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의 분야 2가지가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지식'와 '인간에 대한 지식'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회에 관련된 지식인 심리학이나 뇌, 경제, 경영, 정치 류의 지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니고, UX 디자인, HCI 쪽에서도 심리학이나 뇌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경험을 다루는데 인간을 이해하지 않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인을 다루고 있는 이 책 역시 그러한 맥락으로 인간의 심리와 뇌의 이해를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내용에 깊이가 있음에도 –저자가 무려 심리학 박사입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이 잘 쓰여져 있는데다 문장이 쓸데 없이 길지 않고 핵심만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책 두께도 얇아서 가볍게 읽기도 좋습니다. 

게다가 책의 내용이 단순히 인간 심리와 뇌를 다루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의 특징을 이용한 웹사이트 실제적인 디자인 팁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디자이너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되는 것이죠.

이런저런 미덕이 넘치는 것을 떠나서 책 자체가 그냥 읽어도 재미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아닌 분들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디자이너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요.

언씽킹

제목에서부터 내용이 짐작이 가는 이 책은 인간의 특성을 가볍게 다룬 책입니다. 놀기를 좋아하고, 놀라운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시각적인 것에 민감하고, 단순한 것에 이끌리는 등과 같은 인간의 특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덕분에 쉽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기는 합니다만 왜 인간이 그러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은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의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책입니다.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을 행동경제학이나 진화심리학을 이야기하는 책들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책 보다는 그런 책을 읽는 것이 낫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으신다면 한 번쯤 읽어 봐도 나쁘지 않은 책이라 생각 됩니다.

대중의 직관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외부의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 상통 합니다. 모든 것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일 뿐이며, 미래는 내부의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일으켜 만들어낸 결과인 것입니다.

주식시장이나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는 것이 외부 충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요동을 치는 것이라 주장하는 이 책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그 증거를 제시하고 그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 들에 대한 예상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내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은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데 그 흐름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주식으로 치자면 상승장과 하락장– 파동 그래프를 그리게 되는데, 이는 그 유명한 엘리엇 파동의 그래프를 띄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주식 시장의 파동을 연구한 엘리엇 파동 –총 8개의 굴곡이 이루어 내는 3번의 상승과 2번의 하락– 이 비단 주식 시장을 넘어 더 큰 경제 현상이나 정치, 문화 심지어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한 엘리엇 파동 그래프를 그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엘리엇 파동 그래프는 복잡계 세상에서 흔히 보여지는 자기 유사성(프랙탈 구조)를 띄고 있어서 그래프를 이루는 선 내부에는 또 새로운 엘리엇 파동 그래프가 보이고, 전체 엘리엇 파동 그래프는 그 보다 더 큰 엘리엇 파동 그래프의 하나의 선을 이룬다는 점입니다.

여튼 모든 분야가 같은 파동의 흐름을 보이고 있고 –엘리엇 파동–  그 흐름에 의해 경제나 사회가 흘러가는 것이지 외부 충격 같은 것은 없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중반 이후 넘어가면 좀 지루해 지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번역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책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이 볼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 됩니다.

디맨드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수요' 입니다. 어느 큰 자본력을 지닌 집단이 무언가 멋진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것을 제품화 해서 시장에 '공급' 하는 것보다 어느 개인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든 제품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이 '수요'의 원리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경제의 영역을 넘어서까지 이해하고 있는데, 똑같이 공부를 하더라도 무작정 공부해야지 하는 것보다는 필요(수요)에 의해 공부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학교 다닐 때보다 나이 먹고 오히려 더 많이 공부를 했으니까요.

