근 1-2년간 게임의 긍정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외국에선 꽤 오래 전부터 이러한 담론이 있어 왔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컨퍼런스나 포럼들이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어 게임에 대해 좀 더 나은 인식이 자리 잡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책과는 관계 없는 얘기만 잔뜩 썼군요. 이 책이 게임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내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잡설이 길었습니다.

게임을 연구하는 분들 사이에는 '연구를 하는 사람은 게임을 할 시간이 없고,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연구를 할 시간이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 걸로 압니다. 그만큼 게임과 연구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인 이상우 선생님은 게임의 경험과 연구의 경험을 고루 갖춘 분으로서 게임과 연구 사이에 균형을 잡는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 분의 글을 읽으면 게임을 너무 문학적으로만 보거나 너무 기술적이나 산업적으로만 보지 않고 게임 문화를 그 자체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선 게임 장르의 발전을 그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슈팅게임이 어떠한 결과로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드벤처 게임은 어떻게 발전 했고, RPG는 어떻게 발전했고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를 이해할 때 단순히 사건만 보아서는 올바른 역사를 이해할 수 없기에 –1950년에 6.25가 발발 했다는 것만으로는 제대로된 역사 이해가 안 되는 것이죠– 그 맥락을 함께 봐야 하는데 –오히려 단순히 연도에 사건만 암기하는 것보다는 맥락을 함께 보는게 이해가 더 쉽습니다.– 이 책의 장르별 발전사는 그러한 맥락을 잘 짚고 있기 때문에 이해도 잘 되고 재미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게임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부에서는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게임에서 표현되는 시간이나 공간, 기억에 대한 인문학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게임 속의 시간과 자본의 관계, SNG의 형태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바라보기, 시적 게임의 가능성과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게임하기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었던 1부 보다는 2부의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게임을 다른 문화의 관점이 아닌 게임의 관점으로서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저자 분이 게임의 경험과 인문학인 경험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고 자리매김 하는데는 단순히 좋은 게임을 만들기만 해서는 부족하고 이 책과 같은 게임의 문화적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지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이러한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됩니다. 책 자체도 재미있고 잘 쓰여졌으므로 이러한 내용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

인공생명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의학 서적으로 알았던 기억이 있는데 –인공생명이란 인공지능과 비슷하게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가상 세계에서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모의 실험을 통해 생물이나 생태계, 진화에 대한 탐구를 하는 분야 입니다.– 이 책은 카오스에서 시작하여 인공생명으로까지 발전한 복잡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복잡계 이론에 대한 공부를 목적으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제가 책을 사는 습관이 한 번에 왕창 사서 오랜 기간 읽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그 책을 왜 샀는지 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책은 복잡계 이론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복잡계라는 영역,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복잡계 연구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산타페 연구소의 탄생과 그곳의 중심인물들이 이루어낸 논의에 대한 과정을 마치 소설과 같은 식으로 풀어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과 같은 구성을 취한 것은 쉽게 읽히기 위함일 뿐이지 그렇다고 이 책이 정말로 소설처럼 이론에 대한 논의를 가볍게 훑고 가는 책은 아닙니다. 주요 인물들이 어떠한 흐름에서 논의 –경제학의 효용체가나 인공생명 같은– 를 떠올리고 발전 시켜나갔는지를 상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이 다루는 복잡계라는 분야가 분명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저처럼 과학적 지식이나 복잡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분량도 많아서 –600페이지– 읽기 녹록치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복잡계나 복잡계를 접할 때마다 꼭 나오는 '산타페 연구소'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링크