뭐 여튼 이러한 수요의 원리 때문에 많은 성공한 사업가들이 '자신이 필요한 것' 혹은 '자신을 번거롭게 하는 것을 개선하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드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합니다. 작업 내용이 담긴 USB를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작업 시간을 날렸던 드루 하우스턴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드랍박스가 현재 4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고, 고막이 터져 병원을 예약하려다 분통이 터졌던 사이러스 마소우미가 병원 예약 시스템의 불편함을 개선해 만든 ZOCDOC이 9,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고 매달 120만명의 환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한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세상 사는 사람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때 –물론 지역적 특색은 존재하겠지만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공유하는 한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세상 어딘가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내가 겪는 불편은 세상 어딘가에 똑같이 불편을 겪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필요와 불편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필요와 불편함의 개선이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래서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드랍박스가 나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수요'에 이해하여 성공을 거둔 기업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ZipCar나 Netflix 등과 같은 수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여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성공 과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처음에 Demand라는 제목만 보고 경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막상 읽어보니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원제: Built to Last)과 같은 경영 이야기라 놀래긴 했으나 책 자체가 읽을 만 해서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저자가 "비교 대상 없이 성공한 기업만 분석하여 공통점을 찾으면 결국 '성공한 모든 기업은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라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성공을 거둔 기업과 그렇지 못 한 기업들의 비교가 좀 더 다루어 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들었습니다.
그래도 수요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꽤 많은 다양한 기업들의 성공 과정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 됩니다.

게임 대학

트위터에서인가 옛날에 나온 책이 e북으로 다시 나왔다길래 찾아봤다가 500원이라는 가격에 혹해서 구매한 책입니다. 받고 보니 분량도 80페이지 정도라 지금 읽고 있는 책 제쳐두고 먼저 읽어 버렸죠.

게임 산업과 비즈니스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본래 96년도에 나왔던 책이라 지금 읽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책이기는 합니다. 특히 1부인 산업학개론은 정말 옛날 이야기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2부 비즈니스 모델론에서는 80-90년대 게임 산업의 역사를 훑고 있어서 읽어 볼 만 합니다. 오히려 그 시기에 가까운 시기에 쓰여진 책이라 요즘 시기에 그 당시를 다룬 것보다 더 낫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최초의 게임인 비긴보섬 박사의 <두 사람을 위한 테니스>나 MIT 학생이었던 스티브 러셀의 <스페이스 워>, 게임을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로 만든 놀런 부쉬넬의 <컴퓨터 스페이스>, <퐁> 그리고 그 이후 아타리가 정복한 미국 초기 게임 산업과 아타리 몰락 후 닌텐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 게임 산업의 부상 등에 대한 내용은 초창기 게임 산업의 역사이기 때문에 읽어 볼 만 합니다.

번역상의 문제인지 내용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드문드문 나오기는 하지만 책 가격도 저렴하고 분량도 많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소비 본능

개인적으로 인류 역사에 가장 위대한 통찰은 다윈의 '자연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처음 종의 기원을 발표했던 시기에 세상은 그의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의 통찰은 현대에 이르러 자연 과학 분야를 넘어 심리학, 경제학, 경영학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전파되어 영향력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심리학 분야에서 진화론을 받아들여 발전한 진화심리학은 참으로 흥미가 있는 분야입니다. 우선 인간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면에서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진화론의 개념으로 그것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잘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 디자인을 함에 있어 인간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참 유용한 지식을 많이 얻고 있죠.

저보다 먼저 진화심리학을 접하고 그 유용성을 깨달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적용했는데, 이 책은 마케팅 분야에서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적용하여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왜 대부분의 남자는 자동차에 열광하는 반면 대부분의 여자는 하이힐에 열광하는지 –구두에 열광하는 남자나, 자동차에 열광하는 여자는 별로 없죠– 왜 도박중독자는 대부분 남자이며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은 여자인지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설명과 그렇다면 마케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는 굳이 그 내용을 이론적으로 어떻게 활용 하겠다는 것을 떠나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일생을 살며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것이 인간(타인)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재 그 인간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는 분야가 바로 진화심리학입니다. 때문에 진화심리학은 여러 면에서 이해해 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며, 이 책은 그런 진화심리학에 대한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니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제가 주류경제학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좀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경제학의 발전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의 성과는 분명히 있고 다만 이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으니 잘못된 가정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 을 바로 잡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죠.
— 경제학자도 아닌 제가 이런 말 하는게 우습긴 합니다만