20세기 과학자들이 환원주의적인 시각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 성분을 해독하면 그 전체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졌었고 실제로 현대 과학은 자연을 구성하는 조각들에 대해 거의 알아 냈지만, 현대 과학이 자연 전체에 대한 이해가 과거보다 그만큼 나아졌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탄소 원자로 구성되었지만 그 배열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예처럼 단순히 구성 요소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고, 그 구성 요소들의 관계가 어떠하느냐를 함께 봐야 비로소 전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관계를 이루는 조합은 무수히 많아서 사실 그 수많은 관계 조합을 모두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네트워크라 하니 마치 컴퓨터 과학을 다루는 것 같지만 –물론 저자가 발견한 네트워크 법칙은 인터넷을 통해 발견한 것이긴 합니다만– 네트워크라는 것이 비단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수 없이 많은 것들, 예컨대 자연생태계나 인간사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조직 –특히 두뇌– 또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논의는 사실상 자연계와 인간사회 전체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사가 점점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늘려온 것처럼 과학 역시 지식을 넓혀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복잡계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요소들의 관계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20세기를 대표한 지식이었다면 아마도 21세기는 복잡계 –시스템, 진화,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단순히 교양적 지식을 너머 복잡계는 자연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이루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구조를 이해하고 창발, 창의, 혁신의 발생이나 지식과 유행의 전파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계를 이해하신다면 다른 지식을 배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자신이 과학자의 길을 걷지 않는 이상 그 복잡한 수식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저 과학자들이 밝혀낸 현상과 지식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 지식을 자신이 하는 일에 활용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늘 게임 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라는 직군에 속해 있다면 반드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미시적인 관점 –개인– 에서 '심리학', 거시적인 관점 –인간 사회– 에서 '복잡계'를 이해하면, 더 나은 디자인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네트워크 과학의 선구자인 저자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쓴 책이기 때문에 꼭 한 번 쯤 읽어 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철학을 이해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겠지만, 철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이나 관점 정도로 본다면 철학사는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과 관점의 확장 경로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시각이 중세시대 신을 모든 것의 진리라 여기던 것에서 근대에 이르면 그 신의 자리에 주체(인간)가 자리 잡게 되고, 이후 탈근대화를 맞이하며 인간 또한 여러 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며, 진리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까지 이르게 된 것인데 –이후엔 뇌과학이나 생물학 등의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철학은 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리라 봅니다.– 이는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시대에서 시야가 넓어지자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에 태양마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 흐름과도 유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류가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 믿었던 때에도 사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을 때도 사실 태양은 우주의 중심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입니다. 
현상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인류의 지식이 발전하고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본래의 현상에 근접하게 된 것이죠.
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시야 또한 마찬가지라 현재의 지식은 지난 시기의 것을 기반으로 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쌓였을 뿐, 지금 시점이 지식의 완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에 근접한 지식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새로운 틀에 의해 –마치 맑스의 사회주의나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철학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 것처럼– 지식이나 시야의 확장이 이루어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야의 확장이 현시대에서는 뇌과학이나 심리학, 생물학과 같은 과학이 이루어낸 성취와 현사회 현상을 과학적 절차와 방법으로 관찰하기, 또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같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가능하리라 봅니다. –괜히 여기저기서 융합의 시대라 하는게 아니죠.– 책의 저자 또한 마지막에 이와 같은 내용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철학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삶의 방향성이라든가,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나 지식으로 본다든가, 혹은 그 모두라든가 등등– 제가 여러번 글에 썼듯 철학이 없는 삶은 위험합니다. 설령 자신의 철학이 방향을 바꿀수 있을지라도 적어도 성인이라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 믿습니다.
자신의 철학이 어떠하든 자신의 철학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철학이나 인류 철학의 흐름을 이해해 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하고 또한 이 책은 바로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 됩니다.

넛지

주류 경제학을 까며 대안적인 경제학 이론 –복잡계 경제학이라든가 행동 경제학 등– 을 소개하는 책들도 봤고, 인간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에 대한 책도 봤지만, 이 책은 그 두 가지 내용이 결합된 책이라 개인적으로 참 흥미로웠습니다.

똑같은 것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이 부분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데 이는 두 명의 저자가 각각 경제학자이고 정치학자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하며 '넛지'라고 표현합니다. –보통 디자인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고 불려지죠.
그리고 그 넛지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겪는 많은 경제적인 문제를 풀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으로 실제로 저자는 미국의 여러 경제적인 문제를 이러한 넛지를 활용해서 풀어낸 –401(k) 저축플랜– 경험을 가졌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과정 자체 –인간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 를 디자인이라 인식 –실제로 저자가 선택 '설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통해 어떠한 문제 –그것이 경제든 정치든 문화든– 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어느 특정한 분야의 지식을 많이 접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읽는 책들이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때문에 이미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많은 책을 보셨다면 책에서 등장하는 사례나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은 사례를 다루고 논의를 전개하는 보통의 다른 책들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가 실제적인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스틱