경제학이 수식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 –물리학자들도 경제학자들의 수학 실력에 놀랐다 하니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죠– 때문에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제가 처음 경제학을 접할 때 들었던 얘기도 그랬고 학부 수준에서 고차원적인 수학을 쓰는 것은 아닌지라 그렇게 어렵게만 생각할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배우다 말았긴 했지만 여튼 제가 배운 정도까지는 그리 어려운 수학이 사용되지도 않았고 내용 자체도 흥미로워서 재미 있게 배웠었죠.

이 책은 바로 제가 느꼈던 그 기초적인 경제학 이론을 역사와 예술의 사례를 이용해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제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행동경제학 이야기도 있어서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 여튼 재미도 있고 유익도 하다는 면에서 경제학 이론에 대해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 합니다.

원클릭

개인적으로 참 묘한 것이 사람이나 기업에 있어 윤리라는 것이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윤리적이면서 성공한 기업도 있고, 비윤리적이 것 때문에 망한 기업도 있지만, 윤리적이지만 별로 성공 못 하거나 비윤리적이지만 성공한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 구조에 있어서도 조직 구조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냐 또한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적인 구조를 가졌지만 성공 못 한 기업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인 제프 베조스처럼 독재적 지도자가 군림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윤리적인 행태와 독재적인 구조가 기업의 성공을 가로 막는다면 오라클 같은 기업은 벌써 망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개인적으로 기업의 –일반 개인도 마찬가지고– 성공은 '얼마나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느냐'와 '그것을 얼마나 올바르게 실행 하느냐'에 있지 그 외의 것 –기업 철학, 기업 문화, 조직 관리, 개발 프로세스 등– 은 모두 결국 판단과 실행을 잘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 합니다. 
노키아가 현재 휘청 거리는 이유는 노키아가 나쁜 회사라서가 아니라 –노키아는 굉장히 좋은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마존이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그간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잘 실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할머니에게 담배를 줄이지 않으면 수명이 9년 줄어 들어들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얘기해 줄 정도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출판사를 압박하고 출판사들이 공급가를 맞춰 주지 않으면 아마존 사이트에서 '원클릭'이나 '장바구니에 넣기' 버튼을 없애 버릴 정도의 나쁜 놈이었지만, 그는 아마존 창업 후 지속적으로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실행하여 지금의 아마존을 일구어 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제프 베조스는 '나쁜 놈이지만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스티브 잡스는 더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예전에 본 영화에 따르면 인간적으로 참 나쁜놈 이기는 했죠. 여기서 하나 재미 있는 것은 이 책에서 이처럼 대단한 제프 베조스 조차 이기지 못 한 상대로 스티브 잡스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뭔가 글이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인 것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인데 서둘러 첨언하자면 제가 이야기하는 글의 요지는 성공의 요인이 그것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지,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이라도 성공하면 장땡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업 활동을 하면 혹은 그러한 삶을 살면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순진한 믿음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런 믿음으로 살다가 실패 겪고 나서 '그래 세상은 참 더러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나쁜 놈이 되겠어' 이런 얘기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을 오래가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100년 가는 오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윤리적인 가치를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조하에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행하는 것이 오래 가면서 성공적인 기업 –또는 개인의 삶– 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 높습니다.

자꾸 딴 얘기로 새는데 책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 하자면, 아마존은 닷컴 버블에서도 살아 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대단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매우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으로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복잡계를 공부하면 단골로 까이는 두 분야가 바로 '전통 경제학'과 '환원주의 과학'입니다. 환원주의 과학이 우주의 근본까지 파고 들어서 많은 것을 알아 내었지만 우주의 근본을 알았다고 자연 생태계나 인간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의미 없다기 보다는 그냥 인류 지식 흐름의 과정 정도로 이해합니다.
처음 신화적 세계관에서 뉴튼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넘어가고 그 이후 지식이 더 쌓이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그것이 또 아님이 증명되었고, 현재는 또 다른 세계관의 등장이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인류 사고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온 사실들을 이해해 보는 것도 좋은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대 물릭학이 밝혀낸 사실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일반인으로서 접하기 쉽지 않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썼을 뿐 아니라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이것 인 듯 합니다.– 그 상충되는 두 가지 이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끈이론의 등장과 발전 역사, 그리고 현재까지 끈이론이 밝혀낸 것들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현대 과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자연 과학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는데, 책이 너무나 재미있게 쓰여있어서 –물론 끈이론부터는 이해하기 어렸지만– 책을 읽은 후에 꽤나 흥미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재미라는 것이 단순히 소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전달 방법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여튼 개인적으로 여러 내용을 배우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사실 끈이론 부분부터는 내용이 좀 어려워서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를 못 하긴 했으나, 현대 과학을 이해하는데 이 책만한 것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 되기 때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

개인적으로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지는 말이 '게임 산업이 수출로 돈 잘 벌어 오는데 왜 이렇게 탄압하느냐' 입니다. 게임의 산업적 가능성을 강조하려는 것은 알겠으나, 돈을 잘 벌어 오니 육성 시켜야 한다는 말은 도박이나 마약 사업이 돈 잘 벌어오면 육성하자는 말과 다를바 없이 들립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서 위치 시키기 위해서는 비단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산업계나 학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산업계에서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단순히 '돈만 벌면 됐지' 하는 생각을 넘어 게임을 문화적인 면에서 이해하여 전파하고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게임은 공부에 방해되는 것',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다'와 같은 잘못된 인식과 그 인식을 이용하여 표를 구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시대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공부에 방해된다거나 마약 중독 하는 이야기는 없죠. 오래 전엔 소설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지속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 근 1-2년간 게임의 긍정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외국에선 꽤 오래 전부터 이러한 담론이 있어 왔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컨퍼런스나 포럼들이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어 게임에 대해 좀 더 나은 인식이 자리 잡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책과는 관계 없는 얘기만 잔뜩 썼군요. 이 책이 게임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내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잡설이 길었습니다.

게임을 연구하는 분들 사이에는 '연구를 하는 사람은 게임을 할 시간이 없고,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연구를 할 시간이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 걸로 압니다. 그만큼 게임과 연구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인 이상우 선생님은 게임의 경험과 연구의 경험을 고루 갖춘 분으로서 게임과 연구 사이에 균형을 잡는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 분의 글을 읽으면 게임을 너무 문학적으로만 보거나 너무 기술적이나 산업적으로만 보지 않고 게임 문화를 그 자체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선 게임 장르의 발전을 그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슈팅게임이 어떠한 결과로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드벤처 게임은 어떻게 발전 했고, RPG는 어떻게 발전했고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를 이해할 때 단순히 사건만 보아서는 올바른 역사를 이해할 수 없기에 –1950년에 6.25가 발발 했다는 것만으로는 제대로된 역사 이해가 안 되는 것이죠– 그 맥락을 함께 봐야 하는데 –오히려 단순히 연도에 사건만 암기하는 것보다는 맥락을 함께 보는게 이해가 더 쉽습니다.– 이 책의 장르별 발전사는 그러한 맥락을 잘 짚고 있기 때문에 이해도 잘 되고 재미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게임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부에서는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게임에서 표현되는 시간이나 공간, 기억에 대한 인문학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게임 속의 시간과 자본의 관계, SNG의 형태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바라보기, 시적 게임의 가능성과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게임하기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었던 1부 보다는 2부의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게임을 다른 문화의 관점이 아닌 게임의 관점으로서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저자 분이 게임의 경험과 인문학인 경험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고 자리매김 하는데는 단순히 좋은 게임을 만들기만 해서는 부족하고 이 책과 같은 게임의 문화적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지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이러한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됩니다. 책 자체도 재미있고 잘 쓰여졌으므로 이러한 내용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