"내 친구가 아는 사람 이야기인데, 그 사람이 중국에 신혼 여행가서 공항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그 사람이 택시 트렁크에 짐을 싣는 사이에 신부만 타고 있던 택시가 갑자기 출발 해버려서 신부가 납치를 당한거야. 정신이 나가 며칠 동안 온갖 수를 다 쓰며 신부를 찾던 그 사람은 마침내 해안가에서 버려진 신부의 시체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시체는 옆구리가 찢어져 있었고 몸속의 장기를 모조리 도둑 맞은 상태였지."

누구나 한 번쯤 –설령 위에 설명된 나라가 중국이 아니더라도– 들어 봤을 법한 이 이야기는 –사실 저도 이 이야기를 퍼뜨리는데 일조를 한 기억이 있죠– 가만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믿기도 쉽고 기억에 남기도 쉬워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반면 상대성이론이라든가 양자역학 같은 이야기는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오늘 저녁이면 까먹기 십상이죠.

'왜 어떤 이야기는 쉽게 기억에 남는데, 어떤 이야기는 그렇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 해답을 주는 이 책은 '단순하고, 의외성 있고, 구체적이고, 신뢰가 있으며, 감성을 자극하고, 이야기가 되는' 구성을 가진 메시지가 우리의 기억에 잘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의도와 효과를 가지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특히 교육과 관련한 영역에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지식이 잘 활용되어서 좀 더 효과적인 지식 전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물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내용은 당연히 숙지해야겠죠. 디자이너에겐 '제품에 대한 지식'과 '사람에 대한 지식'이 모두 필요한데,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떠한 메시지에 반응하는가'라는 사람에 대한 지식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스타트업 바이블

많은 분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막상 일을 해보니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이 대부분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게 그것도 꽤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어려움은 어떤 식으로든 –꼭 정면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방법도 있고 아예 전혀 새로운 프레임을 짜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해결 가능한 것이고 –설마 우리가 가진 어려움의 크기가 달에 사람 착륙 시키는 것이나 탐사선에서 날아가는 혜성에 임팩터 쏴서 맞추는 것만 하겠습니까?–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만 길러내면 어떠한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는 것이지요.

여튼 이 책은 1, 2권 모두 자신의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을 줄여주는 책으로 실제 창업자인 저자가 자신이 창업을 위해 배운 지식과 창업 후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창업의 열의를 불태워 줍니다. –도중에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창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주의할 점은 세상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정 반대 형태로 성공한 사례도 충분히 많죠– 지식을 남긴 사람의 방법이 모두 옳다고 할 수 없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앞서 간 사람들이 남긴 지식을 받아들이되 자기화 시켜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간 사람이 남긴 방법은 그 사람이 터득한 방법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한 현재의 자신이 그대로 사용했을 때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비단 경제적인 성과를 제하고서도 자신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 할 수 없을만큼 매력적입니다. 스스로의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결국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습니다. 혹, 자신의 일에 크나큰 어려움이 따른다 할지라도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 그만큼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 이 길로 들어서게 되면 저처럼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각오만 단단히 한다면 이만큼 매력적인 길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비단 게임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사회활동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사람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사실 요즘엔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을 이해하여 디자인을 하기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fMRI와 같은 장비나 다양한 실험 기법의 발전으로 사람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이며 다양한 곳에서 그러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래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장비나 실험 기법이 없었던 때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 사람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던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죠. –프로이트는 나름 당시 기준으로 합리적인 추론을 했을 것입니다. 다만 현대의 다양한 기술 발전에 힘입은 결과에 따라 프로이트의 생각이 반증되었을 뿐

개별 사람 개체에 대한 이해는 마치 미시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으니 아예 사람들이 모여 이룬 사회 집단이라는 거시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회적 원자와 같은 책도 좋지만, 그렇다고 개별 개체에 대한 이해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다루는 이런 책 역시 매우 값진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여러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을 한 권에 정리한 것이라 더더욱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지요.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올바른 디자인이란 어렵다고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 가능할테니 불가능은 아닐 것입니다.– 믿습니다. 때문에 적어도 '디자이너' 라는 직책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 봐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